저를 만지면 전기가 통하지나 않을까. 그래서 기껏 편 머리가 다시 곱슬머리가 되지 않을까. 갑자기 생리가 멎어 버리는 건 아닐까. 옷이 홀라당 타서 알몸으로 길거리를 걸어야 하는 게 날까. 하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서 저에게 다가오려 하는 이성은 없었습니다. 저에 대한 관심은 그저 호기심이었어요. 알려지기 전엔 서로 마음을 두고 만나는 여자가 있었지만 이제 아주 멀어져버린 사람이 되었습니다. 카메라는 그녀에게도 쏠렸으니까요.
손가락으로 물 컵 안의 물을 끓이게 해봐라. 전도체로 열을 전달시켜 달라. 별에 별 주문을 다 받아야 했습니다. 결국 전 사람들에게, 이성들에게 하나의 관심거리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에 큰 허망을 경험하고 마음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이란 건 참으로 무섭더군요.
세 번째 번개를 맞은 후, 네 번째 번개를 맞기 전까지 육년이란 터울이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번개인간’이라며 사람들의 흥분을 자아내게 했던 저는 번개를 맞지 않고 일 년이 넘어가니 관심은 오히려 비난으로 바뀌더군요. 실지로 번개를 맞는 장면을 본 사람이 너무 적다. 가족들과 친구들 이외에 알려진 게 없다. 폰에 찍힌 사진과 영상은 조작이다. 돈을 벌기위해 한 모함이다. 등등. 정말 잠들지 못할 정도로 시달렸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