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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에 빠지길 원하십니까?
작가 : 케이티킴
작품등록일 : 2019.10.13

TV의 광고들이나 버라이어티쇼, 드라마들을 보고 있으면 요새 사람들은 인생을 즐겁게 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한다 라는 생각에 매우 얽매여 있는 것만 같다. 도시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맛있는 것을 먹어야만 하고, 취미생활을 즐겨야만 하고, 술 마시고 파티를 하고 해외여행이든 국내여행이든지 해야 하고, 자기개발을 해야만 하고, 좋은 집, 차를 사야만하고, 좋은 물건을 사고 어려보이기 위해서 뭔가를 발라야만 하고 연애를 해야 만하고 섹스를 해야만 하고 결혼을 해야만 한다 라고 사람들을 계속 자극하고 부추기고 도발하고 있다. 사람들을 그 수많은 유혹과 도발에 홀린 듯이 끌려 다니면서 그 대로 실천하려고 버둥거리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깨닫고 있다. 그것들이 정말 자신의 삶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 대체 뭘 해야만 우리의 인생이 풍성해지고 행복해지는 걸까?

 
사랑에 빠지기 원하십니까?4
작성일 : 19-10-16 02:09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9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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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

 

 #14

 

 ‘00역 000 이탈리안 식당입니다.

 전에 이탈리아 음식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골라봤습니다.’

 

 연우는 형운이 보낸 메시지를 한참을 쳐다봤다.

 형운은 얼마 전 자신의 상사였던 차 팀장의

 남편이었다. 그녀는 이혼하기 얼마 전에 퇴사를

 했다. 그녀는 유독 연우를 경계하고 티가 나도록

 미워했었는데 그 당시엔 그 이유를 잘 몰랐다.

 이혼하고 나서 그녀가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떠들고 다녔다 라는 말을 얼핏 듯고 혹시나 자신을

 의심했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이 불편한 식사자리에서 어떻게 대응

 할 것 인 가 이다.

 

 약속 시간보다 다소 이른 시간에 도착했는데 형운은

 이미 나와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연우 선생님.”

 

 “일찍 나오셨네요.”

 

 “아..아닙니다.”

 

 형운은 다소 긴장한 것 같아보였다.

 그러긴 연우도 마찬가지였다.

 데이트도 아니고 대체 왜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지 스스로 웃기다고 생각했다.

 

 식사가 나오기 까지 일이나 날씨 등의 겉도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식사가 나오니 또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로 대충 시간을 떼워 나가고 있었다.

 

 연우는 형운이 도통 본론을 꺼낼 생각을 하지 않자

 답답해 졌다.

 

 “저. 전에 부원장님께서 할 말이 있으시 다고요..”

 

 “아! 네! 네! 그렇죠. 제가 그걸 말씀드리려고

  만나 뵙자고 했는데 하하하!”

 

 연우는 형운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긴장했다.

 

 “그게 실은 저희 학원이 00동으로 분원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랑 몇몇 선생님들이

 그쪽으로 가서 일하게 될 것 같아서요.

 제가 그쪽 원장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이사장님께서 제안을 하셔서요.”

 

 “아! 그렇군요.”

 

 학원이 원래 제법 큰 학원이긴 하지만 요새 들어

 더 많은 아이들이 들어온다고 생각은 했다.

 00동이면 멀지 않는 곳에 분원을 내게 되는 것인데

 제법 이 학원도 잘나가는 모양이다.

 

 “선생님 집에 00동 근처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혹시 저랑 같이 그쪽으로 옮기실 생각 없으신가

  해서요.

  아마 본원에서 00동 학생들 중에서 옮길 애들은

  옮기게 할 듯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다. 안 그래도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어쩐지 솔깃하다.

 

 “완전히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학원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도 할 거니까 괜찮은 것

 같은데 한번 생각해 보시겠어요?

 선생님이 영어팀 부장으로 가시는 겁니다.

 물론 급여도 오르고요.“

 

 “아..”

 부장이라니.. 원래 뭔가를 책임지는 리더의 자리에

 서 본적이 없는데다가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그녀는 덜컥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그것은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혹시 너무 부담스러우시면 그냥 강사로 가셔도

  됩니다.“

 형운은 그녀가 직위에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얼른 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그렇게라도

 그는 그녀랑 새로운 분원에서 같이 일하고 싶었다.

 

 “네.. 좀 더 생각해보고 말씀드릴게요.”

 연우는 머릿속에 또다시 복잡해졌다. 요새는 생각

 할 것이 너무 많아졌다. 지루 할 정도로 비슷한 삶의

 패턴이 계속 된다 싶었더니..

 역시 사건을 한꺼번에 일어나기 마련이다.

 불평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게 사는 거니..

 

 형운은 뭔가 분위기를 좀 더 매끄럽게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이런 감정들이 너무 오랜만이니 뭘 어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연우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저.. 여..연우 선생님”

 “네.”

 

 “선생님은 주말에 보통 뭘...”

 

 “어. 연우 누나?”

 형운이 용기를 내서 말을 걸려고 할 때 누군가

 끼어들었다.

 

 “우연이네. 점심에 스파게티가 땡겨서 왔는데~!

 어떻게 우리 회사 근처인거 알고 왔어요?”

 

 찬열이었다.

 연우는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형운은 그런 연우에 반응이 신경 쓰였다.

 

 “누나. 안 그래도 혜경이 한테 연락처 물어보려고

 했는데 잘됐다. 전화 번호 좀 알려줘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하는 그가 불편한 연우.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기만 할

 뿐 이였다.

 

 “아. 아니다. 그냥 누나한테 내 명함 줘야겠다.”

 찬열은 볼펜을 꺼내 명함에 뭔가를 적더니

 연우에게 건내며 손을 살짝 붙잡았다.

 그리고 눈을 잠시 마주치며 싱긋 웃어보였다.

 

 “연락해요. 안녕~”

 

 “아..”

 형운은 두 사람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명함에 뭘 적었던 걸가?

 두 사람은 어떤 사이지?

 

 연우는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받은 명함을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부원장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없어서 서둘러서 가방에

 집어넣고 일어섰다.

 형운은 그런 그녀를 보고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저 질문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 15

 

 ‘토요일 오후 1시 000카페 ’

 

 명함에 적은 찬열의 메시지는 매우 간단했다.

 

 그는 어쩌면 그리도 뻔뻔한 걸까?

 분명 엮여서 좋을 것 없는 인간임에 틀림없다.

 이 메시지도 무시하고 안 나가면 될 일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설레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육체적인 매력이나 끌림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은 영혼을 가진 존재이다.

 육체를 섞으면 영혼도 같이 섞여진다.

 그 영혼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비슷한

 색깔로 변해간다. 그렇게 이런 저런 사람들과

 섞이고 섞여지면 점점 혼탁해져 본래의 색을

 잃어버리게 되고 자신의 존재가 정말 무엇이었는지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기에 사람의 마음도 몸도 부서져가게 되는 것이다.

 

 연우는 자신의 부서진 마음을 겨우 추수 릴 수 있었다.

 정신과 상담에 우울증 약에 기대어 살면서

 또 신앙으로 자신의 영혼이 바로 잡히길 바라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며 자신의 영혼이

 정화되기를 기다렸던가..

 

 그 노력들이 객기어린 어린아이 같은 남자에 의해

 무너질 리가 없다.

 

 #16

 

 찬열은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기분이 나뻤다. 자신이 다른 여자와 있었던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거부해놓고 다른 남자와 앉아서

 식사를 하다니.. 그녀가 더욱 얄밉고 미웠다.

 

 그렇다고 그녀를 쉽게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더욱 그녀를 차지하고 싶고 한번이라도 안고 싶었다.

 

 찬열은 원래 여자들은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들과 잠자리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우는 자꾸만 자신의 신경을 거슬린다.

 그녀는 자신이 무슨 수녀 인냥 뻣뻣하게 굴고 있지만

 분명 처녀일 리가 없다. 다른 남자 품에 안겼으면서

 왜 자신과는 안 된다는 건가.

 혹시 그 부원장이라는 남자랑 잔건가?

 

 그렇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터질 것 같은 분노가

 올라왔다. 달려가서 그 남자를 패버리고 싶었다.

 

 “찬열씨~ 이번 프로젝트 서류 오늘까지 정리해서

 보내주세요~.”

 

 잔뜩 교태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을 거는 여직원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가 그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알지만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자는 것이

 그에겐 철저한 수칙이다.

 

 ‘찬열 오빠. 오늘 시간되세요?‘

 

 혜경으로 부터의 문자다. 혜경은 좀 어린애 같아서 피곤한

 스타일이다. 항상 관심을 달라고 갈구하는 타입이라서

 찬열에게는 성가신 상대다. 둘은 사실 비슷한 성향이다.

 관심을 누구에게 주기보다는 받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라서

 어떻게 보면 경쟁자 입장이 될 때가 있다.

 

 ‘물론이지. 몇 시?’

 하지만 연우를 공략하려면 혜경의 도움이 필요하다.

 

 #17

 

 카페에 앉아 있는 혜경은 다소 심각한 얼굴이였다.

 

 “오빠. 연우 언니한테 정말 관심 있는 맞아요?”

 

 “그런 걸 왜 물어?”

 

 “어 오빠. 00 클럽에서 여자랑 나가는 거 봤어요.”

 

 “ 너도 클럽 갔었냐? 이제 그런데 안다닌다고

  하지 않았나?”

 

 “그..근처에 들린 것 뿐 이예요!”

 

 혜경은 얼굴이 빨개졌다. 혜경은 교회 모임에서

 감명을 받고 이제 술이며 클럽이며 다니지 않겠노라

 펑펑 울고 회개기도하고 다짐을 했었노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다. 금주모임도 그래서 생겨난

 것이었다.

 

 “다른 여자랑 어울릴 거면서 왜 언니한테

 그런 거예요! 언니가 얼마나 불쌍한 사람인데!

 상처주면 안되다고요.”

 

 혜경은 어째선지 연우 대신 속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여자랑 팔짱을 끼고 클럽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을 때 정말 충격을 받았다.

 그가 인기가 많은 타입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 클럽에서 여자를 만나고 다니거나

 할 줄은 몰랐다. 솔직히 너무 실망했던 것이다.

 

 “내가 딱히 그 언니랑 사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 그거야 난 언니랑 가장 친한 사이고..”

 혜경은 얼마 전 연우와 다툰 뒤로 전혀 연락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친한 사이라고

 말하는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다.

 

 “어..어째든 언니한테 함부로 굴지마세요.

 그 언니 정말 좋은 사람이란 말이에요.“

 

 “알고 있어.”

 

 찬열이 이렇게 건조한 사람이었던가?

 혜경은 새삼 찬열에 대해 다른 모습을 보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혜경은 항상 친절하게 웃기만 하던

 찬열의 모습과 오늘처럼 건조하고 차가운 눈빛의

 찬열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새삼 낯선 사람 같다

 라는 생각을 했다.

 

 

 찬열은 혜경이 순간 자신에 대해서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것을 눈치 챘다.

 

 “아. 미안. 내가 좀 피곤해서 말이야.

 클럽에선 그 여자가 취해서 하도 달라붙어서 잠깐

 나온 거고 그 여자랑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택시 태워서 보내 준거야.”

 

 “정말요?”

 

 “당연하지. 지금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는데

 내가 다른 여자랑 뭔 볼일이 있겠어.

 그날 클럽은 누나한테 차여서 속상해서 기분 풀려고

 갔어. 가서 술도 안마셨다고. 술 끊은 거 너도 알잖아.”

 

 혜경은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는 눈빛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누나한테 말 좀 잘해주지 않을래?

 클럽 간 이야기는 빼고.. ”

 

 “오빠 원래 연상 좋아해요?”

 

 혜경의 질문에 찬열은 잠시 생각을 했다.

 

 “그런 것 같아.”

 

 찬열은 여자들의 경쟁심을 잘 알 고 있다.

 지금 여기서 혜경에게 여지를 준다면 연우에게

 다가가기 어려워 질 뿐이다. 순진하고 어설픈

 여자아이 다루는 것도 재밌겠지만 지금 찬열에게

 그럴 여유는 없다.

 

 “누나가 좀처럼 여지를 주지 않아.

  내가 나이가 누나보다 어리다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언니가 예전에 연하 사귀었다가 바람피워서 헤어졌데요.

 그래서 언니 그런 거 정말 싫어해요.“

 

 “그래? 몇 살 연하인데?”

 

 “글쎄 15살 연하였데요! 언니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그게 외국인이었어요.”

 

 혜경은 자신이 그녀랑 현재 어색한 사이라는 것은

 생각지 않고 자신이 들은 그녀의 연애사를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래?”

 

 찬열은 괜히 기분이 나뻤다. 자신보다 어린 남자도

 만나 놓고선 왜 자신에게는 그렇게 경계한단 말인가?

 혜경은 신이 나서 연우에 대해서 떠들어 데기 시작했다.

 그녀는 연우에게 질투했던 사실은 완전히 잊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 것처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럼 그 누나 연하도 오케이라는 거네. 그치?”

 

 “아..”

 혜경은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이 사람이 정말 언니한테 흥미가 있는 걸까?

 

 “그렇지만 지금은 언니 정말 사람 만나는 것 조심하고

 있어요.“

 

 “왜?”

 

 “그냥 언니도 나이가 있으니까..조심하는 거죠.

 이제 연애만 할 나이는 아니까요.“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혜경은 점점 이 대화가 하기 싫었다.

 

 “뭐. 오빠가 결혼 할 생각 있는 것 아니면 언니한테

 접근하지 마세요.”

 

 혜경은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 찬열을 많이

 좋아하거나 한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 관심을 받고

 싶었던 건 사실이었다. 대체 연우의 무엇이 연우에게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일까. 혜경이 그녀를 멋지고

 매력적이라고 항상 이야기 하지만 자신이 그녀에게

 밀리고 싶지는 않았다.

 

 “ 아하. 그런 거였군. 하하하하하! 결혼이라니..하하.”

 

 찬열이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뭐가 웃겨요.”

 

 “무슨 요조숙녀처럼 잔뜩 날이 서서는 긴장하는 모습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결혼.. 결혼이라니..

  아하하하. 한국 사람들은 정말 재밌어.

  결혼이 무슨 대단한 목표처럼 설정해서 매달리니..

  하하하.”

 

 “뭐 오빠는 한국사람 아닌가요?”

 

 “나? 아냐? 난 미국 국적이거든.

  말 안했나? 나 미국으로 입양됐거든.

  나도 외쿡인 이야 외쿡인.”

 

 혜경은 찬열에 대한 새로운 사실에 깜짝 놀랐다.

 

 “모..몰랐어요.”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쓰기 때문에 전혀 알지 못했다.

 종종 통화를 할 때 영어를 쓰는 걸 들었지만

 외국 유학을 다녀 왔겠거니 생각했다.

 

 “뭐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라서..

  여튼 좋은 정보 고마워.”

 

 “언니 전화번호는 못 알려줘요.”

 

 “뭐 괜찮아. 주말에 만날 거야.”

 

 “네?”

 

 “좋은 정보 고맙다. 그럼~”

 

 찬열은 자리에서 일어나나 혜경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나왔다. 혜경은 멍하니 나가는 찬열의 뒷 모습을

 바라 볼 뿐 이였다.

 

 

 “결혼이라니..”

 

 찬열은 혼자서 실소를 터뜨렸다.

 찬열은 종종 자신과 만났던 여자들이 결혼을

 하자고 말하지 않냐 고 미래가 없다고 헤어지자는

 여자들이 떠올랐다. 그는 그녀들에게 항상 나쁜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왜 결혼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어차피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러니 그냥 즐거운 순간을 즐기는 것만이

 최선일 텐데.. 왜 불확실한 결혼에 목매는 걸까?

 결혼이 대체 뭘 해주는 걸까?

 

 사람의 본질은 육체덩어리이다.

 영혼이니 진실한 사랑이니 타령하면서 결혼을

 하는 것도 결국은 후손을 만들고 사회를 구성하려는

 발버둥일 뿐이다. 그런 일들은 다른 이들이 하면 된다.

 찬열은 후손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 할 생각도 없다.

 

 그저 태어난 이상 내가 내 인생을 누리다가

 사라지면 될 일이다. 그런 긴 삶을 위해 파트너

 하나 쯤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결혼이라..’ 연우가 원하는 게 정말 결혼인 걸까?

 

 그녀는 사회가 만든 이미지들 속에 갇혀있는 것이다.

 그녀는 자유로웠던 그 때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생각들이 찬열에게 연우에 대한 의욕을 더

 불태우게 만들었다.

 

 “당분은 밤에 돌아다는 건 자중하는 게 좋겠군.”

 

 찬열은 오랜만에 뚜렷한 목표가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18

 

 연우는 토요일에 다가오자 점점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남자는 무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 자리에 나가지 않으면 된다.

 

 연우는 그러나 명함을 만지작거리고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무시하면 된다고 하면서도

 그 명함을 버리지 못하고 토요일 아침까지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 자리에 나간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나가서 그에게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말해주는 것이 나은 걸까?

 아니면 이대로 무시하는 것이 좋은 걸까?

 그럼 그가 지쳐서 떨어져 나갈까?

 

 연우는 마지막으로 연애하고 헤어진 이후로

 오랫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이기기 위해서 싸우는

 시간을 보내왔다. 연우는 살기위해서 겨우

 버티고 있어 왔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

 

 그저 자신의 마음의 병이 치유되어서 누군가

 정말 곁에 있을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랬지만

 또 이런 인연이 생길지는 몰랐다.

 형운이 떠올랐다. 그도 혹시 연우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

 

 차라리.. 이혼 한지 얼마 안됐다고 하더라도

 형운이 오히려 자신한테 어울리는 상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이도 비슷하고 적어도 찬열 보다는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아니다. 혼자만의 망상일지도 모른다.

 그저 스카우트하려는 부하직원에 대한 친절

 일 수도 있는 것인데 지나치게 상상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12시

 

 이제 벌써 12시다.

 

 “어쩌면 좋지.”

 

 연우는 시간만 쳐다봤다.

 

 찬열이 매력적이고 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어린애들과는 결론이 어떻게

 되는지 이미 겪어 봤다.

 

 젊음..

 

 너무나 부러운 그것..

 

 이제 중년이 되어 버린 여자에게 그가 가진

 젊음은 너무나 빛나 보이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동안 그런 것들에 현혹되어서 얼마나 많은

 실수를 저질렀던가..

 

 이제 44살.

 나에겐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는 시간이다.

 적어도 이 나라에선 그렇다.

 

 정말 행복해지기 위해서 적절한 대상을 찾아..

 만나고 결혼하고 가정을 이뤄야만 한다.

 그것이 연우에게 남은 선택지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은 없다.

 

 마음을 굳힌 연우는 명함을 작은 조각으로

 찢어 버렸다.

 

 #19

 

 찬열은 연우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은 다분히

 있다 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1시가 지나고 2시가 되자 가능성은 사실이

 되었다.

 혼자서 카페에 앉아 있는 것이 이렇게 비참한

 기분인 줄은 오늘 새삼 느끼게 되었다.

 외로운 것을 참지 못하는 찬열에게는 정말

 끔찍한 기분이었다.

 

 “저기요.”

 

 그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저 혼자 오셨나요?”

 

 적어도 20대 초반은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였다.

 귀여운 외모에 가슴이 파인 옷에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옷을 입고 잔뜩 멋을 부린 모습이었다.

 

 “혹시 혼자 오셨으면 같이 커피 한잔 하실래요?”

 

 “꺼져..”

 

 “네?”

 

 “나 지금 기분 더러우니까. 꺼지라고!”

 찬열은 지금 어린 여자의 향수냄새 따위 역겹게

 느껴질 뿐 이였다. 그는 정말 피가 거꾸로 도는

 느낌이 들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 땀이 날 지경

 이였다.

 

 “어우씨, 뭐야! 아저씨 같은 게! 얼굴 좀

  생겼다고 지가 뭐라도 되나?”

 

 여자는 험한 욕설을 중얼거리고 친구들이 있는

 테이블 쪽으로 서둘러 가더니 친구들과 카페를

 나갔다. 직원들도 불편한 시선으로 찬열을

 쳐다봤다.

 

 찬열은 연우가 형운과 같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그러자 가슴속에 분노는 더욱 올라왔다.

 

 “나쁜년.. 지가 뭐라고..”

 

 찬열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전화기를

 들었지만 연우의 전화번호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혜경에게 전화를 했다.

 

 “너 지금 어디야?”

 

 

 #20

 

 연우는 혜경의 전화를 받고 집 근처로 나왔다.

 

 “언니,, 전에 내가 너무 심했어.

 정말 미안해.“

 

 혜경은 연우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나 연우는

 오히려 혜경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하긴 내가 미안하지. 제가 괜한 걱정으로

 쓸데없는 말을 했어. 미안해.“

 

 그렇게 서로 사과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러더니 혜경은 잠깐 밖에 나와서 만나줬으면

 한다면서 꼭 나와 달라고 몇 번을 말했다.

 

 연우는 혜경과 화해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간단하게 챙겨 입고 서둘러 공원으로 나왔다.

 어둑해지는 쌀쌀한 가을 저녁 공원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몇몇 사람이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그곳엔 혜경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혜경을 기다리고 있는데

 혜경에게 문자가 왔다.

 

 ‘언니, 나 이 이번 한번만 더 용서해주라.

 찬열이 오빠가 어떡하든지 언니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자꾸 연락하고 전에 클럽에서

 만난 남자랑 잔 것 다 말하고 다닌 다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었어.

 언니 집 알려달라는 거 내가 모른다고 하고

 그냥 공원에서 만나자고 하자고 했거든!

 언니 정말 미안해. 근데 나 그거 알려지면

 나 정말 아버지한테 죽어.

 정말 부탁할게.. 이번만 용서해주라.‘

 

 “연우 누나.”

 

 찬열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렸다.

 연우는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손이 떨렸다.

 

 “제가 혜경이한테 협박해서 누나 만나게

 해달라고 했어요. 제가 치사한 짓 한 거

 저도 알아요.”

 

 연우는 소리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찬열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꼭 만나서 이야기 할게

 있었어요.”

 

 “너 ..정말..이게 무슨 짓..”

 

 연우가 입을 떼는 순간 찬열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가 정말 실수 했어요.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원래 저질스러운 인간이다 보니

 사람에게 제대로 말을 잘 못하고 실수를

 많이 해요.”

 

 “이게 뭐하는 거야! 일어나!”

 

 “진심으로 사과하는 겁니다. 정말 잘못했어요.

 저 그냥 누나 동생으로 지내는 것 만 으로도

 좋으니까 누나가 어떤 사람이지 알아가고 싶어요.

 그것만은 진심이예요.

 제발 절 모른 척 하지 말아주세요.”

 

 찬열은 연우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 자신이

 연기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과 하면서

 자신을 만나달라고 연우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무릎을 꿇는 것은 충동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도 깨닫지 못하는 낯선 감정이 그의 마음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연우의 놀란 표정을 바라보자니

 갑자기 민망해져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다 시선이 그녀의 떨리는 손으로 떨어졌다.

 어째서 그녀는 이렇게 까지 경직되어 있고

 겁먹고 있는 걸까?

 분명 어릴 때 그녀는 자유롭고 당차고 자신감이

 넘쳤을 텐데..그런 젊은 그녀의 모습을 봤다면

 얼마나 매력이 넘쳤을까.

 

 찬열은 자신을 채우는 이상한 감정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찬열은 그 낯선 감정이 뭔지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가 두 손을 뻗어 떨리는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찬열은 그녀의 두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보았다.

 그 눈물이 찬열이 더 이상 아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고 지나가는 것 따위

 상관없었다.

 

 찬열은 천천히 일어나 눈물을 흘리는 연우를

 바라보며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미안해요.”

 

 찬열이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그 말 한마디

 뿐이였다.

 

 “정말 미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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