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목사님이 기도를 내려주시려고 합니다. 목사님이 직접이요.”
지수인이 나름 진지하게 3년간 몸 다음 마음 다음 정신을 담고 있던, 제법 큰 교회에서 사회적 위치가 있는 목사님이 직접 기도를 내려주는 건 본 적이 없죠. 나는 그때 멍한 얼굴이 된 채로, 열흘이 지나서 부식되고 있는 상태로 발견된 지수인의 나체 주변을 구석구석 점검하는 감식반이 나가기를 기다렸어요. 부식이 시작되는 시체에서는 썩은 고기의 냄새가 나죠. 그렇게 끔찍하게 긴 시간이 흘렀어.
센 목사님은 혼혈이었어요. 때때로 영어를 구사했죠.
“당신의 슬픔을 나는 모르고 싶었다. 집을 나설 때만해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 난 지수인의 영혼의 안식에 집중하겠다.”
나는 음울한 얼굴이 되어, 거의 반쯤 감은 두 눈을 하고서는 물었어요.
“당신의 신은 알고 있는 것 같아?”
센 목사는 낮은 중저음으로 답했죠.
“그녀의 일은 내게도 충격이지만 당신에게는 지옥일 거다. 참 미소가 아름다운 여자이었다.”
나는 그 푸르른 두 눈을 하고서 조소를 입가에 올려놨어요.
“당신과 수인이가 섬기는 신은 목석이다. 그녀의 죽음을 외면하는 신이다.”
센 목사는 경건한 얼굴로 말했죠.
“또한 그녀의 안식이 되어주시는 분이다.”
나는 비스듬히 웃었어.
“죽고 나서의 안식이 무슨 의미가 있지?”
센 목사는 말했어요.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다.”
나는 이제 좀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좋으면 네가 가던지.”
나는, 벙쩌있는 센 목사를 등지고 주저앉고는 머리통을 부여잡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수인이는 나와의 행복을 위해 기도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미래와, 나와 함께 꾸던 꿈에 대해서이었던 것 같아요. 나는 조용히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었습니다. 그리고 슬며시, 자욱하게 가라앉아 있던 감정이 내 안에서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더럽고, 추잡하고, 징그러운 것들이.
나는 기운 고개를 스르르 제자리에 옮기곤 푸르른 눈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넌 어딨냐,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