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떤 마음으로 스테이지 위에 나를 올려놨을까. 네가 만든 조명이 왜 나를 향해 비췄는지 나는 모르는 얼굴이었을 텐데. 그걸 보기 위해서? 그랬나? 불안이 믿음이 되면 난 널 못 봐. 그런 거? 아니, 아니, 아니지. 그 때 어두웠지만 택시 안은 좁잖아. 게다가 넌 내 곁에 있었다고. 바로, 옆에. “꽃이 예쁘네요.”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네게 내 웃음소리를 들려줬지. 고맙다는 답례를 난 그런 식으로 했으니까. “대학 때 교수님이 들려줬던 곡이에요. 지금 바흐의 피아노 곡 말이죠. …. CD 까지 구울 정도면 꽤 좋아하시나 보네요.” 너는 어느 얼굴을 했을까. 이를테면 목을 조를 때. 그건 무슨 얼굴이었을까. “…. 평화로워져요.” 그렇구나. 평화로워지구나.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교수님이신가요?” 그런 거구나. 그랬던 건데. “네. 다들 그렇게 보더라고요.” 나는 악마를 보고 있었던 건데. “(웃음)…. 네.”
신은 부정할 수 없는 조건을 내게 주시고, 그 조건에 말미암아 나를 지옥에 보내려 하시고도 천국까지 오라하시고. 내게 두 가지 길만 있다 하시네. 지옥에 가고도 천국에 가고도 싶지 않은 나는 계속 머물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면 신은, 그 길이 평화로운지를 묻네. 나는 당신의 창조물이긴 하나 당신 밖에 있고 싶다고 하면 나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시고 너를 축복한다 하시네. 허나, 당신 밖에 있으면 나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시고 나는 너와 함께 하니라 하시네. 굳이, 당신 밖에 있으면 나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시고 믿으라 그리하면 보일 것이니, 따르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니 하시네. 나는 천국과 지옥이 아닌 계속 머물고 싶은 곳이 있다하면, 당신은. 당신 밖에 있는 나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시고 마귀가 뒤따를까를 노심초사하시는 게 아닌지. 그도 아니면, 당신 밖에 있는 내가 마귀가 아닐까를. 당신도, 신도, 그리스도 예수도. 당신 밖에 있는 나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시고. 나를 믿지 않네. “아니야. 강태완. 신은 너를 믿지 않는 게 아니야.” 나의 두 다리가 지치고 힘을 잃어갈 때에도. 더 이상 머무를 곳이 없다하더라도. “신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사회에서의 개념을 알고 있으신 거지. 강태완을 믿지 않는 건 아니야. 정말이야.” 나의 두 다리가 꺾여, 더 이상 걷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 미약한 신조가, 당신이 아님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정말이라니까? 아닌 것 같아? 그럼, 내가 널 믿을게. 나 지수인은, 강태완을 믿을게!” 나는 계속 머무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네. 머무르고 싶은 그 곳이 있다고 하네. 내가, 지키고 싶은 곳이, 그 곳이 머무르고 싶은 곳이라고 하네. 지키고 싶었던, “…. 나 지수인은 강태완을 믿을게.” 그 곳이 머무르던 곳이, 계속 머무르고 싶던 그 곳이, 지키고 싶었던, 그 곳이. 계속 머무르고 싶은 그 곳이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