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채널인가보네요. 소리가 좋아요. 지금 피아노곡, 바흐죠?” 빗소리 때문이었다고 생각했지. 밤은 어둡고 공기는 축축해서라고. “예. 제가 구운 CD 에요.” 목소리가, 그 저음이. 다시 생각해보게 될 줄은 너도 몰랐잖아? 그지? 나는 킥킥 대면서 웃어댔어요. 근데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선배…. 그 택시…. 조회하니까 기록에 없어요. 그 새끼가 맞는 것 같아….”
“야, 야, 야! 그걸 왜 쟤한테 말해! 태완이 너는 이 사건에서 빠지라는 말이 있어…. 우리한테 맡기고…. 넌 당분간 프로파일러 팀 합숙소에서 지내라.”
난 소극적이지 못하지, 너처럼.
“계집애한테 하는 말이네, 형.”
“야, 강태완…….”
형 말고, 그 때 왜 일민이의 얼굴이 이상해보였는지 모르겠어요. 넋이 반쯤 나간 얼굴로 나는 나와 가까이에 있는 일민이의 이상한 얼굴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 들었다 내렸죠. 그랬더니 조사 파일링을 읊더라고요. 버릇이란 참 지독한 거죠.
“2017년 7월 22일. 피해자…. 지수인. 살해된 지 열흘 만에 발견. 나체로 목이 졸라 숨진 것으로 보입니다.…. 특이점은 한 번에 조르지 않고, 여러 번 반복해서 졸라 죽였어요. 피해자는 반항조차 못하고 패닉 상태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용의자는 패스트푸드가 아닌 뷔페에서 음식을 그릇에 담는 것 같은 패턴을 보여요. 마치, 순한 양 앞에 범접할 수 없는 사자처럼…. 2017년 2월에 용두동 부녀자 질식 살인사건과 동일한 패턴을 보이는 점, 살해 현장에 클래식 음악이 틀어진 점 등을 보면 연쇄살인사건이 맞습니다.”
나는 텅 빈 눈을 하고서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순한 양 앞에 범접할 수 없는 사자….”
일민이의 이상한 얼굴이 초조해 보이더라고요.
“아, 그게…. 선배님…….”
나는 웃으려고 웃은 게 아니에요.
“범접할 수 없냐? 사자….”
그래요. 웃으려고 웃은 것도 아니고.
“선…. 강 선배…. 강 선배!”
내가 내 목에 권총을 겨누는 일은 너도 몰랐을 거야. 그지? 근데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수인이를 알았던 거지. 너는 어떻게, 나의 천사를 가져간 거야? 너는 어떻게, 어떤 게…. 도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