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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하는 이들에게
작가 : 햇빛이
작품등록일 : 2019.10.15

콜드 리딩이란, 상대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도 상대방의 속마음을 간파해내는 기술을 말합니다. 우리는 아주 작은 관심만으로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작은 몸짓, 작은 행동, 닿아지는 눈빛, 느낌으로 알 수 있는 말투가 많은 정보를 전달해주기도 하죠.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심리에 관한 지식을 수집하고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파고들수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심리는 결국 본능이라는 것을요. 마음을 느끼는 것은 개와 고양이도 합니다. 동물도 느끼죠.
나는 과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새로운 차, 새로운 집, 새로운 사랑을 꿈꾸면서도 정작 소중함을 과거에서 찾죠. 그래서인지 나는 사랑만큼은 기억해야한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방금 마신 커피도 결국은 과거잖아요. 사랑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소망하는 것 보다는 오래도록 사랑하는 사람과 방금 마신 커피를 기억해야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2화. 지료형의 방향성.
작성일 : 19-10-15 20:22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2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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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정신병원 내에는 재주 좋은 무당이 있었죠. 인기도 많았어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있었죠. 여성 병동에 입원 중인 여자라는 거예요. 여성 환자들이야 언제든 가서 점을 볼 수 있지만. 남성 환자들은, 여성 환자들과 프로그램 활동을 함께 할 때에만 그 것도 그 무당 환자가 프로그램 활동을 할 때에만 점을 볼 수 있었죠. 프로그램이란, 각종 치료 활동을 놀이화 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종이 접기, 음악 감상, 영화 시청 등등 프로그램은 남성 병동의 자유 방에서 하죠. 여성 환자들이 이곳으로 넘어오게 돼요. 자유 방은 굉장히 넓어서 40명까지 거뜬하죠.

 신은, 모든 것을 줄 것처럼 기도하라고 하시죠. 나는 너희에게, 너희와 함께 하시니라 하시고, 어둠 속에서 빛을 찾으면 그 건 당신이라고 하시죠. 하지만 무당은 그와 반대로 말해서 흥미로웠어요. 병원 내에서 늘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다녔어요. 그 새빨간 입술을 열고 이렇게 말했대요.

 “신은 우리가 부를 때 나오고, 우리가 믿을 때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존재에 의해 존재하는 건 인간만이 아닌 거죠. 신이 그렇고, 세상이 그렇고, 자연이 그런 거죠. 또 우주가 그럴 수도 있고, 우주 밖에 무언이 그럴 수도 있죠.

 무당은 신을 모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신과 ‘함께.’ 한다는 표현을 썼죠. 무당은 빨간 입술을 오므리고는 신점을 봐줍니다. 두 눈을 감고는 신을 먼저 위로한다고 해요. 그리고 신에게 묻는 거죠. 원하는 답을요.

 나는 미래의 나를 물었습니다. 궁금했거든요. 적어도 내가 어떤 인간으로 살고 있을지 알아야한다고, 그 것쯤은 별 거 아니잖아요? 신에게는.

 무당은 두 눈을 감고, 빨간 입술을 오므렸습니다.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죠.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는 시선을 다른 곳에 두려고 했죠. 그런데 예상외로 무당은 번쩍 두 눈을 뜨는 겁니다. 무얼 보고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그 얼굴을 보고 내가 놀랬는데 말이죠. 무당은 흔들리는 두 눈을 깜빡이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불을 조심해야 해.”

 나는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 멍청한 얼굴로 물었죠.

 “……. 언제요? 왜요? 매일요?”

 무당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하고서 말했어요. 입술도 빨갰고요.

 “물과 불이 함께 하는 구나. 막을 수가 없겠어.”

 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죠. 물과 불이면, 서로가 함께 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막을 수 없다니요?

 무당은 음산한 얼굴로 다시 빨간 입술을 떼어냈습니다.

 “자네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나는 약간 미간 사이를 좁히면서 물었죠.

 “예? 나는 내 미래를 물었어요. 그럼요?”

 무당은 쯧쯧 혀를 찼죠. 그리고는 묻더군요.

 “언제 이 병원에서 퇴원하지?”

 나는 고개를 기울여서 얼마 있다가 답했죠.

 “6개월 만기를 채울 걸요?”

 무당의 빨간 입술에서 긴 숨이 내쉬어나왔죠.

 “먼 미래가 아니야. 내가 본 미래 말이야.”

 그랬습니다. 나는 순간, 아차 싶었어요. 나는 지금 60명의 환자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걸요. 그리고 나는 바로 약간 이상한 듯 물었죠.

 “물과 불은 함께 할 수 없잖아요? 두 존재의 존재가 의미 없어지니까.”

 무당은 비스듬히 웃더군요.

 “궁금하면 미래의 너에게 물어봐. 깨 닳음은 늘 늦지만.”

 나는 헛웃음을 흘렸습니다. 어이가 없더라고요.

 신점을 본 나는 무당과 함께 있던 방에서 빠져나갔습니다.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요. 얼마 뒤, 물을 마시려고 정수기 앞에 섰을 때 나는 조금 머리가 어지럽더라고요. 그 독하다는 우울증 약을 먹고도 괜찮았는데 말이죠.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서 종이컵에 물을 받아서 마셨어요. 그리고서 헛웃음을 혼자 흘렸죠. 아니, 물과 불이 함께한다니. 말이 안 되잖아요.

 

 지료 형은 자신이 낙관론자라고 떠들고 다닙니다. 그의 주변에는 항상 여자들이 있습니다. 그녀들의 연애상담을 해주는 일이 지료 형의 특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형의 취미는 젠장 할 그 훈계하기죠. 정말 대학교수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지료형의 생김새는 정말 바람둥이 같습니다. 쌍커플이 유독 진하죠.

 지료 형은, 기억하고 싶은 추억은 아주 짧다고 합니다. 기억하려하지 않는 추억은 대부분 길죠. 나도 동의했어요.

 한 우울증 여 환자가 지료 형을 찾습니다. 사랑했던 남자를 기억에서 지우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떼를 썼죠. 내 눈 앞에서요. 그런데 지료 형은 없던 짜증도 생기기 쉬운 일에 별 반응을 하지 않더라고요? 나는 가만히 관찰했습니다. 지료 형이 입을 엽니다.

 “잊게 해드리죠.”

 지료 형의 단호한 표정에 겁을 먹었는지. 우울증 여 환자는 주눅이 든 기색을 보였습니다. 지료 형은 가만히 그 기류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엽니다. 이번에도 단호한 얼굴로요.

 “그래도 괜찮아요?”

 우울증 여 환자는 흔들리는 눈으로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두 눈에서는 곧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죠. 지료 형은 조용히 그 여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소리 없이요.

 “그 남자의 존재로 영향을 받는 건 슬픈 일이에요. 꽤 아플 거예요.”

 여 환자는 벽에 기댄 채 작게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지료 형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말해 나갔죠. 형의 얼굴도 슬퍼보였어요.

 “비밀이 되면 얼마나 좋아요. 나만 아는 건 나에게 힘이 되니까. 그렇다고 해도….”

 어느 사이 지료 형의 큰 손이 여 환자의 떠는 어깨 위를 쓰다듬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기억만 해요. 모든 사람이 그래.”

 그리고 여기서 보는 지료 형의 쌍커플이 진한 두 눈에서 물기가 차오른 것처럼 보였죠.

 “…. 조금만 정직하지 않게 살아요. 그 남자도 그래….”

 나의 믿을 수 없다는 시선 끝에는 지료 형의 얼굴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잊을 거야…….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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