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범죄자
아직도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광석은 수갑에 채워져 파출소 입구 여러 명이 앉는 나무의자에 앉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광석 : 난 어차피 좆 됐어. 나 예술범죄자라고!
어차피 아무것도 못해 이제!
순경 : 어! 그거 참! 조용히 좀 하세요.
그리고 아직 아니잖아요! 아직 법안 처리가 덜 돼서 당신 범죄자 아니라고! 당신 다음 주에 잡혀 왔으면 교도소로 직행이야.
이런 건 법한테 고마워야 돼!
아직 나이도 어리고 전과도 없으니까 오늘 술만 깨면 보내줄 테니까
좀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의자에서 졸고 있는 광석.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광석의 부모님.
광석 아버지 : 아이고. 죄송합니다. 못난 애비가 자식을 잘 못 키워서…
순경 : 얼른 데리고 가세요. 보석금은 자택으로 청구 될 테니 여기서 내지 마시고요. 일주만 늦었어도 바로 구속 이였어요. 아직 예술금지법이 시효 된지 얼마 안 되서 서버에서 처리가 잘 안돼서 풀려나는 거지.
다음부턴 진짜 조심하셔야합니다.
얼른 데리고 가세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광석은 수갑을 풀어 달라며 취중대화를 한다.
파출소 앞에 취한 광석을 데리고 나오는 아버지 모습.
광석 아버지 : 이놈아!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지! 왜 사서 고생이야!
취한 광석은 아버지에게 언성을 높이고, 뒤 늦게 파출소로 뛰어 온 슬기가 보이지만 광석의 아버지를 본 슬기는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다.
광석 : 왜! 내가 뭐 잘못이라도 했어?
노래하는 게! 예술 하면 세상이 무너지냐고!
소리 지르는 광석을 향해 언성을 높이는 아버지.
광석 아버지 :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니!
취한 광석은 순간 아버지의 뺨을 때린다.
전화를 받고 멀리서 뛰어온 슬기는 이를 보고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블랙 스튜디오.
철수는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르고 광석과 인터뷰를 시도한다.
철수 : 뭐 하던 데로 하면 돼.
의자에 앉아 있는 광석의 옆 카메라 프레임 밖에 놓여 있는 테이블 위에는 술과 피고 있던 담배가 그대로 보인다.
술에 취해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는 광석을 걱정하는 철수의 얼굴.
광석 : 예술범죄자 되니까 어떠냐고요?
그걸 말로 해야지 알아?
철수 : 되긴 몰 돼! 아직 아니라잖아!
너 좆 될 뻔 했어.
카메라 프레임 밖에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담배도 깊게 한 모금 빨고 말을 이어가는 광석.
광석 : 이건 나중에 편집으로 잘라줘!
단순히 돈이 안돼 보이고, 단기간에 돈을 만들지 못하는 것을 갔다가 불법으로 정해 놓은 거 자체가 앞으로 미래는 생각하지 말고 나라에서 시키는 데로 살다가 톱니바퀴같이 잘 돌아가라는 얘기잖아. 그러다가 다 달아빠지면 다른 톱니로 갈아 끼운다는 취지 아녜요?
그리고 주인은 그 톱니가 클지 작을지 예측을 어려 우니까 아예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그렇게 하겠다는 거 아니에요!
아예 이럴 거면 태어날 때 아예 예술이란 게 있는지 모르게 하던지.
그냥 아닥하고 사회에서 정해 놓은 프레임 안에서 큰 문제없이 살다가 정년퇴직 때 눈치 보다가 퇴사하고 치킨 집을 하던지 그러다가 자식들 눈치 보다가 죽는 삶 그게 정답이냐고?
예술을 보고 느껴야지 새로운 영감도 생기고,
연인과 헤어졌을 때 듣는 소소한 그런 노래들.
아무생각 없이 본 영화인데 인생의 가치관이 바뀌었던 거,
화가의 눈으로 본 추상학적인 그림을 보고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게 아니네? 라고 느꼈을 때,
춤추는 이들을 보고 그 동작 동작에 의미를 보며 그 추상학적인 움직임으로 인생이 비유 되었을 때,
뭐 어찌됐건 어차피 예술범죄자로 낙인찍혀서 가능성을 다 막아버렸는데 앞으로 뭘 꿈꾸겠어.
컷. 컷. 고만찍자! 더 이상 못하겠다.
옆에 있던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며 비틀비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광석.
철수가 불러보지만 나가는 광석을 쳐다 만 본다.
네온사인이 비추는 길거리에서 비틀비틀 거리며 종이봉투에 싼 술병을 들고 걸어가는 광석의 모습. 어머니에게 온 전화를 받는 광석.
광석 : 네. 엄마.
광석 어머니 : 광석아. 며칠 전에 아버지...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암 말기시란다...
광석 : ...
취한 광석은 길거리를 미친 듯 걸어 다닌다.
한강다리 난간 위, 한손에 들린 술을 마시며 위태롭게 앉아있는 광석이 보인다.
한참을 앉아 있던 광석은 술김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하루하루 고달픈 청춘들아, 시간 지나 보니 그냥 셀 수도 없는 단어들로 꽉 찬 사전 속에 난 2음절 단어였다.
뜻을 전달하지 못하고, 그 일부로만 남아 난 만족했네. 예술 따윈...“
노래하는 광석은 다리 밑으로 떨어지려 준비한다.
저쪽에서 신발을 벗고 자살을 준비하려는 듯 한 한 사람이 광석의 노래를 듣고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광석을 부르는 자살 시도자 아저씨.
자살시도자 : 저기! 젊은이!
블랙 스튜디오.
[전직 사업가] 자살시도자.
자살시도자 : 벌써 회사도 여러 번 다니고, 장사도 해보고, 노가다도 해보고 많이 했죠. 그러다가 많이 번적도 있었죠.
근데 은행 빚이라는 게 쉽게 갚아지지도 않고, 결국 파산신청까지 해서 유해기간을 줘도 큰 금액은 못 갚겠더라고요.
근데…
무언지 모르겠는데 그 청년이 다리 위에서 서글피 부르는 노래를 듣고 가슴 속에 무언가 뭉클하게 움직이더니 이게 뭐 말로 표현할 수 가 없네요. 어떠한 희망같이 나도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기는데…
이게 은행에서 차곡차곡 이렇게 저렇게 해서 돈 갚은 사람들의 사례를 들려주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더라고요.
뭐라고 해야 하나…
수학에서 1+1은 2가 나온다고 가르쳐주는 것과는 다른 거 같더라고요.
1+1했는데 100이 나온 느낌같이 가슴으로 온 그 감동과 감정은 말로 표현 못하겠네요.
하여튼 그 청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모르겠지만, 그 한강다리에서 느낌 그 감정이면…
그렇게 힘들어서 자살할 거면 차라리 하고 싶은걸 죽을 정도로 해보고 죽으라고…
[정신학자]
정신학자 : 현대 사회가 가직 있는 병들을 보면, 물리적인 병들의 치료법들은 거의 다 개발이 다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정신치료는 아직도 한참 개발 중이에요.
정신적인 치료 중에, 자가 치료라는 게 있거든요.
가장 많은 정신병 중에 우울증, 조울증, 대인기피증, 패소공포증, 뭐 많지만,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게 가장 큰 치료법 중에 하나죠.
근데, 이 예술이라는 게 자가 치료의 최고의 방법입니다.
환자 자신 또는 사람 자신이 보고 느끼며 사색하고, 고독하고 이런 과정에서 자기개발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자기치료가 된다는 거죠.
지금은 아마 이런 논문들은 정부에서 다 폐기시킨 걸로 알고 있어요.
[광석 여자친구]
슬기 :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빠가 요즘 오빠 같지 않아요.
회사에서 잘린 후 모든 걸 다 잃은 사람같이 살 더라고요.
매일 술 마시고, 기타는 뭐 불법 품이니 구경도 못하고…
진짜 못 버티겠어요.
[부장]
부장 : 당연히 퇴직금은 못 받죠! 심지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혜택도 다 못 받는 건 당연하죠. 범죄자자나!
그리고 이럴 줄 알았으면, 비정규직으로 빡세게 돌려보는 건데…
어른들 말 들어서 나쁠 거 없다는데 구지 금지법이 시행됐는데 왜 하냐고! 그것도 회사에서! 어차피 퇴직금도 내 돈으로 주는 거 아니지만 마음이 그렇긴 해도 법은 법이지!
[광석의 어머니]
광석 어머니 : 아버지랑 대화하는데 광석이가 집을 나가더라고요.
아버지랑 대화가 안 통했는지 모했는지…
그러고 애 아빠한테 물어봤더니 지 혼자 살겠다고 나가 버렸다는 거 에요.
그리고 광석이가 평생 정부 감시 대상자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몰래 눈물을 닦으시는 광석의 어머니.
[전직 예술가]
전직 예술가 : 왜 그럴 때 있잖아요. 막 어질러져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 놓으면 마음이 편하잖아요. 혹은 정리가 안 돼 있는 방이나 상황을 봐도 그렇잖아요. 언젠가는 치울 거야. 이게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성 중에 하나인가 봐요. 정리해야죠.
근데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회사를 다니던 학교를 다니던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느껴지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불안해하죠.
누군들 안 그러겠어요. 근데 이게 누가 무리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거는 진짜 외로움의 연속일 꺼 같아요. 무리 안에 있으면 마음에 안정은 느끼지만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다 가지고 있을 거 에요.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 중에 리더 수컷은 많은 암컷을 누리고 산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수컷들도 리더가 되고 싶지만 그 힘든 상황을 옆에서 봐왔기 때문에 도전하지 않고 꼬리를 내리죠.
만약 딱 1년을 산다고 정해버리면, 우스갯소리로 가지고 있는 돈 다 쓰고 죽는다고들 많이 하더라고요. 근데 잘 생각해보세요. 당장 무얼 할 것인지. 당연히 부모님, 자식, 배우자 등 아낄 테고 같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도 중요할 거예요. 하지만 당장 죽지는 않습니다!
본인한테 가장 중요한 그 일! 그게 반쪽이 나도 도전해 보라는 겁니다. 근데 지금 상황은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법이 제정되어 버렸기 때문에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사람이 만든 그 법! 그리고 본인이 본인한테 만든 그 법! 그걸 해결하는 건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한의사]
한의사 : 양학과 한의학의 차이를 아세요?
양학은 문제를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춰요. 하지만 한의학은 조화에 초점을 맞추죠. 무슨 말이냐 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발전해 온 게 그래요. 양학 아니 서양적 접근 방식으로 무언가 잘못되거나 그러면 그 원인 또는 그 요소를 찾아서 제거를 하죠. 당연히 빠르고 효과 적인 방법입니다.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의학, 동양학은 문제 제거방식보다는 조화를 맞추려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몸에 염증이 생기면, 양학은 그 염증을 제거합니다. 정말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한의학은 그 염증을 제거하지 않고, 염증에서 나는 열을 몸 전체로 분산시키는 처방을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염증이 서서히 몸들의 유기체들과 조화를 맞추며 치료가 됩니다.
그냥 이렇게 다른 방식이고, 적제 적소에 맞게 대처하고 해결해야하는 게 인간의 사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만합니다.
슬기와 처음 만난 그 버스정류장의 밤.
멀리서 보이는 광석과 슬기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지나가는 차량의 빨간 테일 라이트와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행인들의 모습.
슬기 : 그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여기에서 더 이상 추해지지말자.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못하는 광석의 모습 뒤로 떠나는 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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