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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귀안(鬼眼), 천존을 담은 여자
작가 : 적편혈향
작품등록일 : 2019.10.5

무속인이었던 엄마의 피를 이어받아 같은 능력, 아니 더 강한 능력을 갖게 된 박소향.
그런데.. 알고보니 엄마는 무속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꾸 강해지는 능력을 어떻게 컨트롤 하라고?
날 지키러 천계신장이 내려오고, 같이 일하기 위해 저승신장이 올라왔다?
대체 이게 뭐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각성과 저승에서의 선물
작성일 : 19-10-15 15:49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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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가 미처 성진이를 말리기도 전에 이미 성진이의 주먹이 린이의 뺨에 정면으로 꽂혔다.

 

 퍽-

 

 "윽"

 

 린이는 그대로 힘없이 나뒹굴었고, 성진이는 뻗은 팔을 그대로 씩씩거리고만 있다.

 

 "야! 너 왜 그래, 말로 해도 될거잖아!"

 

 내가 성진이를 보며 소리를 쳤는데, 나를 쳐다보는 성진이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내리 깔았다.

 

 좀 뭐랄까.. 많이 살벌했다.

 

 "넌 누구 편드냐 대체?"

 

 초딩같은 질문이지만 차마 그렇다 말하기도 전에 성진이가 내 팔을 거칠게 잡아 끌어내서는 대청마루로 나왔다.

 

 "어..아니.. 편든다기 보다는 말로 하는게 좋지 않았을..읍!"

 

 내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가고 있는데 도중에 성진이의 입술이 내 입술에 포개졌다.

 

 "읍!!읍!!"

 

 버둥거리는 내 팔을 부여잡고 벽쪽으로 밀어놓고는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결국 참다 못한 내가 성진이에게 고자킥을 선사하는걸로 일단락 짓기는 했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더 어색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아..! 박소향... 너 죽을래...?!"

 

 무릎을 꿇은채로 있는걸 보자니 조금 미안한 감이 들기도 했지만, 린이가 있는 방으로 가서 서인이를 불러내 엄마방으로 들어왔다. 근데 엄마가 또 없었다.

 

 "어디 가신거지..?"

 

 내가 조금은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방을 서성거렸고, 그런 나를 서인이가 차분히 앉으라며 어깨를 잡아줬다.

 

 "오시겠지.. 괜찮을거야, 나도 있잖아?"

 

 억지웃음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서인이가 있어 다행인것은 맞지. 웅크려있던 성진이가 걱정이 되기는 해도 뭐 굳이 나갈필요까지 있나 싶어 방안에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부자리도 펴지않은 채로 서인이와 나는 배게만 벤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

 

 

 * * *

 

 

 

 열시가 훌쩍 넘은 시간,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가니 엄마가 마루에 좌정하고 앉아계셨다. 거기서 우리가 무슨 밥타령을 할까? 조용히 네명이서 씻고 엄마 뒤에 같이 좌정하고 앉아있었다.

 

 

 "향이는 이리 오너라"

 

 

 오랜 침묵을 깬 엄마의 한마디였다. 뭐랄까? 평소보다 엄하고 무섭고, 또 무겁달까?

 적응안되는 엄마의 목소리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엄마의 앞에 등을 꼿꼿이 한채 앉았다.

 

 

 "반 각성이 물론 완전 각성보다야 쉽겠지. 하지만 지금 시간이 없으니 억지로라도 깨워야 하겠구나. 많이 고통스럽더라도 참아내야한다. 그럴 수 있지?"

 

 

 아니라고 대답하기도 뭣했다. 이 상황에서, 지금 저승문도 구멍나버린 이 긴급상황에서, 아픈건 못하겠어요- 라고 했다가 정말 뒤지게 맞을 것 같았다.

 

 

 "네, 참아내볼게요"

 

 

 말은 의연하게 했지만 아무도 못보는 내 표정은 정말 아니올시다였다. 그래도 어쩌겠어 라고 속으로 생각도 못해보고 그대로 비명을 질러냈다

 

 

 "악!!"

 

 

 사실 민망했다. 물론 하나 둘 셋~ 이런 친절한 카운트다운 따위야 당연히 없었다 해도, 무언가 불덩이가 확 들어오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돼지 멱따는 소릴 단발마처럼 질러내버렸으니..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엄마의 손이 내 등에 다시 닿는 순간, 천제님과 저승시왕들이 눈 앞에 나타나셨다.

 

 

 "어흠흠"

 

 엄마는 내게 집중하느라 천제님을 못보셨나보다. 천제님이 헛기침을 해 겨우 '나 지금 여기 왔다고!'라는 신호를 보내셨고, 그제야 엄마는 고갤 들고 제자리에서 일어나 천제님을 보고 예를 갖추었다.

 

 

 "언제 오셨습니까. 집중하느라 보지 못했습니다만.."

 

 

 엄마도 많이 예민해져있는 것 같다. 목소리가 신경질적인것을 보니. 것보다 내가 신경쓰인건, 저승 시왕 완전체였다는거지.. 갑자기 왜 열명이나 다 오셨나 모르겠네.. 접때 인사는 다 했으니 또 인사하러 오신건 아닐테고, 염라대왕께서 사과도 하셨으니 단체로 또 사과를 하러 오신것도 아닐텐데 말이지.. 머릿속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역시나 대표급인 염라대왕께서 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와서 손을 내밀었다.

 

 

 "힘들테지. 미안해. 미안한 마음에 선물을 하나 준비했으니.. 각성하길 기다리지"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는 염라대왕의 말을 들으며 손을 잡았다. 또 저번처럼 이상한 괴물같은 걸 불러내놓고 선물이라시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염라대왕의 '선물'은 참 그다지 반갑게 들리지는 않는다.

 

 

 

 "천제님, 그리고 저승시왕님들. 이제 시작할테니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엄마의 말에 정면에 서 있는 천제님과 저승시왕들을 보고 있을 자신이 없이 고개를 숙였다. '소리지르지 말자' 라는 마음과 함께 엄마의 손길이 느껴졌다.

 

 이미 처음부터 고통은 MAX였다. 인두로 지지는 듯한 느낌에 꼿꼿히 앉아있던 내 자세는 간헐적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등에서 부터 시작했던 불로 지핀듯한 느낌은 점차 엉덩이- 다리, 그리고 어깨-팔 순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고개 숙인채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반쯤 기절했다가 겨우 그 불길들의 열기가 조금씩 사라진다 싶어 고개를 들었을때는 이미 두시간이 지나있었다.

 

 

 "하아.. 끝..끝났습니다 천제님"

 

 

 엄마도 힘이 드신건지 식은땀인지 진땀인지 모를것들을 온 몸에 적시고 계셨다. 염라대왕님은 차마 보기 힘들었는지 등을 지고 계셨고, 대신 시왕들 중 진광,초강,송제대왕 세분이서 나란히 내 앞으로 오셔서 고개를 숙이셨다.

 

 "첫번째,두번째,세번째 관문에서 판관을 하고 있는 진광,초강,송제대왕입니다. 먼저 이런 고생까지 시키게 되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일월야때, 대무님이 실수로 저승에 가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해 하시던 진광대왕을 포함해 세분 모두가 형제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아직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내게 한마디를 더 하셨다.

 

 

 "선물이랄것도 없지요. 대행인이 이미 각성을 하였으니 그리 필요가 없을수도 있으나, 유사시나 위험할때는 유용할겁니다."

 

 

 세분이서 합장을 하시니, 집채만한 검은색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혀를 쉭쉭- 내밀어가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허...ㄱ.. 그러자 염라대왕도 내게 다가왔다.

 

 

 "이 뱀은 오로지 너와, 천신장을 모시는 몸에게만 보인다. 물론 마귀들에게도 보이지. 부르지 않아도 항상 너와 함께 다니니 따로 불러낼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 흑사는, 저승에서 천년간 길러온 영물 중의 영물. 이 이상 대행인을 힘들게 할 일은 없을것이다. 만에하나, 더한 일이 생긴다면 시왕들 모두 이 대왕자리를 내놓도록 하지"

 

 

 그게 무슨 황당한 말이나며 물어보려 했지만, 천제님이 발끈하지 않으시는걸로 보아선 이미 대왕들과 천제님들 사이에서는 얘기가 끝난 듯 했다.

 

 

 "어.... 그러니까.. 대왕님들, 감사..합니다.. 하..하.. 아직 말하기가 좀..."

 

 

 엄마도 힘들텐데... 하면서도 몸이 가눌 수 없이 휘청거렸다.

 이제 진짜 나 혼자 시작이구나.. 그렇게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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