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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Netwalker
작가 : HudmentJhinRaker
작품등록일 : 2019.9.6

프로급 마피아 조직원 르미데안느 드 블랑. 사이버 해킹 보안국 특수 요원 고준혁. 세계적인 대기업 제타 그룹의 회장 최문호. 가족을 잃고 사이버 킬러가 된 소년 서지환. 깊은 곳에서 부터 꼬이기 시작한 그들간의 과거가 기어코 실체를 드러낸다.

 
NetWalker - 10
작성일 : 19-10-14 21:36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7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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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란스럽게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결이 달아났다. 몸에 착 달라붙어 있던 온기가 점점 멀어져갔다. 일순 체온이 모조리 쓸려내려가 배출되는 것만 같은 감각에 휩싸여 다급하게 온기의 자락을 붙들었다.

 

 “뭐야, 깨어 있었냐.”

 

 온기가 말했다. 블랑은 깜짝 놀라 대꾸했다.

 

 “아, 어, 방금 일어났어.”

 

 “내딴에는 조심하면서 일어난건데 깨워버렸나보네.”

 

 듀마르트는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블랑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원래 일어날 시간이기는 했어.”

 

 블랑은 듀마르트보다 먼저 이불 속을 기어나왔다. 자신의 속옷차림을 내려다 본 그녀는 어젯밤 그에게 달라붙어 눈물 콧물 다 빼다가 잠들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거지?'

 

 블랑은 바닥에 널부러진 옷가지들을 잽싸게 낚아채 포장하듯 몸에 씌웠다. 그녀가 옷을 다 입을때까지 듀마르트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주고 있었다.

 

 “다 입었어.”

 

 블랑은 수줍게 말했다. 그는 그제서야 블랑을 돌아보더니 ‘오'하고 감탄을 했다.

 

 “거의 맨날 보는 모습이면서 무슨 ‘오' 야."

 

 “뭐랄까 볼 때마다 새로워서.”

 

 둘다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양쪽 모두 밤사이 비밀을 털어놓아 한층 더 가벼워진 미소였다.

 

 한참을 바라보던 듀마르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제 네가 말한대로 프로들이 다 모일 때까지는 여기서 생활하는거지?”

 

 “당연하지. 왜, 이 어여쁜 처자를 하루 더 껴안고 자고 싶으세요?”

 

 블랑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죽부인처럼 껴안고 자기에는 딱 좋은 사이즈더라고. 곰돌이 인형이라도 안고 자는 줄 알았어.”

 

 “치, 뭐야그게"

 

 둘은 서로를 째려보다 폭소를 터뜨렸다.

 

 “그나저나 지금 몇시야?”

 

 “오후 2시.”

 

 “뭐?”

 

 4년만의 늦잠이었다.

 

 ‘완전 글러먹었네, 나. 일 때문에 상처입고, 마음이 약해져서는 동료 품에 안겨서 질질짜다가 늦잠이나 자는 꼴이라니.’

 

 블랑은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어제의 일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좋은 추억이 생겼으니까.

 

 “듀마르트.”

 

 “응?”

 

 “얼른 옷 갈아입어. 오랜만에 쇼핑이나 하자.”

 

 그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곧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천하의 르미데안느 드 블랑이 거사를 앞두고 여유를 부리다니. 4년동안 너무 많이 변한거 아냐?”

 

 “로즈셀러가 오려면 두달은 더 기다려야 한다며. 프로라면 진지하게 임하기 전에 사소한 여유정도는 가질 줄 알아야지. 게다가 그 여자가 두달 땡 치고 미국에서 바로 오는 것도 아니니까 생각보다 시간은 많아. 오히려 걱정해야할 건 너무 늦어지거나 임무 중에 콱 죽어버리는거야.”

 

 “그래, 그럼 네가 말한 계획은 확실하게 이행되는 거지?”

 

 “당연하지, 우리조직의 사냥에 관련해서 농담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보스뿐이야. 듀마르트도 많이 변한 것 같은데? 두번이나 말해줘야 알아듣는다니.”

 

 블랑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됐고, 사 년의 공백이나 채우러 가자."

 

 

 

 

 

 다음날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접속한 몽롱한 상태의 지환은 최문호 회장의 장황한 설명에 넋 놓고 듣고만 있었다. 그는 즐거운 듯 떠들고 있었지만 지환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용어들의 행진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자네는 내 방에 들어오면서 우리 연구소에서 개발한 전자파 증폭 바이러스, EWA.V에 감염되었고, 바이러스를 통해 자네의 감각 기관을 자극해서 내가 의도한 환각 및 환청을 뇌내에 투영시켜 보여준 것이었다네.”

 

 “어...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는 회장님이 만드신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그 바이러스는 전자파를통해서 전염되며, 감염된 사람은 환청 및 환각, 어지럼증에 구토를 미미하게 느낀다. 그리고, 회장님은 감염자의 환청, 환각 어지럼증과 구토까지 모두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다. 이 말씀이신거죠?”

 

 세 번의 반복설명 끝에 어느정도 이해한 지환은 최문호 회장의 말을 되풀이하면서도 머리를 긁적였다.

 

 “드디어 이해했구만. 그래,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렇지. 그리고, 우리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자네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터이고?”

 

 “살인이죠.”

 

 지환은 망설임 없이, 정확하게, 어느때보다 더 진지하게 답했다. 다만 그곳에는 어두운 부분이 서려 있었다.

 

 최문호 회장은 흡족한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누군가는 그의 미소가 광인의 것이라고도 말하겠지만, 지환의 눈에는 옆집 할아버지의 미련섞인 웃음에 지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복수지. 자네는 어머니의 복수, 나는 내 회사의 복수. 앙갚음의 계기로는 우리 둘 다 같은 사람이구나.”

 

 지환은 그의 말에 의아해했다. 기업의 회장이나 되는 사람이 한낱 전화 상담원에 불과한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앙갚음의 계기로 삼는다니 이상했다. 지환은 위치해 있는 높낮이가 차원이 다른 만큼 사건의 거리감이 클거라 생각해왔기 때문이었다.

 

 “회장님도 저희 어머니의 복수를 하시는 건가요?

 

 “그런 셈이지. 자네의 어머니가 그렇게 된 게 사고였다고는 해도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라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우리 회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것들이 신나게 씹어댔으니까. 그러니 그녀에게 업무 스트레스를 준 근본적 요인을 찾아 복수를 겸해서 분수를 알려 주려는 것이네. ‘이 세계는 니들이 멋대로 활개치는 것을 두고 보기만 하는 세계가 아니다’라는 것을 말이지.”

 

 최문호 회장의 말에 지환은 위로라도 받은 것처럼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혼자 분에 못이겨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다가 살인을 정당화하기 힘들겠지만, 두명 분의 원한이 모여 복수라는 명분 하에 특정한 몇명을 변명거리를 가지고 살해하는 것은 다소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이제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을 알려주겠네. 일단은 한 달정도 사이버 세계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정신력과 코드를 안정화 시키는 훈련을 하고, 그 과정이 끝나면 자네는 게임을 하면 되네.”

 

 “게임이라면 온라인 게임을...?”

 

 “그래, 자네가 컴퓨터를 키면 하는 그 게임 말이네. 일단 게임을 구동하면 자네 기억 속에 있는 정보를 토대로 계정에 자동으로 로그인 될거라네. 인게임에 자네의 코드가 투영되면 VR(Virtual Reality) 모드로 전환되면서 자네의 의지와 인게임 캐릭터의 모션이 엮일게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네가 인게임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거지. 1인칭 게임은 그렇게 연결이 되지만, 3인칭 게임은 화면 지원이 안되니까 아마 보이는 것은 일반 모니터로 보이는 것과 같고, 자네의 생각에 따라 캐릭터가 움직이는 정도에서 그칠거라네.”

 

 지환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골똘히 그의 설명을 되새겼다.

 

 “그럼 저는 게임만 하면 되는 건가요?”

 

 “아니, 자네는 한달동안 하게될 훈련을 통해 EWA.V를 다루는 법도 배울거라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자네가 자의적으로 행동해야하지. 내가 해주는 건 목표물의 구린내 나는 행적을 캡쳐해 다운해주는 것과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것 밖에 없네.”

 

 지환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니다, 아니야. 그냥 게임을 줄기다가 자네를 비꼬든 모욕하든 밉살스러운 짓을 하는 녀석이 있으면 녀석의 컴퓨터로 자네가 들어가면 되네. 그리고, 목표의 목을 조르던 베어버리던 마음대로해. 그렇게 하면 녀석이 알아서 죽을테니.”

 

 “그 말씀은 이 세계에서도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는 소리군요.”

 

 최문호 회장은 덤덤하게 답하는 지환을 보고는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솔직히 누군가에게 살인의 전반적인 부분을 떠넘겨받고도 동요하는 기색이 전혀없으면 지환 자신도 최문호 회장의 입장에서는 무서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동요하지 않았다.

 

 “직접적으로는 아니네. 단지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자네가 환각의 매개체로써 앞에 나타나는 것 뿐이니까. 자네는 여전히 사이버세계에 있고, 오히려 상대쪽에서 이 세계로 끌어들여지는 것이네. 그상태로 이 세계에서 죽임을 당한다면 현실의 육신도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게 되는게지.”

 

 지환은 또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어렵네요.”

 

 “그냥 전자파를 통해 목표를 바이러스로 물귀신처럼 끌어들인 다음 모니터를 뛰어넘어서 처형하면 될 뿐이네. 죄악감이나 그런 문제는 자네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니 훈련하는 동안 찬찬히 다스리게나.”

 

 최문호 회장은 바닥에 있는 잔디를 한줌 뽑아 허공에 흩뿌렸다. 가볍게 살랑이며 떨어진 잔디들은 흙바닥에 닿으면서 작은 픽셀조각들로 분해되었고 이내 소멸되었다.

 

 “죄악감… 그렇죠… 그게 문제네요.”

 

 지환은 손을 터는 최문호 회장을 똑바로 보지 않고 말했다.

 

 “나와 함께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이곳을 바로 잡는 일을 하는 것이 망설여지나?”

 

 “바로잡는 것은 좋지만, 역시나 살인이라는 부분이 괜찮다가도 이따금씩 마음에 걸리네요.”

 

 최문호 회장은 낮게 웃었다.

 

 “인간이라면 그런 법이네. 망설임 없이 사람을 죽이고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어딘가 무너져내린 인간의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나 다름없지. 그렇게 사는 인간들은 행복하기 어려워. 감정의 한 부분이 깨어져있는 불안한 상태로 감히 행복을 음미할 줄이나 알겠나?”

 

 그는 굳은 마음이 느껴지는 강한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마치 이곳 어딘가에 숨어있는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들려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지만, 나와 이 일을 하게 된 이상 자네는 껍데기 인간이 되어야 하네. 뭐, 나도 그렇고 자네도 그렇고 먼 옛날부터 이미 그렇게 되어 있는 것 같지만.”

 

 “네?”

 

 지환은 얼빠진 소리로 답했다. 순간 무슨소리인가 싶어 당황스러웠지만, 곧 그의 속 뜻을 이해했다. 이 세계에 들어오면서 빈 껍데기가 되었다는 의미로 들렸지만, 잘 떠올려보면 이미 둘다 행복을 잊고 산지 한참이 지났다는 의미였다.

 

 “아… 그럴지도 모르죠. 저는 아버지부터 시작해 어머니의 죽음을 끝으로 삶을 잃었다고 해야할 수준으로 처참하게 부숴져 있었으니까요.”

 

 최문호 회장은 깊이 고개를 끄덕었다.

 

 “잘 생각해보니 나도 서장희 군이 죽었을 때 이미 내 안에 있던 수없이 많은 구멍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기어코 벌어지더니 바스라져 버렸었군.”

 

 “전에 해주신 말씀이 사실이었군요.”

 

 “자네 아버지와 가까이 지냈다는 이야기 말인가? 그럼 거짓인줄 알았나? 내 나이대가 되면 사람이 교활하고 영악해지는 것은 어쩔도리가 없다만 일단은 나도 저명한 사업가라네. 그런 인물이 인간관계를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회사는 순식간에 무너지게 되어있지.”

 

 지환은 손사래를 쳤다.

 

 “특별히 의심한 것은 아니에요. 단지 제 아버지가 세계를 휘어잡는 한 대기업의 회장님과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을 뿐이에요. 더군다나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어버리면 말이죠…”

 

 “그건 그렇구먼. 몰아붙인 것 같아 미안하네.”

 

 지환은 미안해 할 것 까지는 없다며 재차 손사래를 쳤다.

 

 최문호 회장은 짧은 침묵을 유지하더니 말을 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도록 하지. 어디까지 말했더라?”

 

 “죄악감 이야기까지 하셨어요.”

 

 “그래, 죄악감은 자네가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그렇게 알고, 보수는 확실하게 쥐여주겠네. 서장희가 자네에게 남긴 막대한 자산을 나누어서 주는 것이다만 괜찮겠지? 갑자기 자네의 통장에 천문학적인 수의 금액을 냅다 꽂아줄 수는 없는법이니 말이네.”

 

 지환은 웃어보였다.

 

 “그럼 그리 알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말해줬듯이 훈련 중에 찬찬히 알려주겠네.”

 

 “이제 훈련의 첫단계에 들어서는 건가요?”

 

 특별한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것이 살인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았다.

 

 최문호 회장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 최문호 회장은 손을 싹싹 비비고는 말했다. “사이버 세계에서의 자네의 캐릭터를 보여주지.”

 

 지환이 최문호 회장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후드를 눌러 쓴 얼굴없는 반투명의 잔상이 되어 있었다.

 

 지환이 화들짝 놀라 몸을 살피자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전신거울이 생겨났다. 최문호 회장이 만든 것임을 알아차린 지환은 자연스럽게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지환이 입고 있던 회색 후드티는 짙은 남색 후드티와 후줄근한 청바지로 복장이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촌스러울 정도로 단조로운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얼굴은 후드를 깊게 눌러써 안보였지만, 화창한 봄의 햇살이 내리쬐는 이곳에서 얇은 후드의 밑이 어둠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부자연스러웠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들여다보니 이목구비는 찾아볼 수도 없었고, 그저 칠흑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맨살이 드러나 있는 손을 내려다 보았다. 놀랍게도 손은 푸른빛을 내는 반투명의 잔상이 되어 그 위에는 픽셀 단위에 맞추어 허연 줄이 좍좍 그어져 있었다. 그러나 감각에는 일체 변함이 없었다.

 

 “어떤가? 제법 마음에는 들고?”

 

 “아주 마음에 들어요. 익명의 응징자라는 명칭에 걸맞는 외형 같네요. 그리고, 외형에서 드러나는 특별한 점이라고는 이 손 밖에 없어서 모델 제작자의 치밀함이 묻어나오는걸요.”

 

 목소리도 사악함이 묻어나오는 걸걸한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특유의 노이즈와 에코가 섞여 더이상 그의 목소리는 인간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거 칭찬이겠지?”

 

 최문호 회장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은 늘 호탕함이 물씬 풍겨져 나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게하는 음색이었다.

 

 “그 모델의 이름은 ‘NetWalker'다. ‘네트워크를 걷는 자'의 축약이지. 달리 원하는 이름이라도 있나? 곧 사이버 상에서 공포의 재상과도 같은 이름이 될 것이니 신중하게 고르는 것도 좋지.”

 

 지환은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그거면 충분히 멋진 이름 같아요. 특징과도 척척 맞고, 네트워크를 걷는자… 앞으로 저는 네트워크를 통해 수많은 희생자를 낼 장본인이잖아요?”

 

 최문호 회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그럴 때마다 지환은 그의 속을 알 수 없어 속이 타는 것만 같았지만, 그다지 기분 나쁜 웃음은 아니였다.

 

 “그래, 자네가 사용하게 될 모든 계정의 닉네임을 NetWalker로 설정해두겠네. 이견은 없지?”

 

 지환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포스러운 망자의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모습에 크게 상반되는 몸짓이었다.

 

 “자네, 몸 움직이는 방식도 조금 손봐야겠군.”

 

 “제 몸짓이 왜요?”

 

 “애 같은 느낌이 있네..”

 

 “그랬나요…”

 

 “훈련하면서 차차 교정하기로 하지.”

 

 최문호 회장은 잠시 숨을 들이켰다. 가슴 언저리가 과장되게 부푸는 것이 눈에 선하게 드러났다.

 

 “자네는 훈련을 마치면 진정한 사이버 킬러로써 유저들 사이에서 공포의 재상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네. 그때 그 투명한 손에는 수많은 희생자들의 혼이 담겨져 있겠지. 자네는 그것들을 짊어지고 갈 충만한 의지를 그 가슴 안에 입혀두었나?”

 

 지환도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비장하게 대답했다.

 

 “네”

 

 “아주 좋아.”

 

 “그래서 이제 그 훈련이라는 건 어떻게 진행되는거죠?”

 

 “그건 말이네…” 최문호 회장은 기다렸다는듯이 말했다. 그 안에는 사악함이 농후하게 깃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초음속으로 운행하는 롤러코스터를 본 적이 있나?”

 

 생명이 넘실거리는 초원이 순식간에 휴지처럼 구겨졌다. 이제 그 공간은 백지처럼 새하얀 곳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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