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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Netwalker
작가 : HudmentJhinRaker
작품등록일 : 2019.9.6

프로급 마피아 조직원 르미데안느 드 블랑. 사이버 해킹 보안국 특수 요원 고준혁. 세계적인 대기업 제타 그룹의 회장 최문호. 가족을 잃고 사이버 킬러가 된 소년 서지환. 깊은 곳에서 부터 꼬이기 시작한 그들간의 과거가 기어코 실체를 드러낸다.

 
NetWalker - 7
작성일 : 19-10-14 21:31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7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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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해라, 여기 이 어여쁜 누님은 르미데안느 드 블랑, 별명은 헤드커터 님이시다. 너보다 팔 년은 선배이니 깍듯이 대하도록.”

 

 보스가 우락부락한 팔뚝으로 블랑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팔로 어린 소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르미데안느, 이 녀석은 헤리슨 키, 우리측 기술자다. 별명은… 뭐였지?”

 

 “'열쇠담당' 입니다.”

 

 생긴 것 처럼 아직 변성기도 오지않은 여린 소년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한참을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던 것인지 방금 일어난 사람의 것처럼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그덕에 세상 다 살아본 취업 준비생 같은 목소리가 나기는 했으나 그래도 여전히 여리기는 여린 목소리였다.

 

 헤리슨의 기운없는 목소리에 블랑은 그를 괴롭혀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녀의 미소를 놓치지 않은 보스가 충고했다.

 

 “어이, 르미데안느, 이 녀석이 괴롭히고 싶은 인상인 건 알겠다만 너무 과하게 괴롭히진 말아라. 프로라고는해도 아직 우리 조직에 익숙한 녀석도 아닌데다 보다시피 어린애라서 말이야. 괜히 네 장난을 못견디고 우리 조직에 하나 뿐인 프로 기술자가 달아나 버리면 많이 곤란해진다고?”

 

 프로가 되는 조건을 알고 있는 세 사람은 보스의 농담에 피식 웃어보였다. 그러나 헤리슨은 어린애라는 말이 나온 순간부터 계속 꽁한 얼굴로 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프로가 되는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임무 중이 아닌이상 주 2회 씩은 이 곳을 방문 할 것.’, ‘절대 조직을 배반하지 말 것.’, '만일 달아날 것이라면 보스에게 진심으로 한 대 얻어맞고 갈 것.’, 그리고 마지막 조건은 ‘세번째 조건을 듣고 웃어보이는 자만이 프로가 될 수 있다.’였다.

 

 보스는 프로들 간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 농담을 농담으로 알아들을 줄 아는 녀석들만 방에 들이는 것을 제법 중요시 여겼다. 그덕에 프로들간의 분위기는 일반적인 친구를 넘어서 가족간의 관계에 가까웠다. 하지만 역효과로 대부분의 프로들이 블랑처럼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세번째 조건이 중요한 이유는 진지하게 조건을 말하는 보스의 앞에서 자신감 있게 그럴 일 없다는듯 웃어보이는 것으로 그 어떤 서약보다도 깊은 신뢰관계가 순식간에 형성되기 때문이었다.

 

 블랑은 문득 이 앞의 기운없는 소년이 네번째 조건을 통과했다는 것에 의심이 갔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본 보스는 그녀의 생각을 알았는지 찡긋 웃어보이며 입모양으로 ‘통과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블랑은 세상 피곤해 보이는 이 창백한 소년의 웃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아, 보스, 그건그렇고 다른 한 명은?”

 

 블랑이 눈을 반짝이며 다른 한 명을 찾았다. 보스는 이런 반응을 예상하였는지 웃으며 말했다.

 

 “다른 한 명은 키보다 반년은 일찍 프로가 되었어. 지금은 임무에 나가 있어서 아마 두 달은 지나야 볼 수 있을거다.”

 

 블랑은 입을 삐죽 내밀며 아쉬워했지만, 보스는 그녀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이었다.

 

 “그래도 녀석 소개는 해두지. 이름은 ‘올리아 스미스'다. 너와 같은 여성 조직원이야. 별명은 ‘로즈셀러'에... 미국인이다.”

 

 “흠~ 내 별명은 머리 썩둑이면서 그여자 별명은 제법 곱상하네?”

 

 블랑은 삐죽 내민 입을 부담스러울 만큼 더 내밀었다. 보스는 수염에 감춰진 턱을 긁적였다. 잠자코 있던 듀마르트가 그녀를 위로했다.

 

 “그래도 나는 장미 팔이보다는 머리 썩둑이가 더 프로다운 별명 같은데?”

 

 “역시 내겐 너 밖에 없어, 듀마르트. 말주변은 여전히 조금 떨어지지만.”

 

 둘은 서로의 눈을 보며 싱긋 웃어보였다.

 

 “너네들 진짜 안 사귀고 있는 것 맞냐? 주변인들을 위해서라도 그냥 사귀어버리면 안돼? 보는 사람이 더 답답하다.”

 

 보스는 내심 부러운듯 괜히 소리치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제가 아무리 들이대도 듀마르트는 은퇴할 때까지 절대 못 사귄다면서 자꾸 튕기기만 해요. 설마 몰라요. 자기도 날 좋아한다고 해놓고서 본심은 다를지도 “

 

 “절대 아니야!”

 

 듀마르트가 급하게 소리쳤다. 블랑은 그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스는 평소 과묵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그가 그녀와 있을땐 이렇게까지 큰소리도 낸다는 것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농담이야, 듀마르트. 너무 열내지마.”

 

 “열낸 거 아니야… 그냥…”

 

 “그냥?”

 

 듀마르트는 수줍게 말끝을 흐렸다. 블랑은 그의 뒷말을 기다렸다. 그는 뒷말을 흐리는 경우는 자주 있어도 한 번 꺼낸 말을 끝내 마무리 짓지 않는 경우는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다.

 

 “사 년 동안 못봤는데, 그 사이 많이 소홀해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어서 좀 무서웠어.”

 

 ‘어떡해, 귀여워.’

 

 블랑은 그의 쏙 들어간 볼을 잡아당기고픈 충동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래? 그럼 나 말고 다른 여자랑 공동 임무 간 거 고개숙이고 사과해.”

 

 “…죄송합니다.”

 

 잠시 망설이던 듀마르트는 지체없이 사과했다. 그 모습을 보던 보스는 사실을 알고 코웃음 쳤다. 블랑도 히죽거리며 얄상궂게 말했다.

 

 “큭, 그것도 농담이야, 듀마르트.”

 

 “...네 말은 농담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워.”

 

 창피함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듀마르트가 나지막하게 번복했다.

 

 “아닌데 듀마르트? 내 농담 구분하기 쉬워.”

 

 “르미데안느.”

 

 갑자기 끼어든 보스의 낮은 목소리에 블랑은 순간 얼어붙었다.

 

 “네?”

 

 “네 농담은 생각보다 구분하기 힘들어.”

 

 이 말을 남긴 보스는 순간 얼굴을 구기며 웃어댔다. 안심한 블랑과 듀마르트는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블랑이 말했다.

 

 “보스는 앞으로 농담이랍시고 목소리 깔기 금지.”

 

 “나한테서 이걸 빼면 무슨 농담을 하라고?”

 

 “보스의 카리스마를 이용한 농담은 지나가던 참새도 깜짝놀라 추락할 만큼 무섭습니다.”

 

 듀마르트가 진지하게 거들었다.

 

 “뭐야, 듀마르트. 너 제법 말주변 좋아졌네?”

 

 “진짜?”

 

 듀마르트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돌면서 세명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헤리슨은 아무도 모르게 구석의 컴퓨터 앞에 심각한 얼굴로 앉았다.

 

 한바탕 웃음보따리를 터뜨린 세명이 진정될 무렵, 보스가 낮지도 높지도 않은 톤으로 던지듯 말했다.

 

 “그래, 르미데안느, 이제 넌 어쩌고 싶어? 다음 임무를 받을 건가? 아니면 실패한 임무의 끝마무리를 할텐가.”

 

 “...끝마무리를 하겠습니다.”

 

 블랑이 지체없이 비장하게 답하자 가볍게 이야기한 보스는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옆에 앉아 있던 듀마르트도 놀랐다.

 

 “잠깐만! 블랑, 너 진심이야? 그 양지의 거물을 상대로 총공격을 하겠다고?”

 

 “새삼스레 왜그래 듀마르트, 난 여태까지 한 번도 임무에 실패한 적이 없어. 그 말은 최문호 정도의 거물들을 수도 없이 암살해왔다는 거랑 같은 이야기잖아. 그냥 하려던 일 마저 한다는 말이랑 다를게 없잖아?’

 

 블랑이 차분하게 설명하자 듀마르트는 머리를 긁적였다.

 

 “듣고보니… 그러네…”

 

 그는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나도 거들어 줄게.”

 

 “정말? 역시 너뿐이야.”

 

 “나도"

 

 “사랑해.”

 

 블랑이 듀마르트에게 안겼다. 듀마르트 또한 블랑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나직하게 말했다.

 

 “응, 나도.”

 

 “그러니까, 너네 제발 사귀어주지 않으련?”

 

 둘의 모습에 질린 보스가 끼어들어 간절하게 애원했다. 하지만, 듀마르트는 여느때처럼 ‘결혼은 은퇴 후’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지환은 최문호 회장에게서 기기를 건네받고 회사를 나올 때부터 집에 도착할 때까지 주머니 속에서 그것을 손에 꼭 쥔 채로였다. 집에 도착한 그는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 도중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지환의 퉁퉁부은 눈에 대해 물으려다 어째서인지 마음을 접는 눈치였다. 지환은 자신이 부탁한 ‘사생활에 일절 관여하지 말아줄 것'이 유효하게 작용하였음을 깨닫고 속으로 다행으로 여겼다.

 

 지환은 그녀에게 걱정을 심어준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불편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일이 더 바빴다. 얼른 방으로 사라지듯 들어가 문을 걸어 잠궜다. 퉁퉁 부은 눈을 한 번 마주치고는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왔는데 방문까지 걸어 잠그면 엄마에게 더 큰 걱정을 심어줄까봐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끔 조심스레 잠금버튼을 눌렀지만, 둥근 버튼의 용수철은 무심하게도 띵 하고 큰 소리를 내었다.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은 지환은 컴퓨터에 이어폰과 이어지는 USB단자를 지체없이 꽂았다. 그리고, 컴퓨터를 가동시킨 다음 한 쪽귀에 그것을 꼈다. 처음에는 아무 반응도 없어 이상하다 싶었지만, 모니터에 나온 화면에는 놀랍게도 잠금화면이 아닌 푸른 배경의 접속 확인 버튼이 떠올랐다.

 

 평소 같았으면 해킹당한건가 싶어 당황했겠지만, 이런 화면이 뜰 것이라는 말을 최문호 회장에게 들어둔 덕에 놀라진 않았다.

 

 지환은 빠르게 접속 확인 버튼을 누르고 눈을 감았다. 그 이유는 컴퓨터에 의해 자신이 코드화 되는 도중 눈을 뜨고 있으면 시야가 일그러지면서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는 최문호 회장의 경고 탓이었다.

 

 낮에 경험한 그 정도의 어지러움이라니 지환은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그때였다. 귀에 착용하고 있는 기기가 점점 뜨거워져갔다. 처음에는 견딜만 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온도는 주전자가 끓는 듯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불처럼 뜨거워졌다.

 

 깜짝놀란 지환은 서둘러 기기를 귀에서 떼어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순간 부작용이거나 속았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였다. 미치도록 뜨겁던 기기가 순식간에 식어버리더니 기기를 끼고 있는 왼쪽 귀부터 시작해 냉탕에 옆으로 누워 들어가는 것 처럼 시원함이 퍼져나갔다. 그리고는 잠깐 정신이 아찔해지더니 강도가 약한 무언가가 몸에 날아와 부딪히는 감각과 함께 바람이 온몸을 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처음 느껴보는 특이한 감각에 눈을 떠버렸다.

 

 지환은 안정적인 자세로 푸른 관을 통해 어딘가로 날려지고 있었다. 관 속은 전후만 끝없이 이어져 있고 그외에는 빈틈없이 막혀져 있는 폐쇄적인 구조였으나 그 너비가 지나치게 넓어 답답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를 지나치는 푸른 픽셀들 중에 충돌하는 것들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남과 동시에 소멸되었다. 날려지는 속도로 보면 당장에라도 몸을 관통하는 것이 정상적이겠지만, 생채기는 커녕 일절의 아픔도 없었다.

 

 그래픽화 되어진 펄럭이는 후드와 머리카락이 세세하게 보였다. 그러나 그래픽이라고 말하기에는 현실과 다를바 없을 수준의 질감이었다. 어찌되었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몸이 가벼웠고, 그럼에도 안정적인 자세로 푸른 관 속을 통해 어딘가를 향해 이동되는 몸, 또 거기에 부딪히는 푸른빛 픽셀들과 그래픽화 되어 보이는 자신, 이 모든 비현실적인 경험들은 낮에 겪었던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었다.

 

 최문호 회장의 충고따위 싸그리 잊어버린 지환이 이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그때였다. 마침내 푸른 관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그 끝을 넘어왔다. 관 밖으로 빠져나온 지환은 상당히 높은 곳에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면에 가볍게 착지할 수 있었다. 그러자 발 주변의 먼지가 일었다. 아무 형체도, 결말도 없이 사라지는 모습에서 형식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으로 보아 지환은 ‘그래픽의 한계는 여기구나’하고 생각했다.

 

 지환이 떨어진 곳은 푸른 잔디가 사방으로 끝도없이 펼쳐져 있는 초원이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지만, 물그림처럼 흩어져 있는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민 태양을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이거 하나로 그래픽이라는 사실이 확 와닿네.’

 

 최문호 회장의 말대로라면 이 곳은 그의 개인 시큐리티 룸일 것이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그의 뇌 속이다.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이 그의 생각대로 흘러간다. 실험 해 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마 이곳에 들어와 있는 지환의 코드도 마구 헤집어 놓을 수 있다고 했다.

 

 지환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방의 주인이 마음만 먹으면 0.1초도 안되서 자아가 소멸당할 수도 있는 곳이니 말이다.

 

 “성공적으로 접속했나, 서지환군?”

 

 돌연 정면에서 건장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곳은 최문호 회장의 시큐리티 룸일 터인데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지환은 적잖이 당황했다. 남자도 지환의 대답을 기대하고 말한 것은 아니였는지 그대로 말을 이었다.

 

 “나는 자네 앞에 있다네, 처음부터 여기 있었는데 전혀 이쪽을 보질 않더군. 그래서 희대의 역작, ‘리얼리티 드롭 머신’을 사용해본 소감은 어떤가, 제법 신선하지 않나?”

 

 그는 차분하게 잘 이야기해나가다 소풍 전에 한껏 들뜬 어린아이처럼 대뜸 기기의 성능에 대해서 물었다. 앞을 돌아 본 지환의 발치에는 가벼운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젊은 사내가 두다리를 쭉 뻗고 앉아 지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의 육십 대 노인스러운 말투를 통해 그가 젊은 모습을 한 최문호 회장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송되는 도중에 눈을 뜨지 말라고 하셨는데, 뭐랄까 그게 어렵더라고요. 묘한 감각에 휩싸인 채로 눈만 감고 있는다는게.”

 

 “그렇지? 나도 그 감각에 무심코 눈을 떴다가 멀미를 경험했네. 자네는 나 처럼 눈 크게 뜨고 전송되어 왔는데도 멀쩡하니 멀미가 심한 편은 아닌가 보군. 나와 일하기 전에 먼저 멀미때문에 할 수고를 덜었어.”

 

 최문호 회장은 만족스러운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왜 전송 도중 눈을 뜨면 멀미를 느끼는 건가요? 저는 안 그랬지만.”

 

 “음… 전송 도중 눈을 뜨면 시각 정보를 통해 내부 파일이나 코드가 수정 되는데 그 용량이 엄청나다네. 그 과정에서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되면 내부 파일을 업데이트하는데 혼선이 생겨나지. 그렇게 되면 결국 감각파일의 대규모 수정 및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전송 속도가 늦춰지면서 멀미를 느끼게 되지. 전송은 중간에 멈출 수도 없어서 끔찍한 고통을 맛보게 되네.”

 

 최문호 회장의 장황한 설명에 지환은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으면서 넋놓고 고개만 끄덕였다. 최문호 회장은 그런 지환의 반응을 눈치챈듯 설명을 덧붙였다.

 

 “비유하자면, 지환군, 자네가 여객기를 타고 있는데 멀미기운이 조금씩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여객기를 운행하던 기장이 안내 방송으로 기류가 불안정하여 기체가 조금 흔들릴 것이라고 알려온다면 자네는 ’여기서 더 흔들린다고?’ 하면서 혼란을 겪겠지?”

 

 잠시 지환의 눈치를 살피던 최문호 회장은 그가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자 말을 이었다.

 

 “제발 기체가 흔들리지 말아달라고 빌고 있는데, 이내 결국은 기체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하고 중간에 내릴 수도 없는 여객기에 갇혀서는 격한 멀미를 견뎌야하는 꼴이된다는 말이라네.”

 

 지환은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대강 이해하고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문호 회장은 그의 모습에서 죽은 서장희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뿌듯하면서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대답이 되었나? 서장… 서지환군.”

 

 “네, 감사합니다. 저 그런데…”

 

 “응? 괜찮으니 말해보게나.”

 

 지환이 무언가를 부탁하려는 눈치로 뜸을 들이자 최문호 회장은 재촉하였다. 지환은 그의 말에 힘입어 말했다.

 

 “저희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초에 돌아가셨지만,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왜 돌아가셨는지, 무슨 일을 하셨는지 그런것은 일절 모르고 어머니께서도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 모르는 눈치셨습니다. 결국 제가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이 회사에 다니시면서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것과 연구팀의 팀장이라는 것 뿐입니다. 게다가 이 팀장이라는 직위에 계셨다는 사실도 그 사고가 났을 때서야 기사를 통해 안 것입니다.”

 

 숨도 쉬지않고 말을 끝마친 지환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최문호 회장은 묵묵히 지환의 말을 듣고는 말했다.

 

 “자기 입으로 괜찮다고 해놓고 이런소리 하기는 미안하지만, 그 건에 대해서는 나도 해줄 말이 없구나. 하지만, 한 가지 요점만 말해주마. 자네의 아버지, 서장희는 오늘부로 늘 네 곁에 있다. 그리고, 조만간 그가 회사를 위해 무슨 희생을 치뤄왔는지, 왜 그는 죽어야만 했는지, 모두 다 알게 될 게다.”

 

 지환은 이미 예상한 대답이었는 듯 더이상 물고늘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왜 죽어야만 했는지'라고 한 구절에선 살짝 화가 났다.

 그의 반응을 살피던 최문호 회장이 말했다.

 

 “자, 한달간 적응 훈련을 하게 될테니 일단 오늘은 나도 그렇고 자네 또한 피곤해 보이니 일찍 침대에 들게나. 내일은 오전 열 한시에 접속하게나. 그때 앞으로의 일정을 정하도록하겠네."

 

 “네.”

 

 지환은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좋은밤 되거라.”

 

 젊은 최문호는 초원에 드러누웠다. 그는 이제 이 세상의 주민이나 다름없으니 당연히 휴식도 여기서 취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제 쉬어야지.’

 

 지환은 한숨을 내뱉고는 접속을 끊으려는 그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에게서 접속을 끊는 법을 묻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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