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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Netwalker
작가 : HudmentJhinRaker
작품등록일 : 2019.9.6

프로급 마피아 조직원 르미데안느 드 블랑. 사이버 해킹 보안국 특수 요원 고준혁. 세계적인 대기업 제타 그룹의 회장 최문호. 가족을 잃고 사이버 킬러가 된 소년 서지환. 깊은 곳에서 부터 꼬이기 시작한 그들간의 과거가 기어코 실체를 드러낸다.

 
NetWalker - 5
작성일 : 19-10-14 21:28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6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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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호 회장의 잔상은 지환에게 말을 하고 있으면서도 시선은 바깥의 야경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를 따라 야경을 돌아보는 지환은 주저앉은 그대로였다. 최문호 회장의 이질적인 잔상이 태연스럽게 소파에 앉아 있었지만, 확실하게 느껴졌다. 현실로 돌아왔다. 터져버린 고막도, 그의 몸도, 하나부터 열까지 빠짐없이.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두통과 소음, 그리고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공간에서 벗어나 도배를 하지 않아 회백색 콘크리트가 대놓고 드러나 있는 방에 있었다. 지환은 그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지만, 썰렁한 방 안에 부자연스럽게 앉아 있는 최문호 회장의 잔상 덕에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문득 가누기 힘든 몸을 지탱하기 위해 짚은 손에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와동시에 속눈썹에는 물방울이 맺혀 시야를 가렸다. 지환은 무의식적으로 이마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뜨끈한 땀이 기분나쁠만큼 묻어나 손 위에서 빠르게 식었다. 전신은 흥건하게 젖어 옷소매 사이로 땀이 흐르고 있었다.

 

 순간 어지러움에 정신의 가닥이 아찔해졌다. 그러나 두통은 일절 없었고, 그저 공허하게 텅 비어 있었다. 아직 진정되지 않은 정신을 부여잡으면서 몸의 감각으로부터 멀어지는 의식도 무리하게 붙들고 있는 지환을 내려다보던 최문호 회장이 말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군. 그곳이 그렇게도 무섭더냐?”

 

 지환은 어지러움에 파묻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의 목소리는 귓속에 콕콕 박히는 것처럼 뚜렷하게 그 의미가 전해지고 있었다. 최문호 회장이 말을 이었다.

 

 “내 말은 잘 전달되고 있을테니 조건부터 물어보겠네. 서지환군.”

 

 최문호 회장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톤을 한단계 낮추었다. 그래봤자 지환이 듣기에는 가녀린 노인의 목소리에서 조금 듣기 좋은 노인의 목소리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자네, 끝끝내 잃어버린 어머니를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면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나?”

 

 어지러움에 반쯤 쓰러져가던 지환의 눈이 어머니라는 말에 번쩍뜨였다. 그러나 어지러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시야가 넓어지면서 어지러움이 더 격해졌다. 지환은 이를 악물고, 최후의 의지를 표했다.

 

 “어떻게든 어머니를 돌려받겠습니다…”

 

 억지로 머리를 부여잡고 악으로 버티고 있었던 지환은 기어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린 지환의 시야에는 높은 회백색 천장이 펼쳐져 있었다. 자신이 쓰러졌다는 것을 깨달은 지환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강한 구토감과 함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여전히 같은자세로 소파에 앉아 있던 최문호 회장의 잔상이 말했다.

 

 “비록 뇌 손상은 없지만 이따금씩 두통이 느껴질걸세. 내가 처음부터 강도를 너무 세게 잡았어. 미안하네.”

 

 잔상이 한 말이 지환에게는 ‘네가 쓰러지기 전에 겪은 현상은 내가 의도한 것이었지만, 도가 지나쳤다.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정도로 풀려서 들렸다. 그가 뭐라 말하는지 통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이 원망해왔던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이제와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 감정이 복받쳐 오를 뿐이었다.

 

 “저한테는 잘도 미안하다고 하시네요. 저희 어머니랑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장례식장 한 번 안 찾아온 사람이.”

 

 참다못한 지환이 결국 한마디 쏘아붙였지만, 감정에 휩쓸려 뱉은 탓에 내용은 억지스럽다 못해 뻔뻔했다. 그러나 지환은 내용이 어떻든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의 억울함과 슬픔을 표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샘솟았기때문이다.

 

 “미안하네.”

 

 최문호 회장은 짧고 굵게 지환의 원망을 받아들였다. 지환은 그가 반박하며 나설 것이라 생각하고 당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태세였지만, 뜻밖의 대답에 눈물마저 흐를 것 같았다. 어쩌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 했던 것이 이 눈물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두었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슬하게 눈물이 고였다.

 

 “미안하다.”

 

 최문호 회장이 말투까지 바꿔 재차 진실한 사과를 하였다. 결국 얼굴까지 구겨가며 흐르지 못하게 막고 있었던 눈물 한방울이 볼을 타고 내려왔다.

 

 여태 괜찮다며 자신을 속여온 지환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돌아가셨지만 더욱 마음을 강하게 굳히면서 괜찮다고, 나중에 따라가면 그만이라고 자신을 타일렀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위안에 불과했다. 그리고, 여태껏 원망해 왔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이렇게 진솔한 사과를 해주니 새삼 자신에게 더이상 진실된 가족이 없음을 실감했다.

 

 지환은 자신을 현실로 끌어내준 최문호 회장이 고마울 따름이었으나 입은 계속해서 억지스런 원망의 말을 퍼붓고 있었다. 어째서 아버지가 그런 위험한 실험을 하게 두었느냐, 어째서 어머니가 힘들다는 것을 방관했느냐. 온갖 억지를 부리고, 아무 잘못 없는 최문호 회장을 원망하면서 그에게 책임을 물어 달라, 가족을 돌려달라며 또 억지를 부렸다.

 

 그럼에도 그는 꿋꿋이 미안하다고만 했다. 아버지의 실험의 결과가 그렇게 될지도,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면서 그는 단 한마디의 반발이 없었다. 그럴때마다 지환의 원망은 곧 슬픔이 되어 돌아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그 사실이 계속해서 새롭게 자리잡고 그 자리에 같은 사실이 덧씌워지면서 동일한 슬픔을 느끼는 의미없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그 형태가 조금씩 달라 그만큼 억누르며 쌓아 왔던 모든 원한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기어코 모든 울분을 토해낸 지환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었고, 코는 단단히 막혀 초단위로 훌쩍였다.

 

 자신의 모든 원망과 슬픔의 감정을 담은 울분을 모조리 털어낸 지환은 끅끅 눈물을 삼키며 흐느끼다 한참후에야 마음을 진정시켰다.

 마음과 정신이 맑아진 지환은 지금 계속해서 진심어린 사과를 해준 최문호 회장은 무슨 얼굴을 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지환은 눈물을 머금은 옷소매를 치우고, 고개를 살짝 들어 소파에 망부석처럼 앉아 있는 잔상을 보았다. 놀랍게도 그 또한 닭똥같은 눈물을 주름진 눈두덩 사이로 흘리고 있었다. 지환처럼 직접 눈을 비비거나 가림으로써 눈물을 틀어막는 것이 아닌 눈물이 흐르게 두되, 턱까지 내려온 눈물은 재빨리 훔쳤다. 그 광경을 본 지환도 괜히 코끝이 찡해져 얼른 시선을 천장으로 옮겼다. 그러나 이미 마지막 한방울의 눈물이 이슬이 맺히듯 눈꼬리에 매달려 붉게 부은 눈시울 사이를 타고 흘러내려갔다.

 

 

 

 

 

 “어째서 저희 아버지가 그런 위험한 실험에 참여하게끔 놔둔 거죠?”

 서장희의 아들에게 이런 소리를 들으니 최문호 회장은 오랫동안 억눌러온 죄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결국 최문호 회장은 얌전히 소파에 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눈물은 모아쥐고 있는 두 손과 가랑이 사이로 떨어져 이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눈물은 바닥에 닿자마자 떨어진 자리를 촉촉하게 적시지 않고 유리조각처럼 산산조각이 나면서 작은 픽셀 덩어리들로 쪼개지더니 증발하듯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 이후로도 이어지는 지환의 원망의 말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최문호 회장의 눈물은 점점 더 굵어졌다. 그와함께 자연스레 최문호 회장이 자신에게 들어올 수익을 거의 모두 서장희에게 넘기려 했을 때 왜 그가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는지 마침내 그 두번째 이유가 확실해졌다.

 

 그는 자신이 소멸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소중한 가족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준비를 마친 이번 연구를 포기할 수 없었고, 가족 또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니 자신에게 들어오는 수익과 권한은 자신이 사라졌을 때 무의미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고, 대신 그 모든 것을 자신의 가족을 보살피는데 써달라는 의미이기도 했다는 것을.

 

 그가 소멸되고 수년동안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수익의 80%를 서장희의 몫이라며 묵혀둔 최문호 회장은 큰 죄책감에 빠졌다. 그리고, 그의 아내마저 죽고나서야 뒤늦게 그의 자식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 같아 그에게 큰 죄를 범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서장희의 아내가 죽게끔 내버려둔 자신에게 그 책임을 묻는 그의 자식의 말에 더이상 최문호 회장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서장희의 아들이 마음 속에 담아둔 울분을 토해냄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을 차마 고개를 쳐들고 바라볼 수가 없었다. 서장희가 이 세상에서 없어졌고, 대신 자신이 낀 반지에 그가 들어 있다고 자위하며 허송세월을 보낼 동안 근본적인 문제를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고 죄스러웠다. 최문호 회장은 은인이나 다름 없었던 서장희에게 인생 최대의 잘못을 저지른 셈이었다.

 

 결국 모든 울분을 토해내고 완전히 지쳐 흐느끼기만 하는 서장희의 아들을 보면서 최문호 회장의 마음은 더없이 무거워져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그대로 소멸해버리는 데이터에 불과한 눈물이 너무도 가볍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지환의 흐느낌이 마침내 멈추고, 최문호 회장도 참고 있었던 굵은 눈물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울지 않았다. 그리고는 약 십 분 정도 둘다 마음을 정리하고, 최문호 회장은 본래 하려던 말보다 지환에게 진실된 이야기를 먼저 해주었다.

 

 “일단 서지환군, 나는 자네의 아버지와 매우 가까이 지냈다네. 그만큼 자네 아버지가 죽고 말았을 때 크나큰 상실감마저 느꼈지.”

 

 최문호 회장의 말을 듣던 지환은 ‘아버지의 죽음’을 듣고는 다시 시동이라도 걸린듯 움찔거렸다. 그러나 눈물을 쏟지는 않았다. 최문호 회장은 이를 모르는 척하며 말을 이었다.

 

 “사실 그가 죽기 전에 암시적으로 자신이 죽을 거라는 것을 예고하였고, 내게 자네와 자네의 어머니를 맡겼다네. 하지만, 나는 그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였고, 그가 죽게끔 내버려두었으며 뒤늦게 그가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그러면서 몇년간 허송세월만을 보내던 어느날 자네 어머니의 소식을 알아차렸을 때 순간 아차 싶었다네. 서장희가 죽었다는 눈 앞의 현실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의 가족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그때 알아차렸다네. 결국 나는 홀로 남은 자네가 어디에 맡겨졌는지 알아내는 데에 또 시간을 허비하였고, 결국 자네는 방치되어진 채 세 달의 시간을 마음 고생하며 보냈지. 이 모든 비극은 나의 불찰이네. 미안하고, 또 유감이네.”

 

 지환이 지나간 나날들을 떠올리기라도 하는 듯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눈물을 글썽이지는 않았다. 최문호 회장은 그런 지환을 기특하게 여기며 다시 말을 이었다.

 

 “나는 자네를 책임질 이유가 있네. 그러니 여기서 다시금 한가지 제안을 하지.”

 

 최문호 회장의 진지한 목소리에 지환은 침을 꼴깍 삼켰다.

 

 “아까는 자네를 구슬린답시고 듣기 좋은 소리먼저 내뱉었지만, 이번에는 본의를 제대로 말해주겠네. 자네의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나도 잘 알고 있네, 그러니 자네에게 원한을 갚을 기회를 주겠네.”

 

 최문호 회장은 잠깐 틈을 두었다가 비장하게 말을 이었다.

 

 “자네 어머니의 원수, 그리고 자네의 원수, 모두를 말살할 수 있게 해주겠네.”

 

 지환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는 눈치더니 이내 말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누워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굳은 결의가 느껴지는 눈동자를 들여다 본 최문호 회장은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들의 영역을 청소하자. 우리 둘이서, 자네 어머니의 죽음에 맹세코서.”

 

 최문호 회장의 잔상이 미소를 짓자 지환도 그에 따라 미소를 띄었다. 사정을 모르는 이에겐 이 둘의 미소가 사악하다고 느껴졌을 테지만, 둘에게 있어서는 세상 행복한 표정이었다.

 한 명은 마침내 어머니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는 사실에 통쾌함을 느끼면서.

 또 한 명은 자신이 책임졌어야 할 사람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 이들에 대한 복수의 과정을 떠올리며.

 

 어지러움이 싹 사라진 지환이 일어나 최문호 회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최문호 회장은 그의 악수를 받으며 다시금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최문호 회장은 현재 자신의 상태와 그것을 이용한 계획을 그에게 일러주었다.

 

 지환은 최문호 회장이 건네준 이어폰과 유사하게 생긴 기기를 주머니에 넣으며 퉁퉁 부은 눈시울을 감추기 위해 후드를 눌러쓴 채 집으로 돌아갔다.

 

 최문호 회장은 엘리베이터에 그가 올라탈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닫히고, 그의 잔상은 홀로 방에 남았다. 그리고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하는 게 정말 옳은 선택인가?”

 

 구석에서 푸른빛을 내는 픽셀들이 모이더니 마침내 사람의 형상을 띄었다. 그리고, 그 잔상이 말했다.

 

 “당연하지요. 만약 박사님께서 제 뜻을 못 알아차리셨을 때, 제 아내와 아들을 극한까지 몰아 넣은 악질들에게 복수할 수 있게끔 해드리기 위해 그 물질을 만든 것이니까요.”

 

 “욘석이 안 본 새에 제법 건방져졌어. 아무리 내가 널 나보다 더 낫게 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건방진 모습으로 재구축 되어 나타날 줄이야.”

 

 서장희와 최문호의 잔상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서장희의 잔상이 말했다.

 

 “어째 지환이에게 다음을 떠맡기는 것 같아 좀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그래도 뭘 어쩌겠습니까. 지환이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없는 아이인걸요.”

 

 “그렇긴 한 것 같더구나. 분명 그 공간 속에서 모든 울분을 토해낸 줄 알았는데, 나한테까지 그렇게 말할 줄이야. 게다가 그 끔찍한 제안을 받아들이다니. 끝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자네와 똑 닮았구먼.”

 

 서장희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그게 제 장점인걸요.”

 

 최문호 회장도 그의 말에 짧게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

 

 “그런데 자네는 언제쯤 아들에게 모습을 비칠 겐가?”

 

 “모든 일의 마지막 장에서 보여야지요. 그 결말은 박사님이 돌아가시는 것이 되겠지만요.”

 

 서장희는 안타까운 말투로 말했다. 그러나 최문호 회장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답했다.

 

 “뇌 척수에 바늘을 관통 시켰는데 이미 뒤진거나 다름 없지 않나?”

 

 “그건 그렇네요.”

 

 서장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조소를 보였다.

 

 “쯧쯧, 이놈이 이제는 늙은이도 놀려 먹고 말이야. 아주 건방져졌어.”

 

 최문호 회장은 언짢은 듯 말했지만, 농담임을 알고 있는 서장희가 먼저 웃음을 터뜨리면서 최문호 회장도 덩달아 크게 웃었다. 그와 함께 껄껄 웃을 수 있는 이 순간이 최문호 회장은 더없이 행복했다.

 

 “자네 아들도 이제 가세하게 되면, 자네의 아내도 재구축할 수 있겠지. 조금만 기다리게나.”

 

 “기대하고 있죠. 대신 뒷일은 맡겼습니다.”

 

 최문호 회장이 ‘그래'하고 답하자 서장희의 잔상은 작은 픽셀로 분해되어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그 모습이 사뭇 안타깝게 느껴졌지만,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님을 새삼 떠올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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