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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에 빠지길 원하십니까?
작가 : 케이티킴
작품등록일 : 2019.10.13

TV의 광고들이나 버라이어티쇼, 드라마들을 보고 있으면 요새 사람들은 인생을 즐겁게 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한다 라는 생각에 매우 얽매여 있는 것만 같다. 도시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맛있는 것을 먹어야만 하고, 취미생활을 즐겨야만 하고, 술 마시고 파티를 하고 해외여행이든 국내여행이든지 해야 하고, 자기개발을 해야만 하고, 좋은 집, 차를 사야만하고, 좋은 물건을 사고 어려보이기 위해서 뭔가를 발라야만 하고 연애를 해야 만하고 섹스를 해야만 하고 결혼을 해야만 한다 라고 사람들을 계속 자극하고 부추기고 도발하고 있다. 사람들을 그 수많은 유혹과 도발에 홀린 듯이 끌려 다니면서 그 대로 실천하려고 버둥거리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깨닫고 있다. 그것들이 정말 자신의 삶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 대체 뭘 해야만 우리의 인생이 풍성해지고 행복해지는 걸까?

 
사랑에 빠지길 원하 십니까?3
작성일 : 19-10-14 11:13     조회 : 175     추천 : 0     분량 : 9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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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

 

 # 7

 

 여자들이란 정말 남자들과 다른 생물이다.

 분명 같은 인간인데도 그들의 몸도 마음도 너무나

 남자들과 다르다.

 하지만 그녀들의 육체를 만족시켜 주는 방법도

 그녀들의 마음을 만족시켜 주는 방법도 찬열은

 아주 어릴 때부터 쉽게 터득 할 수가 있었다.

 

 다정한 말들과 아름답다 칭찬하는 말들..

 조금은 연민을 부르는 표정과 편안한 미소..

 부드럽고 은근하게 다가가는 손길

 자상한 미소와 함께 하는 키스

 그리고 조금의 긴장감과 어색함을 넘어서면

 그들을 침대로 끌어 들일 수 있다.

 

 찬열은 자신의 연인들에게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정성을 다해서 그들을 만족시키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들이 찬열 자신 만큼이나

 쾌락에 익숙해지고 물들도록 정성을 다해서

 사랑을 나눈다.

 

 여자들은 그렇게 자신의 품 안에서 무너지고

 행복해 하고 만족을 얻는다.

 

 그것만으로 즐겁게 재밌는 삶인 것이다.

 단지 언제나 알 수 없는 갈증을 느끼기에

 매번 상대가 바뀌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건 정말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연우는 좀 더 다른 의미로 끌린다.

 즐기고 싶은 게 아니라

 그녀를 자꾸 도발하고 흔들고 싶어진다.

 괴롭히고 싶은 걸까?

 찬열이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이지만

 깊게 고민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실행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너.. 이러는 거 성희롱인거 알아?”

 

 “음.. 그럴지도 모르죠. 신고한다면 처벌을 받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걸 알면서 왜 이러는 거야? 네 눈에 내가

 그렇게 가벼운 여자로 보이니?“

 

 연우는 찬열을 차갑게 노려보았지만 자신이 혼란에

 빠져서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제발 그가 그걸 눈치 채지 못하길 바라며

 최대한 평정심을 찾으려고 애썼다.

 

 “성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왜 가벼운 여자로

 보인다는 거죠? 제가 좀 가벼운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누나가 가벼운 여자라는 건 모르겠는

 걸요? 단지.. 좀“

 

 찬열은 잠시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뜸을 들였다.

 

 “누나는 우울해 보여요. 뭔가 꽉 막혀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든요. 그래서 전 누나를 즐겁게

 해주고 싶은 거예요.”

 

 연우는 30대인 찬열이 마치 10대의 소년처럼

 어린 소년처럼 말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단순히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이성을

 꼬이려고 드는 남자들처럼 여자를 부추기고

 유혹하다 지배하려드는 것 같지 않다.

 그는 연우를 설득하려고 드는 것이다.

 어이없지만 신선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여자를 유혹해

 왔던 것일까?

 

 “그 방법이 왜 섹스인거지?”

 

 “내가 여자한테 가장 가까워 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연우는 그를 추궁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는 그저 어린 소년일 뿐이다. 나이만 먹었지만

 제대로 사랑을 받은 적 없는 애정결핍의 어린소년.

 불쌍하지만 연우는 참견하고 싶지도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다.

 

 " 섹스만으로 누군가와 가까워

 질 수 없어. 나랑은 더더욱 불가능하지. 아니 애당초

 누군가랑 정말 가까워지고 싶다면 이런 방법은

 전혀 먹히지 않을 거야.

 그런 식으론 결국 혼자가 되고 말거야.”

 

 “어째서요?”

 

 “젊음은 영원하지 않으니까. 넌 네가 충분히 매력적

 이고 그 정도로 말하면 여자가 몇 번은 넘어 왔었으니까

 나에게도 그렇게 말하는 거겠지만 우린 나이를 먹어.

 매력도 젊음도 점점 사라지지. 이런 방법들이 모두 소용

 없다 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거야.“

 

 찬열은 연우의 충고가 매우 거슬렸다. 이 나이든 여자는

 매우 까다롭기만 할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 한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여자는 뭔가를 숨기고 있으면서 찬열의 속에 있는

 뭔가를 알고 있는듯이 행동한다.

 그것이 괘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마음속에서

 뭔가 울컥하고 올라왔지만 찬열은 다정한

 미소로 그 마음을 숨겼다.

 

 “알겠어요. 누나. 제가 좀 어설펐네요. 전 누나가

 어른이고 하니 이리저리 제지 말고 저랑 만나자고

 직설적으로 말한 것뿐이에요. 미안해요.

 우리 불편하게 지내지 말아요. 네?“

 

 “미안. 난 마주치기 불편 할 것 같아.”

 

 연우는 더 이상 찬열과 말을 섞지 않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달리듯이 주차장으로 가서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그가 따라오지 않는 다는 걸 알면서도

 서둘러서 시동을 켜고 그 자리를 떠났다.

 

 연우는 운전하면서 생각에 빠졌다.

 그에게 뭔가 틈을 보인 걸까?

 아니면 그냥 직감적으로 그가 그녀에

 숨긴 것들에 대해서 눈치를 챈 것일까..

 싫다. 이런 공포와 죄책감들은 정말 싫은

 감정들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 있고만 싶다.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도망칠 곳은 없다.

 

 현실이라는 곳을 그저 버텨내야만 하는 것이다.

 

 #8

 

 형운은 연우와 같이 있던 남자가 왠지 거슬렸다.

 겉은 멀쩡하게 생겼지만 그는 이상한 기운을 풍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 여자에게 인기 있을

 타입 이긴 하지만 남자들이 사이에서 좋은 평을 들을

 만한 인물은 아닌 듯싶었다. 그래도 연우가 그 남자와

 뭔가 있는 건 아닐 지도 모른다.

 괜한 상상을 할 필요는 없다.

 

 형운은 다시 연우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왜 그녀 같은 사람이 그 나이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걸까. 그 정도의 여자라면 결혼하자는

 남자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녀가 눈이 너무 높았던

 걸까? 아니면 큰마음의 상처가 있어서 그런 걸까?

 

 형운은 퇴근하고 나서 계속 연우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조금 민망했다. 그녀한테 뭔가

 핑계거리를 만들어서 식사를 하자고 말했지만 어째선지

 그녀가 눈치를 챈 것 같아 조금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설레기도 했다. 이런 감정은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다.

 

 그의 부인이.. 아니 전 부인이 그가 다른 여자한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 바람을 피웠다며 시비를 걸 때 그는 자신은

 결백하다고 완고하게 부정했다. 그가 분명 연우를 직장해서

 봤을 때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유부남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한 적이 없다.

 

 그의 전부인은 그 전부터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매번 자신의 탓을 하면서 시비를 걸어왔었다. 여러 번의

 인공수정이나 다양한 한방 요법 등을 모두 해봤지만 실패했을

 때 부인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달래고 위로 해줬다.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그녀가 이혼을 요구 했을 때 매우 당황했었다.

 전혀 이유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아무 잘못 없는 척 하는 것

 하는 거 이제는 정말 지긋지긋해!

 맨날 나만 나쁘고 내가 잘못 된 사람이지!”

 

 그것은 사실이다. 그녀는 정말 이상한 여자다.

 언제나 날이 서 있고 신경질 적이고 툭하면

 시비를 거는 말투다.

 연애 할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결혼 후에 바뀌어버렸다.

 둘은 같은 학원에서 만나서 결혼하게 된 케이스였다.

 두 사람은 별다른 굴곡 없이 자연스럽게 만나서 시간이

 흐르니 결혼을 하게 된 케이스였다. 대단한 열정도

 격한 싸움도 없었던 무난한 커플이었다.

 대부분 신경질을 내는 것은 여자 쪽 이였지만

 형운은 그냥 저냥 넘어가주면서 사이를 유지해

 갔고 그렇게 결혼까지 골인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그에게 불만을 표시 했다.

 언제나 뜨뜬미지근 하다고 일은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자신에겐 열정이 없다면서..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선물을 사주었다.

 

 어느 날 그녀는 그 받은 선물들로 잔뜩 치장하고

 호스트바에 간 것이 들통이 나버린 것이다.

 그러나 적반하장으로 형운을 비난하면서

 이혼하겠다고 나서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렇게 아이 없이 지낸 15년간의 결혼 생활을 정리를 했다.

 그녀가 바람을 피운 것도 굳이 들추지 않고 조용히 정리했다.

 장모님은 딸과 달리 자신의 딸의 부족함을 용서하라고

 몇 번이고 사과하면서 조용히 정리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셨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5년간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는 것은

 싱거우리만치 간단했다.

 

 “네 어머니, 오늘 집에 들르셨어요?”

 냉장고에 밑반찬에 가득 차있는 것을 보고 그는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그래. 일만하지 말고 제대로 챙겨 먹고 살아라 좀.”

 

 “네. 네 알겠어요.”

 

 “그리고 청승 떨지 말고 좋은 여자 있으면

 빨리 새장가 들어! 네가 뭐가 부족하다고 혼자 지내냐.

 그 못된 것 신경 쓰지 말고 빨리 좋은 여자 찾아서

 보란 듯이 빨리 다시 결혼해! 알았어?”

 

 “아고. 어머니 이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남들이 욕해요.”

 

 “남들이 무슨 상관이야! 쓸데없는 생각 말고 좋은 여자

 있으면 빨리 잡아! 애도 빨리 나아야지!”

 

 형운은 한달 내내 같은 패턴으로 귀한 아들인생에

 흠집 냈다면서 한바탕 난리를 치는 어머니를

 겨우 진정시키고 전화를 끊었다.

 

 “좋은 여자라..”

 

 형운은 연우를 떠올렸다. 그녀라면 어쩌면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고 다가와주지 않을까? 그녀는 어딘가 차가워

 보이지만 뭔가 연약해보기도 하면서도 강인해 보이는

 면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유독 그녀를 싫어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내 앞에서 형운이 그런

 호감을 드러내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다.

 

 형운은 어머니의 말이 아니더라도 연우에게 다가갈

 기회를 잡고 싶었다. 그녀와 결혼 하겠다 라던가

 하는 무모한 생각은 하는 건 아니다. 단지 좀더

 알아가고 싶고 가까워지고 싶다. 아주 오래전에

 느꼈던 설레는 감정을 자꾸만 그녀에게 느끼게

 되는 건 꽤 즐거운 일이다.

 

 그 젊은 남자가 여전히 걸리긴 하지만..

 

 “뭐 별 사이 아니겠지..”

 

 # 9

 

 연우는 손이 떨리고 심장이 마구 떨리는 것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서둘러 진정제를 입에 넣었다.

 물도 마시지 않고 그대로 삼켜버렸다.

 

 “잘 했어.. 잘 넘어 갔어.”

 

 이제 다시는 찬열과 엮이지 않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혜경과의 관계도 끊어 버릴 것 이다.

 

 연우는 왈칵 눈물이 났다.

 어릴 적 아직 자신이 매력적이고 젊다고 생각했을 때

 찬열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누구와 있어도 외롭고 고독했다.

 그러다 곁에 누가 없으면 불안하고 두려웠다.

 

 낯선 남자를 침대에 끌어 들이고 또는 낯선 남자의

 침대 위에서 눈을 뜰 때 밀려들던 허무함을

 너무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던 어리석었던 짓들을

 하는 젊은 청춘들을 바라보는 것은 연우에게

 괴로운 일이다.

 

 찬열은 자꾸만 그런 연우의 기억을 건드린다.

 

 없던 일로 생각하면서 그렇게 속죄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그녀를 자꾸만 흔드는 것이다.

 그녀는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젊지도 매력적이지도 못하다.

 세월의 시계는 흘러가는데 기억은 그대로 멈춰 서서

 머릿속 에서 몇 번이고 재생을 반복한다.

 긴 회개의 시간도 소용없이..한 젊은 남자의 유혹에

 흔들린 뻔한 자신이 너무 미웠다.

 

 “아..하나님. 용서하세요.”

 

 연우는 생각했다. 신은 연우를 사랑해줄지 모르지만

 사람들 중에는 그녀를 사랑해 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말 그녀가 누군지 않고 무엇을 해왔는지 안다면

 그의 가족조차도 그녀를 사랑해 주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10

 

 ‘ 언니. 나 어제 너무 마셨죠? 미안해요. 지금 눈 떴네요.’

 

 혜경은 며칠 동안 메시지 창을 도통 잃지 않는 연우가

 신경 쓰였다. 연우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내가 술 마시고 뭔가 실수 했나?”

 

 ‘언니? 괜찮아요?’

 

 다시 메시지를 보냈지만 역시 반응이 없다.

 

 ‘언니 오늘 학원 앞에서 만나요~. 수업 끝나고 찾아 갈게요~.’

 

 혜경은 누군가 자신을 거부하는 것을 참기 어려워한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는데 이러는 것은 상대방에 자신에게

 잘못하는 것 이다.

 

 ‘찬열 오빠. 제 생일날 무슨 일 있었어요?

 언니랑 연락이 안되는 데 혹시 아는 것 있으세요?

 제가 뭔가 실수를 했나요?

 술이 너무 취해서 기억이 안나요.‘

 

 혜경은 곧 수업이 들어가야 하는데 초조한 마음으로

 찬열의 답장을 기다렸다. 그 날 이후로 찬열도 연락이

 뜸하고 어째 태도가 냉정해졌다.

 그러나 적어도 찬열은 메시지도 읽고 종종 답장도

 해주기라도 한다.

 

 ‘넌 그날 실수 한 거 없어. 실수라면 내가 했지.’

 

 ‘오빠가요? 무슨?’

 

 혜경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가 가슴을 쿡하고 찌르는 것 같았다.

 

 ‘ 내가 연우 누나한테 나랑 만나보자고 했거든.’

 

 ‘!!’

 

 ‘그런데 거절당했어.’

 

 설마 했던 생각은 맞아 들었다. 그녀의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이 감정들은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가 없다.

 

 질투!

 

 머리가 멍하고 가슴이 뭔가에 찔리는 기분이었다.

 

 ‘어째서.. 연우 언니지?

 찬열 오빠보다 10살이나 차이 나는데..

 왜 내가 아니지?’

 

 혜경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분명 연우는 그녀가 좋아하는 언니고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그녀보다

 더 매력 있고 관심을 받아도 좋다라는 정도 까지는

 아니었다.

 

 언제나 우울해 하고 뭔가 꽉 막혀있는 언니를 보면

 도와줘야 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안됐다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받아야 할 관심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럴 만한 상대가

 되지 않는 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의 무리에 그녀를

 끼워 준 것이다.

 

 아무리 멋지고 매력적이라고 해도 40대의 여자가

 20대 30대 여자보다 매력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무엇이 찬열의 관심을 끌었단 말인가?

 

 ‘ 그래서 말인데.. 나 좀 도와줄래?

 그 누나 전화번호 좀 가르쳐 줄래?’

 

 심지어 그가 언니에게 매달리기 까지 한다니

 

 ‘왜지?’

 

 ‘왜 내가 아니지?’

 그녀는 자신 속에 자꾸만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 오빠~ 일단 언니한테 물어 볼께요.

  언니가 기분 나뻐 할 수 있잖아용~‘

 

 문자를 보내는 손을 다소 떨렸지만

 혜경은 애교 섞인 말투와 함께 재밌는 아이콘을

 같이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혜경은 연우가 항상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숨기고

 다 말하지 않는 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일부 들려 준 것 들로 판단해서

 그녀가 자유롭고 멋진 인생을 살았고 자신도

 그녀처럼 아니 그녀보다 더 즐기면서 살 수 있다고

 확신했다.

 자신은 연우처럼 후회하면서 살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물론 사랑도 더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이 내심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남자의 마음을

 몇 번 만났다고 그리 쉽게 빼앗았단 말인가.

 젊은 시절 그렇게 즐기고도 또 그녀에게 남은 것이 있단

 말인가?

 

 “그건 불공평하잖아.”

 

 

 #11

 

 “김연우 선생님. 오늘 시간되시나요?”

 

 “아. 부원장님.”

 

 형운은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 교무실로 향하는 연우를 불러세웠다.

 

 “오늘은 좀 그렇고..”

 

 “그럼 내일 수업 시작하기 전에 점심 식사나 같이 합시다. ”

 형운은 망설이는 연우의 말에 얼른 끼어들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 어머니의 부추김 때문 인지도 모른다.

 

 “아..네. 그럼 알겠습니다.”

 연우는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 아니 상사가 하는 말을

 그다지 쉽게 거절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나중에 장소랑 시간 다시 알려 드릴게요. 그때 뵙죠.”

 “네.”

 

 연우는 지금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도 어울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이게 그저 개인적인 만남이 아니라

 일적인 만남이길 바랄 뿐 이였다.

 찬열에 대한 생각으로도 이미 그녀는 머릿속에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운이 그런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챌 리가 없다.

 

 어두운 표정으로 멍하니 걷는 그녀에게 학생들이

 달려와서는 묘정이 뚱하다니 어쩌니 장난을 치며

 그녀에게 말을 건다. 그녀는 적당히 웃는 표정으로

 상대해주고 교무실로 들어갔다.

 

 교무실에 두고 핸드폰에서 혜경의 메시지가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우는 그날 이후

 어찌 할지 몰라 모두의 연락을 받고 있지 않았다.

 메시지도 읽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언니, 오늘 학원 앞에서 만나요.’

 

 그렇다고 마냥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알 고 있다.

 

 

 #12

 

 “언니! 너무 걱정했잖아요! 전화도 안받고!

 저한테 화났어요?

 얼굴에 왜 그렇게 수척해졌어요!”

 혜경은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호들갑을 떨 며 수다를 떨었다.

 

 “그날 이후로 연락 안돼서 언니가

 나한테 화난 줄 알았어요!”

 혜경은 한껏 애교를 떨면서 연우에게

 폭풍수다를 떨었다.

 

 혜경은 무슨 실수 한 것 있느냐.

 어디 아팠느냐 하면서 질문 공세를 했지만

 찬열에 대한 것은 묻지 않았다.

 그리고 찬열이 연락했던 것도 말하지 않았다.

 

 “언니 나 금주하기로 한 거 한달 만에 깨져 버렸어요.

  너무 한심한 거 있죠.“

 

 연우는 혜경이 떠드는 대로 적당히 대답해 주면서

 상대해주고 있지만 혜경의 태도가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눈치 챘다. 찬열이 뭔가 이야기 한 걸까?

 하지만 찬열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평소와 달리 혜경도 찬열에 대해서

 전혀 이야기 하고 있지 않았다.

 

 “금주 모임 꼭 해야 하는 거니? ”

 

 “네?”

 

 “술을 끊는데 꼭 사람들과 만나서 해야

  하는 거냐고.”

 

 “그냥 혼자 하는 것 보다 여럿이 하면 좋잖아요.”

 

 “혜경아, 정말 술을 끊고 싶으면 예전에

 술을 마셨던 사람들이 같이 모여 있는 자리에

 가기보단 아예 그 사람들을 안 만나는 것이

 진짜 방법인거야. ”

 

 연우는 혜경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건내봤다.

 무엇보다 그녀가 찬열과 엮이지 않기를 바라면서..

 

 “언니는 왜 그렇게 그 사람들을 자꾸 만나지

 말라고 말해요?

 그 사람들 다 좋은 사람들이예요.”

 혜경이 순간 정색을 하면 말을 하자 연우는 당황했다.

 

 “그게 아니라 ..”

 

 “전 언니가 자꾸 그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말하는 게 이해 안돼요.

 그 사람들이 뭐 대단히 나쁜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혜경아. 애당초 네가 술을 끊으려고 한 게

 네가 취해서 실수로 남자랑 ..”

 연우는 순간 아차 싶었지만 이미 말이 입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언니! 대체 왜 그래요!

  자꾸 저한테 하지 말아 하지 말아 하고..

 어차피 언니는 다 마음대로 했었잖아요.”

 

 혜경은 순간 감정이 확 올라오면서 폭발하고 말았다.

 언제나 우울한 얼굴을 하고서는 과거를 후회하느니

 어쩌니 말하면서 자신에게 언제나 이거 저거 하지

 말라면서 말리기 바쁜 그녀가 숨 막히기도 했었다.

 

 “그래서 내가 후회 한다고 했잖아.

 난 네가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해서..”

 

 언제나 같은 말이다. 자신이 후회하니

 너는 그러지 말라고 하며 여느 때처럼

 괴로운 경험담을 또 늘어놓으려는 것이다.

 지겨운 패턴이다.

 

 “전 언니랑 달라요. 우린 같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

 

 “혜경아.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언니. 너무 언니 자신을 저에게 이입하지 말아주세요.

  절 걱정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가끔 언니는

  너무 답답하게 굴어요.“

 

 놀란 연우는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감정이 상한 혜경은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평소라면 걱정해줘서 고맙다느니 하더니

 역시 언니밖에 없다느니 빈말로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혜경의 감정이 폭발해버리고

 자신의 진심이 세어 나와 버린 것이다.

 

 그게 찬열의 문제 때문 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연우의 비유를 맞춰줄 만한 여유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일단 나한테 연우누나 전화 번호만 알려줘.

 욕먹어도 내가 먹을 테니까.‘

 

 거슬리는 찬열의 문자는 다시 띠링 거리면서 오고 있었다.

 

 그러나 혜경은 핸드폰을 슬쩍 뒤집어 놓고는 모른 척 했다.

 

 “이제부터 언니 불편하시면 모임에 부르지 않을게요.

 저 때문에 억지로 나오실 필요 없으세요.“

 

 연우는 말문이 막혀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13

 

 찬열은 핸드폰 문자를 바라보면서 혜경이 읽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읽었다 라는 표시는 뜨지 않았다.

 

 “누구한테 연락 기다려? 여자친구?”

 

 그런 찬열의 모습을 보고 침대 옆에 알몸으로

 누워 있던 여자가 부스럭거리면서 일어났다.

 

 “아니. 나 여자친구 없어.”

 “그래도 남자한테 연락 기다릴 타입은 아닌데?”

 “응. 그렇긴 해. 여자사람 친구.”

 

 곁에 있는 여자는 어젯밤 클럽에서 만난 여자였다.

 밤에 봤을 때는 좀 더 젊어 보였는데

 막상 아침에 보니 생각보다 나이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찬열은 별로 상관없었다.

 여자라면 누구든 좋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좋은 향기가 난다.

 

 “자기 담배 있어?”

 

 찬열은 인상을 찌푸렸다.

 

 “나 담배 안 피워. 냄새도 싫어해.”

 

 찬열은 생각했다.

 옆에 누워있는 여자가 연우였으면

 더 기분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니 어째선지 이 여자가

 더 못생겨 보이고 더 싫어 졌다.

 옆에서 여자는 화장도 지우지 않아 번들한

 얼굴로 예쁜 척 하며 누워 있지만 꼴사나워

 보일 뿐이다.

 

 “섹스만으로 누군가와 가까워

 질 수 없어. 나랑은 더더욱 불가능하지. 아니 애당초

 누군가랑 정말 가까워지고 싶다면 이런 방법은

 전혀 먹히지 않을 거야.

 그런 식으론 결국 혼자가 되고 말거야.”

 

 며칠 전 연우가 한말이 떠올랐다.

 

 “에이씨~ 뭘 어쩌란 말이야....”

 

 찬열는 씻지도 않고 서둘러 옷을 입고 모텔 방을

 빠져나왔다. 여자가 불러 세웠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여자가 욕설을 내뱉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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