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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언하모닉 베네딕투스
작가 : 대홍수
작품등록일 : 2019.9.22

제국의 멸망 이후 120년. 전란 속에서 사람들은 황제의 귀환을 꿈꾼다.

 
EP.2 거북곰과 하디(8)
작성일 : 19-10-13 22:20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6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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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내린이 두 번째 화살의 시위를 놓았다. 동시에 노아가 몸을 반 바퀴 회전하며 주리틀의 반대쪽 목을 노렸다. 주리틀은 하늘 위로 훅 날아올랐다. 노아의 검과 내린의 화살이 허공을 갈랐다.

 주리틀이 나무 뒤에 숨어 세 번째 화살을 시위에 매기는 내린을 발견하고 분노했다.

 

 “감히!”

 

 주리틀이 내린에게 고함을 지르자 바람이 일어 붉게 물든 단풍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때 이른 탈의에 부끄러워하는 나무들 사이에서 공포에 몸이 얼어붙은 내린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리틀의 폭주에 거북곰들이 통제에서 벗어나 날뛰기 시작했다.

 

 내린은 몸이 얼어붙은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노아와 주리틀의 대화에서 내린은 초랭이의 죽음이 주리틀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무작정 달려든 결과는 너무나도 초월적인 역풍이 되었다.

 

 주리틀이 내린이 숨은 방향으로 똑바로 날았다. 정신이 돌아온 거북곰 무리는 도망치거나, 가까이에 보이는 마을 사람들을 공격했다.

 

 “고옹겨어억! 다 죽여버려어어라!”

 

 정신을 잃은 검돌 대신 촌장 무린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외쳤다.

 초랭이를 잃은 초랭이 패거리의 젊은 양아치들이 가장 먼저 쇠스랑을 들고 달려들었다.

 사람과 짐승 사이의 혈전이 벌어졌다.

 무린은 자신의 지팡이 손잡이를 당겼다. 지팡이에서 가는 검을 뽑아낸 무린은 그 굽은 허리를 삐걱대며 거북곰의 아가리에 검을 꽂아 넣었다. 꽤나 충격적인 볼거리지만 노아는 무린을 보고 놀랄 틈이 없었다. 노아는 내린에게 달렸다.

 

 “도망쳐!”

 

 내린이 활을 꼭 쥐고 노아에게 달렸다. 노아와 내린 사이에서 비행 중이던 주리틀이 내린의 앞에 떨어져 목을 움켜쥐었다. 내린은 반쯤 정신이 나가 주리틀을 바라보았다.

 주리틀이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기괴하게 흔들리는 화살과 그 사이에서 쏟아지는 핏줄기가 침과 섞여 역한 냄새를 풍겼다.

 

 노아가 주리틀의 등을 찔렀다. 노아의 검이 주리틀의 등에 부딪혀 튕겼다. 노아가 반동에 뒤로 물러나며 이를 갈았다. 주리틀의 몸은 이미 보호되고 있었다.

 거북곰 무리를 통제하던 와중에도 노아의 검은 주리틀에게 가벼운 상처만을 남길 수 있었다. 자기 한 몸에만 집중하는 주리틀은 웅퉁몸의 주먹에도 상하지 않을 만큼 단단했다.

 

 주리틀이 고개를 돌렸다. 노아는 그대로 검을 위로 뻗어 주리틀의 눈을 찔렀다. 주리틀이 뒤로 비행해 노아의 검을 피하고 한 손으로 내린을 집어던졌다. 노아는 내린을 받았다. 다친 팔이 내린을 지탱하지 못하고 다리는 한계 이상의 충격에 비명을 질렀다. 노아는 검을 놓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노아가 검을 향해 몸을 날렸지만 주리틀이 팔을 당기자 노아의 검이 주리틀의 손안으로 들어왔다. 노아가 바닥을 나뒹굴고 주리틀이 내린을 다시 붙잡았다. 주리틀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외쳤다.

 

 “내 얼굴. 내 얼굴! 우선 네 얼굴 가죽을 벗겨서 내 얼굴을 고치겠다. 그리고 혀를 뽑고 팔꿈치와 무릎 아래를 잘라 평생 기어 다니게 만든 다음 목줄을 채워 함께 대륙을 횡단하겠다! 눈은 영원히 온전할 거다. 온 세상이 네 비참한 꼴을 보고 혐오하고, 침을 뱉을 거고, 너는 그들을 향해 절대로 풀 수 없는 원한을 품다 죽게 될 거야!”

 

 실현 가능한 저주를 받은 내린이 아득한 기분을 느끼며 오른손을 등 뒤로 뻗어 전통에 담긴 화살을 잡고 휘둘렀다. 주리틀의 얼굴을 노리고 떨어지는 내린의 화살과 손목이 동시에 뒤틀렸다.

 우득 하는 소리와 함께 내린의 손목이 부러졌다. 뼈가 살을 찢고 밖으로 나오자 내린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기절했다.

 

 주리틀이 내린을 던지고 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얼얼하게 울리는 비명과 함께 화살을 쭉 잡아 뽑았다. 너덜너덜해진 상처 틈새에서 주리틀의 혓바닥이 보일 정도였다. 노아는 아득히 올라간 주리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했다. 내 얼굴을 쏜 저년이 정신을 차리면 너희들 모두를 죽이겠다. 그리고 저 여자를 해체한 뒤 다음 박씨를 찾아 떠나겠다.”

 

 그건 다짐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닭에게 ‘오늘은 널 삶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노아에게는 그녀를 막을 힘이 전혀 없었다. 주리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하늘 높이 올라가 도망치는 마을 사람들이 없도록 주시할 뿐이었다.

 

 도망치지 않은 마지막 남은 거북곰의 꼬리를 찔러 땅에 고정한 무린은 나무꾼 원일이 손도끼로 거북곰의 목을 자르는 것을 보고도 안심할 수 없었다. 주리틀의 목소리는 마을 전체에 울리고 있었다. 무린이 말했다.

 

 “활로 쏴서 떨어뜨릴 수는 없나?”

 “저 높이에서요? 그리고 맞추면 떨어질까요?”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해봐야지 않나!”

 

 절망한 무린이 원일의 멱살을 잡고 외쳤다. 거북곰의 피가 온몸을 칠갑하고도 무린은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원통했다.

 마을은 촌장이 지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또, 외부에서 찾아온 수비대원이 지킬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마을은 보안 책임자가 지키는 것이다.

 

 “오, 뭐야?”

 뒤늦게 마을에 도달한 사말과 파말이 눈앞의 참상에 눈을 찌푸렸다.

 

 “진짜네. 당신 나쁜 놈이었군요. 얼굴이 그러니 인성과 잘 어울립니다.”

 

 사말이 주리틀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주리틀이 공간을 뛰어넘듯 순식간에 사말의 앞으로 이동했다. 뒤늦게 찾아온 바람에 사말이 뒷걸음질 쳤다.

 

 “평소 같았으면 적당히 뭉개고 용서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다.”

 

 그대로 팔을 뻗어 사말의 목을 치려던 주리틀이 사말의 목 바로 옆에서 손을 멈췄다. 사말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주리틀은 사말의 목에 손날을 댄 채 다른 손으로 자신의 볼을 만졌다.

 

 “너...... 재능 있는 약제사라고 했지. 상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나?”

 “상처 치료제라면 집에 몇 병 만들어 둔 것이 있습니다만.”

 “안내해라. 상처가 흉터 없이 잘 아문다면 널 살려주겠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노아는 숨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꼈다.

 공포나 고통 때문은 아니었다.

 다행히 사말은 똑똑했다.

 

 “당신이 우리 마을을 이렇게 만들었군요. 내가 당신을 도울 이유가 있습니까?”

 “그렇군. 그럼 이렇게 하지.”

 

 주리틀이 손을 뻗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멱살을 잡힌 무린이 숨이 턱 막히며 허공에 떠올랐다.

 

 “네가 거부한다면 네놈들 촌장의 손가락을 하나씩 부러뜨리겠다.”

 

 주리틀의 손가락 움직임에 맞춰 무린의 손가락이 조금씩 잘못된 방향으로 구부러졌다.

 잠깐의 뜸 들이는 시간이 끝난 후 사말이 두 손을 들었다.

 

 “젠장! 알겠소! 약을 드리겠습니다. 우리 촌장님을 건드리지 마시오!”

 

 주리틀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주리틀이 무린을 허공에 띄운 채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상처를 치료하기 전까지 한 명도 이곳을 떠나지 마라. 어차피 산을 벗어나기 전에 내 손에 모두 죽을 테니 네 촌장이 고문당하는 것을 보기 싫다면 남아 있는 게 좋을 거야.”

 “그런 무서운 소리는 하지 마세요. 따라오세요. 저기가 제 집입니다.”

 “행여나 독약으로 나를 암살할 생각은 마라. 약학은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니.”

 

 주리틀은 마을 사람들을 한 번씩 노려보며 사말을 따라갔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도망치지 않았다. 노아와 비슷한 이유의 호흡 곤란을 참기 위해서는 함부로 달릴 수도 없었다.

 사말은 상처 치료제를 만든 적이 없었다. 하지만 냄새와 맛이 같은 무언가를 만든 적은 있었다.

 

 필사적으로 웃음을 가라앉힌 노아는 거북곰 퇴치제를 먹고 쓰러질 주리틀이 무린을 놓치면 어떻게 받아내야 안전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마을을 떠나야겠어요.”

 

 노아의 무심코 내뱉은 말에 바둑판을 내려다보던 힌돌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힌돌의 정신을 흐트러뜨리기 위해서는 아니다. 이미 노아는 다 진 판을 붙들고 있었다. 노아는 바둑판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오늘 저녁 식사 거리를 정하듯 말했다.

 

 “여기에 있는 동안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하디가 날 찾을 수 있다면 탐 가문의 암살자들도 찾을 수 있겠죠. 여기 있다가는 꼼짝없이 잡혀 죽고 말 거에요.”

 

 힌돌은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단단한 바위 껍질에 잔금이 갔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평생 겪기 힘들 비행의 충격은 잊기 힘들었다.

 하지만 힌돌은 곧 자연사 외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웅퉁몸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걱정되면 남아도 돼. 우리가 널 지켜줄 수 있어.”

 “무지는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이길 수 없는 전투에서 이기게 만드는 게 제 직업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때도 인간적인 한계는 존재했어요.”

 “그래도 같이 싸울 거야. 우리는 네 가족이니까.”

 “글쎄요. 그건 보편적인 생각은 아니잖아요.”

 

 노아는 매일 마을을 거닐 때마다 느끼는 마을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떠올렸다.

 

 주리틀은 세상에서 지워졌다. 주리틀이 거북곰 퇴치제를 마시고, 떨어지는 촌장 무린을 원일이 붙잡은 뒤에 마을은 거북곰보다 흉포한 존재들의 분노를 쏟아냈다.

 작은 마을 사람들은 순박하다. 노아는 이 주장에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도 모든 생명과 마찬가지로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죽이고 먹는 존재들이다. 자신들의 순수성이 위협당한 마을 사람들은 그 무엇보다 잔인했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이 거북곰을 죽인 무기를 들고 사말의 집에 쳐들어갔고, 노아가 뒤늦게 사태를 수습했지만, 주리틀이 있던 자리에는 붉게 물든 땅만이 남아 있었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하디는 어떤 사람보다 무른 몸을 지녔다. 그런데도 형체까지 지워 버리는 마을 사람들의 분노는 노아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그리고 인생 첫 살인을 겪은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살인은 나쁘다. 노아가 있었기에 우리가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 그러니 노아가 나쁘다. 우리 아들(딸)들아.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인 건 내가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란다. 박씨 가문만 아니었으면 모가지를 그냥......

 비약과 절단이 가미된 기묘한 논리적 안정제는 놀랍게도 효과적이었다. 노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 죄책감이나 어색함이 그렇게 빨리 사라졌다는 것에 경탄했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의 부모가 자식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라.’라는 식의 교훈을 줄 때 아이들이 겪게 될 인지 부조화가 충분한 대가가 되기를 기대했다.

 

 힌돌 역시 들은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더는 노아에게 모두가 널 네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식의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아, 젠장! 그래 맞아. 널 잡으러 그 여자가 왔고 그래서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어. 그게 뭐? 책임의 근본을 찾는 건 멍청한 짓이야. 결국에는 신이 세상을 창조했기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단계까지 올라갈 것을.”

 “인광보의 승려들이 그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군가를 정죄하고 원망할 때 졸렬한 방식으로 책임을 돌리지 말라는 의미로 쓰는 거죠. 보부상이 산을 넘을 때 산적을 피해 가는 것은 산적에게 당했을 때 자신들의 죄가 되기 때문이 아니라, 산적에게 당했을 때 자신들의 손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일각수와 다를 게 없어요. 제가 있으면 여러분이 화를 입죠. 졌습니다.”

 

 힌돌이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힌돌의 기억 속에서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불에 타 몸부림치는 소년 아린이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노아의 패배 선언이 조금 늦게 머릿속에 들어왔다.

 기습적인 기권에 묘한 패배감을 느낀 힌돌이 언짢은 투로 혀를 찼다.

 잠시 둘 사이에 달그락거리는 돌 소리만이 들렸다. 힌돌이 말했다.

 

 “뭐야, 그 하디놈이 말한 것처럼 황제라도 돼 보려고?”

 “‘그 하디놈’이 저보고 황제가 되라고 했습니까. 그냥 비슷한 이름의 엉덩이 깔개가 되어 달라고 그랬지. 아마 수비대로 돌아갈 것 같군요.”

 “만약에 널 쫓는다는 암살자가 수비대 안에도 있으면?”

 “글쎄요. 만약에 수비대 내부에서도 탐씨가 있다면 그때는 고려해봐야겠네요. 말했다시피 저는 박씨니까 저를 비싸게 사줄 사람이 있을 겁니다.”

 “......언제 갈 건데?”

 

 정리를 마친 노아가 마당에 세워진 감나무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더 흘러 낙엽은 모조리 떨어진 상태였다. 까치밥으로 남겨진 꼭대기 감을 바라보며 노아가 말했다.

 

 “겨울이 떠나는 날 떠날 겁니다.”

 “젠장, 얼마 안 남았네. 좋아, 마음대로 하라고. 대신 가기 전에 말은 하고 가라. 술은 지독하게 처먹여서 예상일보다 사흘 늦게 떠나게 해줄 테니까.”

 “그러죠.”

 

 노아가 씩 웃었다. 아마 노아의 방랑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두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겠지만, 빨리 떠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연기된 안타까움을 보는 송별회는 수비대원에게는 흔한 일이었다.

 

 3개월은 이른 작별 인사를 마친 후 힌돌을 집으로 돌아갔다. 노아는 멀어지는 힌돌의 모습을 나직이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노아는 마루 밑에 손을 집어넣어 검상자를 꺼냈다.

 검을 챙긴 노아는 마을 남편의 구릉을 올랐다.

 다른 마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노아의 마음속 역시 주리틀이 거세게 침범해 있었다. 주리틀이 노아를 찾아냈다는 말은 아직도 세상에 노아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수비대에게는 적이 많고, 전(前) 수비대에게는 적을 막아줄 인맥조차 없다. 노아는 마을에 찾아온 사람이 탐 가문의 인간들이었다면 저항조차 못 하고 죽었으리라 생각했다.

 

 ‘이, 이 상황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노아는 분함에, 두려움에, 자기혐오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마을을 떠나는 것은 그들의 시선 때문만은 아니었다.

 숲에 들어선 노아는 검을 뽑았다. 나무 사이에서 풀을 뜯던 토끼 가족이 쇠 냄새를 맡고 고개를 들었다. 노아는 오른 다리를 뒤로하고 검을 세운 채 토끼가 자리를 떠나기를 기다렸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평화가 찾아오자 노아는 검을 땅에 거꾸로 꽂았다. 아마 노아가 마을을 발견한 장소가 여기 어디쯤일 것이다.

 황제의 족보가 없다는 말도, 마을에 가지고 들어온 적이 없다는 말도 거짓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노아는 그 족보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말은 한 적이 없었다.

 노아는 비단으로 감싼 책을 품속에 숨겼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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