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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흑첨향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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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악연(惡緣)의 시작1.
작성일 : 16-04-02 07:09     조회 : 797     추천 : 0     분량 : 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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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악연(惡緣)의 시작1.

 

 

 

 악몽(惡夢)을 꾼 느낌이었다. 진저리 칠 정도로 불쾌하고 무서운. 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능비령은 자신이 잠을 깬 이유가 악몽 때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굳이 그 내용을 떠올리려 하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았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끄응…."

 나른함에 몸을 맡긴 채 좀 더 누워 있을까 하다가 능비령은 결국 상체를 일으켰다. 무언가 알 수 없는 향(香)이 코를 찌르고 있는 데 주위가 너무 조용해 불현듯 자신의 막사가 아닌 느낌을 받은 때문이었다.

 "여긴…?"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눈이 커졌다.

 능비령이 깨어난 곳은 과연 막사도 아니었고 정찰 중이던 숲도 아니었다.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은빛을 뿌려내고 있는 창밖의 만월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은 반원 형태의 문과 역시 반원 형태로 만들어진 창문들, 그리고 창문과 창문 사이의 벽면에 양각(陽刻)되어 있는 알 수 없는 문자들과 석상들이었다.

 중원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불전(佛典)이었다. 넓이는 방원 십여 장정도 되어 보였고 그 전체적인 형태가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능비령이 벌떡 일어나며 습관처럼 허리의 검을 찾은 것은 제단 앞에 두 줄로 오와 열을 맞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열두 명의 밀승을 발견한 뒤였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 보이는 검은 가사의 노승(老僧)들은 능비령에게 등을 보인 채 제단을 향해 앉아 있었다. 그제야 능비령은 자신이 밀승들에게 쫓기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진 뒤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죽지는 않은 모양인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호랑이 굴로 떨어진 거잖아?'

 능비령은 팔다리를 움직여 보며 몸을 점검해 보았다.

 그 높은 곳에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친 곳은 없는 듯했다. 처음부터 부상을 입지 않았는지, 아니면 눈앞의 노승들이 부상을 치료해 준 것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얼마 만에 깨어난 것인지도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근데 이 노인네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어느 정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정리가 끝나자 능비령은 새삼 노승들을 바라보았다.

 노승들은 두 줄로 제단 앞에 앉아 어떤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듯했다.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달빛뿐인지라 제단을 향해 앉아 있는 그들의 모습은 그 형태만이 흐릿하게 시야를 파고들 뿐 선명하지 않았다.

 불경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목탁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능비령에게 일체 관심조차 보이지 않은 채 완벽한 정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능비령은 어떤 장엄함에 이끌려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 채 제자리에 못 박혀 노승들을 바라보았다.

 어느 한순간, 앞줄에 앉아 있던 노승 여섯 명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이어 두 명씩 한 조를 이뤄 합장을 한 채 불전의 입구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섯 명이 모두 불전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능비령이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뒤에 다시 두 명씩 따라오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노승들의 행렬 중간에 끼어든 능비령은 내심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 뭐야? 내가 왜 이 사람들을 따라가고 있지?'

 노승들 중 어느 누구도 능비령에게 따라오라고 입을 연 사람은 없었다. 어떤 무형의 압박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능비령은 단지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그들 행렬의 중간에 끼어든 것뿐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려둔 걸 보니 죽이지는 않을 테고, 기왕에 따라가는 거 마음이나 편히 먹자고!'

 능비령은 스스로의 행동에 불가사의함을 느꼈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불전 밖으로 나와 보니 멀리 아름드리 거목들이 빽빽이 들어찬 숲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대략 방원 오백여 장에 달하는 숲 사이의 넓은 공터에는 둥근 지붕에 첨탑이 올려 져 있는 십여 채의 건물들이 있었고 그 정중앙에 구층으로 이루어진 원형의 탑이 있었다. 마치 주위의 다른 건물들과 숲 전체를 내려다보는 듯 하늘로 우뚝 솟아 있는 원탑은 어쩐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노승들이 능비령을 인도해 가고 있는 곳은 바로 그 원탑이었다. 탑의 하단부에는 거대한 철문이 있었는데, 이미 철문은 활짝 열려져 노승들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철문 안으로 들어서자 나선형의 계단이 있었다. 비스듬히 올라가고 있는 계단은 탑 위로 오르는 계단이었고 반대로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계단은 탑 내부의 지하로 이어져 있는 듯했다.

 노승들은 능비령을 인도하며 탑의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쯤 내려갔을까?

 지하로 내려갈수록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해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나선형의 계단은 끝없이 지하로 이어져 있었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어둠뿐이었고 그 어둠의 가장자리에 희미하게 나선형의 계단이 빙빙 돌아가며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있는 형태였다.

 노승들의 걸음이 멈춰진 것은 근 반 시진가량 지하 계단을 따라 내려온 뒤였다.

 반대쪽 석벽에 하나의 석굴이 있었는데 굵은 쇠창살이 내려져 입구를 막고 있었다.

 '세상에! 이 탑의 지하가 과연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기에 근 반 시진을 내려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능비령은 나선형의 계단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본 후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는 지하 계단이 여전히 밑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철컹!

 노승 중 한 명이 석굴의 입구를 막고 있는 쇠창살문을 열었다. 석굴은 안으로 다시 십여 장 정도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석굴 끝에는 방원 이십여 장에 달하는 넓은 석실이 있었다.

 작은 광장을 방불케 하는 넓은 지하 석실의 중앙에는 한 개의 포단이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 좌화(坐化)해 있는 한 노승의 유해가 있었다.

 어깨와 머리 위로 먼지가 두텁게 내려앉아 있었고 걸치고 있는 검은 가사는 손만 대면 바스러질 듯 낡아 있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갓난아이처럼 은은히 홍기가 감돌고 있었다. 피부 또한 아직도 생전의 그것인 양 윤기를 지니고 있었다.

 노승의 유해 옆에는 한 여인이 유해를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지면을 짚고 머리를 숙인 자세였다.

 대략 이십 대 중반쯤 되었을까?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어 여인의 용모는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능비령은 그 여인 또한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인의 머리와 어깨 위에도 오랜 세월의 잔해가 먼지가 되어 두텁게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노승들은 능비령과 노승의 유해를 중심으로 원진을 형성하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능비령은 자신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앉아 있는 노승들을 둘러보며 어리둥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였다. 그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몸이 제자리에 앉혀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거할 수 없는 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를 제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노승들은 능비령이 깨어난 후 이곳 지하 석실로 올 때까지 어느 누구도 입을 연 사람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앉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능비령은 자신도 모르게 노승들의 원진 중앙에 앉지 않을 수 없었다.

 능비령은 좌화해 있는 노승의 유해 앞에 가부좌를 튼 형태로 앉아 어리둥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년이여, 너에게 만상의 이치를 받아 법(法)을 전하니….

 

 환청(幻聽)이었을까?

 능비령은 머리 속에서 무슨 소리를 들은 느낌을 받았다. 벼락이 머릿속에서 내리치는 듯했고 또한 먼 산이 울리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다.

 그것은 한순간이기도 했으며 또한 영겁 같기도 했다. 동시에 기이한 힘이 뇌전처럼 능비령의 백회혈을 타고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계류(溪流)에 전신을 내맡긴 느낌이 이러할까? 어찌 보면 거대한 창이 몸을 꿰뚫는 고통 같았지만 또한 전신이 청량하기 그지없었다.

 

 …나모 아따 시지남 삼먁 삼못다 구치남 옴 아자나 바바시 지리지리 훔…

 …나모 아따 시지남 삼먁 삼못다 구치남 옴 아자나 바바시 지리지리 훔….

 

 열두 명의 노승들이 일제히 알 수 없는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장엄하되 속되지 아니했고, 머물러 있으되 요란하지 않았다.

 법열(法悅)이 가득하되 또한 담백했다.

 모든 것이 영겁(永劫)처럼 왔다가 일수유(一須臾)처럼 사라졌다.

 능비령이 어떤 환청을 듣는 순간 알 수 없는 존재가 그의 몸을 관통했고, 그 순간 12명의 노승들이 우렁차게 주문을 영창했다. 그리고 그 주문이 허공에 떠도는 느낌을 받은 순간 이미 석실은 다시 정적으로 잠겨들었다.

 능비령은 어리둥절해 눈을 들었다.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변화가 있었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지 그는 미망 속을 헤매지 않을 수 없었다.

 능비령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하나의 변화를 눈으로 찾아낼 수 있었다.

 자신의 앞에 좌화해 있던 유해가 어느 사이에 해골만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마치 잠들어 있는 듯 얼굴에 홍기마저 띠고 있던 모습이 한순간에 삭아들어 한 무더기의 뼈만이 그 자리에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손만 대면 바스러질 듯 낡아 보이던 가사 역시 먼지로 흩어져 보이지 않았다.

 '웃! 이건 또 뭐야! 이거 분명히 내 손이 맞는데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야?'

 이때, 능비령은 자신의 오른손이 저절로 허공에 수평으로 들려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팟!

 돌연 수평으로 들려진 능비령의 오른손 검지 끝 부위가 저절로 찢겨져 나가며 가늘게 피가 솟구쳐 나왔다.

 실처럼 가늘게 솟구치고 있는 피는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은 채 곧바로 허공을 가로질러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여인의 이마로 뻗어가기 시작했다.

 이어 선명한 핏줄기는 여인의 이마에 닿으며 속(屬)이라는 글귀로 변화되었다.

 능비령은 자신의 손가락 끝에서 뻗어 나간 가느다란 핏줄기가 여인의 이마에 닿으며 부적 형태의 글귀를 이루었다가 다시 여인의 이마 속으로 스며드는 광경을 보며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환각(幻覺)이었을까?

 번쩍!

 여인이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능비령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능비령은 전신이 한순간에 타버리는 듯한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아득히 의식을 잃어갔다. 그가 본 것은 단 하나, 심연처럼 깊은 여인의 눈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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