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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아기공녀님의 반란일기
작가 : 달과눈의꽃
작품등록일 : 2019.10.12

어마어마하게 큰 마나통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새에 마왕의 제물로 점찍힌 프리엘.

13살이 되어 제물이 된 그 순간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데...

내 지난 5년간의 고통을 갚겠다!

 
1. 인생 첫회차는 새드엔딩이었다. (2)
작성일 : 19-10-12 21:26     조회 : 179     추천 : 0     분량 : 5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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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딸의 분신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 그의 아내는 진짜 오열하고 있었다.

 

 그가 그의 계획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의 계획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프리엘과 그 경비병, 그 둘이 계획을 아는 모든 자들이였다.

 

 그는 위로를 하러 끈질기게 따라붙는 다른 귀족들을 제치고, 빠르게 걸어갔다.

 

 그는 프리엘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공작저의 가장 후미진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삼시세끼는 공작이 가져다주었고, 거사일 전까지 그녀는 그 방에서 나올 수 없었다.

 

 다른 가족들, 혹은 고용인들이 눈치채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너의 형이 집행되었다. 프리엘."

 

 그녀의 아버지가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씹듯이 내뱉었다.

 

 프리엘이 잔뜩 겁먹은 눈동자를 아버지의 눈에 맞췄다.

 

 "그, 그럼...나는 이제 어떡해?"

 

 "너는..."

 

 그는 말없이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 그답지 않게 성급하고 메마른 동작이었다. 약간의 강제성까지 띠는 손짓이었다.

 

 그는 재빠르게 뒷문으로 나가 준비되어있던 허름한 마차에 프리엘을 태웠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그는 그녀의 딸이 잘 앉은 것을, 그리고 그녀의 양 어깨가 덜덜 떨리는 것을 보았다.

 

 카뮌공작은 그의 다섯번째 딸, 프리엘 카뮌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제 너는 남작의 딸이 될 거다."

 

 프리엘은 그의 말을 듣기를 거부했다. 두 손으로 귀를 막은 그녀는 소리를 지르려했다.

 

 카뮌공작은 바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날선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뭐하는 짓이야!"

 

 카뮌 공작이 프리엘의 뺨을 짝- 때렸다.

 

 프리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뺨을 그러쥐고 그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카뮌 공작은 입술을 짓씹었다.

 

 이를 악물고, 그는 내뱉었다.

 

 "남작의 딸로서..."

 

 잠깐 호흡을 고른 그가 다시금 말했다.

 

 "남작의 딸로서 잘 살 수 있지?"

 

 애써 미소짓는 아버지를 보는 프리엘의 큰 눈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커다란 눈물방울이 뚝, 뚝 떨어지고, 떨리는 프리엘의 목소리.

 

 "아빠...나 아빠랑 떨어지기 싫어..."

 

 "미안하다....."

 

 카뮌공작은 프리엘을 와락 안았다. 그의 눈에도 붉은 기가 서렸다.

 

 "하지만 너는 가야 해."

 

 카뮌공작이 안은 품에서 프리엘을 떼내며 말했다.

 

 프리엘이 아빠의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간청했다.

 

 "내가 왜 가야해? 나 뭐 잘못했어?"

 

 프리엘의 붉어진 눈시울을 닦아주고픈 맘을 애써 참으며 카뮌공작이 대꾸했다.

 

 "잘못...아가야. 너는 잘못한 게 없단다."

 

 일부러 서늘한 목소리로 그는 말했다.

 

 "그러면?"

 

 "세상이 네게 잘못한 거야. 이 잘못된 세상이...네가 우리집에 있으면 결국 누군가가 알아챌 거란다."

 

 카뮌 공작의 눈시울도 붉어졌지만 그는 끝끝내 눈물을 떨어뜨리진 않았다.

 

 "가라. 어서."

 

 그 말을 끝으로 그는 프리엘의 손을 떼내고 마차의 문을 닫았다.

 

 어린 프리엘이 어떻게 할 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프리엘은 지금 이 문이 닫기면 다시는 아빠를 못 보게 된다는 강한 직감이 들었다.

 

 그녀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온 힘을 다해 마차문을 열려고 해봤지만 마차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빠!!! 아빠!!!"

 

 몇 분을 그랬을까.

 

 프리엘이 아무리 엉엉 울며 마차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저 마차가 달려가는 덜커덩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작은 주먹에 피가 맺히고, 온 몸에 멍이 들 정도로 그녀는 문을 두드렸다.

 

 문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몇박 며칠 동안 그녀는 울다가 혼절했다가 비척거리며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일어나서는 힘없는 손으로 마차의 손잡이를 붙들고 있기도 했다.

 

 음식과 물은 마차안에 있었지만, 그녀는 곡기를 끊고 그저 엉엉 울기만 했다.

 

 '가만 안 둬...가만 안 둬....'

 

 그녀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누구인지를 모를 사람을 향해 적의를 품었다.

 

 그러다가도 엄마아빠의 얼굴이 떠오르면 다시 울어제끼기도 했다.

 

 일주일 뒤 마차는 남작의 영지에 도착했다.

 

 무려 일주일이나 걸리는 여행이었다.

 

 감옥에서도 마차에서도 잘 먹지 못한 프리엘은 비쩍 말라 피골이 상접한 수준이었다.

 

 손과, 그 손을 문대었던 옷에 피가 점점이 묻어있었다.

 

 드디어 마차의 문이 열리고, 프리엘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아빠...."

 

 그녀가 비틀대며 문가를 잡고 일어서자, 흰 장갑을 낀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녀는 수척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작고 왜소한, 머리숱도 별로 없는 늙은 노인이었다.

 

 정장을 잘 차려입었지만 카뮌 공작저의 고용인은 아니었다.

 

 그녀는 손을 내쳤다.

 

 그리고 8살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용기를 내서, 당당한 척 한 걸음, 한 걸음... 마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공작의 여식답게 등을 쭉 펴고 주변을 고고히 둘러보았다.

 

 "나를 다시 공작저로 데려다놓으라."

 

 그녀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엄숙하게 명했다.

 

 물을 못 마셔서 갈라지는 하이톤의 목소리였다.

 

 고용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정원사, 요리사, 시녀, 노집사까지...

 

 여기저기서 그녀의 행색에 충격을 받은 표정들이 보였다.

 

 프리엘은 못먹어서 끊어질 것 같은 정신을 간신히 붙들고 있는 중이었다.

 

 '아빠...'

 

 그녀가 속으로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어서...나를 아빠한테로..."

 

 곤란한 시선들이 오갔다.

 

 "저, 공녀님..."

 

 예의 그 노인네의 손이 그녀를 진정시키려 다가왔다.

 

 그녀는 다시 그 손을 쳐냈다.

 

 "어딜 감히!"

 

 그리고 쳐내면서 간신히 중심을 잡고 있던 몸은 균형을 잃어 휘청였다.

 

 애써 다시 중심을 잡으려 했지만 일주일을 굶은 허약한 몸으로는 무리였다.

 

 그녀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주위가 고요했다.

 

 그녀는 창피에 벌겋게 홧홧해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고개를 숙였다.

 

 그 때, 남작 일행이 다가왔다.

 

 남작과 남작의 아내, 딸 둘과 아들 하나였다.

 

 딸 둘은 서로 속닥이며 프리엘을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았고,

 

 아들 또한 경계하는 표정이었다.

 

 첫째 딸은 13살, 둘째 딸은 11살, 아들은 8살, 프리엘과 동갑이었다.

 

 남작 아내 또한 불안한 얼굴이었는데, 남작만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프리엘은 그 비열한 얼굴을 보고는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을 알아챘다.

 

 "나, 나를 아버지에게..."

 

 "아, 공녀님 오셨습니까."

 

 남작이 유들유들하게 인사한 뒤, 손을 뻗었다.

 

 쓰러진 그녀를 일으켜주려 매너있게 내밀어진 손을, 프리엘은 다시 내쳤다.

 

 그러자 남작의 눈이 샐쭉해지더니,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만면에 비웃음을 띠고 그대로 턴해서 뒤로 돌았다.

 

 남작의 아내는 눈치를 보다가 같이 뒤로 돌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속삭였다.

 

 '어쩌려고 그래요 여보. 쟤는 공작의 딸인데..'

 

 '다 내게 생각이 있어.'

 

 득의양양한 미소를 만면에 지은 그는 그대로 남작저로 들어갔다.

 

 아들딸들은 제 어미와 아비가 하는 양을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

 

 특히 둘째딸 키린은 눈치를 보다가 비웃는 표정을 한끔 담아 인사를 했다.

 

 항상 사교계에서 자기보다 높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다가 이렇게 복수를 해주니, 키린은 통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프리엘에게는 유일하게 예법에 맞게 인사한 것이라 더욱 그 비웃음이 쓰게 느껴졌다.

 

 모두가 들어가고, 프리엘은 황량하게 남겨졌다.

 

 그녀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다가, 훌쩍이기 시작했다.

 

 "흐흑. 흑..."

 

 나오는 눈물을 막으려 애써봤지만 터진 댐처럼 눈물이 강물처럼 흘러내렸다.

 

 그래봤자 그녀도 8살이었던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

 

 완전히 타향에 떨어져서 어째야하는지는,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저...공녀님."

 

 흰 장갑을 낀 손이 다시금 그녀에게 다가오자, 그녀는 혼절한 척 쓰러졌다.

 

 잠깐만 생각하려고 한 짓이었는데, 지쳐있던 프리엘은 진짜로 잠들어버렸다.

 

 다시 깼을 때는, 어두침침한 방 안이었다.

 

 몸 상태로 보아 한참의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눈 앞에 흰 죽이 있었다.

 

 멀건 흰 죽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제는 성질이 났다.

 

 "다 망해버리라지!!!"

 

 그녀는 바락바락 성질을 내며 죽그릇을 쏟아버렸다.

 

 "다 망해버려!!!!!!"

 

 그녀는 씩씩거리며 애꿏은 탁자에다 분풀이를 했다.

 

 "에잇! 에잇!"

 

 그러나 탁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8살 여자애의 힘인 것이다.

 

 당연히 탁자는 부서지지도, 흠이 나지도 않았다.

 

 "흑..흑..."

 

 프리엘은 급기야 펑펑 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무력감에 머리가 띵할 지경이었다.

 

 그 때, 방문이 열리고 남작가의 노집사가 들어왔다.

 

 "어, 공녀님..."

 

 그가 어수룩하게 두리번거리자 프리엘이 울던 것을 멈추고 조르르 달려가 외쳤다.

 

 "나, 카뮌 가의 프리엘은 여기있다. 어제 내가 명한 것은 어떻게 되었지?"

 

 매우 당당한 기세였다.

 

 "명한 것이요...? 아. 그..."

 

 "아버지에게로 데려다달라고 하였다."

 

 그녀가 씨익씨익 숨을 고르며 말했다.

 

 "아버지에게로 데려가지 않으면..."

 

 그녀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자기의 목을 손날로 그어보였다.

 

 "내...목숨을 끊을 줄 알거라!!"

 

 노집사는 프리엘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진의를 묻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저, 막막하다는 듯, 이 여자아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가늠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내, 내 말이 거짓같느냐!!"

 

 프리엘이 마구잡이로 외쳤다.

 

 "지, 지금이라도...!"

 

 그녀가 화난 걸음으로 창문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내가 못 할 줄 알아!!!!"

 

 그녀가 새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는, 자기가 너무했나 싶어 노집사의 눈치를 살폈다.

 

 한 발을 창문에 걸치고 한 발은 땅에 딛은 자세로, 그녀는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 발 더 내딛고 그녀가 결심을 한 순간,

 

 "공녀님."

 

 노집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프리엘은 그제서야 그를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체구가 작고 왜소한,

 

 어느 집안에나 있을 법한 그런 노집사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한 점의 동요도 없이 프리엘을 낮게 바라보고 있었다.

 

 프리엘이 한 발을 더 내딛었다.

 

 이제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밖으로 내다본 풍경으로 생각했을 때

 

 이 곳은 최소 3층 이상은 되었다. 그녀가 눈을 꼭 감고 남은 발을 떼자, 노집사의 흉흉한 기세가 그녀를 덮쳤다.

 

 눈깜빡 했을 때, 그녀는 노집사에게 붙잡혀있었다.

 

 프리엘이 조금 겁먹을 정도로 컨트롤한 기세는, 그 목적을 훌륭하게 달성했다.

 

 프리엘의 다리가 얼어붙고 저항할 수도 없이 겁먹은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프리엘님."

 

 그대로 한참을 침묵하다가 노집사가 말했다.

 

 "프리엘님 뜻대로는 안 될 겁니다."

 

 "익!"

 

 "왜냐하면."

 

 그녀의 말을 잡아챈 그가 기세를 더욱 올렸다.

 

 "이곳은 남작저이고, 프리엘님은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는 존재입니다."

 

 "아..."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영리했던 프리엘은 금방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화를 내던 것을 관두고 끝내 울먹이며 말했다.

 

 "나...우리 집에서, 구석진 방에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일 수 있으니까,"

 

 어느새 그녀가 다시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며 말했다.

 

 "제발...나 아버지가 한 달에 한 번 보러 와도...아니, 이주에 한 번만...

 

 그정도면 되니까...흑..흐윽....우리 집에 갈래...."

 

 "....."

 

 한 줌의 표정조차 짓지 않은 채 집사는 그녀의 말을 곰곰히 들었다.

 

 "집...말입니까."

 

 그는 무표정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이 지금 집에 가면...어떤 일이 일어나는 줄 아십니까."

 

 "어떤 일...?"

 

 그녀가 코를 훌쩍이다 말고 고개를 들어 집사를 바라보았다.

 

 "하아, 알아들으실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각당하는 순간 당신의 아버지는 공작위를 파면당하게 될 것입니다."

 

 "아버지가...?"

 

 "그렇습니다. 당신의 존재는 곧 신성한 계시에 대한 반역을 의미하므로, 교황청에서 크게 노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나라는 종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당신 또한 붙잡히자 마자 목이 달아날 것입니다."

 

 집사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닫았다.

 

 어쩔 것이냐, 프리엘에게 묻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프리엘은 안색이 창백해져 덜덜 떨었다.

 

 "그, 그러면...나는 이 집안에서 어떤 위치이지?"

 

 '생각보다 똑똑한 아가씨야. 하긴, 전국에 천재라고 명성이 자자했으니.

 

 자신의 위치를 생각보다 빨리 파악하는 군.'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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