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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언하모닉 베네딕투스
작가 : 대홍수
작품등록일 : 2019.9.22

제국의 멸망 이후 120년. 전란 속에서 사람들은 황제의 귀환을 꿈꾼다.

 
EP.2 거북곰과 하디(4)
작성일 : 19-10-12 00:40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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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 마을에는 총 8개의 밭이 흩어져 있다. 하지만 리운은 어느 밭에서 누가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내린이라면 어느 밭에서 왔을지 알고 있었다.

 반은 구르고, 반은 달리며 도착한 감자밭의 풍경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노아는 사태가 끝나면 자신의 여자친구가 그런 꼴을 당할 때까지 제대로 지키지 못한 모지리 초랭이에게 한 마디 해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목이 물린 채 질질 끌려다니며 속이 파헤쳐진 초랭이가 노아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밭 한복판에서 거북곰 무리에게 포위당해있던 파말이 노아를 발견하고 외쳤다.

 

 “노아! 리운! 힌돌씨는?”

 “안 올 것 같아!”

 “젠장, 이 시국에 안 온다고?”

 

 노아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힌돌은 따라오지 않았다. 내린은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말하기 전에 정신을 잃었고, 리운과 노아 둘이면 충분히 사건이 해결되리라 생각한 힌돌은 내린을 업고 마을로 달려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30여 마리의 거북곰 무리는 노아와 리운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숫자였다.

 감자는 이미 죄다 파헤쳐진 채 망가져 있었고, 주민 중에는 파말과 농사꾼 호영, 주물만이 살아남아 자루가 흔들거리는 창과 낫을 들고 무의미한 저항을 하고 있었다. 밭 가운데에 고립된 셋에게는 올라갈 나무도 없었다. 힌돌이 내린을 두고 찾아올 때까지 버티기는 힘들었다.

 노아를 발견한 거북곰이 울부짖었다. 노아는 고지를 선점하고 있었지만, 인질이 잡힌 이상 지형의 이점은 별 의미가 없었다. 거북곰들 역시 잡아놓은 고기를 우선하겠다는 듯 노아와 리운을 경계하기만 할 뿐 파말을 둘러싼 포위를 풀고 노아를 노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이놈들아, 내 동생 내놔라!”

 

 주물이 죽은 사람들을 뜯어먹는 거북곰에게 분통을 터뜨리며 낫을 휘둘렀다. 거북곰 한 마리가 머리를 찍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다른 거북곰들이 낮아진 주물의 팔을 물고 끌어당겼다.

 

 “끄아아......”

 “주물!”

 

 파말과 호영이 주물을 붙잡으려 했지만, 셋을 둘러싼 거북곰은 잠깐이라도 등을 보이면 물어뜯을 듯 으르렁댔기에 움직일 수 없었다.

 주물은 자신을 문 거북곰의 눈을 찌르고 발로 꼬리를 밟으며 안간힘을 썼지만, 마침내 두 마리의 거북곰이 더 달라붙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리운이 주물의 목을 노리는 거북곰의 머리를 쐈다. 한 발에 첫 번째 거북곰의 머리를, 두 발째에 두 번째 거북곰의 다리를 꿰뚫은 화살은 세 발째에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주물의 어깨에 박혔다.

 주물의 비명에 의지가 꺾인 리운이 활을 떨어뜨렸다. 파말이 거북곰을 경계하며 주물의 다리를 당겼지만, 거북곰은 집요하게 주물의 목을 물고 맞당겼다.

 결국, 우드득 하는 목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과 발버둥이 멈췄다. 주물의 다리를 놓자 주물은 거북곰 무리 사이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파말이 외쳤다. 파말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너희들로는 무리야. 힌돌씨를 불러와!”

 

 리운이 몸을 돌리자 거북곰이 일제히 울부짖었다. 깜짝 놀란 리운이 고개를 돌리자 거북곰이 파말과 호영을 물어뜯는 시늉을 하며 리운을 위협했다.

 노아는 리운이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광경을 보고도 사말처럼 농담할 수는 없었다.

 

 “뭐야, 이거 설마......”

 “짐승들이 인질을 잡고 협박하고 있다? 이런 거 본 적 있어 리운?”

 “말도 안 돼. 거북곰이 지능이 높다고는 하지만 그래 봐야 짐승이야.”

 

 리운이 확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된다. 하지만, 그래야 명백한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파말과 호영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가 설명된다. 하지만...... 고작 거북곰이?

 리운이 거북곰을 바라보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세 걸음을 채 걷기도 전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덩치 큰 거북곰이 리운에게 다가가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댔다. 노아는 현실에 쳐들어온 비현실에 혼란을 느꼈다. 호영이 외쳤다.

 

 “노아, 리운! 저것들이 너희가 여기로 오길 원하는 것 아니야?”

 

 노아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순순히 저 포위망 안으로 들어가 봐야 거북곰의 야식 목록에 인간 둘이 추가되는 것 이상의 고무적인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노아와 리운이 움직이지 않자 우두머리가 낮은 울음을 내뱉었다. 오금이 저리는 기묘한 소리가 신호탄이 되어 거북곰 두 마리가 파말과 호영에게 달려들었다.

 파말은 뛰어오른 거북곰의 배에 화살을 먹이고 머리를 발로 찼고, 호영은 낫으로 거북곰의 등을 찔렀다.

 거북곰이 호영의 허벅지를 물자 호영이 비명을 지르며 거북곰의 등을 마구잡이로 찔렀다. 파말이 거북곰의 목을 쐈고, 거북곰은 호영의 허벅지에 매달린 채로 숨통이 끊어졌다.

 호영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맙소사.”

 

 노아가 탄식했다. 호영의 다리가 붉게 물들며 땅까지 적셨다. 당장에 거북곰을 쫓아내고 응급처치를 하지 않는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노아는 이 상황마저도 거북곰의 시위의 일종이 아닌가 의심했다.

 허탈감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으르르......”

 

 다시 낮은 울부짖음이 들렸다. 파말은 호영을 몸으로 보호하려 했지만, 둥글게 포위당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몸으로 보호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거북곰 두 마리가 다시 호영에게 달려들었다. 호영은 다리를 문 채 죽은 거북곰의 입을 벌리느라 반응이 늦었다. 노아가 활을 들어 충동적으로 화살을 당겼다.

 퉁 하는 소리와 함께 노아가 노린 거북곰이 아닌, 다른 놈이 옆구리에 화살을 맞고 바닥을 굴렀다. 두 번째 거북곰은 호영의 반대쪽 다리를 물려다 파말에게 머리를 걷어차이고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노아가 산비탈을 미끄러지듯 내려가며 두 번째 화살을 쐈다. 화살은 거북곰 우두머리의 등에 맞고 퉁겨졌다.

 

 “짐승 주제에!”

 

 노아가 활을 집어 던졌다. 따귀를 맞은 우두머리는 고개를 돌렸다. 노아는 화살을 들고 우두머리를 덮쳤다.

 난투가 벌어졌다.

 

 노아는 양손에 화살을 들어 우두머리의 눈과 배에 각각 박아 넣었다. 거북곰은 노아의 팔을 물고 앞다리를 휘둘렀다. 노아는 무릎을 가슴까지 당겨 배를 보호했다. 바지가 찢어지고 피가 튀었다.

 짐승이 사람처럼 인질극을 벌이고, 사람이 짐승처럼 얽히고 나뒹구는 기묘한 광경이었다.

 

 “죽어! 죽어!”

 

 짐승이 인질극으로 사람을 곤란하게 했기에 난투에서는 사람이 짐승을 경악시켰다.

 노아는 반쯤 기절한 채 자신의 팔을 깨문 우두머리의 턱을 움켜쥐었다. 우두머리는 노아의 팔을 문 채 턱이 봉인되었고, 노아는 우두머리의 얼굴을 난도질했다. 화살촉이 부러지자 노아는 화살 한 자루 전체를 한 조각, 한 조각 우두머리의 눈 속에 집어넣었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체액 교환이 이루어졌다.

 

 우두머리의 부진에 무리가 동요했다. 거북곰이 포위를 느슨하게 하고 노아와 우두머리에게 신경을 쏟았다. 노아를 엄호하려다 조준점이 안 맞아 포기한 리운이 파말과 호영에게 손짓했다. 파말이 호영을 부축하고 거북곰의 집중을 피해 조금씩 움직였다.

 

 노아는 어지러웠다. 우두머리의 반대편 눈알을 화살촉으로 파내면서 노아는 서글픔을 느꼈다.

 거북곰은 밭을 파헤치고 사람을 해친다. 사람들은 거북곰을 죽여 밭을 지킨다. 그것은 자연의 이치다. 사슴은 호랑이를 미워하겠지만, 그 안에는 자연의 섭리가 있다.

 하지만 이건...... 생존을 위해 타인을 죽이는 것이 아닌, 죽이기 위해 자신의 몸이 축나기를 감수하는 이 짓거리는 너무 인간적이었다.

 

 거북곰 무리의 관심이 파말과 호영에게서 끊어졌다. 무리는 포위를 풀고 노아와 우두머리를 둘러쌌다. 비탈을 오른 호영이 긴장이 풀려 주저앉았다.

 

 “이제 어쩌지? 노아는?”

 

 파말이 노아를 바라보았다. 파말은 이미 우두머리와 한 덩어리가 되어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파말이 비틀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파말이 리운에게 팔을 뻗었다.

 

 “리운, 활은 내게 주고, 네가 마을로 가서 구조를 요청해. 호영. 미안하지만 여기서 지혈하고 참아야겠어. 노아를 시간 안에 구하려면 리운이 가벼운 몸으로 가야 해.”

 

 호영이 파리해진 얼굴로 다리를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운이 파말에게 활을 주고 비탈을 뛰어 올라갔다. 뒤늦게 파말과 호영이 탈출한 것을 확인한 거북곰 무리가 파말에게 달려들었다.

 

 “나무 위로 올라가! 놈들은 나무를 못 타!”

 

 호영이 파말의 어깨를 밟고 나뭇가지를 움켜쥐었다. 파말은 가장 가까이 다가와 이빨을 드러낸 거북곰에게 화살을 쐈다.

 어깨가 흔들렸지만, 워낙에 가까이 있어 화살은 거북곰의 턱을 뚫었다. 호영이 나뭇가지를 껴안고 떨어지지 않게 발버둥 쳤다.

 

 노아는 화살이 더 무기로의 가치를 하지 못하게 되자 우두머리의 등 뒤로 돌아 목을 졸랐다.

 우두머리가 위아래로 날뛸 때마다 단단한 등껍질이 배를 때려 구토감을 유발했다. 노아는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우두머리의 귀를 깨물었다.

 노아는 우두머리의 등에 올라타서 사방을 볼 수 있었다.

 탈출한 호영이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파말이 달려드는 거북곰을 쏜 뒤, 나무에 올라 호영을 끌어올렸다. 거북곰이 노아를 둘러쌌다. 우두머리의 위기를 느낀 그것들은 노아를 억지로 떼어내려는 듯, 노아에게 이를 드러내고 다가갔다.

 그리고 등이 따스해지며 세상이 밝아졌다.

 

 “멈춰.”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노아는 충격에 휘말려 퉁겨지며 우두머리의 귀가 입에서 미끄러졌다.

 노아는 우두머리를 놓치고 바닥을 굴렀다.

 

 “오, 맙소사.”

 

 파말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파말은 빛에 휩싸인 여자가 땅에 내려서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에게는 머리카락이 없었다.

 파말의 도움으로 나뭇가지에 제대로 올라앉은 호영도 그 굉장한 현상에 입을 쩍 벌렸다.

 

 주리틀은 빛 그 자체가 되어 노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떤 거북곰도 노아와 주리틀에게 덤벼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주리틀은 거북곰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몸을 숙여 노아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주리틀의 등장에 긴장을 놓았는지, 노아는 눈을 부릅뜬 채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주리틀은 노아가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거북곰은 주리틀의 안심에 공감하듯 뒷걸음질을 멈추고 노아와 주리틀을 바라보았다.

 주리틀은 손을 들어 노아의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 눈을 감겼다. 그 오해를 부를 수 있는 행동에 파말이 경악하자 주리틀이 말했다.

 

 “살아있다. 생명에 지장은 없을 거야. 흉터는 남겠지만.”

 

 주리틀은 30미터 이상 떨어진 파말에게 속삭였고, 그 목소리는 파말에게 선명히 전달되었다.

 뒤이어 주리틀이 말했다. 이번에는 숨 막히는 압박에 호영이 나무에서 떨어질 뻔했다.

 

 “꺼져.”

 

 호영과 파말은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다친 다리로 착지한 호영이 다리를 움켜쥔 채 쓰러지자 파말이 호영을 부축했다.

 

 “너희들은 말고.”

 

 마저 도망치려던 파말과 호영이 움직임을 멈췄다. 호영이 고개를 돌렸다. 뒤돌아본 감자밭에는 한 마리의 살아있는 거북곰도 남아 있지 않았다.

 주리틀은 노아를 안아 들었다. 인간 여자치고도 그리 크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주리틀은 기합 하나 없이 노아를 안고 파말과 호영에게 다가갔다.

 주리틀이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마을로 안내해. 너희를 구한 영웅을 치료해야지.”

 

 *****

 

 알 수 없는 충격에 튕겨 나간 노아는 잠시 정신이 나갔다 돌아왔다.

 땅을 박차고 일어나 몸을 낮추고 있는 형체를 걷어찬 노아는 타들어 가는 고통에 다리를 움켜쥐고 다시 쓰러졌다.

 노아는 혀를 세게 깨물어 정신을 차리고 몸을 날렸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노아의 몸에 눌려 비명을 질렀다.

 

 ‘어둠? 갑자기?’

 

 자신이 대낮에 거북곰 무리와 싸우고 있었음을 떠올린 노아는 기억과 현실의 괴리에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노아의 밑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젠장, 노아! 비켜! 무거워!”

 “사말?”

 

 노아가 뒤로 물러나자 사말이 큰 소리로 투덜거리며 등잔을 밝혔다.

 방이 확 밝아지며 피곤함에 찌든 사말의 얼굴이 드러났다.

 노아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촉촉한 흙과 잡초 대신 깔끔한 방바닥이 노아의 엉덩이를 붙잡았다.

 

 "뭐야, 사말? 네가 여긴 어떻게...... 아니지. 거북곰은? 네 동생은?"

 "시간을 너무 많이 뛰어넘었나 보네. 정신 차려 이 녀석아. 네가 구했으니까. 벌써 이틀 전이야."

 "이틀?"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의 길이에 놀란 노아가 외쳤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외친 고함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파졌다.

 노아는 바닥을 짚고 벽에 등을 기댔다. 사말이 꽤 정성껏 조처를 한 듯 했다. 가정법인 이유는 노아의 격렬한 기상 체조에 아마도 노아의 몸에 붙어 있었을 짓이겨진 약초가 사방에 흩날렸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살아남은 오늘에 감사한 노아는 곧 눈을 떴다.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다쳤어?"

 

 노아의 질문에 사말이 자신의 아랫입술을 당겼다. 사말의 입술밑턱에 불안감을 상징하는 것 같은 불길한 주름이 올라왔다.

 

 "내가 네 방에서 너만 간호하고 있어."

 

 노아는 사말의 말을 이해했다. 사말은 마을의 유일한 의사다. 그리고 노아는 마을의 유일한 부상자다. 나머지는......

 

 “몇 명이나 죽은 거야?”

 “9명. 호영은 죽지는 않았지만, 아마 앞으로도 뛰거나 무리한 운동은 힘들 거야.”

 

 노아는 분명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몸이 더 깊은 무저갱에 빠져들고 있다고 느꼈다. 9명. 100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에서 9명이 죽었다.

 

 “전부 남자들이지?”

 

 노아는 묻고 나서도 어처구니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뭐, 그러면 초랭이가 내린을 먹이로 던지고 살아남기라도 해서 성비를 맞췄어야 했다는 건가?

 사말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말의 답에 노아는 자신이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노아는 머릿속으로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떠오르는 대로 읊조리며 수를 가늠했다.

 이 마을은 도심지와는 달리 남자 비율이 높다. 그런데도 마을의 남성의 6분의 1 정도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것도 젊은이들로만.

 사말이 황망히 말했다.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어. 가을걷이를 서둘러야 해서. 그런데 나가지도 못해. 여자들이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아니야. 다들 마을 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하고 있어.”

 “대체 왜! 왜 갑자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터진 거지? 그것들...... 그냥 짐승 아니야?”

 “파말에게 이야기 들었어. 포위망을 형성해 갑작스럽게 덮쳐왔다고. 흙을 엎어 불을 모두 빼앗은 뒤에 위험한 무기를 가진 사람을 집중해서 순식간에 덮쳤다고 하더라.”

 

 노아는 자신이 농담을 듣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5분 전...... 이틀 전에 노아는 이미 인질극을 벌이는 거북곰과 대면했다.

 노아는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가 힘껏 뒤로 젖혔다. 벽과 뒤통수가 충돌하며 격한 신음을 터뜨렸다. 노아는 벽이 울분을 대신 토해내게 하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리틀은?”

 

 노아의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주리틀이 방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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