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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젖은 어둠은 마음으로 흐른다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남녀의 생존이라는 직업

 
젖은 어둠은 마음으로 흐른다15
작성일 : 19-10-10 12:11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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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2시에 이곳에 사는 사람 같지 않은 느낌의 아주머니가 편의점에 들어왔다. 보통 이런 시간에 아주머니들은 편의점에 오지 않는다. 촌스러운데 촌스럽지 않은 얼굴의 아주머니였다. 사투리를 썼다.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동생네 집에 왔다가 사정이 좋지 않아 거기서 잘 수 없어서 고향으로 가려고 나왔다가 낭패를 당했단다. 아주머니가 배가 고프다고 했다. 경찰서로 모실까 하다가 과거가 있는 나는 경찰서에 연루되기 싫어 아주머니를 파라솔에 앉게 했다. 곧 가을이다.

 

  장어구이를 집었다. 나도 한 번도 못 먹어 본 음식이다. 장어구이는 만 오천 원이나 한다. 도시락은 장어구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장어구이를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어묵탕도 데워서 먼저 내주었다.

  “장어구이는 그냥 드시지 말구요, 생강 초절임을 곁들여서 드세요, 방울토마토도 있으니까 같이 드세요. 여기 어묵 국물도 같이 드시면서, 도시락 데워지면 가지고 올 테니까 밥에 올려 천천히 드세요.”

  아주머니의 표정이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 그러면 됐다. 초절임 3,500원, 방울토마토 2,000원, 어묵 2,000원, 도시락 4,500원. 내 며칠 밥값이 날아갔다.

  “도시락 이거 이렇게 보여도 데우면 불고기가 음식점 맛과 비슷하게 나요.”

 

  아주머니는 배가 고팠는지 정말 맛있게 먹었다.

  “매일 이런 음식으로 총각은 끼니를 때워?”

  “이것도 못 먹는 사람들이 이 도시에는 많아요. 저는 몇 시간 유통기한이 지난 거 먹어요. 그럼 공짜로 먹을 수 있거든요. 탈나지도 않고, 배도 부르고 맛도 좋고.”

  파라솔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유난히 청록색의 밤하늘이었다. 일 년 중에 가장 좋은 날의 새벽이다. 편의점 음식으로 이렇게 맛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담배를 하나 달라고 했다.

  “총각도 피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니에요, 근무 중에는 안 피워요.”

 

  아주머니는 이렇게 복잡하고 큰 도시에서 지갑을 잃어버리면 집에도 못 가고 굶어 죽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했다.

  “여기는 도시니까요. 저 아니라도 누군가는 아주머니에게 이거보다 나은 밥을 제공했을 겁니다.“

  “총각은 편의점 음식 말고 뭐가 먹고 싶어?”

  아주머니가 묻기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음 제육볶음이요.“

  “그건 편의점에 없어?”

  “아마 있겠지만 여기는 없어요.”

  “그게 왜 먹고 싶어?”

  “근래에 누가 만들어 주는 제육볶음을 먹었는데 편의점 음식만 2년 넘게 먹어서 그런지, 제대로 된 기름기가 들어가서 위가 놀랐나 봐요. 화장실에 뛰어가는 바람에 다 먹지도 못했거든요. 그게 갑자기 먹고 싶어요. 그 사람이 만들어준 제육볶음이요.”

  아주머니는 나중에 보답이라도 할 겸 동생네에 오게 되면 제육볶음을 만들어서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

  “저 어차피 이번 달에 편의점 일도 끝이에요. 괜찮아요.”

  “총각은 이제 뭐 먹고 살 거야? 생각한 거라도 있어?”

  “어떻게든 살겠죠. 이렇게 큰 도시에서 뭐 일할 거 없겠어요. 편의점에 일하러 오기 전 일하는 곳에 어항이 있거든요. 붕어들을 보면 밥 안 주면 죽죠, 물 온도 안 맞으면 죽죠, 스트레스 받으면 죽죠, 금붕어는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도 물과 최소한의 먹이만 있으면 그 좁은 어항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거든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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