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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자유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 : 애런
작품등록일 : 2019.9.28

자유로를 질주하는 네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이야기입니다. 어려운 과정을 뚫고 취업하지만 현실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매일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재단의 이사장이 실종되고 모두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재단내의 파벌 싸움이 격화됩니다. 그래서 네 젊은이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됩니다.

 
삼. 모래 바람이 분다 2. 카페
작성일 : 19-10-09 21:55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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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 모래 바람이 분다

 

 

 2. 카페

 

  카페 바깥은 아직 추웠다. 3월의 첫날이 되었지만 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외투를 뚫고 들어왔다. 도형은 예리와 카페 구석으로 갔다. 대학 때 종종 오던 카페였다. 카페 안은 한산했다. 아직 개학 전날이라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도형은 커피를 입에 댔다. 평상시 먹던 것보다 훨씬 더 쓰게 느껴졌다.

  “오빠, 결정했어? 생각해 보겠다고 했잖아.”

  “응, 결정했어.”

  “출근 할 거지? 난 할 거야. 열심히 하면 되지 뭐.”

  예리가 눈가에 미소를 머금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도형은 그런 예리를 보면서 웃음이 났다.

  “내가 출근 안하면 어떻게 할래?”

  “아냐. 오빤 할 거야. 내가 장담해.”

  “그냥 확 안 해버릴까 보다 하다가 너 혼자 보내기 불안해서 가기로 했다.”

  “와, 그렇지? 우리 같이 가는 거네.”

  예리가 양 손으로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너 재단에 전화해서 뭐라고 했냐?”

  “그냥.”

  “뭐가 그냥이냐? 협박이라도 했어?”

  “그럴 리가요. 내 주특기인 애교 한 방 쏴줬지. 헤헤.”

  “야, 네 애교면 우린 다 잘렸어.”

  “뭐라고? 한 대 맞을래?”

  예리가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어 댔다. 도형은 무술 흉내를 내며 막았다.

  “아이고 무서워라. 주먹이 빨라졌네.”

  “그지? 오빤 곧 나한테 크게 맞을 거야.”

  대학 때부터 친해진 후로는 친남매처럼 장난치며 놀았다.

  예리는 도형과 만나면서 다른 남자들이 많이 접근해 왔지만 모두 무시하였다. 그러면서 눈이 높아서 그렀다고 이야기하곤 하였다. 둘 다 이성을 만나지 않으면서 4학년 시절을 보냈고 공부에 매진하는 생활을 하였다. 사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미래의 꿈을 위해 잠시 미뤄뒀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둘이 근처에서 공부했기에 서로 의지할 수 있어서 버텨낼 수 있었다.

  “오빠 우리 잘 버텨냈지?”

  “그래. 근데 일단 기간제로 출발해서 아쉽긴 하다.”

  “난 괜찮아. 정식으로 해준다고 했잖아. 열심히 하면 될 거야.”

  “너나 그렇지. 난 안될 거야.”

  “아냐. 오빠도 똑같은 조건이야. 다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어.”

  “누가?”

  “몰라. 내가 그랬다.”

  “뭐? 네가 이사장이냐? 채용을 약속하게.”

  “내가 이사장이야. 오빠 몰랐어?”

  “아이고 이사장님 나셨네.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그래. 이사장님한테 정중히 인사해 봐.”

  도형이 일어나서 구십 도로 절을 하였다.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할 테니까 꼭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세요.”

  “알았네. 걱정 말게나. 열심히만 하면 모두 정규직 시켜줄게.”

  “이사장님 이거 얼마 안 됩니다. 성의로 받아두세요.”

  도형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는 흉내를 내었다.

  “뭐야, 오빠. 뭐하는 짓이야?”

  “선배들이 사립에서는 돈을 요구하는 데가 있다고 했잖아. 직접 요구하지는 않아도 성의 표시는 해야 된다고 했어.”

  “아냐. 요즘 그런 데가 어디 있어? 옛날 얘기지. 요즘 그랬다간 큰일 나.”

  “정규직이라고 하고 기간제로 한다고 하니까 좀 수상하긴 해.”

  “아니라니까. 여기 재단은 완전 투명한 데라고.”

  예리가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도형은 평상시 예리와 조금 다른 모습을 느꼈다. 사실 이 재단에 지원하자고 한 것도 예리였다. 자신이 지원하자고 한 곳에 대해 도형이 의혹을 제기하자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몇 달 전 둘은 임용고시 합격자 발표를 보고 아무 말도 못한 채 카페에 앉아 있었다. 무슨 말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일 년 마다 있는 시험이라 재수를 해야 할지 사립을 시험 봐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한참을 별 말 없이 앉아 있다가 헤어졌다. 사실 도형은 집 안 형편 상 취업을 바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접은 상태였고 별다른 수입이 없었다. 집이 부자인 예리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하필 이 해에 신규 채용 인원이 대폭 줄어 있었다. 매일 전국의 사립 채용 정보를 뒤지던 도형에게 예리가 둘 다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전화가 왔다. 둘은 뛸 듯이 기뻐했다. 같은 곳에서 근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가장 좋았다.

  “알았어. 우리가 지원한 곳은 투명하다. 됐지?”

  “몰라.”

  예리는 도형이 가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장난을 넘어선 반응을 보일 때 토라지곤 했다. 토라지면 늘 모른다고 말하고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게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일부러 장난치듯 말할 때가 있었다.

  “오빠가 잘 못했어. 풀어라. 풀어.”

  “몰라.”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이 더 나왔다. 도형은 최후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너 안 풀면 그거 한다.”

  “싫어. 하지 마. 하면 죽는다.”

  “그러니까 빨리 풀어.”

  도형의 협박에 예리는 마지못해 팔짱을 풀었다.

  “오빤 다 좋은데 괜히 의심하는 경우가 있어. 특히 내가 추천하는 거에 대해서는 의심하기 없기. 약속해.”

  “알았어. 네 추천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말 안할게. 약속한다.”

  예리가 도형을 노려보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도형은 손으로 예리의 새끼손가락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약속. 약속. 약속.”

  “아야, 아프단 말이야.”

  예리는 손을 빼서 도형을 때렸다. 도형은 하나도 안 아프면서 죽는 시늉을 했다.

  “나 죽었어. 꽥.”

  “내가 눈 하나 깜짝할 줄 알아?”

  “눈 깜짝 했다. 찜.”

  “이제 깜짝 안한다.”

  예리가 눈을 부릅뜨고 깜빡거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도형이 얼굴을 내밀고 예리의 얼굴 앞에서 눈을 쳐다봤다. 곧 예리가 눈을 깜빡였다.

  “깜빡였네. 네가 졌어.”

  “몰라. 지긴 뭘 져. 내기 한 적 없잖아.”

  “이제 좀 풀렸네. 잘 삐지는 우리 삐짐이.”

  “아니거든. 안 삐졌거든. 내가 얼마나 마음이 넓은데. 오빠랑 이렇게 놀아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인정하지? 인정해.”

  “인정. 인정. 놀아줘서 고맙습니다.”

  “그지? 오빠가 커피 사.”

  “네, 알아 모시겠습니다. 사모님.”

  “나 아직 이십대거든요. 사모님이라니요. 제비신가?”

  “그래요. 저 물 찬 제비입니다. 같이 춤이라도 댕기실까요?”

  “춤? 좋아, 오빠 우리 클럽가자. 일 하기 시작하면 놀지도 못 할 거야.”

  “무슨 클럽이냐. 나 춤 못 추는 거 알잖아.”

  “괜찮아. 내가 가르쳐 줄게. 일어나.”

  예리가 도형을 잡아끌었다. 도형이 마지못해 일어나 예리와 함께 인근의 클럽으로 갔다. 불빛이 번쩍이는 클럽에 앉자마자 바로 일어나 무대로 도형을 끌고 나갔다. 당황해서 제대로 춤을 못 추는 도형을 붙잡고 섹시한 웨이브를 한 번 추더니 귀엽게 앙증맞은 춤을 췄다. 도형은 어설프게 박수 치면서 웃고만 있었다.

  “오빠 뭐해. 박수만 치지 말고 흔들어 봐.”

  보다 못한 예리가 도형의 두 손을 잡고 같이 흔들면서 춤을 췄다. 도형도 조금 지나자 흥을 내며 나름대로 몸을 움직였다. 땀이 조금씩 나려고 하자 음악이 바뀌었다. 느린 음악이 나가자 주변의 몇몇 커플들이 가볍게 안고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다. 도형이 들어가려고 하자 예리가 손을 잡았다.

  “오빠 우리도 블루스 추자.”

  “안 돼. 나 춰 본적 없어.”

  도형이 들어가려고 하자 예리가 다시 손을 잡아끌어서 허리에 올렸다. 그리고 양손을 올려 도형의 어깨를 지나 목을 감싸 안았다. 도형은 어쩔 수 없이 예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동생처럼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서자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 예리의 목덜미에는 향기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예리는 남매처럼 장난만 치던 도형과 단 둘이 블루스를 추고 있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처음 느끼는 이상한 느낌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도형이 참지 못하고 갑자기 떨어지더니 들어가 버렸다. 예리도 종종걸음으로 따라 들어갔다. 둘은 아무 말도 못하고 앉아 있다가 클럽을 그냥 나와 버렸다. 마침 택시가 지나가자 도형이 택시를 잡았다.

  “조심해서 들어가.”

  “응. 오빠도.”

  예리를 태운 택시가 출발했다. 택시 안에서 예리는 도형의 품에 안길 때 느꼈던 감촉을 눈을 감고 다시 떠올려 보았다. 예상한 대로 도형의 품은 따스했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제대로 따로 만난 적도 없었다. 오직 도서관과 학교 앞 커피숍에서만 만났고 공부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했다. 그런데 마침내 데이트 비슷하게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예리는 자신이 주도해서 클럽도 가고 같이 춤도 춰서 더 기뻤다. 도형과 새로운 한걸음을 함께 내딛을 수 있어서 무한한 행복감이 느껴졌다.

  도형은 여동생처럼 생각했던 예리에게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고는 많이 당황했다. 마치 먼 친척 여동생과 금기된 데이트를 한 것처럼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죄책감도 함께 밀려왔다. 도형은 자신의 뺨을 때리며 방금 전 느꼈던 기분을 날려 버리려 하였다. 그래. 예리는 여동생이야. 이러면 안 되는 거지. 감정이 잘 컨트롤 되지 않았던 자신이 한심했다. 정말 이제 다시는 예리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집에 들어온 도형은 씻자마자 책을 펴들었다. 새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되는 내용들을 점검하고 새로운 교과서에 메모하였다. 공부를 하고 있으려니 다른 것들은 잊혀졌다. 예리는 침실에 누워서도 계속 도형과 블루스 출 때의 따스했던 느낌이 계속 떠올랐다. 행복한 감정이 온 침실을 감싸고 있었다. 도형과 예리는 밤늦도록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한 명은 기억을 떨쳐 버리려고 애썼고 다른 한 명은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밤이 깊어만 갔다.

 
작가의 말
 

 예리와 도형이 선후배 관계에서 연인으로 진전되는 걸까요? 하지만 왠지 불안한 기운이 느껴지네요. 두 사람의 예정에 없던 데이트가 앞으로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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