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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33화. 어딜 도망가려구
작성일 : 19-10-09 13:10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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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1일. AM 00 : 50

 

 예지는 여차저차 하여 찾아 온 남산입구 앞에 섰다. 정수의 손에 이끌려 서울남부지검 경찰서에 갇혀버리곤 동화를 한번도 못봤다. 21세기에 몸이 떨어졌다면 우리에겐 카톡이 있었지만 안타깝게 그는 뱀파이어였고 그런 최신 문물이 있을리 만무했으니 못본지 오래 되어가는거다.

 

 이동화 하나만 인생에 없을 뿐인데 자신의 인생은 누군가가 느리게 돌리는 버튼을 눌러버린것처럼 따분하고 지루하기 그지 없게 돌아갔다. 강력반에서 여차저차 엿들은 거라곤 온갖 추측성 이지만 뱀파이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였고 그는 뱀파이어였다. 이런 상황에 도대체 그는 어디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예전처럼 찾지 않아도 나타나는 건 커녕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오늘이라는 위험한 날에 남산에 와야 했다. 그가 오지 않는 다면 자신이 찾아갈때도 된거다. 실로 동화는, 자신이 위험할 때 마다 귀신같이 알고서는 찾아와 꽉 붙들어 매어주지 않았던가. 이제는 내 차례라고 생각하면 일이 훨씬 쉬웠다.

 

 뱀파이어들의 싸움이 일어날 것이고 정수와 종인이 더해지면 정말 위험할것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예지는 아무것도, 정말 아주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동화를 사랑하게 된 그 순간부터 이미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과 다름 없었으니까. 자신을 아주 쉽게, 벌레 한마리를 죽이듯 그렇게 간단하게 죽일 수 있는 동화와 사랑을 한 순간부터 예지의 목숨은 오롯히 이동화것이였다.

 

 날짜는 오늘인 것을 진즉알고 있었고 알게모르게 그들의 작전은 다 들은지라 이것저것 다 꿰고 있었다. 동욱이 묵던 방에서 CCTV를 설치한 지도 까지 몰래 빼왔으니 이제 그 범위안에만 들어가지 않고 동화를 찾으면 된다.

 

 " 저기있구만. "

 

 지도에 CCTV로 표시 된 곳을 쳐다보자 정말 가로등과 나무 사이로 카메라렌즈가 보였다. 사각지대를 계산한 후에 몸을 수그린 예지는 카메라 바로 아래에 섰다.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몰라 일단 카메라 사정거리안에만 들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걸음을 옮긴다. 두려움? 그런건 개밥으로 줘버린지 오래. 그를 만난 순간부터 그와 헤어지는 것 이상의 두려움은 없다.

 

 

 

 

 

 

 

 

 

 

 

 

 3월 31일. AM 00 :37

 

 아무도 없는 카메라 렌즈 안으로 동그란 구가 굴러내려오는걸 캐치한 그들은 종인의 예상대로 이상기류를 감지한다. 정수는 당장이라도 혼이 가출할것 같은 얼굴로 동욱을 바라보며 웅얼거린다.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를 마녀에게 빼앗겨 버린 인어공주처럼 제대로된 말은 하지 못한다.

 

 " 나…가… 나가 봐야 되는데…. "

 

 종인이 위험하다. 저건 종인이 들고 올라올 것이였고 쏟아졌다는 것은 넘어졌단 말이다. 아니면 누군가의 공격을 받아서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였다거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정수는 당장 나가봐야 한다고 문고리를 잡았다. 그런 그녀를 낚아챈 동욱덕분에 마치 백허그를 하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그녀가 뿌리치려 했지만 그럴 수록 더 강하게 안았다.

 

 " 박정수, 진정해. 진정. "

  " …종인이…가… "

 " 너 지금 이정신으로 죽으러 가겠다는거야? "

 

 그런 정수를 돌려세운 동욱이 그녀를 똑바로 쳐다봤다. 어린아이처럼 금방이라도 사탕달라며 울어버릴 듯 구는 정수를 절대로 보낼 수 없었다.

 

 " 내가 갈께. 내가갈테니까 여기있어. "

 

 그의 믿음직스러운 눈을 본 정수가 작게 끄덕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정수가 너무 귀여워서 동욱은 그 상황에서도 안아서 한참이나 다독여주고 싶은 것을 꾹 참는다. 그렇게 안아버리면 다신 놓아줄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동욱은 문을 열고 언덕을 뛰어내려간다.

 

 " ……!!! "

 

 바로 밑 언덕이라 아래로 보이는 상황에 더이상 챙길 정신이 없었다. 뱀파이어 한마리가 바닥에 죽은 듯 쓰러져 있는 종인에게 촉 하고 입을 맞추고 떨어져 나가는 괴기스런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인과 정수가 말해준 저 얼굴은 종인의 동생인 하은이라고 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종인은 이미 자신과 정이 들어버린 몇 안되는 측근중 하나였다. 자꾸 소중한 사람들이 뱀파이어때문에 죽어나가는 것이 너무 화가났다. 동욱이 분노는 휴화산에서 갑자기 터져나온 용암처럼 머릿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동욱의 거친 발소리가 하은에게 향하고 있을 때 하은이 뒤를 돌았다. 금방이라도 눈빛하나만으로 자신을 태워죽일 듯 노려보는 남자가 자신에게로 뛰어오자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른다. 상대의 정체가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에 혼자 상대하기 힘들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 기환아!! "

 

 그가 담고 다가오는 분노의 크가가 너무 커서, 그걸 느낀 하은은 그자리에서 꼼짝할 수 가 없었다. 발에 못이 박혀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그 자리에 박혀있는 하은 때문에 동욱은 아주 쉽게 상처를 입힐 수가 있었다.

 

 눈을 초록색으로 빛내고 그녀의 목을 잡아챈 채 쳐다보자 하은은 동욱을 똑같이 쳐다보며 눈을 빨갛게 물들였다. 동욱은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현란한 솜씨로 돌린 후 그녀에 살없는 배에 바로 꽂아 넣었다

 

 " 헙…! "

 

 하은의 눈이 빨갛게 빛난 채로 커지며 동욱을 확인한다. 뱀파이어 헌터의 초록눈을 본 이상 하은의 몸은 잠시 인간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은의 눈이 애처로울 만큼 불안정하게 떨리고 동욱이 그녀의 몸속을 파고 들어갔던 칼을 다시 꺼낸다. 그리고서 한번더 찌르려 힘을 가한다. 그 때 였다.

 

 " 윽! "

 

 하은의 몸에 나이프를 꽂아 넣기 직전 등가죽이 찢어지는 느낌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대로 전해져오는 뼈시린 고통에 하은에게서 몇발자국 물러선 동욱이 투두둑. 자신의 피가 바닥으로 흩뿌려지는 것을 느낀다. 뒤에서 기습 공격따위나 당하다니. 멍청한 자신을 탓하며 빠르게 뒤를 돌아 적으로 추정되는 상대를 쳐다보았다.

 

 현경과 하은, 그들과 같이 왔었던 브리아족 뱀파이어 기환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젠장. 기환의 손가락 끝에 피가 묻은 걸로 보아 등을 손톱으로 긁어내린 것 같았다. 등에 난 상처인지라 손도 닿지 않을 것이 뻔하여 지혈이 힘들었다. 그 상태에서 상처를 봉합하지도 못하고 싸워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악조건이 분명하다.

 

 " 빨리 도망가. "

 

 눈이 붉어진채 간혈적으로 거친 숨소리만 내뱉는 하은에게 말한 기환이 자세를 낮춘후 경계태세를 취한다. 덩달아 동욱도 자세를 낮추었고 초록색으로 눈을 빛낸 채 기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기환은 절대로 동욱과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눈이 마주친다면 인간의 몸으로 돌아와 상처를 입어도 회복이 되지 않았으니. 눈을 아래로 내려깔고 있는 기환은 묘하게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모든 신경을 동원해 동욱에게 집중한다.

 

 절대로 먼저 지쳐서도, 쓰러져서도 안되는 싸움. 먼저 상처를 입혔지만 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는 없을 것이 뻔하였다. 하지만 누구 하나라도 쓰러지지 않는다면 결코 끝이 나지 않을 뫼비우스의 띄.

 

 

 

 

 

 

 

 

 

 

 

 

 

 

 

 3월 31일. AM 01 : 10

 

 동욱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그의 대한 걱정이 치솟아 안절부절 하던 정수가 손톱을 물어뜯는다. 그가 카메라에 잡히는 곳에 있어준다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텐데. 그래서 도우러 갈수 있을 텐데.

 

 그렇다고 달려가서 동욱을 도와주고 싶지만 괜히 나섰다가 방해할 수도 있는 것이고 자칫 위험하게 만들수도 있다. 자신이 아는 그라면 세상 강인함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였으니 무슨일이있어도 돌아 올 것이 뻔하다. 돌아 오겠지? 불안한 마음에 안 떨던 다리까지 떨며 모니터 만을 바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잘 보여지던 모니터 화면에서 치지직,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 "

 

 가장 왼쪽에 있는 모니터가 치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꺼져버렸다. 잠시 통신의 문제인가? 해보지만 아무래도 누군가 임의로 붙어있는 카메라를 손상시켜버린 것 같았다.

 

 마… 말도 안돼. 삽시간에 정수의 몸을 감아 숨통을 조여 온 것은 막연한 일에 대한 불안감이였다. 도대체 누가 벌써 카메라를 알고 부셔버렸단 말인가. 손이 덜덜 떨려오기까지 했다. 괜히 불안해서 작전본부 밖을 곁눈질로 슬쩍 슬쩍 훔쳐보았다. 하지만 아직 꺼지지 않는 나머지 모니터에서 시선을 뗄 순 없었다. 혹시 동욱이 보일까봐서.

 

 그렇게 나머지 모니터만이라도 바라보고 있는데 꺼져버린 모니터 바로 옆에 있는 화면에 커다랗게 한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

 

 - 안녕?

 

 그녀는 정수와 마주보고 있는 것처럼, 그녀가 들으라는 듯 똑똑하고 정확하게 말하고 있었다. 싱긋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대었다. 정수의 눈을 꿰뚫 듯 쳐다보고 있는 화면 속에 그녀는 아까 전 다분한 똘끼 기질을 보여주었다가 사라진 희선이였다.

 

 동화와 규민과 헤어지고 꼭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걷던 희선은 입구로 돌아간다. 처음 들어왔을 때 부터 가로등에 가려 교묘히 숨겨져 있던 까만 기계를 보았기 때문이다.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있다는 것은 분명 이곳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모니터로 이상황을 본다는 뜻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몰래 지켜본다는 사실 만큼 짜증나는 것은 없었으니 희선의 짜증은 극에 달한다. 이런게 싫어서 일부러 미르파 두목을 만나는 최면까지 했는데.

 

 정수가 그대로 굳어버린채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못하고 모니터만을 응시한다. 모니터 안으로 비친 희선의 눈이 빨갛게 빛났고 그녀의 빨간 눈동자를 본 순간 혼절할 뻔 했던 정수는 빠르게 문 밖으로 도망친다. 당장 이곳에 있다가는 그녀가 이곳을 덮칠 지도 몰랐다. 동욱이 이곳과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도움이라도 청할 셈이였다.

 

 밖으로 나온 정수는 혹시 누가 있을지 걱정이 되어 주위를 빠르게 돌아 본 후 언덕 아래쪽으로 뛰어가려 했다.

 

 했다. 분명히 뛰어가려고 했는데.

 

 " 어딜 도망가려구. "

 " …동욱씨!!! …흡. "

 

 등 뒤에 다가온 얼음처럼 차가운 한기가 정수의 몸을 감싸고 입을 막아버린 것은 한순간이였다. 다른 몰래카메라를 제거하려 내려가던 희선의 시야로 잔뜩 겁먹은 정수가 줌인 된 것이다.

 

  두려움이 가득한 눈동자로 뒤를 돌아 본 순간 마주친 눈동자는 아까 전 모니터에서 보던 그것과 같았다. 붉은색. 망막안에 맺힌 그 빨간 빛깔이 꼭 자신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 붉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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