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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극악 교회
작가 : 멍덕꿀
작품등록일 : 2019.9.1

악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끝까지 선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4장 6화
작성일 : 19-10-08 20:23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6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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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 6화

 

  손잡이 세력은 무지막지하면서도 민첩하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데몬교 신도가 그들에게 에워싸인 형국이 되었다. 또한 그들은 날쌔게 김은미 신자를 화형대에서 끌어내었다. 그들 중 누군가 김은미 신자의 머리에 덮여 있던 천을 벗기는 모습을 이세은은 뚫어져라 지켜보았다. 김은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들이 이끄는 곳으로 피신했다. 이세은이 예승아 목사에게 말했다.

 

 

 

 

 

 

 

 “하동훈 신자를 찾아야겠어요. 김은미 신자를 놓친 이상 구의민이 하동훈 신자부터 노릴지 몰라요.”

 

 

 

 

 

 

 

 신혜령 기자는 뛰쳐나가려는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손잡이 세력이 이미 보호 중이에요.”

 

 

 

 

 

 

 

 “……손잡이 세력은 어떻게 이쪽 사정에 환한 거죠?”

 

 

 

 

 

 

 

 이세은은 하동훈 신자의 구출 소식을 듣고도 알 수 없는 불안함에 휩싸였다. 신혜령 또한 손잡이의 추진력에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이쪽 안에 정보원을 심어둔 모양이에요.”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때 맞춰 등장하는 게 좀 걸려요.”

 

 

 

 

 

 

 

 예승아가 다가와 두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가 의심해야 하는 건 그들이 아니에요. 봐요. 저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김은미 신자는 불기둥에 휩싸이고도 남았을 겁니다.”

 

 

 

 

 

 

 

 이세은은 예승아의 눈길을 따라 창밖의 참상을 내려다보았다. 극렬한 육탄전이 펼쳐진 그곳은 영락없이 분노를 그려낸 벽화 속 세상이었다. 이세은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어떡하죠…….”

 

 

 

 

 

 

 

 신혜령이 착잡한 한숨을 내쉰 후 침울한 육성으로 말했다.

 

 

 

 

 

 

 

 “표적을 빼앗긴 이상 구의민이 가만있지는 않을 거예요. 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본 후 대응하는 게 최선입니다.”

 

 

 

 

 

 

 

 이세은은 제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무릎 위로 얼굴을 파묻었다. 얼토당토않지만 차라리 선이라는 게 완전히 소멸되면 세상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녀의 마음은 지쳐 있었다.

 

 

 

 

 

 

 

 ‘선이 악을 이길 수 없다면 차라리 악이 세상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갈등에서 벗어나는 최선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퇴화하도록 방관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하면 정의롭지 못한 세상이라도 적어도 평화로운 세상은 되지 않을까…….’

 

 

 

 

 

 

 

 그 사이 예승아 목사는 바쁘게 정보망을 뒤지는 데 몰두했다. 신혜령이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뭐하시는 거세요?”

 

 

 

 

 

 

 

 “손 넣고 있기는 뭐해서요. CCTV라도 보고 있으려고요.”

 

 

 

 

 

 

 

 예승아가 중앙시스템에 접근하는 법을 지켜보던 신혜령이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세상에, 목사님. 이 권한은 어떻게 알아내신 거예요?”

 

 

 

 

 

 

 

 “그들이 알려줬어요.”

 

 

 

 

 

 

 

 “손잡이 말이에요?”

 

 

 

 

 

 

 

 예승아는 긍정의 의미로 턱을 살짝 밑으로 당겼다. 신혜령은 진심으로 감탄한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데몬교에 직접 잠입한 우리도 이 정도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는데…….”

 

 

 

 

 

 

 

 그 때 예승아의 얼굴에서 진지함이 싹 가시면서 만족의 미소가 번졌다.

 

 

 

 

 

 

 

 “됐어요!”

 

 

 

 

 

 

 

 그러자 이세은도 신혜령도 얼른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 데몬교 내 설치된 CCTV 영상이 장소별로 떴다. 세 사람은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어디를 봐도 패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예승아 목사는 고개를 내젓다가 다시 손을 움직였다.

 

 

 

 

 

 

 

 “아무래도 피해자가 발견된 즈음을 확인해 봐야겠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네 신자가 발견된 직전 영상은 모두 삭제되어 있었다. 영상은 사체가 발견된 이후부터 재생되었다. 예승아는 아쉬움의 한숨을 토해내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 때 신혜령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잠시만요. 한치윤 신자가 발견된 곳 좀 다시 보여주시겠어요?”

 

 

 

 

 

 

 

 이세은은 덩달아 긴장하며 영상에 집중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목이 잘린 채 누워 있는 사체를 보니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려서 그녀는 이내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신혜령은 아니었다. 화면으로 들어갈 듯 주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하지 않아요? 유독 한치윤 신자만 피를 덜 흘렸어요.”

 

 

 

 

 

 

 

 예승아는 다른 영상과 비교해가며 확인해보았다. 이세은도 어깨 너머로 출혈의 양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눈대중으로 보아도 한치윤 신자가 흘린 피가 확실히 적었다. 이세은은 예승아 목사와 신혜령 기자의 얼굴을 살폈다. 두 사람의 얼굴이 전에 없이 심각했다.

 

 

 

 

 

 

 

 “이게……무슨 의미일까요?”

 

 

 

 

 

 

 

 이세은이 물어도 두 사람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화면 속 사체를 들여다볼 뿐이었다. 그러다 예승아 목사가 화면을 다시 조정했다. 그녀가 고른 곳은 신전이었다. 이세은은 뜬금없다고 생각했다가 퍼뜩 그녀의 의도를 파악했다. 예승아 목사는 시간을 앞뒤로 돌려가며 화면을 미세하게 조정했다.

 

 

 

 

 

 

 

 “찾았어요!”

 

 

 

 

 

 

 

 이세은은 떨리는 마음으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기호진 신자가 신전 앞에 서 있었다. 야심한 시각이었음에도 그는 잔뜩 주위를 경계하며 한 발짝씩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그 모양새가 마치 야생 동물의 움직임 같았다. 이세은은 작은 몸짓이라도 놓칠세라 숨죽인 채 그를 지켜보았다. 그는 출입문에 도착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보안 프로그램을 해제했다. 심지어 그가 손을 쓰는 동안 경비가 망을 봐 주었다. 기호진은 경비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은 뒤 재빨리 안으로 몸을 숨겼다. 그가 화면에서 사라지자 이세은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신전에 들어갔다는 건 허풍이 아니었군요…….”

 

 

 

 

 

 

 

 신혜령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양하섭 목사의 지시였을 겁니다. 기호진 신자의 개인 능력으로는 경비를 매수할 수 없어요. 극강 교회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몬을 차지하려 한다는 사실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아마 기호진은 데몬의 중앙 시스템을 해킹하려 들어갔을 겁니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파괴라도 할 요양이었겠죠. 극강 교회가 극악 교회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면 극악 교회를 밑으로 끌어내리면 그만이니까.”

 

 

 

 

 

 

 

 말하는 도중에도 그녀는 손가락을 꼽으며 화면 속 시간에 시선을 고정했다. 예승아 목사도 마찬가지였다. 이세은은 두 사람이 기호진 신자가 신전에 머문 시간을 재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기호진 신자는 생각보다 꽤 일찍 나왔다. 그것도 허둥대며 뛰쳐나와서는 경비에게 뭐라고 한참 떠벌렸다. 경비는 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기호진 신자는 헐레벌떡 프레임 밖으로 벗어났다. 신혜령 기자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기호진 신자는 데몬이 있는 곳까지 진입조차 안 한 거예요. 한치윤 신자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 전에 나와 버린 겁니다. 공포심에 섣불리 나아갈 수 없었겠죠. 무리할 필요도 없었어요. 그것만으로도 극악 교회의 숨통을 조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면 말이죠.”

 

 

 

 

 

 

 

 예승아 목사는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세은은 혼란스런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아무리 봐도 두 사람은 기호진의 말을 완전히 믿고 있었다. 예승아 목사가 주저하다가 이내 눈빛을 달리 하고 힘이 실린 음성으로 말했다.

 

 

 

 

 

 

 

 “신자님. 충격적인 가능성을 하나 발견했어요. 아무래도 한치윤 신자는 자살한 후 목이 잘린 것 같아요.”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망한 후 피가 굳어가던 중 목이 잘려서 다른 신자들과 달리 출혈의 양이 적었던 겁니다.”

 

 

 

 

 

 

 

 이세은은 말을 잃었다. 이제까지 믿고 있던 모든 사실들이 무방비로 흔들리면서 머릿속에 마치 지진이라는 재앙이 닥친 것 같았다. 신헤령 기자가 창백해진 이세은의 낯빛을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아요?”

 

 

 

 

 

 

 

 “네. 좀 혼란스러운 것 뿐…….”

 

 

 

 

 

 

 

 이세은은 겨우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

 

 

 

 

 

 

 

 “도대체 누가 주검에 그런 짓을……. 그리고 한치윤 신자는 왜 신전에서 세상을 등진 거죠?”

 

 

 

 

 

 

 

 “이제부터 알아봐야죠. 범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교활한 작자임에는 분명해요. 구의민의 계획에 업혀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말이죠. 아니면 구의민 본인이 저지른 일일지도 모르고요.”

 

 

 

 

 

 

 

 “한치윤 신자는 분명 구의민이 작성한 명단에 올라있었잖아요. 그럼 구의민이 가장 유력한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만 한치윤 신자의 자살 또한 위장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사체만 조사한다면 금방 밝혀질 일인데…….”

 

 

 

 

 

 

 

 신혜령은 분하다는 듯 입술을 비틀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 순간 이세은의 머릿속에 묘지의 파수꾼이 한 말이 스쳐지나갔다. 그냥 스친 것도 아니고 상처를 내듯 날카롭게 지나갔다.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며 무심코 팔뚝을 붙잡았다. 오소소 소름이 돋아 있었다. 알 수 없는 시린 느낌을 받고 그녀는 덜컥 겁을 먹었다. 그녀는 불안함을 떨쳐내듯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입 밖으로 밀어냈다.

 

 

 

 

 

 

 

 “시체는……최태준 장로가 모두 처분했어요.”

 

 

 

 

 

 

 

 신혜령 기자는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세은은 미동도 없이 허공에 시선을 박아두고 입만 움직였다.

 

 

 

 

 

 

 

 “묘지 파수꾼이 그랬어요. 죽은 자들은 모두 목에 조인 자국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건을 파헤치지 말라고.”

 

 

 

 

 

 

 

 신혜령은 만만찮은 충격을 받은 듯 기묘한 표정으로 얼어붙었다. 그러다 이내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며 몸을 가만두지 못했다. 그녀 또한 이세은 못지않게 심란했던지 말도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그 때까지 말을 아끼던 예승아 목사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살이라니……. 도대체 뭘 지키기 위해서…….”

 

 

 

 

 

 

 

 신혜령이 흥분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들이 지키려는 게 뭔지는 몰라도 그 가치가 생명보다 중할 순 없어요.”

 

 

 

 

 

 

 

 “단지 영원히 침묵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

 

 

 

 

 

 

 

 “그렇다면 그들이 죽음으로 덮으려던 진실이 뭘까?”

 

 

 

 

 

 

 

 “목사님. 모든 희생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사건이 더 복잡해져요. 구의민의 명단을 떠올려 봐요. 누가 자살할지 구의민이 알고 있었다는 셈인데, 그건 말도 안 돼요. 그리고 목을 자른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죠?”

 

 

 

 

 

 

 

 예승아는 예리한 눈빛을 빛내며 비장하게 말했다.

 

 

 

 

 

 

 

 “목을 자른 건 다른 사람일지도 모르지.”

 

 

 

 

 

 

 

 “최태준…….”

 

 

 

 

 

 

 

 이세은은 자신도 모르게 그 이름을 입에 올린 뒤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신혜령이 말했다.

 

 

 

 

 

 

 

 “두 사람이 협력 관계란 말인가요?”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이세은은 당황한 기색으로 손사래를 쳤다. 자신이 왜 최태준을 언급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가 누구보다 먼저 사체를 빼돌리고 제멋대로 처리한 정황도 정황이었지만 그보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더 큰 직감이 그녀를 지배했다. 곤란한 이세은을 대신해 논리를 펼친 건 예승아였다.

 

 

 

 

 

 

 

 “최태준은 교리에 있어서는 결벽증에 견줄 정도로 끔찍하게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잡니다. 그라면 아마 데몬교에서 자살자가 발생했다는 자체에 큰 거부감을 느꼈을 겁니다. 아무리 대립 관계인 구의민이라도 당장 그를 벌하기보다는 극악 교회에 생긴 오점을 숨기는 게 우선이었을 테고요.”

 

 

 

 

 

 

 

 신혜령은 설득된 듯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새로운 질문을 내놓았다.

 

 

 

 

 

 

 

 “구의민은 희생자들이 자살한 원인을 알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겠죠?”

 

 

 

 

 

 

 

 “네. 어쩌면 최태준도요. 그가 사망자들의 목을 다 잘라낸 건 단순히 목멘 자국을 감추고 자살을 가리려는 게 아니라 그 이유 자체를 숨기려는 행동일지도 몰라요. 타살은 누가 죽였느냐는 궁금증이 주가 되지만, 자살은 왜 죽었느냐는 질문이 최우선으로 떠오르니까요.”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이세은은 예 목사의 말에 속으로 가만히 부정했다. 이제껏 보고 들은 최태준의 태도와 행동을 보건대, 그가 처음부터 구의민과 손을 잡았다고 여기기엔 어색한 지점이 몇 개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느낌이고 심증이었다. 그것만으로 진실을 주장하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무엇보다 이세은은 자살이라는 말이 불러일으킨 어떤 기억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떤 연결 고리로 끌려온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지훈이 말했던 호모 로보의 결함이 자꾸 그녀의 이성 위로 선회하고 있었다. 고지훈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끝없이 퍼지며 불길한 기운을 마음 속 깊은 곳까지 퍼뜨렸다.

 

 

 

 

 

 

 

 ‘자꾸 죽음이 생기는 모양이에요.’

 

 

 

 

 

 

 

 ‘호모 로보 스스로 쾌락을 포기하고 전원을 끈다, 정도가 되겠죠. 물론

 

 말도 안 되지만.’

 

 

 

 

 

 

 

 ‘만약 이 추측이 맞다면 꽤 큰 결함이 되거든요. 쉬운 말로 호모 로보가 자살을 하는 셈인데, 영원한 쾌락을 보장하는 공간인 방주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영원과 쾌락, 두 가지 목표를 놓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이세은은 그의 말을 이토록 세세히 떠올릴 수 있다는 데에 소름이 끼쳤다. 단순히 어떤 말을 했는지만 기억하는 게 아니었다. 작은 노력으로도 그의 억양과 어조, 표정, 몸짓, 미묘한 분위기까지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는 그 기억을 품고 있는 것이 꺼림칙하게만 느껴지면서도 이토록 자세히 뇌리에 박힌 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는 의혹 때문에 몇 번이고 고지훈의 말을 반복해서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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