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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극악 교회
작가 : 멍덕꿀
작품등록일 : 2019.9.1

악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끝까지 선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4장 2화
작성일 : 19-10-08 20:21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7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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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 2화

 

 

 

 

  이세은은 경비를 이대로 보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의 입에서 뭔가 더 얻어내야 했다. 그녀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일부러 경비를 겁주었다.

 

 

 

 

 

 

 

 “아무래도 석연치 않아요. 원래 이렇게 고분고분한 분이 아니시잖아요. 혹시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건 아니겠죠?”

 

 

 

 

 

 

 

 경비는 화들짝 놀라며 격하게 손사래를 쳤다.

 

 

 

 

 

 

 

 “내가? 엄한 사람 놀리지 말게. 난 아무것도 숨기는 게 없어. 장로님도 아실 거야. 저번에 얼마나 성실히 고해성사에 임했는데.”

 

 

 

 

 

 

 

 “역시. 전적이 있었군요.”

 

 

 

 

 

 

 

 “말을 해도 꼭 그렇게 해야겠나? 자네도 알잖아. 나보고 왜 자리를 비웠냐고 그렇게 닦달을, 아니, 질문을 해놓고선. 설마 잊은 건 아니지?”

 

 

 

 

 

 

 

 경비는 초조한 눈빛으로 이세은에게 간절함을 내비쳤다. 이세은은 예전에 그가 한 말을 어렵지 않게 떠올렸다. 노주원 신자가 변을 당한 뒤 범인의 단서를 얻으려 경비를 쫓아다닐 때, 애걸하다시피 묻고 또 물어 들은 대답이었다. 그런 경비가 지금은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심란해졌다.

 

 

 

 

 

 

 

 ‘그 날 경비는 자리를 비우고 최태준 장로와 함께 있었어. 경비가 돌아온 건 이미 노주원 신자가 발견된 이후였으니까 최태준이 살인을 저지르는 건 불가능해. 그래도 예승아 목사님이 최 장로를 의심한 게 마음에 걸려.’

 

 

 

 

 

 

 

 이세은이 말이 없자 경비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키우는 줄 알고 신세를 한탄했다.

 

 

 

 

 

 

 

 “그 때도 내가 얼마나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 또 불려 가면 어떻게 되겠어? 생각만 해도 진이 빠진다고.”

 

 

 

 

 

 

 

 이세은은 그가 일부러 죽는 시늉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고 들으면서도 그 당시 최 장로에게 단단히 데긴 덴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누명은 완전히 벗으셨나요?”

 

 

 

 

 

 

 

 “그러니까 내가 여기 있지! 어떤 덜떨어진 놈이 개수작을 떨어가지곤. 최 장로님이 왜 그런 작자한테 놀아났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니까.”

 

 

 

 

 

 

 

 “낙서한 장본인을 찾은 거예요?”

 

 

 

 

 

 

 

 “내가 워낙 경비 일을 원칙대로 하다 보니 아랫것 중 앙심을 품 생긴 거지. 지금도 그 놈 면상만 떠올리면 치가 떨려. 난 처음부터 그 자식일 줄 알았어. 장로님이 내 말을 믿어만 주셨어도 더 빨리 잡았을 텐데.”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어요?”

 

 

 

 

 

 

 

 경비는 한 번 이를 악물더니 씁쓸히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았으면 콱 매장해버리고 싶지만 소식을 들어보니 어느 교회에서 경비대장을 맡고 있다더군.”

 

 

 

 

 

 

 

 “최 장로님도 알고 계세요?”

 

 

 

 

 

 

 

 경비는 분통이 터지는지 확 목소리를 키웠다.

 

 

 

 

 

 

 

 “모를 수가 있나! 그쪽 교회 말로는 장로님 추천서까지 받았다던데!”

 

 

 

 

 

 

 

 “정말인가요? 최 장로님이 과오 있는 자를 그렇게 대할 리가 없는데요.”

 

 

 

 

 

 

 

 “내 말이 그 말이야.”

 

 

 

 

 

 

 

 경비는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으려다 혹시 이세은이 자신을 떠보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입을 다물었다. 이세은은 그가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것을 느끼면서 그가 꺼내지 못한 말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그녀 역시 혹시 라는 단서를 달아 의심하던 지점이었다. 경비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경비를 근무지에서 이탈시키기 위해 최태준이 자작극을 꾸몄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세은은 경비의 경계심을 약화시키기 위해 하소연하듯 한 마디를 툭 던지고 상대의 반응을 살폈다.

 

 

 

 

 

 

 

 “최태준 장로님이 위대하신 분이라는 건 백 번 수긍하지만 모시기에 쉽지만은 않죠.”

 

 

 

 

 

 

 

 경비는 어색하게 웃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조심하는 태도였다. 이세은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경비가 긴장을 풀도록 유도했다.

 

 

 

 

 

 

 

 “괜한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더니 의심이 지나쳤습니다.”

 

 

 

 

 

 

 

 경비는 힐끔 곁눈질을 하며 재차 진의를 확인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잘 아시잖아요. 장로님께서 워낙 몰아붙이셔서……. 휴.”

 

 

 

 

 

 

 

 경비는 피식 쓴웃음을 지었다. 이세은은 그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듣고 만족의 미소를 지으려는 걸 겨우 참아냈다. 그의 경계가 풀렸다는 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그 기분 잘 알지. 최 장로님 성격이 그렇잖아.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맹수랄까. 말이라도 한 번 잘못했다간 그대로 고생길이 열리는 거야. 그러니까 자네도 조심하라고.”

 

 

 

 

 

 

 

 “안 그래도 장로님 앞에만 서면 심장이 벌렁벌렁 해요. 저는 오 분만 대면해도 힘들던데 고해할 땐 어떠셨어요?”

 

 

 

 

 

 

 

 “말도 마. 아주 죽어났지.”

 

 

 

 

 

 

 

 “내내 마주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랬지. 아무리 칸막이로 가려져 있다 해도 살벌한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더라니까.”

 

 

 

 

 

 

 

 경비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다시 입을 뗐다.

 

 

 

 

 

 

 

 “하긴 공포의 크기만 따지면 장로님을 기다릴 때가 더 했지.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하고 들어갔으니까. 말 그대로 피가 마르더라니까.”

 

 

 

 

 

 

 

 “기다려요? 장로님이 좀 늦으신 모양이죠?”

 

 

 

 

 

 

 

 “좀이 아니야. 거의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렸어.”

 

 

 

 

 

 

 

 “그걸 가만히 기다리셨어요?”

 

 

 

 

 

 

 

 “말이 고해성사지 사실상 심문이나 마찬가지인데 내가 자리를 뜰 수 있었겠어? 장로님이 언제 오실 줄 알고. 꼬투리 잡혀서 좋을 게 뭐 있어.”

 

 

 

 

 

 

 

 그 순간 이세은은 최태준의 머릿속을 엿본 듯싶었다.

 

 

 

 

 

 

 

 ‘이래서 최 장로는 경비에게 단단히 겁을 준 거였어. 자신이 아무리 늦어도 꼼짝도 못하도록.’

 

 

 

 

 

 

 

 그녀는 눈앞이 아찔해오는 걸 겨우 정신을 차리고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리고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하고 자리를 떴다. 인정하기 두려웠지만 이제껏 엉뚱한 착각에 빠져 있던 것만 같은 기분이 점점 진해졌다.

 

 

 

 

  *

 

 

 

 

  이세은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주희민 신자의 사체가 발견되었던 식당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내가 뭔가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처음으로 돌아가자.’

 

 

 

 

 

 

 

 그녀는 식당에 도착하기 전 고지훈을 만났던 사실을 떠올리며 그 때의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고지훈은 식당 뒷길로 나오고 있었어. 식사 시간도 아니었는데 왜 벌써 도착해 있던 걸까.’

 

 

 

 

 

 

 

 하지만 계속 고지훈만 의심하기에는 아직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만약 고지훈이 범인이라면 왜 식사 시간 직전을 선택했는지, 현장이 빨리 발견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는지 같은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범인이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간에 식당을 빠져나간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식당 문을 밀고 들어가자 주방에 있던 조리사가 나와서 출입을 저지했다.

 

 

 

 

 

 

 

 “지금은 준비 중입니다. 나가주시죠.”

 

 

 

 

 

 

 

 “잠깐 볼 게 있어서요.”

 

 

 

 

 

 

 

 조리사는 인상을 팍 쓰더니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무슨 일이죠?”

 

 

 

 

 

 

 

 “벽화 좀 보고 싶은데요.”

 

 

 

 

 

 

 

 이세은은 조리사의 어깨 너머를 훔쳐보았다. 원래 벽화가 있던 자리에 가벽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게 세워진 지 며칠 됐더라? 잠깐, 주희민 신자가 발견되었을 때도 저게 있었던가?’

 

 

 

 

 

 

 

 조리사는 알 듯 말듯 한 표정으로 이세은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그 사람이죠? 티브이에 나왔던…….”

 

 

 

 

 

 

 

 그러더니 그는 귀찮다는 듯 손목을 훠이훠이 털어내며 이세은을 쫓아냈다.

 

 

 

 

 

 

 

 “저건 살인 사건이랑 별개니까 신경 끄시죠.”

 

 

 

 

 

 

 

 “왜 저걸 세워놓으신 거죠?”

 

 

 

 

 

 

 

 “참 사람 귀찮게 하시네. 누가 저기다 낙서를 했지 뭐요. 지금 수정 중이랍디다. 이제 됐죠?”

 

 

 

 

 

 

 

 그는 이세은의 등을 떠밀며 그녀를 한사코 돌려세우려 했다.

 

 

 

 

 

 

 

 “잠시만요, 저것 좀 보고 갈게요!”

 

 

 

 

 

 

 

 “볼 것도 없다니까 그러네, 글쎄! 그보다 여기 이렇게 오래 있으면 안 돼요!”

 

 

 

 

 

 

 

 “왜요?”

 

 

 

 

 

 

 

 “최 장로님이 저 낙서를 보고 얼마나 노발대발했는지 알아요? 앞으로 식사 시간 외에는 무조건 신자들 출입 통제하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이제 좀 알겠어요? 당신이 여기 오래 머물수록 당신이나 나나 곤란해질 거란 말입니다.”

 

 

 

 

 

 

 

 이세은은 밀려나면서도 조리사에게 매달리며 물었다.

 

 

 

 

 

 

 

 “자, 잠깐만요. 낙서가 생긴 게 언제였죠? 그것만 말해줘요!”

 

 

 

 

 

 

 

 “말귀 못 알아들어요? 그쪽이 상관할 일 아니라니까요.”

 

 

 

 

 

 

 

 실랑이가 길어지자 주방에서 또 한 명이 나와서 상황을 살폈다. 조리사는 그 사람을 보더니 난처한 듯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았다.

 

 

 

 

 

 

 

 “조리장님, 제가 몇 번이고 나가라고 해도 이 사람이 글쎄…….”

 

 

 

 

 

 

 

 “됐네. 자네는 이만 들어가 봐.”

 

 

 

 

 

 

 

 조리장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었다. 조리사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세은은 머쓱하게 서서 조리장의 눈치를 살폈다.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꼭 알고 싶은 게 있어서…….”

 

 

 

 

 

 

 

 이세은은 호통 들을 각오를 하고 입을 꼭 앙다물었다. 그러나 조리장의 표정에는 노여움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 이세은으로서는 그의 속내를 알 수 없어서 더 불안했다. 조리장은 온유한 미소를 띠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신자님께서는 열정이 참 대단하시군요. 아직도 이렇게 사건을 뒤쫓고 계시다니.”

 

 

 

 

 

 

 

 그녀는 그가 칭찬을 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헷갈렸고 그녀의 얼굴엔 모호한 미소가 그려졌다. 무슨 속셈인지 조리장은 계속해서 이세은을 추어올렸다.

 

 

 

 

 

 

 

 “전 아주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수상한 건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죠. 그래야 차기 데몬교의 대들보라는 소릴 듣지 않겠습니까.”

 

 

 

 

 

 

 

 “아닙니다. 전 그런 유능한 신자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실수한 건 없는지 확실히 하고 싶을 뿐입니다.”

 

 

 

 

 

 

 

 “실수라뇨?”

 

 

 

 

 

 

 

 “제 주장에 허점이 많은 것 같아서…….”

 

 

 

 

 

 

 

 그녀는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끝말을 흐렸다. 조리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거죠?”

 

 

 

 

 

 

 

 “그냥, 그런 느낌이 듭니다.”

 

 

 

 

 

 

 

 “흠. 너무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세요. 어쨌든 신자님 덕에 살인이 멈추지 않았습니까.”

 

 

 

 

 

 

 

 “글쎄요. 완전히 멈춘 건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민이 참 많으시군요. 그래서 여기 오신 용건은 어떤 거지요?”

 

 

 

 

 

 

 

 “아, 그게, 벽화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조리장은 다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시군요. 얼마든지 물어보시죠. 제가 아는 한에선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세은은 당황해하며 살짝 뒤로 물러났다.

 

 

 

 

 

 

 

 “어……. 아까 들어보니 최태준 장로님께서 당부하신 바가 있던데요. 왜 이렇게 대해주시는 건지…….”

 

 

 

 

 

 

 

 조리장은 팔짱을 끼더니 표정을 싹 바꿨다. 그의 목소리에선 반항기가 담뿍 묻어났다.

 

 

 

 

 

 

 

 “엄밀히 따지면 저희 구역은 장로님 소관이 아닙니다. 장로님에겐 행정과 관련된 권한이 없어요. 다들 장로님의 위세에 수그리고 있지만 전 이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세은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놓는 이유를 알지 못하니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조리장은 이내 그 답을 내놓았다.

 

 

 

 

 

 

 

 “장로님이 성경 학교에 발탁된 신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배우는 입장이라 쳐도 앞으로 데몬교를 이끌 재목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저 하인 대하듯 버럭버럭 소리나 지르고. 제 성질 못이기는 게 무슨 자랑이랍니까? 그런 자에게 굽실대는 이들은 다 미래를 내다볼 줄 모르는 겁니다. 제가 볼 땐 장로님이 물러날 때도 머지않았습니다.”

 

 

 

 

 

 

 

 조리장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열변을 토했다. 그가 침을 꼴깍 삼키자 울대가 크게 오르내렸다.

 

 

 

 

 

 

 

 “그래서 제가 이세은 신자님을 높이 사는 겁니다. 장로님 눈치 살피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하시지 않습니까. 제가 적극 응원하겠습니다. 그러니 훗날 이 몸을 꼭 기억해주십시오. 신자님이 계신 곳으로 불러주시면 곧바로 응하겠습니다.”

 

 

 

 

 

 

 

 조리장은 허리까지 굽혀가며 공손히 인사했다. 이세은은 그의 지나친 태도가 당혹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찌되었든 협조를 얻어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 또한 살인자의 표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이 사람은 어떻게 바뀔까.’

 

 

 

 

 

 

 

 이세은은 곽시양의 경멸어린 시선을 떠올리며 씁쓸한 웃음을 물었다. 그런 표정이 조리장에게서도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은 가학적인 욕구가 샘솟았지만 다행히 그녀는 충동을 잘 제어하는 편이었고 계속 유망주의 신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조리장님 말씀엔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데몬교 내에서 최태준 장로님의 존재감은 가공할 수준이지만, 가끔은 지나치다는 인상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제가 이번 사건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것도 바로 그래서입니다. 아직 심증에 지나지 않지만, 아무래도 최태준 장로님 또한 이번 일에 개입하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조리장은 휘둥그레 눈을 뜨며 벌어진 입을 손으로 가렸다.

 

 

 

 

 

 

 

 “세상에. 그렇다면 설렁설렁 넘길 수야 없죠. 혹시 저한테 시킬 일은 없으신가요? 뭐든 하겠습니다.”

 

 

 

 

 

 

 

 조리장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의욕을 드러내었지만 이세은은 최대한 차분하게 대꾸했다.

 

 

 

 

 

 

 

 “뜻밖의 호의를 받게 되어 참 기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 벽화에 대해서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조리사님 말씀으로는 낙서가 생겼다고 하던데 그 때 상황이 어땠는지 기억나시는 대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그 때 일은 똑똑히 기억납니다. 바로 재수 없는 시체가 발견된 바로 그 날이었으니까요.”

 

 

 

 

 

 

 

 이세은은 애써 놀란 기색을 감추며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시간이 임박했는데 갑자기 최 장로님이 오셔서 불호령을 내리시더군요.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고귀한 벽화에 낙서가 생겼느냐고요. 알게 뭡니까. 저희는 식사 준비를 하느라 바빴거든요.”

 

 

 

 

 

 

 

 “최 장로님이 평소에도 자주 오셨던가요?”

 

 

 

 

 

 

 

 “웬걸요. 올 일이 없죠. 그래서 더 짜증이 났던 거예요. 그렇게 불쑥 나타나서 한다는 게 트집이나 잡는 거라니. 솔직히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눈에 띄지도 않는 낙서였어요. 색칠을 덧씌운 것뿐이었거든요. 애초 기합을 줄 마음으로 찾아온 거라니까요. 아마 낙서가 없었다면 다른 걸로 화를 냈을 겁니다.”

 

 

 

 

 

 

 

 “그래서 그 다음은요?”

 

 

 

 

 

 

 

 “장로님은 주방에서 온 직원을 불러다 식품 창고 쪽으로 내몰았죠.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낙서이니 이 중에 분명 범인이 있을 거라고, 범인이 자진해서 나타나지 않는 이상 누구도 여기서 못나간다고 윽박질렀어요.”

 

 

 

 

 

 

 

 “최 장로님도 거기 같이 있었나요?”

 

 

 

 

 

 

 

 “겁만 주고 나갔어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우리 중엔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없었거든요. 직원들의 원성이 얼마나 자자했는지 몰라요. 누가 봐도 장로님이 어떻게든 우리한테 덤터기를 씌우려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그 때 일을 떠올리자 화가 치민 듯 조리장의 얼굴은 눈에 띄게 상기되었다.

 

 

 

 

 

 

 

 “솔직히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왜 멀쩡히 일하는 사람을 들쑤시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렇죠, 이해가…….”

 

 

 

 

 

 

 

 이세은의 표정은 점차 심각해졌다. 그녀는 미간에 주름까지 잡아가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졌다. 원하는 정보를 얻었는데, 그것도 아예 예상하지 못한 말도 아닌데, 만족스럽기는커녕 뒤숭숭한 마음만 심해졌다. 그녀는 상황의 가닥이 점차 잡혀가는데 오히려 그러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자신을 발견했다. 모든 것을 끝에서 목격할 그것이 주는 공포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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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장 3화 2019 / 9 / 1 224 0 5141   
9 2장 2화 2019 / 9 / 1 213 0 7355   
8 2장 1화 2019 / 9 / 1 237 0 6647   
7 1장 7화 2019 / 9 / 1 233 0 7854   
6 1장 6화 2019 / 9 / 1 227 0 5722   
5 1장 5화 2019 / 9 / 1 225 0 6969   
4 1장 4화 2019 / 9 / 1 218 0 6686   
3 1장 3화 2019 / 9 / 1 220 0 7237   
2 1장 2화 2019 / 9 / 1 218 0 7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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