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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극악 교회
작가 : 멍덕꿀
작품등록일 : 2019.9.1

악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끝까지 선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4장 1화
작성일 : 19-10-08 20:20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8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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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 1화

 

 

 

 

  최태준은 기죽은 신자들의 얼굴에서 아예 생기를 없애버리려고 작정한 듯 언성을 한층 높여 딱딱거렸다.

 

 

 

 

 

 

 

 “제가 비공개로 진행되던 징계위원회 회의를 공개한 건 여러분에게 참회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간 기호진 신자의 선동에 휘둘리는 신도를 보며 저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데몬교 신자들이 겨우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저들이 완전한 믿음을 갖출 수 있는 건가. 오늘 기호진 신자의 실상을 보고 나니 어떻습니까? 이제야 자신의 과오가 눈에 들어옵니까?”

 

 

 

 

 

 

 

 그러자 여기저기서 불규칙적으로 “데몬!”하는 통탄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긴말 않겠습니다. 제가 일일이 짚고 넘어가지 않더라도 참관하는 동안 느끼는 바가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바람직한 처신을 해주시리라 여기고 따로 제재를 내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최태준은 거기서 입을 꾹 닫고 고개를 위원석으로 돌렸다. 거기엔 초빙위원으로 자리 잡은 목사들이 긴장한 낯빛을 띄고 저마다 최태준의 시선을 피해 미세하게 다른 지점을 보고 있었다.

 

 

 

 

 

 

 

 “목사님은 다르지요.”

 

 

 

 

 

 

 

 최태준의 눈길이 향한 곳은 예승아 목사였다. 예승아 목사는 당황하지 않고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도발적이진 않아도 비장함이 깃들어 있는 눈빛이었다.

 

 

 

 

 

 

 

 “연옥 교회는 양하섭 목사의 선동에 동조하여 극악 교회의 정통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한 신자가 선동에 휘말리는 것과 교회의 대표인 목사가 그러는 것은 영향력이 천지 차이입니다. 따라서 목사님의 행적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전에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예승아 목사는 정중하게, 그러나 비굴하지는 않은 태도를 유지했다. 그래서인지 입을 열기 전부터 떳떳하다는 인상을 풍겼다. 최태준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은 수락이라는 것을 곧 대부분의 사람이 알아챘다. 예승아는 미리 준비한 것처럼 술술 의견을 진술해 나갔다.

 

 

 

 

 

 

 

 “제가 진상을 알아보기 전에 섣불리 행동한 것에 대해서는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데몬님을 향한 제 돈독한 신심에 기인한 것임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성명서를 자세히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극악 교회의 대표 자격에 대해 운운한 것이 아니라 신전을 침입하여 데몬교의 신성을 모독한 자에 대한 분노를 표한 것입니다. 교활한 양하섭 목사는 그것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했습니다. 물론 성명서에 그런 여지를 둔 것 자체가 큰 실책임을 인정합니다. 그에 따른 징계는 얼마든지 달게 받겠습니다.”

 

 

 

 

 

 

 

 최태준은 이렇다 저렇다 한 마디도 없이 듣고 있다가 예승아가 반성하는 시늉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자 가소롭다는 듯 주름진 입술에 비웃음을 물었다.

 

 

 

 

 

 

 

 “가당치도 않은 변명은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교활한 걸로 따지자면 양하섭 목사보다 예승아 목사님이 한 수 위인 것 같군요. 억울함을 토로하는 척하면서 스스로 죄질을 낮추다니요. 순식간에 공범에서 과실범 내지는 피교사범으로 둔갑해버리는 솜씨라니.”

 

 

 

 

 

 

 

 “저는 양하섭 목사와 공모 내지는 모의한 적이 없습니다.”

 

 

 

 

 

 

 

 “아니, 읽는 이로 하여금 극악 교회의 대표권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이상 그렇게 일컬어도 전혀 왜곡이 아닙니다. 고로 저는 징계위원회 위원장의 직권을 행사하여 예승아 목사에게 합당한 처분을 내리려 합니다.”

 

 

 

 

 

 

 

 이세은은 입안이 바싹 마른 걸 알면서도 괜히 얼마 되지 않은 침을 꼴깍 삼키며 최태준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가지각색 암울한 상상을 뒤따라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예승아 목사는 이 순간부터 모든 연옥 교회 업무에서 물러나 ‘손잡이’ 소탕 작전에 돌입하십시오. 어물쩍 시늉만 내는 것으로는 안 됩니다. 유의미한 성과를 내어야 죄가 사해질 것입니다.”

 

 

 

 

 

 

 

 이어서 최태준은 다른 목사들에게도 명령했다.

 

 

 

 

 

 

 

 “그리고 구원 교회의 류청 목사, 예성 교회의 곽시양 목사는 예승아 목사가 과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도록.”

 

 

 

 

 

 

 

 그러자 둘 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앞 다투어 불만에 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제가 왜 그런 번거로운 일에 동참해야 합니까?”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예성 교회는 이번 일과 하등 관계가 없습니다!”

 

 

 

 

 

 

 

 최태준은 불쾌한 육성으로 두 사람을 매섭게 꾸짖었다.

 

 

 

 

 

 

 

 “애초 두 목사께서 자격 미달의 신자를 여기 보내지만 않았어도 살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양하섭 목사도 혼란을 틈타 감히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 없었을 것 아닙니까! 두 분은 아무런 책임도 통감하지 않는단 말입니까!”

 

 

 

 

 

 

 

 곽시양 목사는 입술을 빼쭉 내밀고 류청 목사와 눈을 맞추었다. 류청 목사가 그의 마음을 읽은 듯 우물거리며 반쯤 뭉개진 말들을 흘렸다.

 

 

 

 

 

 

 

 “저희는 구의민 목사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

 

 

 

 

 

 

 

 구 목사의 이름이 귓가에 닿는 순간 최 장로의 분노는 활활 타올랐고 이는 더욱 높아진 목청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두 분도 구의민 목사의 핑계를 대겠다는 겁니까! 구의민 목사님이 데몬교의 수장이긴 하지만 데몬님보다 위에 계신 분은 아닙니다! 두 분은 데몬의 말씀에 어긋난 신자를 미끼로 개인의 영광을 꾀하려 한 비겁하고 수치스러운 교인입니다. 구의민 목사의 뒤에 숨는다고 그 잘못이 다 가려지겠습니까!”

 

 

 

 

 

 

 

 두 목사는 평소 그 앞에서 콧대 세우던 신자들의 목전에서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퍽 곤욕스러운지 고개를 팍 숙이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제 목사로서 위용을 과시하는 일은 볼장 다 본 셈이었다. 최태준은 두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줄 마음이 전혀 없는 듯 과격한 언사를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맘껏 화풀이를 한 뒤에는 듣는 이가 반항심이 솟구칠만한 비아냥거림도 잊지 않았다.

 

 

 

 

 

 

 

 “이 덜떨어진 것들이 명색이 목사라니. 이러니 탈이 날밖에…….”

 

 

 

 

 

 

 

 최태준은 속에서 열불이 나는 듯 더운 숨을 식식 내쉬었다. 다들 그의 눈에 거슬릴까봐 눈치만 보고 있는데 최태준이 성난 기색이 여전한 얼굴로 독기 어린 경고를 날렸다.

 

 

 

 

 

 

 

 “앞으로 다들 처신 똑바로 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데몬교의 명예를 훼손하는 언행을 한 자에겐 무자비한 처벌이 주어질 것입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까? 교회 내부에 어떤 불상사가 생기든 쓸데없이 외부에 정보를 흘리지 말란 소립니다. 그런 작자는 적발 즉시 퇴출시키겠습니다. 물론 영구제명이라는 단서를 달고서.”

 

 

 

 

 

 

 

 최태준은 좌중을 싸늘하게 훑어본 후 굳은 결의가 묻어나는 말을 꼿꼿이 줄 세워 나갔다.

 

 

 

 

 

 

 

 “심판의 대상이 되는 데에 예외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 대상이 데몬님의 대리인일지라도 말입니다. 저는 빠른 시일 내에 구의민 목사를 대상으로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입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사명감을 품고 낱낱이 진위를 파악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의민 목사에게 한 점의 과오라도 발견된다면 그 또한 응당 징계를 피해갈 수 없을 겁니다.”

 

 

 

 

  *

 

 

 

 

 

 

 회의가 끝난 후 이세은은 예승아 목사의 숙소로 찾아갔다. 예승아 목사는 아무런 내색도 없이 이세은을 맞았다. 하지만 이세은은 아니었다. 그녀는 방문 앞에서 주춤거리며 선뜻 안으로 발을 들이지도 못했다.

 

 

 

 

 

 

 

 “목사님, 아까는 제가…….”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아요.”

 

 

 

 

 

 

 

 예승아는 밝게 웃으며 그녀를 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이세은은 끝까지 얼굴을 붉히며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부끄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우물쭈물 말했다.

 

 

 

 

 

 

 

 “저만 아니었어도 목사님이 징계를 받는 일은 없었을 텐데, 제가 괜히 나서는 바람에…….”

 

 

 

 

 

 

 

 “신자님은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서 한 행동이잖아요. 저 같아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예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아무리 그래도 ‘손잡이’를 소탕하는 일을 시킬 줄은 몰랐어요. 최 장로는 애초 성공하지 못할 일을 시켜서 목사님에게 반역죄를 뒤집어씌울 작정이에요.”

 

 

 

 

 

 

 

 “저도 상황이 이렇게 돌아갈 줄은 몰랐어요. 구의민 목사가 뒤로 그런 짓을 하고 있을 줄이야. 솔직히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예승아는 고심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래살래 내저었다. 이세은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구의민 목사의 의중만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양하섭 목사의 말이 사실이라고 보세요?”

 

 

 

 

 

 

 

 이어지는 예승아의 대답에서는 어절마다 신중함이 느껴졌다.

 

 

 

 

 

 

 

 “그게 거짓이었다면 사실상 그가 얻는 게 없어요. 순간적으로 그 상황을 모면했을 뿐, 간단히 확인하면 들통 날 핑계니까요. 더구나 반역죄와 모독죄의 죄질은 더욱 무거워지겠죠.”

 

 

 

 

 

 

 

 “만약 구의민 목사가 주도적으로 놀이동산 사업에 훼방을 놨다면 이유가 뭘까요?”

 

 

 

 

 

 

 

 이세은은 예승아의 깊은 눈을 들여다보며 그녀의 답을 차분히 기다렸다. 예승아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떠오르는 단어들을 낮게 읊조렸다.

 

 

 

 

 

 

 

 “훼방……, 방해……, 무엇에…….”

 

 

 

 

 

 

 

 이세은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길게 내쉰 후 투덜거리는 말투로 빠르게 내뱉었다.

 

 

 

 

 

 

 

 “아무리 자신의 이익에 반한다 하더라도 데몬교 주력사업을 그렇게까지 망쳐야 했을까요? 더구나 그 사업은 ‘방주’에 탑승할 승객을 찾는 사전 작업이기도 했는데…….”

 

 

 

 

 

 

 

 “혹시 말이에요.”

 

 

 

 

 

 

 

 예승아는 눈을 반짝이며 이세은을 바라보았다.

 

 

 

 

 

 

 

 “그 ‘방주’ 사업에 오히려 ‘놀이동산’ 사업이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요?”

 

 

 

 

 

 

 

 이세은은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이다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조심스러우면서도 의아한 말투로 되물었다.

 

 

 

 

 

 

 

 “그게……, 그런 걸까요? 솔직히 두 사업이 추구하는 바가 상충되는 것 같진 않은데요.”

 

 

 

 

 

 

 

 “목적은 같지만, 수단이 다른 거죠.”

 

 

 

 

 

 

 

 “수단이요?”

 

 

 

 

 

 

 

 “데몬은 구상조의 작품이지만 방주의 지분은 구의민이 훨씬 커요. 구의민은 자꾸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무리하게 놀이동산을 확장하려는 최태준 장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예요. 최태준 장로는 원래 구상조 목사를 보필하던 자이니, 구상조 목사의 유지를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받들려고 했을 테고요.”

 

 

 

 

 

 

 

 “그것 때문에 사람을 죽여요? 일종의 반항인가?”

 

 

 

 

 

 

 

 예승아는 불길한 냄새를 맡은 사람처럼 긴장감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이세은을 응시하며 천천히 발음해 나갔다.

 

 

 

 

 

 

 

 “제 생각엔, 그저 추측이지만, 반항을 한다면 오히려 최태준 장로가 아닐까요.”

 

 

 

 

 

 

 

 “그럼 살인자가 구의민이 아니라 최태준……이라는 말씀이세요?”

 

 

 

 

 

 

 

 “아니, 아니에요. 잊어버려요. 아무리 생각해도 고지식할 정도로 율법을 준수하는 최 장로가 그런 짓을 할 것 같진 않아요.”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구의민이 축출된다면 데몬교를 이어받을 자는 최 장로가 유력하잖아요.”

 

 

 

 

 

 

 

 예승아는 확신이 실린 목소리로 이세은의 말을 가로막았다.

 

 

 

 

 

 

 

 “최태준은 구의민을 완전히 버릴 수 없을 겁니다.”

 

 

 

 

 

 

 

 “어째서요? 서로가 눈엣가시잖아요?”

 

 

 

 

 

 

 

 “방주를 완성하기 위해선 구의민 목사의 능력이 필요하니까요.”

 

 

 

 

 

 

 

 “아…….”

 

 

 

 

 

 

 

 이세은은 다소 허탈한 탄식을 내뱉다가 불현듯 떠오른 말을 입 밖으로 흘렸다.

 

 

 

 

 

 

 

 “구의민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애를 먹던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고지훈이 그랬거든요. 자꾸만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오류가 생긴다고요. 그리고…….”

 

 

 

 

 

 

 

 이세은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신이 필요할 거라는 말을 꺼내려다 멈칫하고 입을 다물었다. 예승아는 이세은의 입을 집중해서 보며 그녀를 채근했다.

 

 

 

 

 

 

 

 “그리고요?”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기억이 안 나요.”

 

 

 

 

 

 

 

 다행히 예승아는 더 캐묻지 않고 홀로 생각에 잠겼다. 이세은은 고민에 빠진 듯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다가 번뜩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목사님. 주희민 신자가 노주원 신자 말고도 접선하기로 한 신자가 있다고 했는데, 그 분을 만나보면 어떨까요? 만약 살인이 계속 되었다면 그 분이 다음 희생자가 됐을지도 모르잖아요. 그 분과 얘기하면 범인의 의중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예승아는 뿌듯한 웃음을 함빡 머금으며 말했다.

 

 

 

 

 

 

 

 “역시. 신자님은 한 발 빠르시네요. 사실 부탁드리려고 했거든요. 세은 신자님이 그 분 좀 만나주실래요?”

 

 

 

 

 

 

 

 “제가요? 저보단 목사님이 만나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럴 수 없어요.”

 

 

 

 

 

 

 

 “왜요?”

 

 

 

 

 

 

 

 예승아는 잔뜩 경계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류청 목사와 곽시양 목사가 감시할 테니까요.”

 

 

 

 

 

 

 

 이세은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예승아는 께름칙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알아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두 사람에게 벌을 내리듯 날 도우라고 했지만, 날 감시하는 게 최 장로의 속셈일 겁니다. 두 사람은 제 행동거지를 죄다 최 장로에게 보고할 거예요. 그러니 원래 알던 사람처럼 그 신자에게 접근해선 안 돼요.”

 

 

 

 

 

 

 

 이세은은 놀라서 입을 벌린 채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각오가 선 눈빛으로 씩씩하게 말했다.

 

 

 

 

 

 

 

 “알겠어요. 저만 믿으세요.”

 

 

 

 

 

 

 

 “고마워요.”

 

 

 

 

 

 

 

 “그보다 목사님, 목사님 걱정부터 하세요. 손잡이 세력은 신원을 철저히 숨기고 행동한다는데, 어디서 그 사람들을 찾으실 거예요?”

 

 

 

 

 

 

 

 “창성 교회 소속의 배주현 신자.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손잡이에 속했던 인물이에요.”

 

 

 

 

 

 

 

 이세은은 감탄하며 두 손을 가슴 앞에 꼭 모았다.

 

 

 

 

 

 

 

 “역시, 벌써 다 알아보셨군요.”

 

 

 

 

 

 

 

 “그 사람은 이미 이곳에 있어요. 성경 학교 참석자거든요.”

 

 

 

 

 

 

 

 이세은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다 서서히 예승아 목사의 말뜻을 이해하고 입안에 고인 침을 꼴깍 삼켰다. 예승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긍정의 의미로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

 

 

 

 

 이세은은 예승아 목사가 알려준 대로 배주현 신자의 방을 찾아갔지만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불러보아도 안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별 다른 수가 없던 이세은은 문 앞에 쭈그린 채 무턱대고 배주현을 기다렸다.

 

 

 

 

 

 

 

 그러나 잠시 후 마주친 건 방 주인이 아니라 순찰을 돌던 경비였다. 경비는 이세은을 알아보고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이내 그의 입에서 짜증 섞인 호통이 튀어나왔다.

 

 

 

 

 

 

 

 “여기서 뭘 하는 거야? 자네 방인가?”

 

 

 

 

 

 

 

 이세은은 머쓱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슬쩍 경비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누구의 눈에 띄었다는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보다 소동을 일으키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녀의 굼뜬 대응에 경비의 언성은 한층 높아졌다.

 

 

 

 

 

 

 

 “내 말 안 들려? 왜 여기 나와 있냐고!”

 

 

 

 

 

 

 

 이세은은 뚱하고 서서 끝까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자 경비의 얼굴에 바로 사나운 인상이 찍혔다.

 

 

 

 

 

 

 

 “그 누구를 묻고 있는 거잖아. 똑바로 말 안 해?”

 

 

 

 

 

 

 

 이세은은 일순 눈빛을 바꿔 당돌하게 경비를 마주보았다.

 

 

 

 

 

 

 

 “제가 그걸 왜 말해야 하죠?”

 

 

 

 

 

 

 

 경비는 당황한 듯 헛웃음을 짓더니 눈을 부라리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제정신 맞아? 어디다 대고 반항이야? 어디 보안 요원을 불러줄까?”

 

 

 

 

 

 

 

 “그러세요.”

 

 

 

 

 

 

 

 “뭐?”

 

 

 

 

 

 

 

 “그렇게까지 제가 보기 싫으시면 하고 싶은 대로 어디 해보시라고요. 저야 기껏해야 잠시 이 건물에서 쫓겨나겠지만 아저씨는 평생 이 교회에 발붙일 수 없을 걸요.”

 

 

 

 

 

 

 

 경비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허리에 척 손을 올리고 불쾌한 시선으로 이세은의 몸을 훑어보았다. 도대체 뭘 믿고 이런 소리를 하는지 의아해하면서도 혹시나 자신이 실수를 한 건 아닌지 찜찜해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극악 교회 소속도 아닌 신자에게 책잡힐 짓은 한 것 같진 않다고 결론을 내렸는지 도로 기세를 세워 밀어붙였다.

 

 

 

 

 

 

 

 “연쇄 살인 좀 저지했다고 영웅처럼 구나 본데, 착각 좀 작작해. 만약 구의민 목사님이 진범이 아니라고 밝혀지기라도 하면 넌 여기서 산 채로 나가지 못할 거야.”

 

 

 

 

 

 

 

 “그야 지켜보면 알게 되겠죠. 그보다 말조심 하는 게 좋으실 걸요. 이런 상황에서 구의민 목사님을 변호하는 건 꽤 위험한 일 아닌가요?”

 

 

 

 

 

 

 

 “네까짓 게 지금 날 협박해?”

 

 

 

 

 

 

 

 “할 만 하죠. 최태준 장로님이 특별히 명령하셨으니까. 장로님이 그러셨어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지위 고저를 막론하고 철저히 조사하고 보고하라고.”

 

 

 

 

 

 

 

 최태준의 이름이 거론되자 경비의 태도는 순간 딴판이 되었다. 얼굴에서는 얼른 험한 인상이 지워졌고 말투 또한 날카로운 강세가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탐탁하지 않은 내색은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최 장로님이 자네에게 그런 중임을 맡겼다고?”

 

 

 

 

 

 

 

 “저 말고 적임자가 또 있을까요? 다들 구의민 목사의 위엄에 벌벌 떨며 감히 상상도 못한 일을 저는 데몬교의 장래를 위해 과감히 해냈습니다. 장로님이 보시기에 이보다 더 큰 충성심은 없겠지요.”

 

 

 

 

 

 

 

 “자네 설마, 내가 그런 말 좀 했다고 반역자와 한 패로 묶는 건 아니겠지?”

 

 

 

 

 

 

 

 이세은은 징계위원회의 파급력에 속으로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경비를 완전히 속였다는 확신이 들어 안도했다. 서슴없이 그런 표현을 꺼내는 경비만 보더라도 앞장서서 말을 꺼내진 않을지언정 다들 구의민 목사를 반역자의 우두머리로 의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게 다 양하섭 목사가 투척한 폭탄선언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야 장로님이 판단할 일이죠.”

 

 

 

 

 

 

 

 이세은이 금방이라도 자리를 뜰 것처럼 굴자 경비는 우람한 몸집으로 길목을 막으며 살살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내가 좀 거칠었네. 인정해. 아무리 그래도 기분 좀 상했다고 사람을 사지로 몰면 쓰나.”

 

 

 

 

 

 

 

 이세은은 경비가 행여 의심이라도 품을 새라 그를 더욱 애타게 만들 작정이었다. 그러니 경비가 온화하게 나올수록 자신은 고자세를 취해야 했다. 이세은은 한결 앙칼진 말투로 되받아쳤다.

 

 

 

 

 

 

 

 “제가 토라져서 이러는 줄 아세요? 지금 이 순간도 제 임무를 방해하고 계시잖아요. 혹시 누군가의 지령이라도 받고 이러시는 건가요?”

 

 

 

 

 

 

 

 경비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바쁘게 가로저었다.

 

 

 

 

 

 

 

 “무슨 소리야! 지령이라니, 난 그런 거 몰라. 그냥 기본적인 업무를 하던 것뿐이라고. 아, 기다린다던 신자가 그럼…….”

 

 

 

 

 

 

 

 “알아볼 게 있어서요.”

 

 

 

 

 

 

 

 “내가 실수를 했군. 이해해. 자네가 그런 중대한 일을 하고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

 

 

 

 

 

 

 

 “장로님이 남몰래 지시하신 일이라서요.”

 

 

 

 

 

 

 

 “그럼, 그럼. 함부로 떠벌리고 다녀선 안 되지. 내 입은 알아서 단속할 테니 걱정 마.”

 

 

 

 

 

 

 

 이세은은 그쯤 해두고 경비를 보내려다가 텁텁한 뒷맛에 괜히 시간을 끌며 그를 붙잡아두었다. 그녀는 불편함의 정체를 금방 깨우쳤다. 경비가 지나치게 최태준 장로를 겁내 하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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