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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살루스 : 여정의 마법사
작가 : 치르비
작품등록일 : 2019.10.1

마법사 살루스의 다른 세계 여행기

 
Chapter 0 - 여행의 시작 (5)
작성일 : 19-10-08 16:51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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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을 맞이한 살루스의 하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생인 현재까지, 그는 방학만 되면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을 하곤 했다. 편의점도 그 중 하나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시간은 어느새 이른 오후가 되었지만 일이 모두 끝난 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이번에는 멀리서 그를 찾아온 방문객들을 상대해야 했다.

 

 참 피곤해, 그렇지?

 

 “글쎄, 내가 선택한 일인 걸. 피곤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손님들은 대체로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달라거나 죽은 친척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도장깨기 하러 왔다가 역으로 당하는 멍청이들도 있었고, 정말 심각한 질병을 앓는 사안 때문에 출장을 가기도 했다. 보통은 이런 문제로 찾아오곤 했다.

 

 “마법사님, 저번에 주신 약 덕분에 아내가 밖으로 외출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는데, 어제 다시 몸져누웠습니다.”

 

 육십대 즈음 되어보이는 남성은 소파에 앉자마자 거의 울상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의사 선생님들께서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이를 어쩌면 좋죠? 마법사님께서 주신 약도 다 떨어졌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그때 드린 약에 지혈효과와 빠른 회복을 위한 마법주문도 추가해드려야겠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리 말하며 살루스는 텔레파시로 슬며시 베르타에게 신호를 주었다. 소형견정도로 줄어들어 옆에 앉아있던 그는 알겠다는 듯 날개를 펄럭이며 어딘가로 날아갔다. 그 사이 살루스는 방으로 들어가 약을 준비했다. 그가 다시 손님을 만나러 나왔을 때, 어느새 베르타가 돌아와 소파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마법주문은 조금 전에 썼으니, 약만 잘 챙겨드시면 되요. 복용 방법은 저번과 같습니다, 아시겠죠?”

 “네, 정말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법사님…….”

 

 그렇게 살루스가 두손두발 모두 써가며 정신없이 일하는 동안, 세상은 밤을 향해 느즈막하게 달려갔다. 뜨겁기만 하던 노란 햇볕도 시간에게 밀려나 마침내 서산 너머로 몸을 숨겼다. 밤이 달과 함께 쏜살같이 달려나왔다.

 

 마지막 손님을 보내고 급하게 식사를 한 살루스는 시간을 확인했다. 밤 8시. 창문 너머로 펼쳐진 세상은 온통 엷은 남빛으로 물들어 다음날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서둘러야겠군.’

 

 

 ****

 

 

 뒷정리를 마친 살루스는 베르타와 함께 목욕재계를 했다. 어쨌든 마법에 있어서 육신 정화도 필수적인 문제였다.

 

 “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제 방으로 들어오지 마세요, 알겠죠?”

 

 베르타와 함께 방에 들어가기 전에 그는 가족들에게 신신당부 했다. 이번 작업은 어떤 마법작업보다도 가장 섬세한 작업을 요구했다.

 

 “그럼 잘 다녀오거라.”

 “우리 아들 파이팅! 이 아빠가 응원한다!”

 “오빠들, 다녀오면 다른 세계 이야기 꼭 들려줘야해!”

 

 살루스는 대답 대신 세 사람에게 웃으면서 손을 흔든 뒤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온 살루스는 커다란 옷장에 따로 숨겨두었던 하얀 로브와 터번을 꺼냈다. 그는 그 옷들로 갈아입은 다음 책장에 책 몇 권을 반쯤 뺐다. 잠시 후 달칵 소리와 함께 책장 절반이 스르륵 열렸다. 그 안에는 숨겨진 문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깥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고대 신전의 실내 제식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살루스가 생활하는 방과는 달리 그곳은 진짜 ‘마법 신전’이었다.

 

 “자, 그럼 시작하자고.”

 

 그 말과 동시에 살루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즉각 허공에서 소리없이 초가 나타나더니 방모서리마다 체워진 촛대에 세워졌고, 심지를 향해 베르타가 브레스를 뿜어 검은 촛불을 피웠다. 그러는 동안 그는 제단에 놓은 향로에 스틱향을 여러 개 꽂고, 램프의 밝기를 조절한 뒤, 이내 마법원 중앙에 섰다.

 

 그 즈음 신전 안으로 부드럽고 아름다운 초록빛의 힘이 스며들었다. 살루스는 그것이 수호자의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속으로 수호자를 환영했다.

 

 “베르타.”

 

 살루스의 부름에 신전 주변을 배회하던 베르타가 살루스 옆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본 그는 손을 높이 들어 동쪽을 향해 크게 외쳤다.

 

 “나는 지금부터 나의 반려자와 함께 신성한 작업에 임하겠다. 그러니 지극히 높으신 이의 이름으로 이 신전을 여노라!”

 

 선언과 함께, 살루스는 제단에 놓인 좌종을 들어 두 번 쳤다. 맑은 소리와 함께 깨끗한 마력이 신전 전체로 울려 퍼졌다.

 

 “지금 여기, 초대받지 않은 모든 존재들이여. 속히 그대들의 영역으로 물러나라! 지금부터 이곳은 위대한 작업장이 되리라!”

 

 소리가 그치자 그는 몇 가지 마법주문으로 4원소의 드래곤 대천사들을 불렀다. 동남서북의 벽으로 신성한 마력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거대한 드래곤 형상의 대천사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이 마법사를 축복하면서 각자의 힘으로 거대한 반원 형태의 결계가 세워주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뒤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은 그는 영혼 상태로 육체 밖을 빠져나왔다. 눈을 뜬 그는 신전의 벽이 어제처럼 흰 안개로 변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무한한 흰 안개 너머에서 4명의 드래곤 대천사들의 후광이 은은하게 쏟아졌다.

 

 살루스의 영혼은 육체가 입고 있던 로브와 터번을 그대로 복제한 듯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한 번 튕겨 어제 수호자를 만나러 갔을 때 입었던 옷으로 갈아 입었다.

 

 “살루스”

 

 그 모습을 수호자 세레스는 신전 구석에서 줄곧 지켜봤다. 어리디 어린 제자가 제 스스로 위대한 첫걸음을 걷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사실은 언제나 가슴 벅찬 일이었다.이제 그는 스스로 결계를 세우고, 남들을 돕고, 스스로 신도 부를 줄 아는 어엿한 마법사였다. 이런 마법사를 빛의 사제단의 일원으로 받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를 받아야겠는가?

 

 “네, 수호자님.”

 

 수호자를 발견한 살루스가 반색을 하며 곁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베르타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 뒤를 따랐다.

 

 “넌 여전히 못생겼구나.”

 “다짜고짜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얼굴을 펴고 다니렴. 매번 만날 때마다 그리 얼굴을 찌푸리고 있으면 누구나 못생겼다고 생각할 거야.”

 

 그럼에도 베르타는 얼굴을 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찡그리며 더 흉흉하게 바라봤다. 보통 사람이라면 기세에 눌려 기절하고 말았겠지만, 세레스는 그저 과장되게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하여간 저 황소고집에 못된 심보를 누가 이기겠니. 꼭 누구를 보는 것 같다니까.”

 

 그러더니 세레스는 살루스를 지긋이 쳐다봤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아니면 어딘가 찔린 건지, 그 모습을 본 살루스는 모른 척 고개를 훽 돌렸다.

 

 흠, 자각은 있는 것 같네요.

 

 “조용히 하라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아무튼 준비는 다 됐니?”

 

 세레스는 빙긋 웃으며 슬며시 화제를 돌렸다. 살루스와 베르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이제 뭘 하면 될까요?”

 “우선 지붕으로 가자꾸나.”

 

 세레스는 즉각 발을 한 번 딛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천장을 뚫고 날아간 그를 따라 그 둘도 따라서 올라갔다. 잠시 후 그들은 청색 지붕 위에 안착했다.

 

 “이제 곧 올 시간이야.”

 “올 시간? 뭐가 오는데?”

 

 베르타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우리 두 말괄량이들을 다른 세계로 데리고 가줄 운송수단 말이야.”

 “요즘 세상에 누가 말괄량이라는 단어를 쓰냐?”

 

 베르타가 한심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세레스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뭐 어때, 시대가 지나도 바뀌지 않는 건 바뀌지 않을 뿐이란다. 그게 진리라는 거야.”

 

 그 말에 베르타가 콧방귀를 꼈다.

 

 “그건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살루스?”

 “살루스는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그렇지?”

 

 두 사람의 뜨거운 시선에 살루스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다만 어색하게 웃을 따름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저 멀리 하늘 저편에서부터 어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은하수가 펼쳐진 검푸른 하늘. 그 별무리 사이에 거대한 틈새라도 생긴 듯, 황금빛이 번쩍하고 그들을 향해 뿜어져 내려왔다. 강력한 황금색 마력이 강물처럼 일정한 흐름을 따라 허공을 수놓더니 이내 선로로 변했다.

 

 “드디어 오는구나.”

 

 그 빛을 향해 세레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 선로를 따라 두꺼운 연기를 뿜으며 그들 앞에 우뚝 선 검은 색의 무언가. 그건 바로…….

 

 “기차?”

 

 살루스와 베르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람하고 반들반들한 검은색 몸체와 황금 금테가 씌워진 굴뚝이 인상적인 증기기관차였다. 기관차 뒤로는 세 개의 긴 갈색 객차와 창고로 쓰이는 목재 칸이 하나가 달려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기차 자체가 가진 강력한 힘이었다. 그 힘은 정확하게 여행이라는 주제에 집중되어있었다.

 

 “이거 정말 수호자님꺼에요?”

 

 살루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수호자를 봤다.

 

 “좋은 반응이야. 그 정도 반응은 되어야 보여줄 맛이 나지.”

 

 수호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씩 웃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예스. 연식이 좀 오래된 아이이기는 하지만 아직 탄탄해.”

 

 세레스는 증기 기관차를 톡톡 두드렸다. 마치 종을 치는 것처럼 맑은 소리가 주변으로 얇게 퍼져나갔다.

 

 그때 운전석이 벌컥 열렸다. 두 사람이 무어라 반응할 새도 없이, 그 안에서 조그마한 영존재들이 나왔다. 그들은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제복을 입었으며, 길고 두툼한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소개하마, 이 아이들은 이 기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들이란다. 몇백만년 동안 일한 베테랑들이지.”

 

 세레스는 웃으면서 그리 말하더니 이번에는 기관사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쪽은 살루스란다. 내 제자이면서 지금부터 너희들의 새 주인이 될 마법사란다. 그리고 저쪽은 반려자인 베르타고.”

 “네?”

 

 순간 살루스는 자신들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저기, 잠시만요?

 

 “야, 잠깐만 잠깐만.”

 “응? 왜 그래?”

 “너 방금 살루스 보고 주인이라고 그랬냐?”

 “응.”

 세레스는 천진난만한 눈으로 대답했다. 그 말에 두 사람은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이상한 소리를 내며 놀랬다.

 

 “주……주인이라고요?!”

 

 살루스가 적잖게 당황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뭐가 잘못 되었니?”

 “잘못되었고 말고요! 어제는 그냥 빌려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아하, 그래.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 그런데 널 보내놓고 생각해보니까 앞으로 시험 때문에 질리도록 기차를 써야 하잖아?”

 

 세레스는 어깨를 으쓱하는 가운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매번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승인 받고 기차 타러 가야 한다는 말이 되지. 그런데 알다시피 나도 무척 바쁜 몸이라서 말이야. 그래서 아예 그냥 주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 그게 서로 편하잖아.”

 “그럼 수호자님은 뭘 타시려고요?”

 “나? 난 다른 거 타면 되지. 난 가진 게 많으니까.”

 

 세레스는 태평하게 대답하며 자기가 가지고 있는 운송수단을 하나하나 알려주기 시작했다. 기차는 기본이요, 커다란 배, 비행선, 자동차, 심지어 유니콘이 이끄는 마차까지. 하나씩 읊어줄 때마다 두 사람은 어이 없다는 듯 점점 입을 크게 벌렸다.

 

 그 사이 운전수들은 살루스 앞으로 쪼르르 달려오더니 마치 맞춘 듯 경례했다. 이에 정신차린 살루스는 당황한 듯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반사적으로 경례 자세를 따라했다.

 

 “그 외에 이 기차 담당 기계공들도 있지만, 지금은 다들 바빠서 부를 수가 없었단다.”

 “바쁘다니요?”

 = 최근 다른 열차들이 다시 불안정한 마력과 존재들의 습격으로 고장나서 이곳 차원 정거장에 긴급 정차한 상태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기계공들이 열차 수리를 진행 중이고요.

 

 살루스의 물음에 답한 건 운전수들 중 한 명이었다. 그들은 텔레파시로 말을 전달했다.

 

 “차원관문 수호자들이 있는데 그런 일도 벌어질 수 있어?”

 “차원관문 수호자들이 있어서 그 정도로 끝난거지.”

 

 그때 세레스가 짐짓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아무래도 전쟁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구나. 바깥에서 수습하려고 참 힘을 많이 들이고 있어.”

 

 아, 그런 의미로군.

 

 ‘나’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그 말을 이해했고, 그건 살루스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진 건 그때였다. 그걸 본 세레스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턱을 쓸어내리더니 갑자기 그의 등을 팡팡 쳤다.

 

 “아!”

 “야 이 자식아. 그렇게 표정이 어두워서 마법사라고 할 수 있겠냐? 그리고 안 아프면서 아픈 척하기는.”

 “이렇게 해야 그만두시니까요.”

 

 어느새 진지한 표정을 던져버린 세레스는 실실 웃었다.

 

 “아무튼 그 건은 잘 해결되었으니 이제부터는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란다. 너는 훌륭하게 막았잖니.”

 “맞아. 네 무용담을 우리 애들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베르타도 옆에서 거들어줬다. 세레스가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우선 파트너를 진정시키는 것이 먼저였다. 그런 그들의 노력을 알아봤는지, 그제야 그의 표정도 조금씩 밝아졌다.

 

 “자,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번에는 안을 구경해볼까. 안은 더 대단하단다.”

 

 그때 세레스가 분위기 환기를 위해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 지시에 따라 기관사 한 명이 쪼르르 달려가 객차 문을 똑똑 두드렸다. 문이 기묘한 소리를 내리더니 부드럽게 열렸다.

 

 “타시죠.”

 

 기관사는 정중하게 그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

 

 

 

 안내를 위해 직원이 앞장 서서 들어가자 그들도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유일하게 출입구가 달린 첫 번째 객차는 다른 기차에서도 볼 수 있는 좌석으로 구성되어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객차로 자리를 옮겼을 때, 전혀 다른 차원의 풍경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와, 이건 거의 사치인데요.”

 

 살루스는 세레스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얀 꽃 모양이 그려진 고급스런 파스텔 톤의 노란 벽, 은은한 조명,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놓은 천장. 흡사 호텔을 연상케하는 방의 구조를 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취향대로 꾸미다보니 이렇게 됐어.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지.”

 

 세레스는 숙쓰러운 듯 뒷목을 긁적였다.

 

 “여기도 굉장하네.”

 

 그때 세 번째 객차로 먼저 들어간 베르타가 드물게 감탄사를 토했다. 살루스도 따라가서 보니 그곳은 작은 연구실이었다. 책상과 함께 실험도구들이 놓여있고, 작고 투박한 화덕과 책장이 설치되어있었다.

 

 “여기는…….”

 “내 연구실. 그대로 써도 좋다.”

 “정말로요?”

 “당연하지. 아, 잠시만. 그 전에 필요한 자료 몇 개만 가져갈게.”

 

 그렇게 말한 세레스는 서둘러 책장에서 서류와 책을 몇 권 뽑았다. 살루스는 고개를 빼들어 제목이라도 보려고 했으나, 그러기도 전에 그는 그것들을 어딘가로 재빨리 순간이동시켰다.

 

 흠, 그나저나 취향이 보일 정도의 화려함이네.

 

 ‘그러게.’

 = 그럼 저는 출발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탁드릴게요.”

 

 그때 조용히 다가온 운전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에 살루스가 화답하자, 그들은 공손히 인사를 하고 서둘러 기차 밖으로 나갔다.

 

 직원이 가자 그들은 다시 두 번째 객차로 돌아왔다. 부드러운 바닥재가 깔린 거실에는 가구와 책장, 여러 편의시설이 있었다. 한쪽 벽에는 커다란 마법거울이 설치되어있었으며, 방도 몇 개 있었다.

 

 “이렇게 귀한 걸 그대로 주신 게 좀 믿기지가 않는 걸요.”

 

 살루스는 거실 중앙에 놓인 하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이 바로 보이는 자리였다.

 

 “통이 큰 건 인정해야겠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뒷말을 삼킨 베르타는 그의 옆에 슬쩍 앉았다. 마음에 든 모양이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원래는 더 많이 보여주려고 했는데…….”

 

 말끝을 흐린 세레스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으로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시간을 확인한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난 그만 가봐야해.”

 “네? 지금 가시게요?”

 

 살루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연하지. 나도 엄청 바쁜데 간신히 시간 내서 찾아온 거라고? 또 너희 둘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거든.”

 “흥, 그나마 눈치는 있군. 이제 꼴도 보기 싫으니 빨리 꺼져라.”

 

 베르타는 콧방귀를 뀌었다. 살루스가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며 혼을 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세레스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튼 그럼 나는 이만 가보마.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임무 잘하고 와~”

 

 말을 잘라먹은 세레스는 베르타 무어라 항변하기도 전에 훌렁 기차에서 나가버렸다. 살루스가 급히 뒤를 따라갔지만 이미 그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으, 이럴 때만 재빠르셔.”

 

 다시 돌아온 그는 투덜거리며 베르타 옆에 앉았다.

 

 “뭐, 귀찮은 놈도 가고 했으니-”

 “베르타.”

 

 살루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째려봤다. 역시나 베르타는 꿈적도 안 했다.

 

 “아무리 네 부탁이어도 내가 저 놈한테 존대하는 날은 없을 거다. 어른이 어른다워야 어른 대접을 해주지, 저건 뭐 너 괴롭히려고 작정하는 쌩양아치나 다름 없는데 뭘.”

 “좀 친하게 지내면 안 돼?”

 

 그 말에 베르타는 마치 자기가 왜 그래야 하냐는 듯 도리어 살루스를 쳐다봤다. 그 눈빛에 어이가 없었는지 살루스는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나저나 저 놈이 가서 물어보는 건데, 조각이 어디있는지 찾아냈나? 생각해보니까 오늘 출발하는데 조각이 어느 세계에 있는지 모른다는 건 좀 이상하잖아.”

 “아, 맞아 맞아. 생각해보니 내가 그걸 말해주는 걸 잊었었구나?”

 

 살루스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어제 수호자님이 조금 도와줘서 하나는 금방 찾아봤어.”

 “그래서 어디인데?”

 “잠시만 기다려봐.”

 

 살루스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곧 그의 시야에 벽 한쪽을 차지하는 거대한 마법 거울이 들어왔다. 마치 물이 일렁이듯 이따금 표면을 따라 파동이 일었는데, 이따금 꿀렁거리는 것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것을 향해 손을 들었다. 곧장 은하수를 담은 은은한 검은 빛의 마력이 모여들어 거울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마력의 흐름을 따라 거울 안이 점차 밝아지더니 대략 오 분 후, 어떤 문자와 함께 영상이 떠올랐다. 그걸 본 베르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L)DJ-bpj-503819034번?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

 “그거야 처음 가보니까?”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야말로 우문현답이었다.

 

 “그런데 거기 있는 게 확실해?”

 “아마도. 당장 확신할 수 있는 건, 빛의 조각이 비활성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 뿐이야. 그러니까 추적마법에 걸렸다는 건 아마 활성화되어있다는 뜻이겠지.”

 

 그러더니 살루스는 습관처럼 베르타의 턱을 긁어주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베르타는 기분 좋다는 듯 그르렁거리며 드래곤 특유의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그렇다는 건 그 세계에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 거고-”

 “-그 사건들을 쫓아가다보면 빛의 조각을 찾을 수 있다는 계산이로군. 확실히 빛의 조각은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을 품고 있다고 했으니 사건의 중심에 있을 확률이 높지.”

 

 얼마 후 그는 거의 고양이마냥 다리를 긁적이며 몸을 이리저리 부비기 시작했다.

 

 “그 외에 알아낸 건?”

 “안타깝게도 없어. 수호자님이 그곳은 가본 적이 없다면서 아카샤 기록을 읽지를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그때 복도문이 다시금 활짝 열렸다. 기관사들은 가볍게 경례를 하더니 곧 있으면 출발한다고 말했다.

 

 = 가시고자 하는 세계가 있으십니까?

 “(L)DJ-bpj-503819034번 세계로 부탁드려요.”

 = 알겠습니다.

 

 

 ****

 

 

 운전사가 호루라기를 불자 기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어마어마한 회색 연기를 뿜어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엔진이 움직이고, 몸이 달궈지더니, 이내 선로를 따라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점차 속력을 높이며 여유롭게 내달리던 기차는 이내 붕 떠올라 은하수로 뒤덮인 검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둠 사이로 별빛 구름이 떠올랐다. 물질계의 중력이 점차 약해졌다. 그럴수록 뭉쳐있는 것들이 안개처럼 퍼지고, 그 존재감이 모호해졌으며, 모든 현실이 저만치 물러났다. 어느덧 기차 그 주변에는 낯설고 드넓은 푸르른 보랏빛 마력의 바다만이 펼쳐질 뿐이었다.

 

 얼마 후, 기차는 영혼우주를 따라 무수히 많이 퍼져있는 차원 영역들을 스쳐지나갔다. 그보다 더 먼 곳으로는 그 영역들을 집어삼킬 듯 깊은 우주의 심해와 소용돌이들이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거대한 은하단이 형상 없이 떠도는 생명체들과 춤을 추었다.

 

 영혼우주에 퍼져있는 무한한 개수의 차원영역, 그 차원영역들 사이에서 알처럼 감싸여진 수많은 물질계.

 

 그때, 그들 가운데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낸 무시무시한 것 하나가 기□ 가-□이 다-다닲===다■□다. 차-ㅈ웱-원관□□□■의 수□□였다■ 그그그-■그□-것은 절□-대 □□■ 않을 ㄱ—거□한 누—□으로 변-삱□잛□■■□여 ■—기-기차와 □■□□ ■■봐봐봐--팡다. 그■□-고 ‘■’를-

 

 …

 

 ……

 

 □■, ‘■’□□■-□□■ㄴㅇ삵쉑□아■-■□□쥬

 

 ‘야, 괜찮아? 네 소리 이상해.’

 

 차…ㅈ뮭□□■-■‘■’퓨니,…나홃□■■□□□■자팡-아□‘■’…….

 

 ‘……관찰자?’

 

 ‘■’□■■…….

 

 ……

 

 …

 

 ……휴, 살았다. 살루스, 살루스? 내 말 들려?

 

 ‘아, 이제 똑바로 들려.’

 

 으으, 괜히 얕봤다가 혼쭐났네.

 

 ‘무슨 일이야?’

 

 수호자가 너랑 교신하는 거 끊으려고 하길래 간신히 설득하고 돌아오는 길이야. 동반자라고 하면서 이거저거 서류 넘겨주니까 다행히 넘어가주네. 혹시 몰라서 챙겨와봤는데, 잘 한 것 같네.

 

 ‘다행이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관찰자가 다칠 리는 없지.

 

 살루스는 가볍게 콧방귀를 꼈다. 베르타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할 따름이었다.

 

 ‘나’와 살루스가 그러고 있을 동안, 그 차원관리 수호자는 제 할 일을 마친 듯 눈을 감았다. 곧 다시 형체 없는 이로 돌아간 그것은 원래 있던 영역으로 향했다. 명백한 통과사인이었다. 그에 맞춰 기차도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섯 시간 정도가 흘렀다. 어쩌면 적어도 그 정도가 흘렀다고 그들은 느꼈다. 앞으로 잘 나아가던 기차가 갑자기 롤러코스터를 타듯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방향은 영혼우주를 떠돌던 수많은 폭풍 중 하나로, 그 하단 부분이었다. 하늘색의 폭풍은 그 안에 수많은 차원영역을 품은 채 맹렬한 기세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기관사 중 한 명이 급하게 객차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이제부터 해당 세계의 영향권에 들어갈 겁니다! 충격에 대비해주세요!”

 

 기관사가 다시 돌아가기 무섭게 기차가 폭풍 안으로 진입했다. 놀이기구마냥 어찌나 심하게 흔들리던지, 앉아있던 살루스가 그만 잡고 있던 소파를 놓치면서 몸이 붕 떠버렸다.

 

 “꽉 잡아!”

 

 그때 베르타가 타이밍 좋게 살루스를 붙잡았따. 살루스도 그런 그를 꽉 잡았다.

 

 다행히 큰 흔들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내 폭풍을 빠져나오자, 회색 구름이 기차 전체를 에워쌌다. 베르타 품에 안겨 있던 살루스는 문득 기이하고 낯선 힘에 둘러 쌓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이 기차는 계속 아래로 하강했다. 주변을 둘러싼 색들도 수십 수백 차례 바뀌며 점차 농도를 달리했다. 그럴수록 묵직한 물질의 느낌에 가까워졌다.

 

 그때 기차는 그 자신을 물질화하려는 시도를 감행했다. 기관사들은 그 의지를 느끼며 제어판을 조작하고, 연료를 더 많이 넣은 뒤, 서로 손을 맞잡고는 리드미컬하게 팔을 흔들며 마법주문을 읊조렸다.

 

 강력한 마력이 기차 주변으로 모였다. 기차는 그 힘을 빠르게 흡수했고, 그럴수록 기관사들은 더욱 크게 주문을 외쳤다. 마침내 기차는 더는 차원에 머물 수 없을 만큼 마력이 묵직하게 충전되었다.

 

 그 순간, 기차는 차원영역의 가장 낮은 층을 뚫고 물질계 안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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