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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놈이 온다!
작가 : 알케이
작품등록일 : 2019.10.3

“ 이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두 가지가 있지.
내 마음과 네 마음. 내 거든 네 거든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더라. “
- 본문 중에서

 
# 9. 그 남자의 시선 (5)
작성일 : 19-10-08 14:29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8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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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야기 구조입니다.

 앞 부분에 조연처럼 등장했던 나왔던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 인물이 되는가 하면 인물과 인물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입니다.

 또한 앞 부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나중에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를 짜임새 있게 엮었습니다.

 또한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나누어서 진행되며 중간에 교차되기도 하는 구성을 통해 마치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극적 구성을 더하였습니다.

 따라서 항상 회차별 제목을 꼭 확인해 주세요!!!!!

 ======================================================================================================

 

 일우는 여느 때처럼 샤워 후 아이스크림을 사먹기 위해 구멍 가게에 들렀다. 가게 밖에 설치된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이리저리 뒤지다가 딱히 먹을 게 없어서 아무거나 골라 들고는 돈을 내기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평상시와 전혀 다름없이 작은 TV를 보고 있었다.

 “할매, 여기 아이스크림.”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진열장 위에 놓으면서 말을 걸어 봤지만 역시나 그 어떤 반응도 없이 시선은 TV에 고정되어 있었다.

 “혹시 요즘에도 그런 사람들 연결해주고 그래요?”

 야쿠자에게 칼 맞아 죽을 뻔한 일이 있은 뒤 처음으로 관련된 내용을 물었지만 대답없는 메아리였다. 원래부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사과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전혀 반응없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는 하드를 입고 물고는 가게를 나와 집으로 가는데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더부룩한 머리, 며칠은 깎지 않은 것 같은 수염, 초췌해 보이는 피부와 충혈된 눈을 가진 40대로 보이는 이상한 아저씨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림새와는 달리 이상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 동네에 이런 사람이 살고 있었던가?

 “네, 무슨 일이세요?”

 일우는 여전히 하드를 입에 물고는 그 아저씨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저 가게에 계신 할머니를 잘 아세요?”

 일우는 순간 당황했다. 이 곳에 살면서 이 가게의 할머니에 대해 누가 물어본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누가 찾아오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을뿐더러 누가 그 할머니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이 동네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한 윤상무도 그 할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저도 잘 몰라요. 그냥 가끔 아이스크림 사 먹으로 오는 거거든요.”

 일우는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가볍게 흔들며 대답했다.

 “그렇시군요. 잘 알겠습니다.”

 아저씨는 차림새와는 달리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다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대체 뭐 하는 아저씨지? 할머니도 정체 불명의 미스터리 한 사람이지만 이 아저씨도 비슷한 부륜가? 할머니와 연관된 사람은 왜 다들 이런 거지?

 “그래도 뭐, 워낙에 말씀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아요. 올 때마다 쳐다 보지도 않고 TV만 보고 계시거든요.”

 아저씨의 뒷모습이 왠지 안돼 보여서 지난 번 있었던 야쿠자 사건은 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아저씨는 갑자기 돌아섰고 그의 충혈된 눈은 의욕 충만한 느낌이 한 가득으로 변했다.

 “혹시 괜찮으시면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아저씨는 역시나 정중하게 부탁을 했고 딱히 급할 것이 없던 일우는 아저씨의 제안을 수락했다.

 “무슨 얘긴지 모르겠지만 그러시죠.”

 두 사람은 가게 근처에 있는 평상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는 강남 경찰서의 박본주라고 합니다.”

 딱 봐도 일우보다 한참 연배가 많아 보이는데도 계속 존댓말을 쓰며 정중히 명함을 내밀었다.

 “형사님이요?”

 그의 명함을 받아 들며 일우는 순간 속으로 찔끔했다. 혹시 지난 번 야쿠자 사건을 알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순간적으로 놀랐기 때문이었다.

 “혹시 탤런트 이주희 씨라고 알죠?”

 그는 자기 소개를 마치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주희라면 한 때 꽤나 잘나가던 여배우였는데 몇 년 전 결혼을 한 뒤로는 연기는 일절 하지 않고 가정에만 충실한 배우였다.

 “알죠, 꽤나 유명한 배우였으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왜요?”

 “그 사람한테 사고가 하나 생겼는데요…”

 박본주라고 자신을 밝힌 경찰 아저씨의 얘기는 이랬다.

 

 

 결혼 후 이주희의 결혼 생활은 행복했다.

 결혼 할 때 같은 연예인이 아닌 작은 사업을 막 시작한 사업가와 결혼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고 이후에도 이따금씩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와서 일우도 알고 있었다. 결혼 1년만에 아기가 생겼다는 뉴스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내던 중 이주희의 남편이 차를 몰고 지방으로 가다 교통사고가 나서 사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남편이 죽은 이후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장례식에 어떤 여자가 오더니 한참을 대성통곡하며 서럽게 울다 갔는데 장례식이 끝난 후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보험사를 찾아간 이주희는 보험금 수령자가 이난영이라는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이난영을 찾아가 보니 바로 장례식에서 대성통곡하던 여자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난영 의하면 자신과 이주희의 남편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며 그래서 죽은 이주희의 남편이 보험금 수령인을 자신으로 바꿨고 추가로 보험을 두 개 정도 더 들었다고 한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이주희는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신을 너무나 사랑했던 남편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만큼 행복한 결혼생활이었기에 남편이 바람을 피울 리가 없다며 그 여자를 고소했다.

 그 때문에 경찰이 나서 수사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보험금을 수령하게 된 이난영이 해당 보험사에서 일하던 보험 설계사였다는 것과 함께 이주희의 남편은 바로 이난영의 고객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래서 그 여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전시키고 있었는데 그만 이난영도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난영에게 남편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받기로 한 보험금이 자동으로 그 남편에게 넘어가게 됐고 이주희의 소송은 당사가 없어졌기 때문에 무효가 된 상태라 그 남편을 상대로 다시 고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주희 남편과 남편 있는 유부녀가 바람나서 보험금 수령인을 그 유부녀로 하고는 보험 계약을 했는데 이주희 남편이 죽어서 보험금을 받게 된 순간 그 여자도 죽어서 그 여자의 남편이 보험금을 받게 됐다는 거네요.”

 서일우는 열심히 머리를 굴려가며 내용을 요약해봤다.

 “맞습니다. 그래서 이주희 씨는 지금 다시 고소를 한 상태고요.”

 “좀 복잡하네요.”

 “원래 보험 문제가 얽힌 사건들은 좀 복잡해요.”

 그는 눈이 뻑뻑한지 충혈된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그런데 그게 저 가게 할머니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요?”

 “아, 그게 이 사건의 핵심이 이주희 씨의 남편이 자발적으로 보험금 수령인을 이난영로 했느냐 아니냐 거든요. 만약 자발적으로 했다면 큰 문제없이 끝나는 사건인데 이주희 씨는 그럴 리 없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워낙 행복한 결혼 생활이어서 남편이 바람 필 이유가 하나도 없었던 데다 사망한 그 날도 출장을 가면서 꼭 맛있는 거 사오겠다며 전화통화까지 했다고 하거든요.”

 “그래도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지 않나요?”

 “맞습니다. 그래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주희 씨의 결혼 생활에 대해 확실히 알아볼 필요가 있어서 이런 저런 조사를 하다 보니 저 할머니가 등장한 거에요.”

 “네, 저 할머니가 왜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얘기에 일우는 깜짝 놀라 물었다.

 “모르셨구나. 저 할머니가 예전에 유명한 마담 뚜였어요. 하도 인맥이 넓어서 재벌이나 운동 선수들 그리고 연예인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서로서로 간에 중매를 시켜준 것도 엄청 많았는데 그 중에 이주희 씨도 있었던 거고요.”

 “저 할머니가요?”

 너무나 의외의 얘기였다. 항상 꾸부정한 자세로 TV만 보고 말도 없는 저 할머니가 왕년에 그렇게 유명한 마담뚜였다니.

 갑자기 그 할머니가 다르게 보였다. 그 때 한 가지 생각이 일우의 머리 속을 스쳐갔다. 그런 생황을 오래 했기 때문에 야쿠자의 현지처였던 김미향이란 여자도 알고 있었고 소개까지 해 줄 수 있었던 거구나. 워낙에 발이 넓었다고 하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게다가 저 할머니는 아무리 돈을 보따리로 싸 갖고 와도 함부로 연결해주지 않았다고 하네요. 사진으로 관상을 보고 사주를 맞춰봐서 잘 맞는 사람끼리만 소개해줘서 여태까지 모든 커플이 잘 살고 있다고 하고요. 마담뚜가 관상하고 사주까지 봐가면서 사람을 소개해주다니 생각 외로 독특한 부분이 많은 분이라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 때 할머니가 해준 얘기가 일우의 머리 속에 떠 올랐다.

 

 ‘넌 일찍 줄을 관상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대신 여자 조심해. 네 얼굴에 여자가 잔뜩 끼었어.’

 

 “그래서 저 할머니한테 어떤 계기로 소개해줬는지 두 사람이 정말 원해서 결혼한 거고 결혼 후에도 행복했는지 같은 걸 물어 보려 왔는데 당최 아무 말을 안 하시네요.”

 “저 할머니 원래 꼭 필요한 얘기 아니면 말 안 해요. 아이스크림 가격도 내가 알아서 놓고 나온다니까요.”

 이어지는 박본주 형사의 얘기에 일우는 대답을 하다 문득 한 가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그런데 저 할머니 어떻게 찾았어요?”

 “정말 오랜 수소문 끝에 찾았어요. 물어보는 사람들마다 은퇴한지 좀 됐다며 현재 어디서 뭘 하며 사는지 아는 사람들이 없더라고. 그래서 여기저기 물어보며 수소문한 끝에 간신히 찾은 겁니다.”

 “흠. 근데 진짜 저 할머니가 그 마담 뚜 맞아요? 아무리 봐도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이 바닥에 있으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사람이란 겉으로만 봐선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라는 겁니다. 저 할머니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고요. 하긴 저도 저 할머니 처음 봤을 땐 반신반의 했거든요.”

 그렇다. 세상에는 정말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일들도 알 수 없는 사람도 너무나 많다. 전 세계 인구가 70억 명이라면 70억개의 사연이 지구상에 있다는 얘기니까.

 “그나저나 그 사건의 최종 범인은 그 남편 같은 데요?”

 “누구요? 보험금을 수령하게 된 사람 말입니까?”

 “예.”

 “혹시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라도…?”

 “제가 추리하건데 말이죠…”라며 일우는 자기도 모르게 지완이의 말투를 흉내내며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의 왼손 검지손가락은 습관적으로 평상 바닥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그 사건에 대한 일우의 생각은 이랬다.

  그 여자는 바람 피운 게 아니다. 남편하고 함께 계획적으로 이주희의 남편을 죽여 보험금을 차지하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란 원래 돈을 보면 마음이 변하기 마련이어서 그 남자는 자신의 아내마저 죽이고 혼자 그 돈을 차지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되면 불륜 관계인 이주희의 남편과 자신의 아내에게 관심과 시선이 쏠려있던 상태에서 뒤에 조용히 숨어 있던 자신이 보험금을 타기가 훨씬 용이하니까. 자신은 바람난 여자의 남편이니까 동정심을 얻기도 쉬울 것이고.

 그래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이주희의 남편과 그 여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단순히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표면적인 것 외에 왜 교통사고가 났는지, 사망 전 핸들을 잡기 전에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와 대화를 나눴는지 등에 대한 조사들 말이다. 아니할 말로 이주희의 남편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누군가에 의해 이상한 걸 먹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군요.”

 형사 아저씨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지 못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아까 말씀 드렸지만 저 할머니한테 무슨 얘기 듣기 어려우실 거에요. 아마 영장 발부 받아 오셔도 얘기 안 하실 걸요?”

 일우의 얘기를 들은 형사 아저씨는 낙담하며 한 마디 했다.

 “그렇군요.”

 그리고는 나중에 필요하면 연락하겠다며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주었고 형사 아저씨는 축 처진 어깨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얼마 후 그 형사 아저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일우의 얘기를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주희 남편의 신용카드 내역을 조회해보니 사망 당일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사용한 적 있어 CCTV를 분석한 결과 문제의 여자와 잠깐 만나는 장면이 포착됐고 그녀가 건네 준 음료수를 마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이주희 남편은 교통 사고가 나서 사망했으며 그 여자의 남편을 불러 추궁한 결과 모든 사실을 자백 받았다는 것이다.

 

 

 “대단한데? 그 정도면 네가 형사 해도 되겠다.”

 일우의 얘기를 들은 용일이는 놀랍다는 듯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에이, 뭐 그 정도 갖고. 추리 동아리 할 때 실력을 발휘한 거지.”

 “살다 보니 추리 동아리 경험이 도움이 될 때도 있네.”

 지완이가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고 용일이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나저나 너네 요즘은 좀 어때? 난 아주 죽겠다.”

 유일하게 회사원 생활을 하고 있는 학주가 투정부리듯 말하자 용일이와 지완이는 서로 쳐다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듯 보여 내가 대신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그러자 학주는 기다렸다는 듯 회사에 대한 불평 불만을 쏟아냈다.

 “일단 이건 뭐 정시 퇴근이란 게 없어. 입사한지 얼마 안 됐을 때 멋모르고 퇴근 시간에 퇴근했다가 바로 위 대리님한테 얼마나 갈굼 당했는지 아냐? 아니 퇴근 시간에 퇴근한 게 무슨 잘못이냐고. 근데 또 출근 시간은 꼬박꼬박 지켜야 돼. 아니지, 최소 30분은 일찍 가야 돼 더라고. 꼰대 부장은 별 할 일도 없으면서 1시간 전에 나와서 직원들 몇 시에 출근하는지 지켜보고 있다니깐.”

 “직장 생활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용일이가 위로한다고 한 마디 하자 학주의 불평은 더 이어졌다.

 “정말로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절에 왜 입사 1년차들이 사표 내고 퇴사하는지 알겠더라니까. 이거는 기계야, 기계.”

 용일이와 지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눈을 찡긋하는 게 학주에게 더 이상 회사 얘기를 하지 말자는 것 같았고 그런 그들을 보면서 일우는 씁쓸한 생각이 들어 혼자 소주잔을 비웠다.

 일우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네 심정 이해한다’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곧잘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 ‘이해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그 사람의 그 상황에 있어보지 않고는, 그래서 그 상황을 직접 온 몸으로 경험하지 않고는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저 피상적으로 그러려니 생각할 뿐이다.

 용일이와 지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만약 학주의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한다면 학주의 얘기에 깊게 공감한다면 학주와 함께 분노했을 것이다. 학주도 마찬가지다. 그런 직장에라도 들어가고 싶어하는 용일이와 지완이의 심정을 이해한다면 이렇게 쉽게 직장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이란 늘 그런 것이다.

 그 때 일우의 전화가 울려 전화기를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그래서 받지 않으려고 전화기를 뒤집어 놓는데 순간 왠지 꺼름칙한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익숙한 번호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전화벨이 울려 살펴보니 조금 전과 같은 번호였다. 순간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누군가 싶은 호기심에 일단 받기로 했다.

 “여보세요.”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누군지 선뜻 기억이 나질 않았다.

 “여보세요?”

 일우가 대답이 없자 상대방이 한 번 더 말을 건네왔다. 그때 불현듯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기억났다. 바로 그 여자, 김미향이었다.

 “잠깐만.”

 일우는 용일이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통화를 하기 위해 잠시 가게 밖으로 나왔다.

 “제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마음 먹으면 다 알아낼 수 있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지난 번에 경험 했다며?”

 수화기 너머의 김미향이란 여자는 당당한 것도 아니고 미안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담담한 것도 아닌 어중간한 말투와 분위기로 얘기했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려고 전화했어. 본의 아니게 그런 경험을 하게 해서.”

 미안해 하는 거였나.

 “잘 지내?”

 안부인사였다. 짧은 이 인사말에는 묘한 느낌이 있다. 어떻게 지내는지, 무엇을 하며 사는지, 행복하거나 슬픈지와 같은 모든 것들을 함축시켜 놓은 말이기 때문이리라. 일우가 대답이 없자 그녀가 다기 물었다.

 “그나저나 다시 보면 안 될까?”

 “안 돼요.”

 그녀의 제의에 일우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진짜 죽다 살아났다고요. 그런 경험을 또 할 순 없는 거 아니겠어요?”

 일우의 얘기에 그녀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구나, 아쉽네. 그런데 난 지금 널 보고 있거든.”

 김미향의 얘기를 듣는 순간 일우는 놀란 가슴에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미 어두워진 시간이지만 수 많은 술집들의 간판들이 쏟아내는 불빛 때문에 사물을 식별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일우가 있는 골목의 중간쯤에서 그를 보며 손을 흔드는 그녀, 김미향을 발견했다. 미향도 일우가 자신을 발견한 것을 알아챘는지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 다음 편에 계속 -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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