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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젖은 어둠은 마음으로 흐른다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남녀의 생존이라는 직업

 
젖은 어둠은 마음으로 흐른다13
작성일 : 19-10-08 11:56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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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사는 ‘생일 축 리사’라고 새겨진 수제 볼펜으로 쓴 글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마음이 깨지는 소리에 관한 글이 잔뜩 쓰여 있었다. 마음은 이게 아닌데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글로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그날 아침 편의점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쏟아지는 빛이 닿지 않는 편의점 밖 그늘에 리사가 앉아 있다가 애써 미소를 띠며 일어났다. 리사가 계산을 하고 모텔로 들어갔다. 미용실이 쉬는 날이라고 했다. 그 녀석과 나눠먹던 도시락을 리사와 나눠먹었다. 햇빛이 눈부셔 커튼을 치고 어둑한 불을 켜고 티브이를 틀었다. 영화채널에서 완득이가 하고 있었다.

 

  “완득이 봤어? 나는 몇 번이나 봤는데“라고 리사가 티브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오늘은 꼭 소풍을 온 것 같아. 모텔로 말이야. 모텔에 수도 없이 와 봤지만 이렇게 도시락을 까먹으며 완득이를 보는 건 처음이야. 소풍 온 거 같애. 넌 어때?”

  “난 읽었어.”

  “뭐? 뭘 읽어?”

  “완득이 말이야. 나는 완득이를 영화로는 저게 처음이고 책으로 한 번 읽었어.“

  리사는 내 말에 얼굴이 어쩐지 환하게 변했다.

  “글이 더 좋아? 영화가 더 좋아? 글 속의 완득이도 유아인처럼 그래?”

  리사는 완득이 소설에 대해서 잔뜩 질문을 했다. 그 속에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거의 없었다. 리사는 먼저 씻는다며 도사락을 반 정도 먹은 후 샤워를 했다. 리사가 샤워를 하는 동안 밖에 나가서 싸구려 위스키와 맥주를 사왔다. 리사는 발가벗었지만 검고 굵고 큰 목걸이는 빼지 않았다.

  “이런 거 거스턴에 잔뜩 있는 술인데 손님이 먹고 남은 위스키 들고 올 걸 그랬어. 돈 아깝게.”

  우리는 위스키를 털어 넣고 맥주를 마셨다. 완득이는 2차전에 돌입했다.

 

  완득이 새끼 격투기를 배워서 집에 들어온 똥주를 도둑놈으로 알고 갈겼다가 똥주의 갈빗대를 분질렀다. 야이 새끼야 뭔 놈의 가난이 쪽팔릴 여유가 있냐? 나중에 나이 먹어 봐라, 그것 때문에 쪽팔려 했다는 게 더 쪽팔릴 거다. 똥주의 대사는 리사와 나, 우리 두 사람에게 각각 다른 방식으로 펀치를 날렸다. 우리는 가난뱅이들이이었다. 부자들이 만들어 놓은 빌딩에서 들락날락하며 생활하는 우리에게, 이 도시에서 가난은 쪽팔리고 또 쪽팔렸다.

 

  목에는 선명한 줄이 그어져 있었다. 목줄이라고 불릴 만한 큰 목걸이를 풀었을 때 리사의 눈은 눈물 때문에 퉁퉁 불어 있었다. 순간 생각했다. 못 생겼다. 그 순간 리사가 사랑스러워졌다. 나는 팬티를 벗지 않았는데 내 다리에 얼굴을 묻고 리사는 30분 정도를 울었다. 다리가 축축해졌다. 다리가 축축해지는 것보다 저리는 고통 때문에 이를 악 물어야 했다.

 

  “내 인생을 돌려받고 싶어“라고 리사가 얼굴을 묻고 나직이 말했다.

  ‘다른 사람은 너의 인생을 돌려줄 수 없어‘라고 나는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

 

  리사는 두 번 아이를 지웠다. 두 번 다 그 남자의 아이였다. 남자는 아이를 못 낳게 필사적이었다. 협박을 했고 리사는 혼자서라도 아이를 낳고 싶었다. 두 번째 목을 맸을 때 가는 목에는 굵고 선명한 줄이 생겼다. 마치 탯줄처럼. 따뜻하고 만지면 느껴질 만한 그런 선명한 줄이.

  “이제 영영 아이는 갖지 못한데. 넌 엉망진창인 인간이라지만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야. 쓸모없는 인간도 사랑할 자격이 있을까.”

 

  완득이의 필리핀 엄마는 완득이에게 완득아,라고 처음으로 불렀고 완득이는 엄마라고 난생처음 불렀다.

  ‘이렇게 같이 있으면 사랑이지.’ 엉망진창 인간과 쓸모없는 인간의 사랑은 그저 같이 있어 주는 것이다. 리사는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너 나를 동정하면 나 콱 죽어버릴 거야.“

  리사는 퉁퉁 부은 눈으로 발가벗은 채 나에게 안겨 몸을 말고 오후 5시까지 잠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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