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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수배전단
작가 : 진가산
작품등록일 : 2019.10.7

나쁜 짓 하고도 밤잠 잘자는 놈들에게
악몽같은 법집행을 하는 강서준 형사.

그리고 그의 첫사랑인 지연아는
국제적인 청부업자가 되어 다시 만난다.

 
수배전단 : [ 2화 ] 나쁜 놈이 잘 잔다 2
작성일 : 19-10-08 09:52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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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배전단 : 나쁜 놈이 잘 잔다 2

 

  5년 만이었어.

  용산 철거 현장에서 벌어진 빡환과 나의 대결은 무승부라고나 할까. 공권력의 보호 아래 자행된 빡환의 폭력은 어떤 처벌이나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빡환은 애초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이 되었다. 때문에 내가 빡환에게 한 폭력도 없었던 일이 되버렸다.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증언을 하지 않았다.

  내 덕에 목숨을 구한 아줌마조차 증언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을 거다. 다 누구나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유야무야된 사건 이후 나는 빡환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 조사를 통해 알게 되었고, 놈을 잡기 위해 노렸다. 거의 다 잡을 뻔 했다 놓친 적도 있었지만, 오늘은 다를 것이 분명했다.

 

  그 사이 빡환은 강력범죄의 화신이 되었다. 강력범죄의 화신이 된 그였지만, 오늘은 VIP의 똥꾸멍이라도 빨 듯이 로비에 나서고 있었다. 빡빡머리였기 때문에 빡환이라고 불렸던 그가 지금은 치렁치렁한 머릿결을 쓸어 올리며 생일 축하송을 부르고 있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싸랑하는 의원님의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송이 시작되자 준비해 뒀던 생일케이크가 들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심드렁한 표정이던 VIP에게 빡환이 007가방을 건네자 VIP의 표정이 금세 환해졌다. 슬쩍 가방을 열고 확인한 가방 속에는 5만 원권 지폐와 금송아지 2마리가 고이 모셔져 있었다. 가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황금빛에 도취된 VIP를 향해 빡환이 소리를 질렀다.

 

  [의원님 싸랑합니다!]

  [고맙네. 이렇게 생일까지 챙겨주니 고마워.]

 

  빡환은 VIP의 환한 표정을 보자 기뻤다. 오늘 이 로비를 통해 자신을 옭죄어 오는 수사망을 해결할 든든한 금동앗줄을 얻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얼씨구! 지랄들!”

 

  고반장이 서로를 끌어안고 환호하는 빡환과 VIP를 보며 욕을 했다.

 

  “근데 빡환이한테 접대 받는 저 VIP는 누군지 알아요?”

 

  빡환에게 로비를 받던 VIP가 누군지 감이 잡히지 않아 고반장에게 물어봤다.

 

  “아~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은데... 생각이 안 나네.”

 

  고반장 역시 누군지 가물가물한 것 같았다.

 

  “그럼… 잡아놓고 물어보면 되지! 자, 오케이! 뇌물공여까지 범죄 하나 추가. 아예 오늘 바퀴벌레랑 고구마 줄기 털 듯 탈탈 털어볼까요!”

 

  벌써 몇 번인가? 빡환 저 녀석을 잡아 처넣으려고 그렇게 애썼지만, 그때마다 정보가 새 나갔는지 허탕을 쳤는데 드디어 오늘 잡겠구만.

 

  나는 호기롭게 고반장을 향해 말했다.

 

  “자, 바퀴벌레 잡으러 갑니다!”

 

  녹슨 강력반 잠복근무용 봉고차 문이 드디어 활짝 열렸다. 이어 나를 비롯한 형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는 각자가 애용하는 무기를 하나씩 체크하게 되었다.

 

  “오늘은 이걸로 해볼까?”

 

  해머를 든 고반장이 호기롭게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해머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자, 털썩 던져 넣고는 품에서 호신용 가스총을 꺼냈다.

 

  “역시 이게 폼 나지!”

 

  고반장의 너스레를 보던 나는 내 분신과도 같은 원더배트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밤하늘을 가르는 야구배트 소리가 윙~ 윙~ 거리며 골목에 울려 퍼졌다.

 

  “자, 모여들 봐라!”

 

  고반장은 지금까지의 웃음기를 지운 채 간략하게 작전을 세밀히 지시했다.

 

  “그럼 다 이해됐지! 혹시 질문 있냐?”

 

  언제나 그렇지만 고반장의 작전이 불만스러운 내가 따지듯이 물었다. 퇴로를 끊고, 막다른 곳을 만들어 쥐새끼 몰 듯 쫓아야지, 고반장의 작전은 늘 도주로가 있었다.

 

  “형! 이번에도 도망칠 길 터주는 거 아냐? 이러다 또 놓치지 싶은데!”

  “음…….”

 

  고장석 팀장은 내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 다시 말을 이었다.

 

  “서준아, 형이 늘 얘기했지? 나쁜 놈들은 엄청 많지만, 좋은 놈들은 진짜 얼마 안 돼. 그니까 그 머리 숫자 줄이면 안 된다구. 이번에 못 잡으면, 다음에 잡으면 돼! 칼 들어오면 무조건 피하라구. 괜히 잡으려다, 훅 간다. 알지? 우리 보험처리 안 되는 거. 여우같은 마누라에 애 딸린 놈들. 홀어머니, 홀아버지 모신 놈들. 모두 2선에 선다.”

  “참 나! 마지막에는 꼭 자기만 멋있는 척하고 그래.”

  “그러니까요.”

  “내 말이…….”

 

  강력반 형사들이 고반장을 향해 한마디씩 투덜대면서도 그의 옆 대열에 섰다. 아무도 2선으로 물러서는 형사는 없었다. 고반장은 말로는 설렁설렁 말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강력반 반장이었다. 부하들을 위해서 제 몸을 아끼지 않는 세상에서 보기 힘든 리더였다. 모두들 나와 고반장 옆에 줄지어 서자, 고반장이 씨익 웃으며 언제나처럼 호쾌하게 목소리를 드높여 소리 질렀다.

 

  “자, 들어가 볼까!”

 

  강력반 형사들이 호텔나이트클럽 의 뒷문을 부술 기세로 열고 들어갔다.

 

 §

 

  “자, 의원님. 한 잔 더 하셔야지요.”

 

  콸콸콸. 넘치도록 술을 쏟아 부은 뒤 건배를 위해 잔을 높이 들었다.

 

  이때였다.

  모든 이들을 손짓 하나로 ‘멈칫’. 동작그만을 시킨 자는 바로 VIP의 경호원 서실장이었다.

 

  “뭔데?”

 

  VIP는 한껏 물오른 흥취를 깨지 말라며 티껍게 말했다.

  하지만 서실장은 귀에 끼고 있던 인이어 이어폰을 통해 전해지는 급박한 상황보고를 듣고는 간단히 말했다.

 

  “지금 나가셔야겠습니다!”

 

  서실장의 말하는 뽐새가 여느 경호원과는 사뭇 달랐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서실장은 국정원 출신이었다. 국정원 정보계통 전문가로 머리가 희끗한 걸 빼면 건장한 몸에서 풍겨 나오는 카리스마가 젊은 사람 못지않았다. 외모로 보기에는 볼품없는 VIP를 경호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경호원.

 

  하지만 빡환은 어이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뭐? 아니 왜?”

 

  자신이 이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애썼는지 알면, 누구도 그렇게 쉽게 말하면 안 된다. 빡환은 다시 소리 질렀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쉿!”

 

  서실장은 빡환의 궁금증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쉿!’ 소리 하나로 또다시 무시했다. 열 받은 빡환이 뭐라고 하려고 하는데…….

 

  악!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거친 남자들의 격투 소리와 고함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렸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룸 밖에서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룸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우리 형사들과 빡환 패거리들간의 육탄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원래 패싸움은 싸움의 기술이 중요하지가 않는다. 잘 싸우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건 기세지. 기세등등이라는 말 있잖아? 바로 이 기세가 싸움의 승패를 좌우하는 거야.

 

  일단 형사들의 급습을 당한 놈들은 정신이 없게 돼. 이때가 중요해. 그냥 정신없이 치고 들어가서 나대는 놈 하나를 먼저 박살을 낸다. 그러면서 수갑을 채우는 거야. 아주 빨리. 이때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했다가는 놈들이 지들 쪽수를 믿고 반격을 하게 되는 거야. 하지만 우리 강력반은 그런 어설픈 실수 따위는 안 해. 왜냐면 우린 프로니까. 너구나 오늘 난 빡환을 꼭 잡고 싶었거든.

 

  맨 앞에 선 내가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놈들 중 게길 것 같은 놈 하나를 반쯤 죽여놔. 놈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지. 난데없이 들어온 놈들이 자기 중 가장 쎈 놈을 야구방망이로 패면, 놈들은 조직생활의 경험 상 곧바로 다른 구역 놈들의 침략이라고 생각하게 되거든. 이때 내 양 옆에 있던 고반장과 심만보 형사가 형사증을 보이면서 수갑을 채우기 시작하는 거야. 그럼 이때 눈치 빠른 놈은 도망을 치거나, 지들 보스인 빡환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 룸으로 달려가거든. 바로 그런 놈은 우리 팀 막내인 한정우 형사가 처리하는 거지. 생긴 건 기생 오래비처럼 생겼어도 한형사는 아마추어 복싱 금메달 리스트야. 괜히 덩치 믿고 덤비다가는 그냥 바로 K.O 되는 거지. 가끔 볼 때마다 복싱이 무섭긴 무섭더라. 상대와의 거리가 1미터 미만이 되면 피할 데가 없는 거야. 레프트 훅으로 관자놀이에 한 방, 라이트 훅으로 턱에 한 방이면 그냥 의식불명이 된다고 보면 돼.

  오늘 팀웍은 아주 좋았어.

  30초 만에 우리 강력반은 복도를 가득 채웠던 빡환의 조직원들을 거의 다 때려눕히고, 수갑을 채웠지.

 

  우리가 이러는 동안 룸 안에 있던 놈들도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다.

 

  룸 안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귀를 쫑긋 거리며 문 밖에서 벌어지는 소리에 궁금해 했다. 그리고 갑자기 뚝!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동안 들리던 비명과 고함소리가 뚝 끊겼다. 룸 안에 있던 빡환의 조직원들 서너 명은 품속에 있던 사시미 칼을 꺼내 들고 문을 향해 섰다.

 

  잠시 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문고리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아갔다. VIP와 빡환. 그들의 비서관과 경호원, 조직원들 모두들 침을 삼킬 수 없을 정도로 꼼짝 않고 있었다. 그 중 생일축하 고깔모자를 쓰고, 생일축하 폭죽을 든 채 서있던 빡환의 깍두기 막내 역시 꼼짝 않고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나였다.

 

  내가 문을 열 때 이런 상황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조용히 처리했던 것인데, 아무래도 놈들의 비명소리가 너무 컸던 게다.

  어쨌든 내가 문을 슬며시 열고 룸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몇 놈은 사시미 칼을 빼어들고 경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젠장!”

 

  나는 귀에 끼고 있던 이어폰을 빼냈다. 그러자 얼마나 크게 듣고 있었던지, 이어폰에서 계속 소리가 들려 나왔다.

 

  [정말 기적입니다. 12회 말 역전 끝내기 홈런. 야구역사에 다시 한 번 큰 획으로 쓰일 경이로운 기록들이 속출하는 경기 였습니다…….]

 

  흥분해서 기절할 것 같은 목소리로 오늘의 야구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의 음성이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아싸!”

 

  내가 응원하던 야구팀이 이겼던 것이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내 모습을 본 그들은 모두들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며 잠시 긴장의 끈이 늦춰졌다.

 

  “4 대 2! 아우~ 오늘 진짜 기쁜 날이에요. 그죠!”

 

  너스레를 떨며 아무렇지 않게 문 안으로 내가 들어서자, 모두들 한발 뒤로 물러섰다. 나는 내 앞을 막아선 5단 생일케이크를 손으로 찍어 먹으며 말했다.

 

  “누구 생일이신가 봐요? 아우, 미리 알았으면, 생일선물이라도 사올걸!”

 

  기선제압을 위해 레이저광선 같은 눈빛을 쏘아대던 덩치 하나가 삐끗 움직였다. 힘의 균형이 틀어지면, 사고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날선 사시미 칼을 겨눈 덩치 하나가 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 순간 룸이 떠나갈 듯 한 나의 사자후가 울려 퍼졌다.

 

  “동! 작! 그! 만!”

 

 

 

 

 < 나쁜 놈이 잘 잔다 2 > 끝

 ⓒ 진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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