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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가 아니야
작가 : 판도라
작품등록일 : 2019.10.4

한 고양이의 시선으로 본 인간세상과, 사람과 고양이의 생성관계, 그리고 그들의 믿음과 사랑...그들은 천사였다. 아니, 천사가 아니었다.

 
천사의 사명
작성일 : 19-10-08 00:42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8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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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정말 큰일날뻔 했네. 날 부를 거지.”

 

 자초지종을 들은 남자가 미간을 구겼고 여자는 나를 품속에 꼭 껴안고 내 털을 쓰다듬었다.

 

 “새벽인데 누굴 불러. 그리고 시간이 부족했어. 그땐 얘를 놀래킬가봐 제일 걱정이였어.”

 “그래도 그 무거운 옷걸이대를 혼자 들어 올리다니…”

 “괜찮아. 지금은 다 괜찮아…투투를 구했으니까…우리 투투를 구했으니까…”

 

 여자는 말을 마치자 가볍게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여자의 온기를 느끼며 여자의 품속으로 바싹 파고들었다.

 

 “얘를 그냥 안고 있을거야? 난 산책 가자고 찾아왔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말하자 여자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내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던 여자의 눈이 갑자기 무엇을 생각해낸 듯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그거 알어?”

 “뭘.”

 “우리 투투…사람 말을 알아듣는거 같았어.”

 “고양이가 어떻게 사람말을 알아듣냐. 10년씩 묵은 고양이도 아니고…”

 

 남자는 말하다 말고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하긴, 러시아에선 15살 되는 고양이가 사람말을 했다는 기사 본적이 있어.”

 “언제 인터넷에도 동영상 떴었잖아. 중국 안휘성에도 말할줄 아는 고양이가 있다고.”

 “동영상은 조작일 가능성이 있어.”

 “그래도 왠지 가능할거 같아. 투투...그날 나랑 잘 통했어. 상황이 상황이었지만 내가 말하는 의도를 정확히 알아듣고 협조해줬어.”

 “동물들의 생존본능 같은거 아닐까.”

 “그래도 투투는 달랐어. 이렇게 어리고 약한 고양이가, 그 옷걸이대에 걸린 바구니에 고분고분 들어와줬어. 아무리 생존본능이라 해도 흔들거리는 바구니가 무서웠을텐데. 내가 그 옷걸이대를 놓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고. 그건 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고작 고양이일뿐이야. 니가 투투가 특별하길 바라겠지만 세상일은 그렇지 않아.”

 

 남자의 냉정한 말에 여자는 불퉁한 기색을 지었다.

 

 “그래도...”

 “그래도 우린 썅썅과 투투가 고양이기때문에 사랑하는 거지 그 어떤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 사랑하는 건 아니잖아.”

 

 남자의 말에 여자는 어쩔수 없이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여자의 품속에서 지긋이 눈을 감고있다가 차츰 따뜻해지자 몸을 길게 늘구어 옆으로 누웠다. 갑자기 향기롭고 폭신한 향기가 코를 찌르고 있었고, 나는 앞발을 쫙 펴면서 여자의 옆구리를 꾹꾹 눌렀다. 여자가 신기해하며 남자를 불렀다.

 

 “투투가 왜 이래? 함 봐줘.”

 

 남자는 쏘파옆으로 다가와서 나를 내려다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지었다.

 

 “엄마를 찾고있는 거 같은데.”

 “엄마?”

 “고양이들의 이 동작은 태어나서 엄마곁에 있을때 하던 꾹꾹이라는 행동이라고 들었어. 아마 얘가 널 엄마라고 착각하고 있나봐.”

 “투투…”

 

 여자는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엄마…남자의 말을 듣자 엄마에 대한 가슴시린 기억이 새삼스레 머리에 떠올랐다. 나는 그제야 아까부터 코끝을 간지럽히던 여자의 향기가 엄마의 털냄새와 꽤 닮아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엄마…여자…엄마는 여자였고 여자는 엄마가 될 것이다…

 

 나는 몸을 비틀면서 깊은 잠에 빠졌고 눈을 떴을 때는 햇살 가득한 쏘파위에 썅썅만 혼자 남아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잘 잤어?”

 

 썅썅의 파란 눈에 살짝 웃음기가 어렸고 나는 벌떡 일어나서 몇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썅썅이 조용히 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쿠션뒤로 몸을 숨기면서 가볍게 하악 소리를 냈다. 발을 접질렀기에 더이상 빠르게 도망칠수도 없었다.

 

 “주인은 외출했어. 이젠 우리 둘뿐이야.”

 “그래서 어쩔건데…”

 

 나는 절망섞인 목소리로 힘없이 중얼거렸고 뒤미처 썅썅의 다음 말에 내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나 너 좋아해.”

 “...”

 “좋아하게 된 거 같아.”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멍해있었고 썅썅의 눈은 햇살속에서 기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

 

 나는 며칠동안 쌀쌀하게 썅썅을 대했고 썅썅은 그날 그 말을 내뱉은 뒤로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도, 학대하지도 않았다. 여자는 우리의 변화를 흡족한듯 지켜보았고, 가끔 슈퍼에 들려 비싼 간식들을 사오기도 했다. 눈치빠른 여자는 어느새 우리 식성을 알아챘는지 나에게는 참치, 썅썅에게는 소고기 간식을 사다주었고 그럴 때면 썅썅은 더없이 살갑게 여자에게 감겨들었다.

 

 “썅썅…간지러워…그만 비벼.”

 “냐옹~~~”

 

 여자는 웃으면서 썅썅을 밀어내다가 문득 손을 멈추고 이마를 찌푸렸다.

 

 “썅썅…너 털이 말이 아니구나. 긴 털이여서 빨리 더럽혀지는 거 같네. 목갈기에 이건 머냐.”

 

 썅썅은 영문 모르겠다는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고 나는 여자의 말을 듣고 썅썅의 목을 보다가 그만 눈길을 딴데로 돌렸다. 숫사자처럼 갈기가 길게 나있는 썅썅의 목에는 금방 먹은 소고기 부스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달려있었고 썅썅은 그런 목을 번쩍 쳐들고 여자와 나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소고기 부스레기가 묻은 손을 탁탁 털더니 두팔을 걷고 나를 향해 다가왔다.

 

 “일단 목욕하자. 투투 너부터 시켜야겠다. 저번에 가출까지 했댔는데 몸을 씻어야지.”

 

 목욕이라는 소리에 썅썅은 어느새 슬금슬금 구석을 찾고있었고 나는 어쩔새없이 여자에게 잡혀서 화장실로 끌려들어갔다. 쏴—하고 샤워기에서 물줄기가 내리쏟아지기 시작하자 나는 겁에 질려 눈을 둥그렇게 뜨고 벽에 붙어섰다. 여자는 내 눈을 들여다보더니 피씩 웃음을 지었다.

 

 “눈에 아이라인 좀 봐. 고양이라도 너무 이쁜 눈이네. 눈화장 안해도 되겠네.”

 “냥!”

 “깜놀이야…목욕하기 그렇게 싫어? 동공 확대된거 좀 봐.”

 

 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세차게 내리쏟아지는 물줄기만 바라보았고 여자는 크다란 대야에 물을 받은후 손을 넣어 물속 온도를 가늠했다.

 

 “고양이들은 몸에 열이 높아서 사람보다 뜨거운 물에 목욕해야 한댔지.”

 

 여자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고양이샴푸를 몇방울 물에 떨구어놓은후 나를 통째로 들어 대야에 집어넣었다. 뜨거운 기운이 삽시에 내 전신을 덮었고 나는 학 소리를 내면서 발톱을 대야 변두리에 박고 위로 몸을 솟구쳤다. 여자가 팔을 내밀어 나를 막자 나는 얼떨결에 입을 벌려 여자의 팔을 물었다.

 

 탕…

 

 대야가 번져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고 린스며 샴푸병이 온 화장실에 널렸다. 나는 미친듯이 뛰어다니다가 화장실문 손잡이쪽으로 몸을 날려 손잡이를 머리로 박았다. 하지만 잠긴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 돌발행동에 놀란 여자는 멍해 서있었기만 했다.

 

 “정아, 문 열어…괜찮은거야?”

 “…”

 “빨리 문 열어.”

 “…샤워중이야.”

 “그런데 방금 그건 무슨 소리야? 어디 넘어졌어?”

 

 최근들어 남자가 여자의 집에 들락거리는 횟수가 꽤 많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피가 흐르는 여자의 팔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나를 향하던 남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떠올렸다.

 

 “아니야…그냥 넘어질뻔 했어. 좀만 기다려. 곧 나갈께.”

 

 여자는 입술을 깨물더니 다시 물을 틀어 온도를 조절했다. 그리고는 흐르는 물에 팔의 피흔적을 몇번이나 씻어낸후 내 앞으로 다가와서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투투…이리 와. 이제는 뜨겁지 않아.”

 

 나는 고분고분 끌려갔고 목욕을 끝낼 때까지 내 시선은 여자의 팔에서 떠나지 못했다.

 ......

 

 남자는 결국은 여자의 팔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누가 그랬어.”

 “애들 씻기고 샤워하다 창틀에 맞힌거야.”

 “물린 흔적인데?”

 “아니야. 맞혀서 살짝 피가 났댔어. 지금은 전혀 아프지 않아.”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쏘파에서 벌떡 일어나 쿠션을 쳐들었다. 그바람에 쏘파 한쪽끝에 누워자던 썅썅도 깜짝 놀라 부시시 몸을 일으켰다. 남자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쿠션밑에서 잠을 자던 나를 거칠게 끌어내더니 그대로 훌떡 들어서 베란다로 내던진 후 쾅 하고 문을 닫았다.

 

 “투투...”

 “가만 있어. 더이상 뭐라 하면 저 고양이를 베란다 밖으로 아주 내던질테니까.”

 

 집안에서는 숨막힐 듯한 침묵이 흘렀고 나는 싸늘한 베란다에 앉아 흠칫 몸을 떨었다. 금방 목욕을 해서 털이 채 마르지 않은 상태였고 깨끗하게 정돈된 베란다에는 몸을 가릴만한 누더기 한쪼각 없었다. 나는 잠깐 베란다 창문을 거닐다가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구석쪽으로 다가가 차거운 바닥에 털썩 몸을 뉘였다. 속으로 남자가 원망스러웠지만 나 역시 내가 쫓겨난 이유를 똑똑히 알고있었다. 저번에 여자를 할퀸 이후로 나는 여자가 상처를 입는 것에 대해 남자가 아주 예민하게 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냐옹~~~”

 

 갑자기 썅썅의 허스키한 울음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뜨렸고 조용하던 방안에서 남자의 짜증섞인 목소리가 울렸다.

 

 “썅썅, 너도 나가고싶어? 조용히 못할까.”

 “냐오옹~~~”

 “그래, 너도 나가.”

 

 베란다문이 열렸다가 다시 쾅 닫혔고 거실에서 비쳐나오는 희미한 불빛을 빌어 썅썅의 파란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고 있는게 보였다. 나는 머리를 들어 썅썅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탈아 내 등위에 머리를 얹었다. 어둠속에서 나는 숨을 죽이고 잠을 청했고 썅썅은 천천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자?”

 “…”

 “안추워?”

 “왜 나왔어?”

 

 나는 다시 머리를 들었고 썅썅은 웃을 듯 말 듯 나를 내려다보았다.

 

 “넌 내가 나온 게 좋지 않냐?”

 

 나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고 썅썅은 혼자 중얼거렸다.

 

 “썰렁한 베란다에서 혼자 잠을 청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긴지 넌 아직 모를거야. 네가 오기전 잘못을 범할 때면 나는 항상 이렇게 베란다에 혼자 있어야 했어. 사람들은 이걸 자숙의 시간이라고 하면서 우리가 반성하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는 반성을 못해, 아니 안할거야.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라 우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잘못이니까.”

 “…”

 “목욕물이 많이 뜨거웠지?”

 “…”

 “난 그래서 목욕 말만 나오면 숨어. 하지만 주인은 용케도 날 찾아내더라. 사실은 우리 타액은 비누처럼 세척작용이 있어서 충분히 우리 몸을 깨끗이 정리할수 있거든. 일주일에 한번 하는 목욕은 너무 자주 시키는거야. 이러면 우리 몸의 면역력을 파괴시키는 짓이야.”

 “…”

 “자니?”

 “그거 알어?”

 

 내가 되묻는 말에 썅썅은 조용해졌다. 나는 썅썅을 주시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넌 참 말이 많다는 거.폭력적이기도 하고 수다스럽기도 하고…고양이로선 최악이야.”

 

 내 말에 썅썅은 입을 다물었고 나는 다시 머리를 몸속에 파묻었다. 잠결에 썅썅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지만 나는 더이상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몽사몽간에 썅썅의 한탄소리가 내 귀가를 스쳤고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은 살짝, 아주 살짝 흔들렸다.

 

 “난, 외로워서 그랬어.”

 ......

 

 외로워서 그랬어.

 

 그날 썅썅은 분명 외로워서 나를 괴롭혔었다는 고백을 했었고 그후 며칠째 나는 이 생경한 단어에 대해 새롭게 번민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외롭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었지만 오빠가 있었고, 오빠를 떠나 이 집에 온후로는 나를 살틀하게 생각해주는 여자와, 나를 괴롭히긴 했지만 낯선 환경에서 동반자가 되어주었던 썅썅이 있어서 외로울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오기전 썅썅은 어떤 생활을 했던 것일까…

 

 고양이들은 천성으로 호기심이 많고 궁금증을 참지 못한다. 만일 언제 우리 고양이들이 비명에 죽는 일이 있다면 그 모든 책임은 호기심이 많은 우리 고양이들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들이 자주 하는 말에 호기심은 고양이를 해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아무리 사람에게 화가 나고 삐쳐있는 상태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우리가 전혀 접하지 않은 새로운 물건을 보이기만 하면 우리는 어느새 모든 고민을 잊고 그 물건에 집중하군 한다. 만일 우리가 그 어떤 일에도 호기심을 갖지 못하게 되는 날이 있다면 그때는 바로 우리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겼고 얼마 안지나 병들어 죽을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아두어야 한다.

 

 외로움에 대한 호기심은 나를 점점 궁금하게 만들었고 어느날 밥을 먹고 볕쪼임을 하고있을 때 나는 옆에서 열심히 세수를 하는 썅썅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저기…그날 말이야.”

 

 썅썅은 머리를 들어 나를 힐끔 쳐다보았고 나는 잠시 갑자르다가 입밖으로 한마디 내뱉었다.

 

 “외롭다는 건 어떤 느낌이야?”

 “…”

 “그리고 외로운데 왜 날 괴롭혔어? 모순이라고 생각되지 않냐?”

 

 썅썅은 한참 침묵하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창밖의 눈부신 햇살을 마주했다.

 

 “넌…우리가 왜 태어났다고 생각하니?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사는 거라고 생각하니?”

 

 나는 침묵으로 대답했고 썅썅은 다시 말을 이었다.

 

 “넌 우리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사명?”

 “그냥 먹기 위해서 태어난 거니? 아니면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태어난 거니? 설마 너 한번도 네가 태어나서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본 적 없어?”

 “솔직히…”

 

 나는 입술을 깨물고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게 나는 놀라울뿐이야.”

 

 썅썅은 어이없다는듯 수염을 움찔거렸다.

 

 “내가 왜.”

 “허구한날 사람...아니 고양이 괴롭힐 생각만 하고있는줄 알았거든.”

 “이게 정말...”

 

 썅썅은 화를 내려다 말고 홱 꼬리를 말아 발위에 올려놓았다.

 

 “넌 쥐라는 동물을 들어본적 있어?”

 “쥐? 우리랑 철천지 원쑤인 그 쥐?”

 “그래. 그 쥐 맞어.”

 “본적은 없지만 이 집 오기전 주인아줌마한테서 들었어. 울 엄마는 쥐잡이능수였어.”

 “그래…코숏이 쥐잡이에 능하긴 하지.”

 

 썅썅은 또 한번 수염을 움찔거리다가 찌릿 하는 내 시선을 의식하고 입을 다물었다.

 

 “칭찬이야, 칭찬.”

 “흥.”

 

 나는 고개를 돌려버렸고 썅썅은 꼬리를 홱홱 저으며 말했다.

 

 “자고로 인간들은…고양이들의 사명은 쥐잡이라고 생각해. 옛날부터 우리 고양이는 쥐를 잡기 위해 길러져왔고…지금도 애완동물인 우리 고양이들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아.”

 

 나는 머리를 기웃했고 썅썅은 일어나서 길게 기지개를 켜면서 말을 이었다.

 

 “생각해봐. 개의 사명은 집을 지키는 거라고 하지만 사냥을 하는 개도 있고 떠돌이개도 있고 군견도 애완견도 있어. 고양이도 마찬가지야. 고양이는 쥐를 잡는 고양이외에 떠돌이 고양이, 애완고양이 그리고 숲과 들에 사는 전사 고양이들도 있어.”

 “전사?”

 “언젠가 주인이 보는 소설을 본적 있는데...<고양이 전사들>이란 소설이었어. 그 책에 나오는 고양이들은 숲에서 싸우는 용맹한 전사 고양이들이야.”

 

 나는 다시 힐끔 썅썅을 쳐다보았다.이번에는 썅썅이 고개를 기웃했다.

 

 “왜? 난 책을 보면 안되는 거냐?”

 “그건 아니지만.”

 “이 세상에 아이큐 120이상의 고양이가 너 하나뿐인 건 아니잖아.”

 “내가 아이큐 높은 건 어떻게 알았어?”

 “저번에 곰탕 사건...가스불을 끈 건 너였어.”

 

 썅썅의 예리한 지적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난 그냥...내 발이 탈가봐.”

 “곰탕이 끓으면 물이 넘쳐서 가스불이 꺼지게 되어있어. 여기 주방은 가스 안전장치가 되어있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 가스불을 끄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야.”

 “일찍 얘기할거지. 발 아퍼 죽을뻔 했잖아.”

 

 나는 악의없이 투덜거렸고 썅썅은 눈을 가늘게 떴다.

 

 “주인이 널 데려왔을 때 나는 솔직히 너무 기분이 좋았어. 어떻게 신통하게 아이큐 높은 고양이를 알아서 데려오냐.”

 “그땐 곰탕사건도 있기전인데 어떻게 알았지?”

 “그건, 그때 니 이름을 듣고 니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으니까.”

 

 썅썅의 지적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휴우.”

 “거봐. 바로 이런거. 투투라는 니 이름에 대한 해석을 듣고 니가 이런 한숨을 쉬었거든. 주인의 아버지는 나름 글을 쓰시는 자유기고인이셔. 돌자에 대한 글자 분석은 틀린 게 아니었는데 그분이 간과한 게 있다면 바로 니가 여자라는 거야.”

 “뭐, 이름은 그냥 호칭일뿐. 중요하진 않아. 너도 남자지만 썅썅이잖아.”

 

 이번에는 썅썅도 나처럼 똑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러게. 왜 인간들은 이렇게 제멋대로 우리 이름을 짓는 것인지.”

 

 다시 고개를 든 썅썅의 눈동자가 예지의 빛으로 반짝거렸다.

 

 “각설하고, 아까 화제를 계속하자. 우리 사명에 대해서.”

 “응, 그래...사명. 니가 생각하는 우리의 사명은 뭔데?”

 “우리처럼 애완동물로 살고있는 고양이들도 많겠지만…주인이 보던 소설속 고양이들처럼 전사의 삶을 타고나진 못했어도, 이 아파트단지 주위에는 비슷한 삶을 살고있는 길고양이들도 많아. 새벽이 되면 저기 보이는 농구장 공터에서 걔들이 가끔 집회를 하는게 보여. 그들은 이 아파트단지의 생태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들인데 자율적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느긋하고 여유롭게 살고있어. 때로는 그 자유가 부럽고 질투나고 동경할때가 많아.”

 

 나는 픽 웃었고 썅썅은 왜 웃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길고양이 군체가 생태환경을 영향줘? 너무 거창하지 않냐?”

 “넌 몰라서 그래.”

 

 썅썅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한마리의 힘은 미소하지만 저들이 뭉친 힘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수 있어. 이 아파트단지는 원래 쥐들의 세상이었어. 하지만 그 쥐들을 제약하면서 이제 저들의 세상이 되었거든.”

 “그게 어때서?”

 “저 고양이들이 없다면 쥐들이 인간들에게 주는 피해는 어마어마할거야. 하지만 저 고양이들이 번식한다면 이 아파트 생태환경은 더한 피해를 입을수도 있어.”

 

 나는 이해 안된다는듯 고개를 기웃했고 썅썅은 앞발로 창턱을 짚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저기 봐. 오늘 밤도 어김없이 회의가 소집되고 있어.”

 

 썅썅의 시선을 따라 창문을 내다본 나는 어스름한 달빛을 빌어 아파트 농구장에 몰려든 희고 누렇고 검은 동물들의 숫자에 경악하고 말았다. 농구장을 꽉 채운 그들의 앞에는 돌위에 올라앉은 한 얼룩 고양이의 모습이 언뜰거렸고, 그 순간 나는 가슴을 스치는 불안감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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