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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완벽한 군주는 없다
작가 : 투형
작품등록일 : 2019.9.11

게임 속 세계에 추락한 남매.
각자 다른 종족의 총사령관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들은 과연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나의 밤은 그대들의 낮보다 추악하다(6)
작성일 : 19-10-07 20:57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7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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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새벽이 다가올 때쯤이었나. 나는 일종의 피로감을 느낀 채 길을 걷고 있었다.

 가려는 곳은 명확하나 걸음걸이가 일정치 않아 방황한다. 나의 걸음걸이로 방황하게 되는가 아니면 이 방황이 나를 걷게 하는 것인가. 알 길이 없어 생각을 그만둔다.

 셀레네는 변했다.

 조금 전의 대화에서 확신했다. 셀레네는 완전히 변해버린 것이다.

 나는 혼란에 빠졌다.

 셀레네는 언제부터 저리 변해버린 것인가?

 사람이라는 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고 단지 시간이 사람을 변하도록 만든다. 갑자기 변한다면 그건 미친 것이고, 다행이라 해야 할지 셀레네께선 미치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조금씩 미쳐가고 있지 않나 의심될 뿐이었다.

 ‘이 사실을 나 혼자서 끙끙 앓고 있을 수만은 없겠지.’

 미쳐가고 있는 셀레네라니. 그건 종족대전쟁보다도 더 끔찍한 상황이었다.

 먼 과거, 미친 셀레네가 한 명 존재했다. 그녀는 장로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며 소리 지르더니 금방 신전 밖으로 탈출해 아냐프락샤의 그늘로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덕분에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를 잃어버린 시아라들은 눈앞에 있는 가족도 알아보지 못한 채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으며, 일대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그 처참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는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후손인 우리는 그 당시의 상황이 적힌 기록으로 얼마나 끔찍했는지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런 사태 속에서 시아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장로들은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노력하는 것으로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늦출 수는 있었으나 호전시킬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윽고 인구수가 절반도 안 남았을 때, 한 장로가 ‘별의 낙인’이 찍힌 아이를 데려와 신속하게 셀레네로 즉위시켰다. 그것만으로 상황은 급격하게 나아졌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아라들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셀레네를 데려온 장로는 장로들 사이에서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들어야 했다.

 장로가 데려온 아이가 가짜 셀레네였기 때문이었다.

 ‘별의 낙인’은 조잡하게 꾸며진 가짜 문신이었고, 그것을 새긴 사람은 다름 아닌 장로였다.

 아무리 비상시국이라 할지라도 가짜 셀레네를 만든 것은 신성모독이었으므로 사지가 잘린 채 산에다 버려져 들짐승에게 잡아먹히는 벌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로들도 그녀의 대처가 모든 시아라를 살렸다는 점을 고려해 선처를 베풀었다.

 차기 셀레네를 발견하고 성인이 되자마자 셀레네의 자리에 앉히자 장로들은 셀레네로 위장했던 가짜와 가짜의 어머니이자 동시에 가짜를 내세웠던 장로를 고통 없이 죽였다. 그것을 아무도 모르게 묻어 오직 장로들만이 이 사건이 전모를 알 수 있도록 비밀을 엄수했다.

 이윽고 그 뿌리는 후대의 장로들까지 뻗어 나갔다.

 모든 것은 시아라를 위해서라는 교훈이.

 장로들의 늙은 심장에 메아리치는 이야기였다.

 “이런 대낮에 누가 문을... 데스벨?”

 노크를 두드리자 시아라 한 명이 튀어나왔다. 나는 나의 혼란이 최대한 겉으로 보이지 않도록 느긋하게 이름을 불렀다.

 “매그놀리아. 잠시 이야기 좀 하세나.”

 매그놀리아는 나 다음으로 인망이 드높은 장로였다. 그녀는 다소 느긋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그런데도 현명한 판단을 내렸고, 편파적으로 행동할 때도 공정함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 장로 중에서 가장 임기응변이 빠르다고 인정할 수 있는 이 노인이야말로 나의 근심 걱정을 해소해 주리라. 그 기대만으로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매그놀리아는 내 안색을 빤히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주방으로 안내했다.

 주방에는 둥근 식탁이 놓여 있었고 그 식탁은 너무 작아 혼자밖에 쓰지 못할 정도였다. 돌이켜보니 그녀는 가족이 없으므로 큰 식탁이 필요 없었다. 어미는 어렸을 때 병으로 잃고, 딸은 씨를 구하러 외혼여행을 떠나 몇 년째 소식이 끊겨 실종된 상태이니 외로움을 자처하는 꼴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매그놀리아가 주전자에 차를 우려내면서 내게 앉을 것을 권유했다. 의자는 하나밖에 없었고 불청객인 내게 앉는 것은 실례가 될 것 같아 최대한 공손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매그놀리아는 의자를 아예 치우고 서서 차를 따랐다.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분쟁거리를 아예 치우는 것이지.”

 참으로 그녀다운 해결책이었다. 매그놀리아를 찾아오는 것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게 찻잔을 건네자 나는 오늘 하루종일 셀레네를 보필하면서 있었던 일들에 관해 설명했다.

 셀레네께서 온종일 고민하며 신음을 낼 때.

 셀레네께서 시아라들을 불러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눌 때.

 셀레네께서 셀레나가 예쁘장하게 꾸며진 창녀라고 비하했을 때.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모든 사실을 낱낱이 전달했다. 그동안 매그놀리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모금.

 그리고 한 모금.

 마지막 한 모금.

 차 한 잔을 전부 비울 때가 내 이야기가 끝났을 때였다.

 매그놀리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뭐라... 설명하기 굉장히 어렵군. 솔직히 말해 방금 자네가 내뱉은 말들이 과연 사실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달에 맹세하노니, 이 이야기들은 결단코 진실일세.”

 “물론 믿네. 어찌 내가 대장로의 말을 믿지 못하겠는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믿을 뻔했다는 것 정도만 믿어 주시게. 이런 경험은 난생처음이야.”

 말을 너무 많이 한 탓에 목이 타 차에 입술을 댔다. 차는 식어있었다. 내가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감정의 온도였다.

 “그래, 그러니까 자네는 셀레네께서 정말로 미치셨는가, 만약 미치셨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의논을 하고 싶은 것이지.”

 “처리라니!”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으나 매그놀리아는 나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정도 반응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를 지를만한 발언이었다는 것을 아네. 잠시 머리를 식혀보게나.”

 나는 눈을 감고 평생의 꿈으로 간직하던 시아라의 평화로운 미래를 그렸다. 그러함으로써 나의 마음이 있어야 하는 장소에 머무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눈을 뜨고 매그놀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와 대화하면서 줄곧 나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매그놀리아가 입을 열었다.

 “그래, 처리를 언급하기엔 확실히 시기상조로군.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대비하는 것이 우선이겠지. 쉽지는 않겠지만 미쳐가는 셀레네를 그저 내버려 두지 않고 제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방도를 세워보세.”

 “아무렴. 이대로 어린 셀레네가 망가지도록 내버려 둘 순 없네. 한데 무엇이 문제인지 짐작이 안 간단 말이지.”

 사람이 변했다면 거기엔 반드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셀레네를 온종일 같이 있었음에도 그 원인을 도통 모르겠다.

 “스트레스 아니겠나. 아무렴 일곱 살 밖에 안 된 소녀에게 우리가 너무 큰 기대를 품었을지도 모르지.”

 “흠...”

 일리가 없지는 않다. 이번 대전쟁은 보통 전쟁이 아니었다. 전쟁을 어떻게 끝내느냐에 따라 우리 시아라의 존속이 달렸으며, 그 책임의 무게가 셀레네의 두 어깨에 달려있다.

 무거울 수밖에.

 어떤 셀레네도 그 어린 나이에 그만한 책임감을 짊어진 적은 없었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광기의 원인이 단순 스트레스로 치부할 수 있다곤 생각할 수 없었다.

 “반쯤 미치셨으나 말에 논리가 정연하고 행동에 일관성이 있었다네. 여태껏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지. 마치 다른 인격이 끼어들어 셀레네를 대신하는 느낌이랄까.”

 “하하, 다른 인격이라니. 자네 어지간히 달빛을 못 봤나 보구려.”

 나도 우스운 소리라는 것을 안다. 단지 그런 느낌을 받았을 뿐이었다.

 하나 그런 소리가 농담 이상으로 들리지 않았는지 매그놀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정신 차리게. 다른 인격이니 조종이니 그런 허황된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건 아니지 않나.”

 “아네, 나도 알고 있다네.”

 셀레네는 장로와 기사로부터 24시간 보호받기에 다른 누군가가 조종할 틈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시도했다 하더라도 셀레네에게 걸어놓은 보호 마법이 발동하여 억제하거나 소멸시킨다. 게다가 그런 과정이 있었다면 내가 사전에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니 마법이나 다른 무언가로 인한 조종은 불가능했다.

 “다만 갑자기 미쳐가는 것치곤 너무... 논리적으로 변하셨단 말이지.”

 거짓 논리도 논리다. 셀레네의 궤변은 궤변일지언정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흠.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가 뭔가?”

 아아, 매그놀리아는 모르는구나. 나는 셀레네께서 보인 행동들을 곁에서 지켜보아서 눈치챌 수 있었으나 매그놀리아는 잠깐 정기 회의에 참여한 것이 전부라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나는 잠시 양심의 가책을 등지고 입을 열었다.

 “정기 회의 도중 동맹을 맺자고 한 말을 기억하나?”

 “기억하고말고. 나 참. 누가 발언한 건진 모르겠지만 다소 황당했었지.”

 “그 발언... 셀레네께서 하셨네.”

 의외였을까. 매그놀리아가 잠시 침묵했다.

 “...뭐?”

 “놀랐는가? 놀라울 수밖에. 그 누구도 아니고 다름 아닌 셀레네께서 내뱉은 말이니.”

 동맹을 언급했다는 점이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아니고말고.

 누구나 동맹에 대해서 생각은 하고 있지만 불가능하다는 분위기가 시아라 전체에 퍼져 있어 함부로 언급하지 못할 뿐이었다.

 차라리 다른 장로들이 동맹을 언급했다면 이 정도로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셀레네께서 내뱉은 발언이 단문단답에서 그치지 않고 대화의 흐름을 유도했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놀랄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셀레네께서 말을 하실 줄... 아니, 그리 유창하게 말 하실 줄 안다고?”

 따라서 매그놀리아가 내 말을 부정하려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셀레네의 나이는 고작 일곱. 기껏해야 기초교육을 겨우 뗄 나이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셀레네라는 이유로 대화조차 제대로 못 해 수사학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었다.

 역대 셀레네들이 대부분 과묵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정기 회의가 끝나고 겨우 알아차렸다네. 말에 격식을 높이고 말투를 바꿨지만, 온종일 대화를 듣고 있던 나였기에 셀레네께서 말씀하고 계셨다는 걸 겨우 알아차릴 수 있었지.”

 실제로 셀레네께선 온갖 수사학으로 나와 대화를 이어갔으며, 그 대화의 수준은 평범함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비록 궤변뿐이었지만.

 그러한 궤변마저 논리로서 승화시키지 않았는가.

 차라리 서적에서 나오는 구절을 그대로 따라 읽었다면 열심히 공부했구나 싶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겠으나 셀레네의 발언은 오로지 셀레네만의 논리였기에 그만한 성취에 다다른 것을 보고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언제부터 이리 변해버린 것인지...”

 지금 돌이켜보면 여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갑자기 말을 트기 시작하고, 의견을 추진하기 시작하고, 행동이 과격해진다. 단순하게 미쳐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리 마음이 심란해졌다.

 “만약.”

 내가 의심의 끄나풀을 풀어헤칠 때, 매그놀리아가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만약 지금 이 상황이 계획대로였다면 어떻겠나.”

 “계획이라니?”

 내가 반문하자 매그놀리아는 오히려 확신이 생긴 듯 더욱 과감하게 터놓았다.

 “말 그대로라네. 셀레네께서는 셀레네가 되기 전부터 유창한 말솜씨와 진취적인 가치관을 품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일부러 숨기기 위해 말을 아끼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오늘 시기가 적절하여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어떤가?”

 “셀레네께서? 어째서? 그럴 필요가 있으신가?”

 오히려 처음부터 그리 행동하셨다면 우리는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며 따를 뿐이다. 오히려 지식인이 하나 더 늘어났으니 국정은 더더욱 발전할 것이며 우리는 걱정을 덜 것이 아닌가.

 오로지 이득으로 가득한 가정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숨길 필요가 있을까?

 “대장로... 자네의 지혜는 자림조차 우러러볼 정도지만 가끔 그 꼰대 기질 때문에 뇌에 먹구름이 껴있는 것 같구려.”

 매그놀리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만약 숨기셨다면 당연코 우리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런.”

 이야기는 실로 단순했다.

 셀레네의 명령은 절대적이지만 그 명령은 정치 분야에서만큼은 예외로 친다. 시아라의 정치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아무리 셀레네라고 하더라도 우리 육장로 중 절반을 설득하지 못하면 어떠한 안건도 통과시키지 못한다.

 “우리 육장로는... 셀레네께 있어서 정치판의 장애물이었군.”

 이제야 모든 의심이 해소되었다.

 셀레네께서는 이런 우리가 방해되기에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설득하려고 한다고 해도 우리 육장로들은 원체 생각이 완고해서 쉽게 바꾸지 않는다. 게다가 본인은 어린 셀레네이니 나이가 어려 뭘 모른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 설득조차도 많은 애로사항이 꽃핀다.

 그렇다고 독재정치를 펼치려고 해도 우리 육장로가 가지고 있는 권력이 그리 우스운 것이 아니었다. 비상시에는 셀레네 이상으로 발언권을 가지는 육장로이기에 막상 우리 육장로를 내치려고 해도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 판단하셨을 것이다.

 말로도 해결하지 못하고, 힘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니 막막할 따름이로다.

 그럼 사리자. 아예 사려서 기회가 올 때까지.

 해서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지 않았을까?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에서 크게 패하여 시아라의 운명이 낭떠러지 끝으로 몰렸을 때.

 어린 셀레네께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신 것이다.

 육장로의 판단으로 이 사달이 났으니, 당장 셀레네께서 과감하게 발언하여도 대놓고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오늘, 여태껏 숨겨왔던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리라.

 “소름 돋는군.”

 매그놀리아는 표정은 진심이었다. 한 방 먹었다는 표정보다는 그보다 더 앞서 숨통이 조여진 것이 다시 트인 표정이었다.

 그만큼 숨 막힐 정도로 충격적인 추론이었으니까.

 “만약 이 이야기가 단순히 추론에서 머물지 않는다면...”

 모두가 하나 같이 현명하다며 칭송받는 육장로를 농락할 정도의 지혜와 적기가 다가오자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는 패기를 갖춘 셀레네라면, 시아라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상념에 한창 빠져있었을 때였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매그놀리아가 퍼뜩 놀라 손님을 맞았다. 그리고 단번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 손님은 여기 와서는 안 되는 손님이었다.

 “가데니아, 무슨 용건으로 찾아온 건진 모르겠지만 제가 알기로 당신은 오늘 신전 앞에서 불침번을 서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명예로운 기사가, 심지어 신전을 지켜야 하는 최정예가 함부로 자리를 이탈하게 되면 엄벌로 다뤄진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고 찾아온 겁니까?”

 엄벌이라는 말에 젊은 시아라는 벌벌 떨기 시작했다. 소심한 성격을 지닌 그녀지만 누구보다 성실한 시아라임을 나는 알고 있었기에 후에 내뱉을 변명에 귀를 기울였다.

 “죄, 죄송합니다, 매그놀리아 장로님. 하, 하지만 데스벨 대장로님도 불러야 한다고 하셔서... 집에 가보니 아무도 없기에 마을을 뒤졌는데 누가 여, 여기에 계실 거라고 하셔서...”

 “어떤 중요한 용무이기에 이 늦은 새벽에 저를 찾는 거지요?”

 나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가데니아는 더 심하게 떨면서 충성을 올렸다. 그러고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용건을 내뱉었다.

 “셀레네의 전언이옵니다. 지금 당장 육장로를 소집하라, 라고 하, 하셨습니다.”

 그 말에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신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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