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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2.길가에 피고 지다.-2
작성일 : 19-10-07 20:32     조회 : 333     추천 : 0     분량 : 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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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중은 서미의 말을 곱씹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회에 나가서 학생 시절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일진 생활을 하는데 모를 리가 있나. 하지만 지금이 중요하지, 미래의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고 거짓말을 해왔다.

  그러나 석환의 생각은 달랐다. 일중이 공부도 잘하니까 이름 바꾸고, 경력세탁하면 만사형통하겠다고 농담을 했었다. 일중은 아무 말 없이 웃어 넘겼었다.

  기실 공부를 이렇게나 잘 하는데, 상철이 패거리와 뚝 떼어내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미래를 안 그려본 게 아니다.

  그러니까 일진 놀이에 가담한 것이다. 현재를 즐기고, 미래도 즐긴다. 얼마나 좋은 생각인가?

  허나 서미의 말은 그를 하찮게 만들었다.

  “쓰레기, 강일중.”

  혼잣말을 되뇔수록 현재가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나?

  만약, 이건 만약인데 상철이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쩌지?

  반 아이들의 반발만 보더라도 동창회는 가지 못할 것 같다. 그래, 그 정도는 괜찮지. 몇 명이나 우호적이라고?

  하지만 미래의 휘황찬란함 또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반 아이들에게서 지금까지 폭력 따위로 짓눌렀던 불만들이 터져 나오면, 아버지의 귀에까지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다.

  그건 안 된다. 아버지를 바라보며 꿈을 키워 왔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경찰이 될 녀석이 학교폭력과 연관 돼 있다는 소식이 경찰 내부에 퍼지면, 아버지의 승진은 물론이거니와 최악의 경우 옷까지 벗으실지 모른다. 일중 자신도 경찰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주 이기적이지만, 지나치게 현실적인 결론에 방점을 찍는다. 일중이 마음을 고쳐먹고 교실로 들어갔다.

  그의 재등장에 아이들은 뾰족한 살이 걸린 활시위를 팽팽히 당기며 노려본다. 조금만 자극하면 벌집이 될 것이다.

  일중은 그런 것을 감내하기 위해 교실로 들어온 것임을 실감하면서 지건을 찾았다.

  그는 정신을 되찾은 듯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괜찮아? 미안하다.”

  다른 아이들의 시선은 무시하며 지건에게 말을 걸었다.

  “응.”

  “저 새끼 또 쇼하네.”

  “공부만 잘 했지, 인간쓰레기 주제에!”

  일순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아까 지건이 과호흡이었을 때 시비를 걸던 두 명이 또 나선 것이다. 일중은 그들을 서늘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세 번째 학생이 나선다.

  “불만 갖지 마. 다 네가 자초한 거잖아? 위선이니, 비정상이니 따위는 모르겠고… 한 가지만은 알겠다.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 위에 있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거.”

  “풋… 기덕아, 장난 하냐?”

  일중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비아냥거렸다.

  “왜? 아니꼽냐. 주먹 쥐는 폼이 한 대 때리겠다. 쳐봐! 쳐봐!”

  반에서 항상 2등만 하는 기덕이 그의 앞으로 나와 머리를 일중의 가슴팍으로 들이민다.

  “아휴, 진짜….”

  “성질대로 해. 뭐가 걱정이야? 천하의 강일중이!”

  “그래, 주먹 날려봐!”

  “우리가 전부 찍어 줄게!”

  양호 선생님도, 담임도 없으니 아이들이 대놓고 스마트폰을 꺼내 녹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선생님들은 지금까지 그들을 억누르고 있던 거대한 장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거대하던 장벽은 이제 없는 것과 같았다.

  그러니 선생님들이 계셨어도 스마트폰을 꺼냈을 것이다.

  “뭐하냐? 수업 곧 시작 할 텐데.”

  “우린 지금 장난 아니야!”

  “대화가 통할 거라고 생각 하지 마! 여태까지 너희들처럼.”

  아이들이 거센 반발에 위축될 만도 한데, 일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게 현실이니, 기분 나빠하면 안 된다고 이미 반으로 돌아올 때 다짐했다. 아이들의 멸시는 그가 자초한 것이다. 그는 일진이고, 앞으로 낙인처럼 따라다닐 일일 뿐이다.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무거울 뿐이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바꿔 나갈 수 있다. 그는 오만했다.

  “그렇게 내가 싫으냐?”

  “싫어! 애들아, 안 그래?”

  기덕이 분위기를 띄운다.

  “당장 꺼져!”

  “너만 보면 토할 것 같아!”

  “네 친구들이 없으니까, 쫄리지!”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용광로 같이 펄펄 끓었다.

  “그렇구나. 애들도 없고, 내가 우습게 보일 거야. 그런데 나, 바보 아니야. 지금까지 한 일들 잘 알아. 그러니까 너희들이 날 싫어하는 걸 이해해. 하지만 사과하고 싶지는 않아.”

  “웃기지마!”

  쾅! 기덕이 책상을 내리친다. 그 바람에 지건이 기겁했다.

  “으!”

  “네가 뭘 이해해? 괴롭힘 당한 애들의 심정을 네가 어떻게 이해해! 지건아, 뭐라고 말 좀 해봐.”

  지건에게 떠넘기는 모습에 일중은 조소를 삼켰다.

  “내, 내가?”

  “그럼 너 밖에 더 있어?”

  아이들의 눈이 지건에게로 모였다.

  “…괴로웠어.”

  짧은 말이었으나, 함축된 의미는 넘쳐흐른다.

  “거봐, 괴로웠다잖아? 너는 싫다는 사람을 어루만져주기커녕 내몰았어! 그리고 희화시켰지. 이것 봐!”

  기덕이 일중의 앞에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동영상은 폐가에서 상철 패거리가 지건에게 원피스를 입히고 괴롭히는 영상이었다.

  “뭐야, 이거?”

  일중은 기덕의 스마트폰을 거의 뺏다시피 했다.

  “모르는 척 하지 마. 너희 한 패거리잖아!”

  “잠깐 줘봐.”

  “이거 놔! 악!”

  일중이 그를 밀어내며 스마트폰에 집중했다.

  “이거 봐, 이거 봐. 자기 밖에 모르는 새끼!” 기덕의 신랄한 말은 일중의 귀에 들어올지 않았다.

  스마트폰은 희천이 찍은 것이었다. 자신이 그 집을 빠져나간 직후 벌어진 일들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

  “그게 궁금해? 대단하다, 대단해! 네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기덕이 스마트폰을 강탈당하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완력에 밀린 아픈 손을 만지며 외쳤다.

  “말해!”

  일중이 고함을 쳤고, 기덕이 흠칫했다.

  “어서!”

  독기어린 시선이 더해지니 기덕이 순순히 말한다.

  “누, 누가 학교 게시판에 올렸고, 우리 전부 봤어!”

  아이들은 그의 말에 수긍했다.

  “너희들은 개선의 여지없는 쓰레기들이야!”

  기덕이 아픈 손을 지건의 어깨에 올린다. 위로하려고 한 행동이지만, 지건은 그 자체로 공포에 휩싸인다.

  일중은 아무리 봐도, 기덕은 지건을 이용해 자신을 공격할 생각 밖에 없는 광견병 걸린 치와와 같았다.

  어떻게 해서든 타격을 주겠다고 혈안이 된 그가 피곤할 따름이다.

  이 영상 때문에 얘들이 더 기세등등했구나. 만약 상철이 패거리가 전부 등교 했다면, 입을 싹 다물었을까? 가정은 무의미하다.

  이미 일중은 반 전체의 공격을 받고 있으니까.

  마치 이런 날이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분통을 터뜨리는데 물러날 곳이 보이지 않았다. 한 편으로는 웃기고, 한 편으로는 착잡했다.

  어제까지 다수인 상철 패거리가 혼자인 지건을 괴롭혀 왔다. 그런데 오늘은 자신의 처지가 그렇다. 입 안이 쓰다.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상철 패거리가 없었다면, 지건은 괴롭힘을 당했을까?

  일중은 아이들을 전부 훑어본다. 눈을 맞추려고 애쓰는 아이들과 일단 피하는 아이들 그리고 감정이라고는 일도 없이 이 상황이 재미있는 아이들까지.

  아이들의 눈을 확인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쓸모 있는 가정이었다.

  여기, 자신의 반에 가해자는 일중만이 아니다.

  “다 봤지? 이제 내놔.”

  기덕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돌려받길 원했다.

  “싫은데.”

  일중은 딱 잘라 말했다. 그러자 기덕이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내 놔! 내 놓으라고! 네 걸로 보면 되잖아!!”

  하지만 일중이 큰 키를 이용해 높이 뻗은 손 위의 스마트폰을 기덕이 빼앗을 수 없는 없었다.

  일중은 뒤에서 기덕이 악을 써도 동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고 끝가지 다 봤다. 영상은 지건이 쓰러지는 것까지 찍혀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원피스에 도린곁이 붙어 있지 않았다? 그러면 지건은 어떤 도린곁에게 씌운 거지!

  “야, 야 내말 듣고 있어?”

  기덕이 일중의 귀에 대고 빽 소리쳤다.

  “깜짝이야! 나 귀 안 먹었다. 자.”

  일중은 스마트폰을 돌려주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저 봐, 저 봐! 사과커녕 미안한 기색도 없네. 그래서 넌 쓰레기인 거야! 상철패거리들 다 돌아오면 이번에는 가만두지 않겠어. 다 알아둬!”

  기덕이 선언하듯 외치자, 아이들이 동조한다.

  “너희들도….”

  하지만 동조 하지 않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바로 지건이었다. 그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숨을 토해내듯 말했다.

 
작가의 말
 

 학교 폭력은 싫어요. 하지만 언제나 먹잇감을 만들어 내는 게 더 무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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