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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섯개의 돌
작가 : 글쓰는토깽이
작품등록일 : 2019.10.4

여섯개의 돌(분노, 나태, 교만, 탐식, 색욕, 탐욕, 질투)을 이용해 붉은용을 현세에 강림시키려는 여섯 순교자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물에 젖은 선물
작성일 : 19-10-07 17:17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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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2월의 오슬로 거리

 

 눈이 천천히 내리는 오슬로 거리는 이제 곧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여기저기 건물마다 화려한 장식위로 눈이 소복하게 쌓여가는 게 보이고, 거리에는 눈을 치우고 있는 환경미화원만이 하얀 눈 위로 발자국을 그리고 있었다.

 눈을 쓸다 고개를 들어 올린 환경미화원의 눈에 어두운 거리에 홀로 불이 켜져 있는 대리석 건물의 웅장한 국립극장이 보였다.

 그는 국립극장 한쪽 벽면에 크리스마스 행사를 알리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매달려 있는 걸 보며 아마도 이 늦은 새벽까지 행사 준비로 바쁜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행사에 별 관심이 없던 그는 이내 곧 자신의 손을 움직여 바닥에 쌓여가던 눈을 쓸어냈다.

 하지만, 그가 몇 번의 빗질을 했을 때였다.

 국립극장에서 들려오는 새벽거리를 깨우는 소리에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곳을 쳐다봤다.

 그리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국립극장 출입문을 부서지라 열고 화난 걸음으로 뛰쳐나오는 남자의 모습이 그에게 보였다.

 그는 매우 화가 난 듯 씩씩거리고 있었다.

 남자는 재킷 안쪽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담배 한 개비를 빼서 입으로 가져가다가 손에 쥐고 있던 두꺼운 종이 뭉치를 떨어뜨렸다.

 떨어진 종이 뭉치를 주워 올린 남자는 그것을 화난 눈으로 잠시 보더니 국립극장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에 거칠게 던져 넣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굳게 닫혀 있는 문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젠장!!! 뭐!!?? 지루하다고??!!! 당신들이 더 지루하다고 알기나 하는 거야!!!”

 한참을 소리를 지른 그 남자는 온 몸에 힘이 빠진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돌아섰다.

 

 “이제 와서 내 전부를 부정하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슬픔이 잔뜩 묻은 중얼거림을 뒤로 하고 남자는 눈 길 위를 쓸쓸하게 걸어갔다.

 

 극장 앞에 있는 헨릭 입센의 동상 앞까지 걸어간 남자는 눈물이 맺힌 파란 눈으로 잠시 동상의 얼굴을 쳐다보다 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몸을 돌리려고 할 때 동상 밑에서 눈부신 하얀 광채가 순간 나타나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빛이 사라진 그곳에 검은 머리의 여자가 축 늘어진 채 엎어져 있었다.

 남자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입만 버린 채 잠시 멍하니 엎드려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여자의 손가락이 까딱거리는 게 보였다.

 그것을 본 남자는 가까이 다가서다가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보았다.

 

 “어이-! 선생-!! 괜찮은 거요-?”

 몸을 돌린 그는 뒤에서 환경미화원이 손을 흔들며 자신에게 소리치고 있는 게 보였다.

 

 “아~! 네~! 괜찮아요-!”

 남자는 손을 마주 흔들며 웃어 보였다.

 

 “눈이 계속 올 것 같소-! 길에 오래 서 있지 마쇼-!”

 환경미화원은 아마도 방금 나타난 여자를 보지 못한 것처럼 자신에게 웃고 있는 남자에게 친절하게 말했다.

 

 “네-! 고마워요-!”

 남자는 웃으며 빗자루를 들고 걸음을 옮기는 그를 향해 대답했다.

 

 그리고 환경미화원이 빗자루를 들고 반대편 골목안으로 들어가자 남자는 얼른 몸을 돌려 여자에게 서둘러 다가갔다.

 여자의 엎드린 몸 위에 쌓여 있는 눈을 털어낸 남자는 여자의 몸을 살짝 건드렸는데 의식이 없는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깊은 잠에 빠져든 것처럼 쌕쌕거리는 숨소리만 들렸다.

 일단 여자가 살아있는 걸 확인한 남자는 엎드린 여자의 몸을 돌린 다음 여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창백한 얼굴을 한 동양 여자였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의 손에 닿아 있는 여자의 옷이 물에 흠뻑 젖어 있는 것을 느꼈다.

 자세히 보니 여자는 옷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물에 젖어 있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이 상황이 무척 황당하지만 일단 여자를 등에 업고 남자는 가까이에 있는 병원으로 가기 위해 그녀를 들쳐 업었다.

 그리고 남자는 몇 발짝 걷다 발걸음을 멈췄다.

 남자는 경찰에게 자신의 등에 업혀 있는 여자에 대해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순간 떠오른 것이었다.

 경찰에게 사실대로 말한다면 아마도 자신을 미친놈 취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틀어 그는 자신의 하숙집으로 빠른 걸음으로 향했다.

 

 

 

 “탁! 탁! 탁! 탁!”

 

 조용한 새벽, 다들 잠들어 있는 집안에서 누군가 계단을 빠르게 올라갔다.

 이층계단으로 오르는 커다란 발걸음에 잠에서 깬 헨릭 부인은 몸을 일으켰다.

 “쯧-! 그렇게나 말했는데 나 원 참. 어휴~”

 

 이층계단을 뛰어 올라온 남자는 바지 주머니에서 방 열쇠를 꺼내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등에 업혀 있는 여자를 3인용 소파에 눕히고 자신도 1인용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시 누워있는 여자를 쳐다본 남자는 여자에게 다가가 몸을 숙여 여자의 젖어 있는 빨간색 오리털 파카 지퍼를 내렸다.

 지퍼를 잡은 손이 반쯤 내려왔을 때 남자의 동공이 커다래졌다.

 남자의 커다란 눈에 반쯤 내려간 지퍼 안으로 보이는 여자의 흰색 스웨터가 물에 젖어 가슴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 보였다.

 놀란 남자는 눈을 질끈 감더니 지퍼를 잡은 손을 급히 여자의 턱까지 끌어 올렸다.

 그리고 남자는 벌떡 일어서더니 그대로 방문을 열고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똑! 똑! 똑! 똑! 똑! 똑! ~~”

 새벽부터 자신의 방문을 급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식탁에서 차를 마시던 헨릭 부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뻗어 식탁 위에 식빵 자세로 앉아 고로롱거리는 터키시 앙고라 종의 흰색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이 시간에 누굴까? 루이~”

 하지만 루이는 관심이 없다는 듯 입을 크게 벌려 하품만 했다.

 

 방문을 훽- 하고 연 헨릭 부인은 자신 앞에 문을 두드리다 엉거주춤 서있는 남자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 남자는 결코 이 시간에 자신의 방문을 두드릴 남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찰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예요?”

 

 “헨릭 부인, 저 좀 도와주세요.”

 찰스는 절실한 표정으로 말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선 헨릭 부인의 손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향해 걸었다.

 

 그리고 이층으로 올라와 남자의 방에 도착한 헨릭 부인은 소파에 누워있는 여자와 찰스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그에게 물었다.

 “그니까 뭘 도와 달라는 거죠?”

 

 찰스는 고개를 돌려 딴 곳을 바라보며 손으로 지퍼를 내리는 동작을 보여주며 말했다.

 “저 여자분 옷이 젖어 있어요. 이대로는 감기에 걸릴 것 같아서요. 좀 도와주세요. 부인”

 

 그의 말을 들은 헨릭 부인은 소파 앞에 가서 여자를 살펴봤다.

 그의 말대로 여자가 입고 있는 옷과 머리카락 전부 흠뻑 젖어 있었다.

 “아니! 세상에 강에 빠지기라도 한 건가요? 얼른 옷을 벗겨내야겠네.”

 

 헨릭 부인은 여자의 옷을 벗기려 몸을 숙이려다 뭔가 생각이 난 듯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갈아입을 옷이 필요하겠어요. 일단 제 걸 가져와야겠네요.”

 

 헨릭 부인은 남자에게 잠시 내려갔다 오겠다고 말하고는 방문을 나섰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지난 후 헨릭 부인은 가져온 옷가지를 여자에게 갈아입히고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남자를 불렀다.

 “끝났으니까 들어와요.”

 

 “감사합니다. 부인”

 

 “감사는 무슨, 별일도 아닌 거 가지고”

 손사래를 치며 방문을 나온 부인은 뒤에 있던 남자를 돌아보며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근데 직접하지 왜 나를 불렀을까~나?”

 

 뒤에 서 있던 찰스는 홍당무로 변해 버린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방문을 급하게 닫아버렸다.

 “앗-!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그치만 전 절대 그런 남자가 아니라구요-!”

 

 “호호호~ 그럼요, 알고~말구요~ 그럼 잘자요~.”

 헨릭 부인은 조용히 웃으며 말하고는 1층으로 내려갔다.

 

 “휴~”

 찰스는 헨릭 부인이 인사를 하고 내려가자 머리를 흔들더니 방문에 기대어 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헨릭 부인이 가져온 잠옷을 입고 곤히 누워 있는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다가서서 몸을 숙여 두 팔로 들어 올린 다음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탁”

 

 그리고 찰스의 손이 침실 전등 스위치를 껐다.

 

 

 

 “마크스-!! 이쪽으로 좀더-! 아니-!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라고~!!”

 

 “리케~!! 그렇게 하면 더 힘들어져~!! 마크스-!! 그냥 그대로 밀어~!!”

 

 아침이 온 걸 알리듯 창밖에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에 잠에서 깬 듯 침대위에 옆으로 돌아 누운 여자는 한없이 몸이 내려 가는 듯한 느낌과 포근한 베개가 머리를 감싸주는 느낌이 기분이 좋은 듯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부셔 슬며시 눈을 떴다.

 좀 더 자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눈을 끔벅이는데 창가에 웬 남자가 의자에 기대앉아 졸고 있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아직은 꿈같아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하던 여자는 눈앞이 맑아지며 의자에 앉아있는 찰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여자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덮고 있던 거위 털이 가득 들어있는 두터운 이불이 밑으로 흘러내리면서 시원하지만 차가운 공기를 느꼈다.

 

 “어?...”

 자신이 낯선 잠옷을 입고 있는 상황에 여자는 당황했다.

 그것도 개나리 꽃무늬가 잔뜩 새겨져 있고 손목과 발목에 촌스러운 흰색 레이스가 달린 잠옷이었다.

 

 그때 찰스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깼어요? 응?”

 

 머리를 들어 올린 여자의 눈에 고개를 돌리고 헛기침하며 피식거리고 있는 찰스의 모습이 보였다.

 

 “뭐-!, 뭐 에요-!!?”

 여자는 재빨리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리며 그를 향해 소리쳤다.

 “당신 누구예요-?!! 여긴 어디구요-!!”

 

 찰스는 여자가 알 수 없는 말로 소리치자 당황했다.

 “자~ 일단 진정해요. 난 당신이 하는 말을 몰라요.”

 

 두 손을 앞으로 하고 “워~워”하며 자신에게 노르웨이어로 말하는 찰스를 보고 여자는 일단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찰스가 알아들을 수 있게 노르웨이어로 물었다.

 

 “이거 당신이 한 건가요?”

 여자는 자기가 입고 있는 촌스러운 잠옷을 가리키며 그에게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

 

 “맹세코,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옷이 전부 젖은 상태여서 헨릭 부인께 부탁드렸어요. 정말이에요.”

 도끼눈을 뜨고 쏘아보듯 노려보는 여자에게 그는 손사래를 치며 해명하듯 말했다.

 

 “헨릭 부인?” 빨리 말하라는 눈으로 쳐다보며 여자는 되물었다.

 

 “헨릭 부인은 여기 하숙집 주인이에요. 물론 여성분이시고요.”

 찰스는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게 낫겠다 싶어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하필 그의 눈이 여자의 가슴 근처를 스쳐 지나갔다.

 찰스는 새벽의 일이 떠올려져 얼굴을 붉힌 채 부끄럼이 잔뜩 벤 목소리로 손을 뻗어 침대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럼 저는 나가 있을 테니 거기 있는 옷으로 갈아입어요.”

 그리고서 새빨개진 얼굴로 뛰쳐나가듯 방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여자는 찰스의 얼굴이 뭐 땜에 새빨개졌는지 모른 채 그가 밖으로 나가자 이불을 감싸 쥔 머쓱해 진 손을 테이블로 뻗어 옷을 집어갔다.

 

 한편, 침실을 나온 찰스는 거실 창가에 기대어 창밖으로 동네 아이들이 눈삽으로 길을 내는 것을 보았다.

 그걸 본 그는 ‘그 사이에 눈이 제법 왔었네. 아마 거기 놔뒀으면 큰일 났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들어와도 돼요.”

 머릿속에서 좀 전에 여자가 소리친 말이 어느 나라 말일까 하고 생각하던 찰스의 귓가로 여자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방안으로 들어선 찰스는 자신의 셔츠와 바지를 입고 침대에 걸터앉아 흑단처럼 아름다운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크고 깊은 까만 눈동자를 보자 심장이 거세게 두근거리며 귓가에선 헨델의 메시아가 울려 퍼졌다.

 ‘이런 세상에...’

 어제 창백했던 그녀가 맞는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침대에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혼이 나가버렸다.

 아무런 말없이 입을 반쯤 벌린 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는 찰스가 이상한 듯 여자는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봐요. 내가 여기 왜 있는 거죠?”

 

 찰스는 귓가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며 또다시 부끄러워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그리고 창가에 놓인 의자에 걸어가 앉더니 머리를 푹 숙이며 속으로 자신을 꾸짖었다.

 ‘아~ 바보같이 뭐하는 거야.’

 

 “저기요, 이봐요-! 내 말 안 들려요?”

 여자는 자신의 물음에 찰스가 대답을 하지 않자 일어나서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쪽 다리를 달달거리며 떨고 있는 그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그의 앞에 무릎을 세우고 앉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의 턱 밑에서 여자의 숨소리와 말소리가 들려오자 찰스는 놀라며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을 밑에서 올려다보는 여자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치자 찰스는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말이 나와 버렸다.

 “저기, 우리 밥 먹으러 갈래요?”

 말을 뱉어 버린 찰스는 순간 놀라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렸다.

 ‘헉-! 뭔 소리를 한 거야.’

 

 “네?”

 여자는 이 상황에서 밥 먹으러 가자는 남자의 말이 황당하게 들렸다.

 “갑자기 무슨...?”

 그런데 여자가 어이없어 하는 순간, 그녀의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조용한 방을 가득 메웠다.

 마치 밥 먹으러 가자는 남자의 말에 호응하듯 자신의 배에서 크게 소리가 나자 여자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푸하하하하~!!!”

 찰스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맘이 편해진 듯 큰소리로 웃었다.

 “꼬르륵이라니~ 아하하하하하-!!”

 

 “그만 웃죠-!”

 여자는 뾰로통해진 얼굴로 찰스의 무릎을 살짝 쳤다.

 

 “아~ 미안, 정말 미안해요.”

 얼굴에 아직 웃음이 남아 있는 채로 찰스는 여자에게 연신 사과를 했다.

 그리고 그는 여자에게 손을 뻗으며 악수를 청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난 찰스 디킨스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여자는 좀 전과는 사뭇 다른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찰스의 손을 잠시 보더니 싱긋 미소 지으며 마주 잡았다.

 “유진. 최유진이에요. 어찌 됐든 고마워요.”

 

 찰스는 의자에서 일어서며 자신의 손을 잡은 유진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옷장에서 두꺼운 외투를 꺼내 등 뒤에서 유진의 어깨에 걸쳐주며 나직하게 말했다.

 “그럼 갈까요. 유진”

 

 유진은 어깨에 걸쳐진 외투를 양손으로 잡아당기며 고개를 슬며시 끄덕였다.

 

 
작가의 말
 

 많이 쌀쌀해졌네요. 감기 조심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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