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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쌍화점: 고려성인주점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9.8.28

'쌍화점에 술을 마시러 갔더니 회회 아비 내 손목을 잡더라~'
쌍화점이란 고려시대에 귀화한 서역인(중동인)들을 위해 상권을 주어 영업을 하도록 한 장소이다.
이들은 밤이면 상점 앞에 심지가 두개인 등잔을 내걸어 쌍화점이라고 했고 이들 서역인들을 회회아비라 불렸다.
쌍화점은 이국적이고 개방적인 영업방침으로 인해 고려의 남녀들의 은밀하고 퇴폐적인 사교의 장소로 인식되었다. 이런 쌍화점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청년이 있었으니..

 
15/가면무도회
작성일 : 19-10-07 15:27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7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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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가면무도회

 

 그날 밤, 쌍화점을 다녀 온 자운선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탕털이는 성공 했으나 그깟 재물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사내를 그 곳에서 본 것이다.

 더욱이 분명한 것은 전에 보았던 초라하고 누추한 입성이 아니고 눈이 휘둥그레 질 정도로 최고급 비단옷을 잘 차려 입은 화려하고 잘 생긴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란 일은 어찌 된 일인+

 지 그 자는 저 먼 서천 서역국에서 온 회회아비로 변신 했단 말인가?

 물론 처음엔 비슷한 사람인지 알았다.

 그러나 말 하는 말투나 행동에서 이 자가 변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늘 이자가 궁금하고 걱정도 되기도 했었다.

 인신공양으로 강 물속에 수장 되었을 때

 못난이의 구원으로 살아 있음이 확인 되자 내심 얼마나 안심을 했는지 모른다.

 이리 된 거? 어디 깊은 산골에 숨어 들어가 화전이라도 일구며 목숨을 부지하고 살기를 바랐다.

 그런 그자가 개경에 생존해 있다니?

 혹시 잘못 보았나 하고 은근히 유화와 삼월이에게 물어 보았다.

 

  ‘그 회회아비 어디서 본 듯한 것 같지 않니?’

 

  ‘뭔 소리유? 우리가 회회아비를 어디서 봐!’

 

 전혀 눈치를 못 챈다.

 

  ‘이런 눈썰미가 영 젬병인 년들 하고는..’

 

 자운선이 혀를 차기도 전에 유화가 돌연 얼굴이 방그레 지더니

 

  ‘허긴 그 회회인 사내 잘 생기긴 했더라.’

 

 이번엔 삼월이가 따지듯 묻는다.

 

  ‘언니는 잘 생긴 남자라면 국적도 안 가리는 거유?’

 

 그 말에 자운선이 자신 있게 말한다.

 

  ‘이년들아! 그 회회아비는 가짜야.’

 

  ‘가짜라니?’

 

  ‘진짜 회회아비가 아니다 이 말이지. 그러니까 그 사내는 서역국 사람이 아니고 바로 고려인이라는 거야.’

 

 유화와 삼월은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다시 따져 묻는다.

 

  ‘아니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해요.’

 

 자운선이 주위를 둘러보는 척 하고 유화와 삼월을 손짓해 귀를 모으게 하고 작은 소리로 말한다.

 

  ‘잘 생각해 봐. 너희들 저번 강신제때 인신공양 으로 잡아온 사내 생각 나냐?’

 

 유화가 생각이 난다는 듯

 

  ‘우리가 물속에 생매장 시킨 성곽노역노비 였다던 사내 말이유?’

 

 삼월이도 역시 기억이 난다는 듯

 

  ‘우리가 그 사내를 물에 수장 시켰지만 못난이가 구해내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았소.’

 

 자운선이 고개를 끄떡이며

 

  ‘맞아! 바로 그 회회아비가 그 못난이와 도망친 그 노비 사내야.’

 

  ‘그..그럴 리가?’

 

 유화와 삼월이는 전혀 그럴 리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젓더니만 다시 생각이 난 듯 눈동자가 휘둥그레지며

 

  ‘맞아! 언니 말을 들어보니 비슷한 것도 같은데..?

 

  ‘그런데 그 사내가 어쩌다 회회아비! 그것도 개경 최대의 쌍화점의 주인이 되었단 말이요?’

 

 유화가 다시 묻는다.

 그러나 자운선 역시 답답하기만 하다.

 

  ‘나도 그 것이 궁금해?’

 

 성격 급한 삼월이가 나섰다.

 

  ‘그럼 당장 오늘 밤 그 쌍화점엘 가 봅시다. 가서 직접 확인해 보면 되잖수?’

 

 유화도 돕는다.

 

  ‘그래요! 나도 오늘밤 한잔 생각이 간절한데 당장 가서 그 사내도 만나 봅시다.’

 

 자운선이 고개를 저으며

 

  ‘안돼! 잘 못 하다가는 우리가 당할 수 있어?’

 

  ‘당 하다니?’

 

 자운선이 답한다.

 

  ‘우릴 도둑으로 신고하면 꼼짝 없이 잡히게 돼.’

 

 유화가 뻔뻔스럽게 시침을 띠며

 

  ‘우리 짓인지 어찌 알고?’

 

  ‘그건 설사 속일 수 있다 해도 우리가 강 속에 수장 시키려 한 것에 대한 보복이 있을 지도 모르지.’

 

  ‘그럼 어쩐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모두 걱정거리가 생겼다.

 삼월이가 묘책을 내 놓는다.

 

  ‘밖으로 불러내 만나면 어떻소? 편지를 써주면 내가 가서 전해 주리다.’

 

  ‘그것도 위험해. 순검을 데리고 나올지도 모르니..’

 

 유화가 마냥 급하다.

 

  ‘그냥 가 봅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당구겠소.’

 

 그러나 아무래도 그 사내에겐 지은 죄가 너무 많다.

 자운선은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하여간 그 사내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알아 봐.’

 

 그런 후, 유화와 삼월이가 쌍화점에 대한 따끈한 정보를 얻어 왔다.

 들리는 소문에 매달 한번 씩 가면무도회가 열린 다는 것이다.

 보석과 돈 그리고 귀중품을 털리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개업 첫날 가면무도회에 재미를 느낀 주객들은 스스로 가면무도회를 열기를 쌍화점에 권유 한 것이다.

 처음엔 절도 사건을 다시 유발될 염려에 거절 하였니 도리어 날을 잡아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가면을 쓰고 입장하니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고 그러다 보니 처남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월례행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무도회가 열리는 날은 매달 보름날.

 손님들 오고 가시는 밤길 편하라고 밝은 날로 정한 모양이다.

 이날을 호기로 잡기로 하고 일단 가면으로 정체를 숨기고 그 사내에게 가까이 접근해 보기로 했다. 유화와 삼월이는 벌써부터 자신들이 쓰고 갈 가면과 의상에 신경을 쓰는라 정신들이 없다.

 

 자운선도 이것저것 가면을 생각해 보는데 유화와 삼월이가 조언을 한다.

 

  ‘언니는 어떤 가면을 써도 그 푸른 눈동자 때문에 발각이 날 거야.’

 

  ‘눈을 가려야 하는데 소경처럼 눈을 감을 수도 없고 어쩌나?’

 

 이젠 놀리기 까지 한다.

 자운선도 자신의 푸른 눈 때문에 걱정이다.

 왜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푸른 눈을 갖게 해 주었는지

 어려서는 얼마나 원망을 했는지 모른다.

 

 생각 끝에 가면 대신 몽수(蒙首/귀족여인들이 머리에 쓰는 쓰게)에 검은 망사를 늘여 트려 눈을 가릴 수 있도록 해서 쓰기로 했다. 만들어 써보니 눈동자를 가릴 수 있을뿐더러 얼굴도 가릴 수 있어 신분의 노출도 감출 수 있게 되었다.

 

 대신 의상은 더욱 화려하게 차려 입기로 하고 명문가 여인들의 복식인 붉은 비단을 아홉 폭으로 조여 만든 구장복을 입었다. 내가 명분가 여인의 복장을 하자 유화는 나와 행색을 같이 하겠다며 무인들이 입는 사내의 복장을 입고 자운선을 호위 하겠다고 한다. 나란히 복식을 입고 비교해 보니 한 쌍의 선남선녀가 따로 없다.

 유화는 귀골이 장대하고 힘이 좋아 늘 남자처럼 행동했다.

 무자리 촌에서도 사냥과 낚시 그리고 부족의 험한 일도 도맡아 하며 남자 서너 명의 몫을 해 내는 여장부이다.

 삼월이도 제 딴엔 튀어 보겠다며 원숭이 가면을 준비 했는데 그 모습과 행동이 진짜 원숭이를 닮아 웃음을 자아냈다.

 

 드디어 가면무도회가 열리는 보름날이 왔다.

 집을 비우려니 혹시 장군이 걱정이다.

 이지영은 자운선의 밤 외출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요즘은 이지영은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들리는 소문엔 정적의 딸을 소첩으로 삼았다고 한다.

 

  ‘하기야 개가 똥을 피해 갈 리가 없지.’

 

 아버지 이의민을 비롯해 모든 형제들이 호색한으로 소문이 난 집안이니 열 계집인들 못 거닐 것인가.

 자운선은 그런 이지영에게 별로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

 사실 자운선은 삼년만 첩 사리를 하리라 생각했다.

 첩 사리를 하여 재물을 뜯어 내 가난한 무자리 마을로 돌아갈 참이다.

 

 초저녁부터 마음이 급한 자운선은 준비한 가면과 복식을 차려 입고 유화와 삼월을 대동하고 집을 나섰다.

 쌍화점 까지는 말을 타고 가기로 했다.

 얼마 전, 장군은 자운선의 생일선물로 잘 생긴 백마를 선물로 주었다.

 자운선이 백마에 오르자 유화와 삼월이도 토종말인 과하말에 올라 집은 나섰다.

 

 쌍화점을 가려면 개경의 여섯 개의 성문 중에 하나인 희빈문을 빠져 나와 낙타교를 건너 이량촌으로 가야 한다.

 저녁이 되자 붉은 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르는 개성의 풍경은 집집마다 붉은 등이 내 걸려 더욱 거리가 밝고 화려했다.

 

 갑자기 폭죽소리가 들려 왔다. 검은 하늘에 불꽃이 타올랐다. 어디선가 축제를 하는 모양이다. 둘러보니 벽란도 방향이다. 아마 외국의 상선이 도착하여 이국의 뱃사람들이 무사 입항을 축하하는 잔치를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낙타교를 건너니 멀리 이량촌이 나오고 다국적의 상점가를 지나 곧 쌍화점 알라바바 앞에 다다랐다.

 이미 초저녁인데도 쌍화점 앞은 가면을 쓴 손님들로 가득 찼다.

 

  ‘원 세상에.. 이 집에 꿀 발라 논 것도 아니고 돈을 가마니로 쓸어 담겠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자운선이 유화와 삼월이와 말에서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견마 잡이 소년들이 말들을 근처에 마련된 구유로 끌고 간다.

 그런 소년들에게 유화가 걸걸한 목소리로 말한다.

 

  ‘여물은 많이 먹였으니 주지 말고 물이나 먹여.’

 

  ‘넷! 대인 나리!’

 

 유화의 남장(男裝)은 가히 성공적이라 말 할 수 있겠다.

 입구로 향하는데 꽃 파는 소녀들과 장신구를 파는 여인들이 몰려들었다.

 소녀들 역시 유화를 남자로 알고는 꽃다발을 내 밀며

 

  ‘대인어른! 이 꽃을 아가씨에게 사주시면 더욱 사랑이 이루어 질것에요.

 

 이번엔 장신구를 파는 여인들이 다가서며

 

  ‘이 은비녀는 어떠세요? 더욱 아가씨를 아름답게 할 거에요.’

 

 유화는 앵초꽃 다발을 사서 자운선에게 안기며

 

  ‘낭자! 이 사내의 사랑을 받아 주시요!’

 

 능청을 떨자 자운선이 받아 치며

 

  ‘어머! 소녀 행복이 넘치옵니다..’

 

 서로 눈웃음을 치며 한바탕 웃는다.

 

  ‘여기서 날들 셀 거요. 자! 들어갑시다!’

 

 삼월이가 공중재비를 도는 자세로 앞장을 선다.

 복도로 들어서자 서역풍의 주점 풍경이 펼쳐진다.

 세 여자에겐 이런 풍경이 이번이 두 번째라 별로 낯설지가 않다.

 자운선이 두 여자에게 따끔하게 이른다.

 

  ‘오늘은 절대 장난질 치면 안 돼!’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라는 질언이다.

 

  ‘아휴.. 머리 보다 손이 더 빠른데 어쩌나?’

 

 삼월이가 푸념을 한다.

 대기하고 있던 차돌처럼 생긴 총각 녀석이 다가섰다.

 

  ‘새끼광대 개똥이라고 합니다. 제가 정중히 손님들을 모시겠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친절하고 정중히 객잔 안으로 여인들을 안내한다.

 이미 경쾌한 음악과 함께 객잔 안은 요지경 속처럼 취객들로 흥청이고 있었다.

 

 유화가 새끼광대에게 명했다.

 

  ‘객잔이 복잡하니 특실이 좋겠는데?’

 

 그 말에 겸연스런 표정을 새끼광대가 지으며

 

  ‘특실은 이미 만석이라 자리가 없습니다.’

 

 이번엔 삼월이가 나섰다.

 

  ‘잘 생긴 총각이 이거 왜 이러나? 우리 잘 해보자구’

 

 삼월이가 개똥이를 안아 줄 듯 하며 농익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개똥이가 한 발 물러서며

 

  ‘죄..송합니다! 오늘 따라 손님이 많으셔서..’

 

 연신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얼른 유화가 은화 한 잎을 던져주자 개똥이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핫.. 행하를 은화를 받아 보긴 처음인데...역시 손님들은 화통 하십니다. 방금 특실이 하나 비었거든요. 하하..’

 

 능청을 떨며 특실로 안내한다.

 특실은 2층에 위치해 있었고 마치 아방궁처럼 꾸며져 있다.

 푹신한 의자에 구석에 침상까지 갖추어 있는 게 더욱 분위기를 수상하게 했다.

 정 중앙으로는 커다랗게 창이 뚫려져 있었는데 그 창을 통해 아래층 무대며 객잔 전체가 다 보인다.

 자운선이 자리를 잡고 앉자 새끼 광대가 주문을 해 온다.

 

  ‘저 술과 안주는 뭐로 할깝쇼?’

 

 유화가 걸걸한 목소리로 답한다.

 

  ‘뭘 그런 걸 묻나? 이집에서 최고의 술과 안주를 가져와!’

 

  ‘역시 화끈하신 손님들이시네.’

 

 자운선이 나가려는 새끼광대를 잡아 세웠다.

 

  ‘잠깐!’

 

 새끼광대가 멈춰 서며

 

  ‘또 뭘 주문하시려고?’

 

  ‘이 집의 어른광대 있지?’

 

  ‘어른광대라면?’

 

  ‘이 집 주인인 회회아비 말이야.’

 

  ‘이 집에 어른광대는 두 분이 게십니다. 먼저 주방을 맡으신 누타만 어른이 게시고..’

 

 유화가 기분 나쁜 표정이 되며

 

  ‘우리가 누굴 찾는 거 같나?’

 

  ‘아! 만수르 어른 말씀이시군요?’

 

 금방 인정하는 자세가 된다.

 삼월이가 추가로 말한다.

 

  ‘그 만수르 인지 만수산인지 그 사람 좀 오라고 그래 봐.’

 

  ‘죄송하지만 그 분은 손님 석에는 오지 않습니다.’

 

  ‘뭔 소리야! 손님이 부르면 오는 게 당연 한 거 아닌가?’

 

  ‘그럼 한번 말씀은 올려 보겠습니다만..’

 

  ‘오늘 매상 올리려면 알어서 하라고 해.’

 

  ‘네! 분부대로 이릅죠만..’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새끼 광대가 나갔다.

 

  ‘올까?’

 

 자운선이 궁금해 하자

 

  ‘일단 왔으니 마시고 즐기기나 합시다.’

 

 이어, 산해진미의 안주와 술이 등장 했다.

 일단 먹고 마시고 취했다.

 그러나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회회아비 사내는 통 나타날 기색조차 없다.

 술에 알딸딸한 유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려구?’

 

 삼월이가 묻자

 

  ‘저 풍악 소리가 날 미치게 해.. 나가서 한판 춥시다! 낭자! 저에게 춤을 출 수 있는 영광을 배 푸소서.’

 

 유화가 자운선에게 허리를 숙여 손을 내민다.

 자운선이 그 손을 잡아 주며

 

  ‘좋아! 우리 무자리들이 음주가무에 능하다는 걸 보여주자.’

 

 다정한 연인처럼 특실을 나선다.

 이미 무대 앞은 춤의 물결로 광란의 도가니다.

 모두가 음악연주에 맞춰 춤들을 추는데

 남녀 모두 요즘 유행하는 호태춤을 추고 있다.

 호태(胡態)춤이란 원나라(몽고)에서 유행되어 고려까지 전래된 춤으로 남녀가 서로 마주보며 손을 흔들고 뒤를 돌아 엉덩이를 돌리고 다시 마주 보며 머리를 빙빙 돌리며 손을 허공에 뻗으며 눈을 맞추며 추는 춤으로 세간에서는 퇴패적인 춤이라고 지탄을 받는 춤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탄성과 신음소리가 터져 흐르며 춤을 추던 남녀가 은밀히 구석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어 묘한 몸짓들을 하고 있다.

 자운선이 음악에 맞춰 천천히 몸을 움직이자

 그녀의 미끈한 허리와 풍만한 둔부가 점점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 자운선을 상대로 유화가 춤을 추더니 한 여자가 접근하자 그 여자에게 빠져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삼월이도 남자를 찾느라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닌다.

 자운선은 혼자 춤 삼매경에 빠져 들 수밖에 없다.

 그런 자운선의 춤에 주위에 춤을 추던 사람은 물론

 좌석에 손님들 까지 모든 시선이 집중 되었다.

 그야말로 춤의 명인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 자운선의 주위로 남자들이 모여 들었으나 거의 막춤 들 수준이다.

 곧 자운선의 열광적인 춤에 주눅이 들어 슬그머니 물러난다.

 이때, 한 사내가 자운선에게 다가왔다.

 화려한 황동호피가면을 쓴 사내이다.

 그 사내는 자운선을 상대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춤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자운선은 이 사내가 맘에 드는 지 좀 더 적극적으로 함께 춤을 계속했다.

 그러면서도 황동호피가면 아래로 보이는 얼굴이 점점 익숙해 졌다.

 

  ‘내가 이 남자를 어디서 봤더라?’

 

 분명 본 얼굴이지만 정확히 생각은 나지 않는다.

 호피가면 사내 역시 그런 자운선의 의중을 아는 듯

 묘한 웃음을 지으며 춤을 리드한다.

 춤을 추던 자운선이 또 다른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아!’

 

 객잔 한쪽 구석에 그 사내가 서 있다.

 드디어 만나보고 싶었던 회회아비 그 사내이다.

 자운선은 황동호피가면의 사내와의 춤을 멈추고 그 회회아비 사내에 넋이 빠지듯 바라보고 서있다.

 그러자 황동호피가면도 춤을 멈추고 자운선과 회회아비를 번갈아 바라본다.

 그런데 자운선의 시선을 느낀 회회아비가 돌연 객잔 옆 작은 간문 밖으로 사라졌다.

 자운선은 이끌리듯 그 사내가 사라진 간문으로 향했다.

 그제야 황동호피 가면 사내는 자운선을 닭 좇던 개 표정이 되어 바라볼 뿐이다.

 자운선이 간문을 나오니 복도가 보이고 복도의 끝은

 밖으로 나가는 뒷문으로 향해 있었다.

 막 그 사내가 뒷문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자운선도 급하게 뒷문으로 나갔다.

 뒷문 밖에는 푸른 언덕이 펼쳐져 있고

 그 푸른 언덕위에는 한그루 커다란 은행나무가 둥근달을 의 달빛을 받아 서 있었다.

 참으로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경이다.

 그 사내는 그 은행나무가로 다가가서 있었다.

 자운선은 이 시간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 했다.

 이제 그 사내에게 얼굴을 가린 몽수를 벗고 당당히 자신을 밝히리라 생각했다.

 그 사내가 서있는 은행나무로 향하는데

 

  ‘어?’

 

 돌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은행나무 뒤에서 검은 옷의 사내들이 나타나 회회아비를 공격하더니 단번에 기절을 시킨다.

 그러더니 가져온 커다란 자루를 회회아비를 닯아 들쳐 업더니 순식간에 언덕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다.

 너무도 놀란 자운선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자루를 들쳐 엎은 사내들은 귀신 같이 사라졌다.

 그야말로 눈 깜빡 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자운선은 너무도 황당해 어쩔 줄 모르고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졌다.

 그런데 또 누군가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 있나?’

 

 무척이나 낯익은 목소리다.

 황동호피 가면 사내가 다가 온 것이다.

 그 사내가 자운선에게 다가서며 황동호피가면을 벗었다.

 

  ‘앗!’

 

 자운선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군!’

 

 이지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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