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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자유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 : 애런
작품등록일 : 2019.9.28

자유로를 질주하는 네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이야기입니다. 어려운 과정을 뚫고 취업하지만 현실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매일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재단의 이사장이 실종되고 모두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재단내의 파벌 싸움이 격화됩니다. 그래서 네 젊은이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됩니다.

 
삼. 모래바람이 분다 1. 기간제
작성일 : 19-10-06 23:56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7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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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 모래바람이 분다.

 

 

 1. 기간제

 

  아직은 이른 시간이어서 자유로 근방은 어둑어둑하였다. 그 어둠을 두 갈래로 갈라놓으며 소형 차량인 마티즈가 굉음을 내며 날아갈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 오늘 제일 먼저 도착하는 건 나지. 성훈은 일어나자마자 씻고 곧바로 출발했다. 아마 일곱 시 반쯤이면 도착할거야.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라디오에서는 평상시 절대 들을 수 없는 영어 회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팝송을 따라 부르니 기분도 업 되었다. 첫날이 주는 긴장감에 잠도 제대로 못자긴 했다. 아직 개학은 아니고 봄방학이었다. 하지만 회사에 처음 가던 날보다는 훨씬 마음이 가벼웠다.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해주신 이야기가 있었다. 첫날에는 가장 먼저 도착해 있어야 한다. 성훈의 아버지는 부드러운 분이셨지만 원칙을 이야기할 때는 단호했다. 사실 가르침을 잘 받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어느 틈에 보면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삶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 자신이 신기했다. 밤잠을 설쳤지만 일찍 눈을 떠서 새벽을 달리고 있는 이 순간이 성훈에게는 완벽한 시간이었다.

  일산을 지나 파주로 접어들면서 도로가 약간 좁아졌다. 그리고 구간 단속이 시작되었다. 성훈은 스피드를 낼 수가 없어서 구간단속을 진심 싫어했다. 속도를 구십 킬로에 맞추고 달리고 있자니 기어가는 것 같았다. 옆에 가는 차와 거의 나란히 계속 달리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간 딱정벌레를 닮은 차. 악을 쓰던 은지의 모습이 차와 겹쳐서 보이는 듯 했다.

  ‘일찍 나왔네. 생긴 것처럼 독하네. 앞으로 독사라고 불러야겠다.’

  바로 어제 성훈은 은지에게서 문자를 받고 핸드폰을 집어 던질 뻔 했다. 치료비와 위로금을 합해 오십만 원을 요구하는 문자였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져 피가 난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치료비는 당연히 십 만원이 안 나올 것이었다. 그러면 위로금이 사십만 원에 달한다는 것인가. 이건 어느 별에서 적용되는 법일까. 당장 법적 대응을 할까 싶었지만 참았다. 일단 문자에 답을 하지 않았다. 만나서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면 풀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많이 받으려고 일단 베팅을 세게 한 거겠지. 설마.

  은지와 같은 직장에 근무하게 되었다는 것은 홈페이지에 떠있는 새 학기 교사의 명단을 보고 알았다. 성훈은 은지와 예리가 합격했다는 소식을 보고 일단은 기뻤다. 그런데 도형의 이름은 올라가 있지 않았다. 아쉽다. 성훈은 내심 칼같이 정확한 성격을 가졌을 거 같은 도형이 자신과는 잘 맞지는 않지만 직장 동료로는 매우 괜찮을 거라 생각했었다. 이상한 점은 수학 교사가 모자라는 것이었다. 기간제를 급하게 구하는 건가.

  계속해서 은지의 차가 구십 킬로를 정확하게 맞추면서 달리고 있었다. 성훈은 조금 더 밟아서 은지의 차를 살짝 앞질렀다. 그러자 은지도 질세라 엑셀을 조금 더 밟았다. 구십 오 킬로를 넘자 네비게이션 화면이 빨간 경고 화면으로 바뀌었다. 은지는 다시 속도를 줄였다. 그래도 이제는 은지의 차가 조금 더 앞질러 있었다. 그 순간 구간 단속을 하는 속도계를 지나쳤다. 성훈은 불안했다. 찍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뉴비틀이 앞으로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성훈은 열심히 밟았지만 따라 갈 수가 없었다. 은지 차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학교 뒤편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예상한 대로 주차장에는 마티즈를 제외하고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잘 달리시네요.”

  성훈은 차에서 내려 올라가려는 은지의 뒤에 대고 빈정댔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은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섰다.

  “뭐 차가 좀 좋은 거죠.”

  은지가 거들먹거리며 대답했다. 성훈은 얄미운 표정을 짓는 은지를 진심 한 대 치고 싶었다. 아무리 밟아도 따라잡을 수 없었던 약 오르는 마음이 주먹을 내지르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

  “독일제 승용차 끝내주네요. 제 차로는 못 따라잡겠어요.”

  “차 좀 바꾸세요. 저도 얼마 전에 산거에요.”

  “저도 중고로 산지 얼마 안 됐어요. 돈이 있어야 새 차를 사죠.”

  “그러시구나. 분수에 맞게 타고 다녀야죠.”

  성훈은 자동으로 한숨이 쉬어졌다. 눈이 찌푸려지고 욱하는 성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하지만 꾹 참았다. 직장에서 성질을 내봤자 자신만 손해라는 걸 몸소 체험해 봤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 다짐했다.

  “저번 일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잖아요. 그런데 치료비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위로금까지 포함된 금액이라니까요. 그 정도면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싸게 부른 금액이에요.”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지. 성훈은 은지의 머리에 악마의 두 갈래 뿔이 나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아 싼 금액이었군요. 감사해라. 꼭 다 보내 드릴게요.”

  “알았어요. 감사하네요. 앞으로는 운전 조심하세요.”

  은지가 거만하게 쏘아 붙이고는 학교 현관으로 먼저 들어가 버렸다. 성훈은 분노감에 온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통장 잔고가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어차피 첫 달 월급은 나와야 돈을 보낼 수 있었다. 은지의 거만한 태도를 월급날까지 거의 한 달 동안 봐야 한다는 사실이 짜증이 났다. 그래도 돈을 안 보내고 계속 부딪히느니 그냥 돈을 보내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의 문제였다.

  성훈은 한숨을 쉬며 교무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을 열자 교감만 혼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은지는 화장실에 갔는지 교무실에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하자 교감이 화들짝 놀랐다. 아마 졸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아, 유성훈 선생님. 어서 와.”

  교감이 반가운 목소리로 성훈을 맞아 주었다. 교감은 인상은 좋아 보였다. 체육과 출신이라는 것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건장한 몸집이었다. 그리고 머리가 많이 없어서 몇 가닥 안 남은 머리를 최대한 길러 옆으로 넘기고 있었다. 좀 웃긴다. 성훈은 면접 때 처음 봤을 때부터 웃기는 양반이라고 생각했다. 교감은 이를 입증이라고 하듯이 과장된 몸짓을 하며 일어섰다.

  “오늘 새신랑 같네. 양복이 잘 어울려.”

  교감은 성훈을 아래위로 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위를 보는 장인어른의 표정이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저 솔로입니다. 유부남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성훈은 농담조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진심이었다. 전 여친 과는 연락 안한지 꽤 되었고 사실상 헤어진 거나 다름없었다. 합격 소식을 듣고 연락할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하지 않았다. 자존심도 있고 먼저 연락할 일은 없을 거라 다짐했다. 그래. 이제부터 다시 솔로다. 성훈은 출근하면서 자신을 솔로로 소개하기로 했다. 여자 친구가 없었던 적이 거의 없어서 오히려 홀가분했다.

  마침 은지가 들어왔다. 은지는 자신을 솔로로 소개하는 성훈의 말을 얼핏 들었다. 지금까지 은지 주변에 괜찮은 남자들은 모두 여자 친구가 있거나 일찍 결혼을 했다. 솔로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남자는 실로 드물었다. 성훈을 미워하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솔로라는 말은 자신과 통하는 점이었기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서은지 선생님도 왔네. 둘이 같은 차를 타고 온건 아니지?”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은지가 정색을 하며 교감의 말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성훈을 살짝 보며 눈을 흘겼다. 성훈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교감은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더 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옷이 커플룩 같은데. 잘 어울려.”

  “커플룩 아닙니다.”

  성훈이 딱딱하게 대답했다. 괜한 농담하고 허풍을 잘 떠는 스타일이구나. 교감을 잠깐 본 성훈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런 사람과 상대할 때는 더 센 농담을 하거나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 학교가 분위기가 좋아서 커플이 생기기 좋지. 그냥 그렇다고. 거기 잠깐 앉아요.”

  성훈은 반말을 살짝 섞어가면서 이야기하는 교감이 싫었다.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관리자를 잘 못 만나면 직장생활이 괴로운데.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 이미 사표를 쓰고 온 터라 무를 수도 없었다.

  “자, 두 분 선생님 오셨고 두 분이 더 남았구먼. 기다리는 동안 차라도 한 잔 할까. 서은지 선생이 커피 좀 타 와봐.”

  은지는 어이가 없어 교감을 빤히 쳐다보았다. 처음 온 사람에게 커피를 타오게 시키다니. 미친 거 아냐. 은지는 그냥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다.

  “커피 어디 있나요? 제가 타오겠습니다.”

  성훈이 일어서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하였다. 전 직장에서 상사에 대해 어떻게 하라는 교육을 많이 받아서 자동으로 몸이 반응하였다. 은지를 위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은지는 순간 성훈이 고맙다는 마음과 자신의 일을 뺏으려 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제가 타올게요. 커피 저기 있네요.”

  은지가 재빨리 일어서서 커피를 발견하였다. 교무실 구석의 개수대 쪽에 유명한 커피 브랜드에서 나온 스틱 커피가 조그마한 박스에 들어있었다. 은지가 걸어가는데 성훈이 더 빠른 걸음으로 개수대에 가 믹스커피를 꺼냈다. 은지도 걸음을 빨리 해서 종이컵을 집어 들었다. 자연스럽게 성훈은 종이컵을 대고 은지가 믹스커피를 뜯어서 부었다. 성훈이 뜨거운 물을 붓는 동안 은지는 티스푼을 꺼냈다.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동선을 짠 것처럼 손발이 잘 맞았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커피를 세 잔 탔다. 은지가 성훈에게 질세라 재빨리 쟁반에 담았다. 성훈도 최초로 교감이 시킨 사람은 은지였기 때문에 은지가 들고 가도록 했다.

  “보기 좋네. 두 사람 다 동작이 빠르구먼. 아 뜨거.”

  교감이 커피를 입에 대다가 호들갑을 떨며 종이컵을 입에서 떼었다.

  “괜찮으세요?”

  조심성 없긴. 성훈은 괜찮은가 물어보면서 생각했다. 교감은 입술을 조금 데었다고 엄살을 떨었다. 은지는 이런 상황이 싫었지만 티를 낼 수도 없었다.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그때 교무부장 공성구가 들어왔다. 뒤를 이어 도형과 예리도 도착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교감 자리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교감이 교무부장에게 눈짓을 하였다.

  “저...전에 인사드렸던 교...교무부장 공성구입니다. 일찍들 오...오셨네요. 자...잘 됐습니다. 아침 식사들은 하...하셨나요?”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데 은지만 고개를 저었다. 다이어트 중이라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곳에 가는데 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거의 몇 달째 아침을 걸렀더니 이제는 배고픔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다.

  “오늘 예...예비소집일인데 나...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의해야 할 일...일이 있습니다.”

  공성구가 계속해서 말을 더듬자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던 교감이 말을 가로챘다.

  “바로 말씀 하세요. 말 돌리지 말고.”

  “네...네. 알겠습니다. 여러분에게 양...양해를 구해야 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합격 소식을 알...알려 드렸는데 일단 정규직으로 바로 채용되는 게 아니고 기...기간제를 조금 하시고 그 다음에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드릴 겁니다.”

  성훈과 은지는 귀를 의심했다. 선배들에게 들어본 적이 있긴 했다. 정규직으로 공고를 내야 더 좋은 자원이 많이 지원을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본인이 지원한 재단에서 이렇게 하겠다고 하니 순간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은지는 고개를 푹 숙였다. 도형과 예리는 상대적으로 조금 담담했다.

  “공고에는 정규직을 채용한다고 내셨잖아요.”

  성훈이 교감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야기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려고 신경 썼으나 격앙된 마음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우리 재단은 지금까지 항상 이렇게 해왔어요.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거의 다 정규직으로 발령이 났으니 걱정 안 해도 되요.”

  교감이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성훈은 더 말을 이어갈 수 가 없었다. 여기서 더 사족을 달면 찍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담은 금물이야. 성훈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애썼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성훈이 표정을 바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은지의 마음속에는 따지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그러나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모든 선생님들 다 나오시면 한꺼번에 인사 하도록 합시다. 회의 시작하기 전까지 교무실 옆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교감의 말에 교무부장의 인도로 회의실로 들어갔다. 모두 말이 없었다. 무거운 분위기로 한동안 침묵 속에 있었다. 침묵을 깨고 은지가 입을 열었다.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답답해 죽겠네.”

  “뭐 어떻게 하겠어요. 힘없는 우리가.”

  예리가 힘없이 말했다.

  “그냥 확 법적으로 가볼까요. 공고한 내용과 다르잖아요.”

  성훈이 아까 하고 싶었던 말을 하였다. 꾹 눌렀던 말을 하니 속이 후련했다.

  “법적으로 가면 채용은 물 건너 갈 거예요.”

  성훈이 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도형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본인만 기간제인 줄 알고 있었는데 모두 다 그렇다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특히 예리를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괜히 자기 때문에 모두 다 피해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기간제인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네요.”

  “오빠만 그런 게 아니라 다행이네. 잘 됐지 뭐. 다 같이 열심히 하면 되잖아요.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준다고 했잖아요.”

  예리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 예리를 보면서 은지는 어이가 없었다. 나랑은 전혀 다르구나. 은지는 처음 보았을 때부터 예리와 자신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그냥 기간제로 일해요?”

  은지의 앙칼진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또 침묵하고 한참을 있었다.

  회의 시간이 다가오자 교무부장이 들어와 모두를 데리고 나갔다. 교감의 소개로 인사를 하면서도 머릿속은 하얬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었다. 이후에도 별 말 못하고 학교 밖으로 나왔다. 쓸쓸히 걸어 나와 주차장에서 모여 섰다. 성훈이 입을 열었다.

  “잠깐 뭐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할까요?”

  “지금 먹을 생각이 들어요?”

  은지가 쏘아 붙였다.

  “오늘은 그냥 여기서 헤어져요. 집에서 생각해보고 각자 판단해야 될 거 같아요.”

  “그래요. 같이 먹으면 체할 것 같아요.”

  도형과 예리가 말했다.

  “그래요. 모두 잘 들어가 시구요.”

  네 사람은 가볍게 인사하고 각자의 차에 탔다.

  성훈은 운전하면서 생각에 빠져들었다. 사표까지 낸 상황에서 다시 전 직장으로 돌아가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기간제로 교사를 하고 있는 선배들의 말이 떠올랐다. 공통적인 말이 서럽다는 거였다. 그러나 그건 회사 생활 첫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인턴사원으로 합격하여 정식이 되기 위해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사실 정식이 된 후에도 일은 폭풍처럼 밀려왔고 잠시도 마음의 끈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비정규직 생활이라니. 그래도 학교는 좀 낫겠지. 성훈은 스스로를 위로하며 분노하는 마음을 삭히려 애썼다. 도형과 예리는 그냥 순응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왠지 은지는 개학 첫날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돈을 안 보낼 수 있겠구나. 성훈은 은지가 나타나지 않길 바라는 자신을 보고 웃음이 났다. 아냐. 그 여자 성격이라면 아마 자기는 학교에 출근 안 해도 다시 나타나서 돈을 끝까지 받아낼 거야. 은지의 얼굴이 떠오르자 짜증이 밀려왔다. 같이 근무하는 걸로 마음을 정리했는데 다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제발. 나오지 말기를. 성훈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운전을 계속했다.

 
작가의 말
 

 합격 소식에 기뻐하기도 잠깐이고 기간제로 일단 채용하겠다는 재단측의 말에 모두들 실망하고 만다. 하지만 현실은 그 마저도 기쁘게 받아들어야만 했다.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응원하면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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