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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작가 : 시롱
작품등록일 : 2019.9.18

사랑받고 싶은 여자 이주가 어린아이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부모로 보이는 정신병이 발현된 남자 연을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벌어지는 외로운 로맨스릴러.

 
5화
작성일 : 19-10-06 21:24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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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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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지와 하윤이 이별한지는 벌써 4개월 전의 이야기이다.

 하윤은 잘생긴 외모에, 부모에게서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란 티가 나는 아이였다.

 늘 모든 이들에게 다정했으며, 심지어는 공부까지 잘했던 터라 남녀노소 하윤의 곁을 차지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종종 보이곤 했다.

 

 하지만 하윤이 명문대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로 인한 사고사로 하윤의 부모님이 세상을 떠났다. 당연히 하윤은 감당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인생에도 이렇게나 큰 시련이 올 줄은 몰랐으리라.

 

 하윤이 정신을 잡게 해준 건 등록금이었다.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던 하윤이었지만 몇 개월을 아무 것도 못 하고 눈물로 보낸 결과였고, 하윤은 당연히 등록금을 낼 처지가 되지 않았다.

 다행히 부모님이 남겨놓은 집과 통장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하윤은 그 재산을 고작 등록금에 쓰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했고, 장학금을 받았으며, 그렇게 점차 새로운 생활에 적응 해나가기 시작했다.

 

 연지와 하윤의 만남은 그로부터 5년 뒤, 연지가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현대 스릴러물을 쓰고 싶다는 이유로 여러 대기업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시놉시스를 보낸 뒤에 반응은 좋지 않았다. 자신들의 회사를 배경으로 둔 끔찍한 이야기에 협조할 사람은 당연히 없다.

 

 때문에 연지는 매일 회사 건물 밖에서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식사를 하러 나갈 때마다 옆에 붙어선 이것저것 물어보고 가곤 했는데 그 마저도 그렇게 협조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윤을 만난 것이다.

 

 처음 연지를 봤을 때의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곧이어 연지가 자신의 신원을 밝히자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며 좋아했다.

 "저 작가님 책 읽었는데! 정말 장연지 작가님이세요?"

 "저 아직 신인인데.. 저를 아세요?"

 "그럼요! <오늘의 모든 것> 쓰셨잖아요. 저 그거 읽고 며칠 밤을 못 잤는지 몰라요. 무서워서."

 

 사실 연지의 데뷔작은 성공작이 아니었다. 물론 마이너스까지는 아니었지만 연지에게 돌아간 수입은 많지 않았던, 그렇지만 데뷔작이었기의 연지의 애정이 듬뿍 들어갔던, 그래서 더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그런 작품을 찬양하는 이가 나타났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한테 다 물어보세요. 대신, 조건이 있는데.."

 "조건이요?"

 "오늘의 모든 것으로 저랑 얘기 나눠주세요."

 

 그 날 이후로 연지와 하윤은 하루걸러 하루를 만나다시피 붙어다녔다.

 물론 연애는 하지 않았다. 대신 누구보다 마음 맞는 친구로 자리를 잡았다.

 2년 간 연지는 다섯 번의 연애를 했다. 사랑을 시작할 때에도, 연애 중에도, 끝을 낼 때에도, 연지는 하윤에게 달려가 고민을 늘어놓았다. 그럼 하윤은 대꾸도 없이 끝까지 들어주다가 한 마디 내뱉을 뿐이었다.

 "어쨌든. 누나가 행복해야 돼. 알지?"

 "귀에 딱지 앉겠네."

 "딱지 떨어질 때가지, 그리고 나서도 말해줄게."

 "뭐를?"

 "나는 누나 때문에 행복해."

 "..."

 

 그렇게 연지는 또 한 번의 연애가 끝이 났다. 그리곤 역시나 하윤을 찾았다.

 "또 끝났어.. 나 왜 이래?"

 "..또 만날 거야?"

 "뭐를?"

 "사람. 남자."

 "만나겠지. 나 그거 잘하잖아. 환승 이별."

 "텀을 왜 길게 안 둬?"

 "자꾸 무슨 말이야?"

 "왜 늘 이별하고 나면, 힘들어 할 틈도 없이 그새 다른 연애를 시작하는지 묻는 거야."

 "그냥. 사랑 받지 않는 순간은..좀 불편하고 어색해."

 

 연지도, 하윤도 알고 있었다.

 연지는 사랑중독. 그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지금에서라도 듬뿍, 아니 흘러서 넘칠 만큼 받고 싶다는 그 간절함.

 "그럼 헤어지지 않으면 되잖아."

 "어떻게 안 헤어져? 사랑이 식었는데."

 "그럼, 그냥 내가 주면 안 돼?"

 "뭐를?"

 "사랑."

 "..."

 "사랑하고 있어."

 

 일주년이 되는 날에 연지는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일 년이 넘어가는 연애는 처음이었다. 지나간 남자들은 전부 일 년이 되기도 전에 사랑이 식어버리고 마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하윤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지를 사랑했다.

 그렇게 일 년, 이 년, 오 년이 지나도 하윤이 연지에게 쏟는 애정은 절대로 식지 않았다.

 

 오주년 때 받은 하윤의 프러포즈를 단호하게 거절한 건 연지였다.

 "난 결혼하기 싫어."

 "왜? 가족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한 번쯤, 그렇게 살아보고 싶잖아."

 "가족이 되면, 나 안 버릴 자신은 있고?"

 "..뭐? 내가 누나를 왜 버려?"

 "사랑이 식는 게, 나를 버리는 거야."

 "..."

 "차라리 지금 나를 버리면 덜 비참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 살다가 버려지면, 그게 얼마나 비참한지 알기나 해?!"

 "평생 사랑할 수 있어. 맹세할게."

 

 그런 하윤을 버린 것도 연지였다.

 하윤은 무려 5년의 연애기간동안 단 하루도 연지를 버린 적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하윤의 말을 믿는다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연지는 자신이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 자체가 어색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하윤이 4개월이 지나 찾아온 연지를 거부했다.

 물론 연지 본인도 이별할 당시 하윤에게 많은 상처를 안겨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찾아갔을 때 하윤이가 당황하거나, 거절을 한 대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하자는 연지의 고백까지 거절할 줄은 연지도 몰랐으리라.

 

 ***

 

 "당분간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와. 2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작업실 나와서 글 썼잖아."

 "됐어. 혼자서 어딜 가."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오자 이주와 연지가 작업실에 모였다.

 연지는 어딘가 기운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어제 쓴 글 주인도 만나야지."

 "누군데?"

 "어땠어? 재밌디?"

 "재미는 있었는데 나머지는 꽝이야. 구성도 엉망이고 문장력도 썩."

 "책 안 읽어본 티도 나고, 글 안 써본 티고 나고."

 "너도 그렇게 생각해?"

 "아닐 것 같았어?"

 "응. 좋은 글이라고 판단돼서 나도 보여준 거겠지 했거든. 어쩐지. 난 또 네 눈 어떻게 된 줄 알았네."

 "그래서?"

 "그래서는? 버려야지."

 "손 좀 보면 될 것 같지 않아?"

 "도대체 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대야 되니? 그 정도면 성형이야."

 

 이주는 실망한 기분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연지는 그런 이주의 모습을 처음 봤는지 관심이 생겼다는 표정으로 의자를 더 당겨 이주의 시선을 맞췄다.

 "뭔데? 왜 이런 아마추어 글에 투자를 하는 건데?"

 "투자까진 아니고, 그냥 일단 보는 거지."

 연지는 거짓말 하지 말라는 눈빛으로 이주를 빤히 보았다.

 "그리고..솔직히 기승전결 재밌잖아?"

 "그래. 재밌어. 근데, 우리가 선생도 아니고 어디까지 고쳐줘야 하는 건데? 그런 건 학원 등록해서 배워 와야 하는 거 아냐? 이래봬도 우리는 투자자인데."

 

 연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재미만 있거나 문장력만 뛰어나거나 둘 다가 아니라 둘 중 하나라면 투자받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주는 이 글을, 이 글을 쓴 연의 재능을, 선생이라도 된 것 마냥 키우고 싶었다.

 "그냥. 욕심나서. 얘가 어디 가서 글 배워다가 쓴 책을 다른 출판사에 투고하면 어쩌나. 하고."

 "그래서 누구냐고? 이 글의 주인."

 "..연."

 "연?"

 "일 층, 편의점."

 "그 알바?!"

 "그래. 그 알바."

 

 연지는 기막혀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주가 이러는 게 단순히 글 때문은 아니라는 걸.

 하지만, 그 주인이 편의점 알바를 하는, 아주 어린, 그런 남자였다니.

 "그 알바 도대체 몇 살이니?"

 "그런 거 아니거든?"

 "그럼 뭔데?"

 "몰라. 나도."

 "..."

 "지금 당장 책 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글 쓰는 방법 좀 알려주고 싶은 애야. 굳이 따지자면 제자 정도."

 "제자, 제자? 너 그런 쪽으로 정리할수록 나중에 더 힘들어진다?"

 "이게, 진짜!"

 

 이주는 주먹을 꽉 쥐고 팔을 머리 위로 들었지만 결론적으로 연지를 때리지 않았다.

 연지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그래. 알았어. 그럼 그냥 키워보고 싶다는 거니까 나는 일단 빠질게?"

 "..."

 "어제 읽었던 그 글이, 한 권에 만 삼천 원 이상의 값어치가 될 때쯤 들고 와."

 "대신 작업실은 쉐어한다?"

 "장이주!"

 

 ***

 

 연지는 또 다시 하윤의 집 현관 앞에 섰다.

 그 당시에는 하윤에게 들었던 모든 것들이 충격이었지만, 지금은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하윤이는 아프다. 그러니, 무슨 말을 듣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심호흡을 마치고 현관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하윤아. 나야."

 "..."

 "얘기 좀 하자."

 "저번부터 자꾸 이제 와서 왜 이래? 우리 다 끝났잖아."

 "보고 싶어."

 "..."

 "너 보고 싶다고. 내가."

 "일방적으로 보기 싫으면 헤어지고, 보고 싶으면 찾아오고. 결혼하기 싫으면 도망가고, 그러다 결혼하고 싶으면 다시 나타나고."

 

 "..."

 "누나와의 모든 연애가 다 그랬어."

 "네가 다 받아줬지."

 "그래. 맞아."

 "근데, 이제는 좀 나누자. 나도 받아주고, 배려할게."

 "아니. 고쳐지지 않을 거야."

 "고칠게. 내가 잘 할게."

 "..."

 "나 아직 너 사랑하나봐."

 "나 여자 친구 있어."

 

 연지는 하윤이의 말이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하윤이가 느끼는 감정을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하윤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쯤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눈 먼 하윤이가 여자 친구라니, 그럴 리가 없다고.

 

 ***

 

 저녁 일곱 시, 이주가 편의점으로 향했다.

 이주는 어느 샌가 연의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뒤로 이제는 연에게 관심이 간다는 것을, 것도 아주 많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왔어요?"

 "네."

 

 웬일인지 연이 꽤나 다정한 말투로 이주를 맞이했다. 이상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제 나를 대표로 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옷 갈아입고 올게요."

 "네? 그럼 편의점은 누가 봐요?"

 "네?"

 

 그때 유정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저 왔어요. 퇴근 하세요."

 연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이주를 바라보았다.

 "아, 난 또. 다른 알바생 올 시간 돼서 갈아입고 온다는 거였구나. 다녀와요."

 이주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연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창고로 향했다.

 만약 연이 사랑에 익숙했다면, 여태껏 일어난 모든 우연이, 운명은 아닐까 의심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의 연에겐 아주 많은 불안감이 덮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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