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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언하모닉 베네딕투스
작가 : 대홍수
작품등록일 : 2019.9.22

제국의 멸망 이후 120년. 전란 속에서 사람들은 황제의 귀환을 꿈꾼다.

 
EP.1 일각수(3)
작성일 : 19-10-05 20:58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7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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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생물학자에게 사람 중 가장 특이한 존재를 꼽으라면 모두가 웅퉁몸을 고를 것이다. 그 바윗덩어리 신체는 어디에 분류해도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기괴한 존재니까.

 하지만 일반인에게 사람 중 가장 특이한 존재를 꼽으라면 노아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은 망설임 없이 박회를 고를 것이다. 최소한 웅퉁몸에게는 팔과 다리 2개씩에 손발가락이 달렸다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형태를 갖추고는 있으니까.

 

 아난데오의 집은 마을 밖에 있었고, 썩은 통나무를 대충 쌓아 만들었기에 모르는 사람에게는 산사태의 흔적 정도로만 보였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 안에서 움직이는 작은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집에서 나온 아난데오는 노아와 사말을 보고 더듬이를 흔들었다.

 

 "뭐야, 노아랑 사말? 이 대단한 인간들께서는 뭣 때문에 여기까지 오셨나.“

 

 무린은 먼저 돌아갔다. 무린은 파말에게 옷을 가져다주고 노아의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서라고 말했고, 노아와 사말은 박회가 무서워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묻지는 않았다.

 

 "네게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 아난데오."

 

 사말의 말에 아난데오가 앞다리로 자신의 등껍질을 긁적이다가 생각났다는 듯 자신이 나왔던 썩은 나무 속으로 들어가 버둥거리는 토끼 한 마리를 꺼내왔다.

 아난데오는 사말을 슬쩍 보고는 앞다리로 토끼의 목을 찔렀다. 듣기 힘든 토끼의 비명과 함께 피가 쏟아지자 아난데오는 그 살아있는 토끼 꼬치를 턱에 가져다 댔다.

 게걸스러운 소리와 함께 토끼의 살이 갈려나가고 사방에 피가 튀었다. 잠시 후 토끼의 발버둥이 멎자 아난데오는 마침내 토끼에게서 입을 떼고 말했다.

 

 “뭔데?”

 “일단 그거 치우고 말하면 안 될까? 징그럽네.”

 

 아난데오가 불쾌한 얼굴로 앞다리를 휘휘 저었다. 튕겨 나간 토끼는 피를 뿌리며 나무 저편으로 사라졌다.

 

 "물어본다는 사람 치고 꽤나 거만하네. 별로 중요치 않은 일인가 봐?"

 

 아난데오가 가운뎃다리로 팔짱을 끼고 앞다리로 나와 사말을 동시에 삿대질했다.

 눈치챘겠지만 아난데오는 몸길이 1미터짜리 바퀴벌레다.

 토끼의 피가 신 위에 떨어지자 노아의 기분이 확 더러워졌다. 노아는 땅에 발을 비벼 피를 닦았다.

 대놓고 불쾌하라고 보인 연출이지만, 노아는 화내지 않았다. 노아를 포함한 인간은 눈에 띄는 모기는 닥치는 대로 죽이려 들기 마련이고, 아난데오가 모기에게 느끼는 감정과 노아가 토끼에게 느끼는 감정이 다르지 않은 걸 아니까.

 기대와 달리 노아와 사말 둘 다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고 무덤덤하게 아난데오를 바라보자 아난데오가 더듬이를 부르르 떨었다.

 

 “좋아, 작명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궁금한 게 뭐야?”

 “미각충에 대해 알고 있어?”

 

 사말의 말에 아난데오가 턱을 크게 벌렸다. 충격적인 이름에 겁에 질린 것인가 싶을 무렵 아난데오가 힘겹게 턱을 열었다.

 

 “나를 모욕하려고 묻는 거냐, 아니면 진짜 벌레끼리는 다 서로 알 거라 생각하고 묻는 거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혹시 금돼지에 대해 알아? 같은 포유동물이니 서로 알 것 같은데. 아니, 혹시 모르니까 저쪽 산에서 가을 잠 중인 원용에게 물어보지 그래? ‘완용을 아나요? 같은 용이라 알 것 같은데.’ 그러고도 살아 돌아온다면 그 뭔 충(蟲) 이야기를 할까? 너무 대단한 인간이셔서 같은 사람이라도 벌레는 벌레 취급한다 이건가?”

 

 사말이 아난데오의 역린을 건드렸다. 아난데오가 네 다리를 치켜들고 발을 굴렀다. 가는 발끝으로 용케도 균형을 잡은 아난데오가 땅에 침을 뱉었다.

 노아는 속으로 30을 세고 말했다.

 

 “이제 진정했어?”

 “진정된 것처럼 보여?”

 

 노아는 속으로 30을 더 셌다.

 정확히 30을 세고 입을 열려는 순간 아난데오가 말을 가로챘다.

 

 “그런데 뭐라고 했지? 미각충? 그게 뭐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일각수의 기생충이다. 미각충을 모르면 일각수도 잘 몰랐겠군.”

 

 아난데오의 턱이 아까보다 더 벌어진 것이 몰랐던 것 같다. 노아는 아난데오에게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설명을 모두 들은 아난데오의 턱은 이제는 조금 특이하게 생긴 귀처럼 보일 정도로 크게 벌어졌다.

 

 “일각수가 기생충이라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그 벌레를 매달고 우리 마을에 들어온 인물이 있다는 게 문제지. 그리고 사말은 네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널 찾아온 거고. 헛고생 했군.”

 “그걸 알아봐야겠군.”

 

 아난데오가 땅에 엎어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뭐야, 끝인가?”

 

 인사도 없이 사라진 박회 하나에 노아와 사말은 함께 눈을 찌푸렸다. 그냥 돌아가는 게 나을까 생각할 무렵, 아난데오가 다시 튀어나왔다. 아난데오의 피 묻은 입가가 깨끗해져 있었다.

 

 “입 씻으려고 갔던 거야?”

 “너희들은 박회 입에 묻은 붉은 피에는 불쾌감을 느끼면서, 모기를 때려죽인 손을 닦지도 않은 채 우리에게 내미는 건 망설임이 없지. 잘난 인간들은 할 수 없는 배려라는 것도 있다.”

 

 배려를 위한 배려가 아닌 인간을 부끄럽게 하기 위한 배려였지만, 맞는 말이었기에 노아는 충분히 부끄러웠다.

 

 “뭐해? 앞장서. 헛고생인지 보러 가자.”

 

 *****

 

 사말의 집에서는 여태껏 없었던 기이한 모양새가 벌어지고 있었다. 작다는 말로도 충분치 않을 만큼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큰 사건에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걱정과 불안, 동정으로 포장한 잔혹한 심성을 가지고 사말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속옷 차림의 사말과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파말, 그리고 힌돌과 검돌 부부는 마당 안쪽으로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지만, 정작 가장 앞장서서 사람들을 통제해야 할 무린 촌장은 극심한 배탈을 호소하며 집으로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아마 배탈의 원인은 어제 먹은 조밥보다는 마루에 두 발로 서서 주위를 둘러보는 아난데오 때문인 것 같았다.

 아난데오가 픽 하고 웃었다.

 

 “조밥? 핑계 참 좁밥이네.”

 

 노아는 눈을 찌푸렸지만,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노아 역시 이 어지러운 상황에 촌장의 부재는 적잖이 짜증스러웠다.

 마침내 사말이 말했다.

 

 “좋아, 준비됐어. 문 열어라. 아린.”

 

 수많은 사람의 기대 속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린?”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불안에 찬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웅성거림의 중앙에 있는 사냥꾼 리운의 목소리만이 또렷하게 들렸다.

 

 “일각수가 노한 게야. 처녀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마을은 쑥대밭이 될 거야.”

 

 검돌이 리운을 노려보며 발을 위협적으로 구르자 리운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리운의 말의 여파는 다물어지지 않았다.

 노아는 원일의 어린 딸, 란이가 원일에게 처녀가 뭐냐고 묻는 내용과 처녀 대신 아빠의 처남을 대신 제물로 바쳐도 되냐는 물음을 들으며 웃고 싶은지, 울고 싶은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난데오가 사말을 슬쩍 바라보았고, 사말이 노아를 바라보았다. 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각충은 곤충에게는 기생하지 못한다.

 노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사말이 아난데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아난데오는 문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려다 아차 하는 얼굴로 마루에 현관으로 다가갔다.

 아난데오는 문을 열었다. 잠깐의 불안한 침묵 후에 아난데오가 날개를 활짝 펼쳤다. 위험을 느껴 깜짝 놀랐을 때 박회가 흔히 하는 행동이다.

 

 “의사! 여기 의사 없어!”

 

 아난데오가 몸을 돌리며 외쳤다. 아난데오의 다리 사이로 아린의 축 처진 팔이 보였다. 사말이 무심코 튀어나오려 하자 노아는 사말을 붙잡았다.

 

 “안돼. 이미 시작된 거야. 이제 하루 이틀이면 미각충이 정수리를 뚫고 나올 거야. 지금 무리해서 움직이면 당장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그러면 난 너도 태워 죽여야 해.”

 “그럼 어쩌라고. 이대로 죽게 둬?”

 

 사말이 노아의 손을 뿌리치고 외쳤다. 노아는 양팔을 뻗고 사말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어. 저 사람이 흑사병 환자면 그냥 쫓아냈을 거잖아. 낯선 죽음이라고 죽음이 아닐 거라는 기대하지 마. 죽게 두지 마. 너를!”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어어 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노아는 이 와중에 싸움 구경에 신바람이 났을 마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분개했다.

 그런데 사말의 표정이 이상했다. 분이 덜 삭은 사말은 노아의 어깨 뒤를 바라보았다. 사말의 얼굴에서 노아를 향한 화와 아린을 향한 걱정이 웅퉁몸 주먹에 맞은 쥐처럼 증발했다.

 사말의 동공이 커지자 노아의 등에 서늘한 불안감이 생겼다. 노아는 사말의 입술이 꿈틀거리기도 전에 몸을 돌렸다.

 

 아린이, 앳된 소년이 그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포악한 얼굴로 아난데오의 등을 덮치고 있었다.

 

 “아난데오, 뒤!”

 

 사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더듬이로 위험을 감지한 아난데오가 먼저 움직였다.

 여섯 다리로 달리는 박회는 단거리에서는 말보다 빠르다. 날개를 펴면 그보다도 빠르다. 하지만, 두 다리로 선 박회가 달리려고 한다면 세 걸음도 떼기 전에 다리가 부러지고 말 것이다.

 아린에게 등을 붙잡힌 아난데오가 바닥에 깔렸다. 아난데오의 앞다리가 부러지며 녹색 피가 사방에 튀겼다. 아난데오가 비명을 질렀다.

 아린이 아난데오의 부러진 앞다리를 비틀어 뜯어냈다.

 

 “살려줘! 노아, 사말!”

 

 아린이 미친 사람처럼 아난데오의 등을 찔렀다. 등껍질이 단단해 심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날개를 펼쳐서 아린을 떨쳐내려다가는 부드러운 속살을 다칠 염려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고, 제각기 도망치기 시작했다. 힌돌은 아린을 쫓아내려 다가가는 검돌을 끌어안고 눈을 가렸다. 리운이 아린에게 활을 겨누었지만, 떨리는 손으로 제대로 맞출 수 있어 보이지도 않았고, 리운 역시 아린과 아난데오를 구분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노아는 리운을 가리키며 힌돌의 이름을 외쳤다. 힌돌이 리운에게 가볍게 팔을 뻗었다. 힌돌의 주먹과 자신의 활에 양 따귀를 얻어맞은 리운이 기절하듯 쓰러졌다. 노아는 리운의 활을 빼앗아 아린을 겨누었다.

 

 “멈춰, 아린! 더 찌르면 죽이겠다!”

 

 아린의 팔이 멈췄다. 아난데오가 더듬이를 움츠리고 작게 흐느꼈다. 노아의 등에 소름이 쫙 돋았다. 아린이 노아를 보고 웃었다.

 

 “아, 몸이 좋네. 결대로 잘 찢어질 것 같아.”

 

 아린이 아난데오의 팔을 던졌다.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는 팔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노아는 아린에게 화살을 쐈다. 어디까지나 인격만 삐뚤어졌을 뿐인 그 몸뚱어리는 어깨에 박힌 화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더러운! 더러운 놈! 벌레 같은 놈! 찢어 죽일 놈!”

 

 아린이 악을 쓰며 아난데오를 버리고 노아에게 달려들었다. 아린은 어깨에 박힌 화살을 뽑아 휘둘렀고, 노아는 두 번째 화살을 쏴 아린의 허벅지를 맞췄다. 몸을 옆으로 피하자 아린은 맥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사말, 아난데오를 챙겨.”

 

 사말은 아린을 피해 빙 돌아 아난데오에게 다가갔다. 아린은 허벅지에 꽂힌 화살을 뽑았지만, 이번에는 적잖은 출혈에 고통스러운 듯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아난데오를 응급처치하던 사말이 말했다.

 

 “저럴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역시?”

 “응. 아마 일각수의 증상일 거야.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행동해 줬으면 기뻤을 텐데.”

 

 아린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노아를, 노아의 활을 노려보았다. 단순히 뇌 일부를 파내는 것만으로 이렇게 끔찍하게 변할 수 있는 걸까? 본성의 개념에 회의를 불어넣는 아린의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린이 이를 악물고 두 발로 섰다.

 

 “아파! 다리가 너무 아파!”

 “아프면 그냥 누워서 쉬는 게 좋을 텐데.”

 

 화살이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노아는 고민했다.

 

 ‘이번에 달려들면 결국 숨통을 끊어야 할까? 만약에 다리를 쐈는데 덤비면 어쩌지?’

 

 아린은 노아와 노아 뒤에 가려진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를 드러냈다.

 

 “조용히 집으로 들어가. 그러면 죽이지 않겠다.”

 “글쎄다. 그 약속 지킬 수 있겠어? 죽이지 않겠다는 말.”

 

 발뺌하려 했지만, 아린의 표정에는 지나치게 확신이 가득했다. 어떻게 눈치챈 것일까? 생각하던 노아는 촌장의 입이 그리 가볍지 않음을 떠올렸다.

 

 “조용히 집으로 들어가면 산채로 불에 타죽고, 여기서 덤비면 머리에 화살 맞고 깔끔하게 죽으니, 정말 바람직한 선택지 아닙니까.”

 

 아린이 몸을 숙였다. 노아는 허풍이 아님을 알았다. 타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친 일각수는 노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마쳤다. 노아는 아린의 머리를 겨눴다. 한 걸음만 움직여도 아린의 머리를 관통할 수 있도록 채비를 마치자 등의 소름이 잦아들었다.

 아린이 땅을 박찼고, 노아는 시위를 놓았다.

 아린은 몸을 돌렸고, 등에 화살이 박힌 채 절뚝거리며 도망쳤다. 노아는 활을 떨어뜨렸다. 응급처치를 끝낸 사말이 노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난데오는 괜찮아. 네 덕에 아무도 죽지 않았어.”

 “아무도 죽이지 못했어. 누군가는 죽었어야 했는데.”

 

 노아는 이를 갈았다. 화살이 부족했다. 멍청하게 아난데오 앞다리에 쫄아서 화살 하나를 낭비했다. 멍청해지고, 약해졌다. 노아는 목가적인 마을이 자신의 정신을 잠식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된 건가!”

 

 소란을 들은 무린 촌장이 울상이 되어 뛰어왔다. 아난데오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사태를 파악하려는 무린의 모습은 참으로 안쓰러웠다. 노아가 물었다.

 

 “우리 마을에 식량이 얼마나 남았죠?”

 “사냥을 나가지 않는다면 그래도 이레는 보낼 수 있지.”

 

 노아는 안도했다. 100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이라고 했지만, 사실 외부와 거의 완벽히 고립된 산골마을에 100명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숫자다. 웅퉁몸인 힌돌과 검돌이 산에 거대한 밭을 개간한 덕에 마을은 이 정도 숫자도 굶겨 죽이지 않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노아는 아린이 떨어뜨린 핏자국을 활로 가리켰다.

 

 “죽음이 머지않은 일각수를 놓쳤어요. 난폭한 쪽으로 이성이 잡혔으니 눈에 띄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죽이려 들 겁니다.”

 “그럼 큰일 난 것 아닌가. 어서 마을을 버리고 도망을......”

 “도망은 못 갑니다. 그게 더 위험해요.”

 

 노아는 무린의 말을 잘랐다. 상황이 노아의 과거를 일깨웠다.

 

 노아는 이름 없는 마을의 2등 바둑기사다. 탐 가문이 노리는 청부 대상이고, 거북곰 퇴치제를 복용한 유일한 인간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이전에 노아는 수비대원이었다. 수비대원은 지키기 위한 전쟁의 전문가다.

 그리고 지금, 마을을 지켜야 할 때가 왔다.

 

 “지금부터 마을을 폐쇄합니다. 다섯 가족당 한 집에서 모이고, 나머지 집에는 덫을 깝니다. 밖으로 나갈 때는 활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을 포함해 셋 이상이 함께 다니도록 하고, 활을 다루지 않는 사람은 낮에도 횃불을 들고 다니도록 해요. 그리고 일각수가 보이면 바로 활을 쏘고 태워버려야 합니다.”

 

 노아는 파말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을 대피시킨 파말은 아린이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고 있었다.

 

 “힌돌씨는 마을을 지켜주시고, 철없는 아이 중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나, 파말, 원일은 이제 일각수를 추격합니다.”

 

 원일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는 마을 사람들의 수를 세고, 다친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원일과 함께 덫을 깔고 마을을 나섰다.

 

 그 뒤에 벌어진 일은 참으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허무했다.

 

 "저게 뿔이 나면서 생기는 발작 아닐까?"

 

 침묵 속에서 원일이 겨눈 활을 내려놓고 말했다.

 

 "아닐걸. 증상이 똑같잖아. 그......"

 

 파말이 미안함에 노아를 곁눈질하며 말을 흐렸다. 노아는 젊은 얼굴로 되풀이되는 자신의 흑역사에 얼굴을 붉혔다.

 

 노아와 일행들은 밭 옆길에 뿌려둔 거북곰 퇴치제를 마시고 피똥을 쏟으며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아린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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