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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작가 : 시롱
작품등록일 : 2019.9.18

사랑받고 싶은 여자 이주가 어린아이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부모로 보이는 정신병이 발현된 남자 연을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벌어지는 외로운 로맨스릴러.

 
4화
작성일 : 19-10-05 18:08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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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세요?"

 "네?"

 늦은 밤 놀이터 안.

 앉아서 울고 있는 이주를 보는 연의 눈빛은 상당히 낯설었다. 어딘가 무서울 정도였다.

 "도대체 당신이 뭔데 나를 차에 태우려 하고, 내 이름을 그렇게 막 불러요?"

 "..."

 "나한테 왜 그래요? 왜 나랑 자꾸 엮이죠? 도대체 왜.."

 "지금 내게 다가온 건 연이씨잖아요."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왜요?"

 "..."

 

 연은 그렇다할 대꾸가 생각나지 않자 괜히 주먹만 꽉 쥘 뿐이었다.

 이주는 그런 연의 손을 내려다보고는 생각했다. 연은 자신의 생각보다, 아주 어릴 것이라고.

 "장이주입니다."

 연이 안 물어봤다는 표정을 하곤 이주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누구냐고 물었잖아요."

 "내가 물은 건, 이름이 아니라 계속해서 나와 엮이는 당신의 정체를 묻는 거였어요."

 "작가예요. 소설 작가. 지금은 뭐, 작은 출판사도 운영 중이고."

 "그런 게 아니라..!"

 이주는 재빨리 연의 말을 가로채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런 게 아니라, 왜 괜히 울고 있어서 다가오게 만들었냐고 묻는 거예요?"

 "..."

 "그날 당신을 태워주려 한건,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자를 돕는 그쪽이 힘들어 보였는데 마침 아는 얼굴이어서 그런 거고, 이름을 막 부른 건.."

 "..."

 "그건, 당신 이름이 연이니까요. 내가 그 이름을 알아버렸으니까."

 연은 이주와 대화를 나눌수록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진다는 것을 느끼곤 얼른 입을 닫았다. 사라지면 안 된다. 살인에 대한 갈망은, 계속 느껴야 한다.

 

 ***

 

 이주와 연지가 작업실에 모였을 때의 분위기는 아주 처참했다.

 그 누구도 먼저 정적을 깨려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이미 머릿속은 시끄럽다는 듯 멍 때리며 앉아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 연지가 화난 듯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손바닥으로 책상 위를 쾅 치자 이주가 깜짝 놀라며 연지를 바라보았다.

 "..뭐야?"

 "..."

 "너 뭔 일 있어?"

 "괘씸해."

 "누가?"

 "정하윤."

 

 이주는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은 문제라고 판단됐는지 커졌던 동공이 다시 제자리를 되찾았다.

 "결국 찾아갔구나. 그러지 말라니까."

 "근데, 얼굴도 못 보고 차였어."

 "얼굴을 못 보다니?"

 "처음에 인터폰으로 내 얼굴 봤으면서 모르는 척, '누구세요?' 하는 거 있지?"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까였다니까."

 "그러게 왜 찾아가? 내가 결혼할 거 아니면 찾아가지 말랬잖아."

 "결혼..하자고 했어. 심지어 내가."

 "뭐?"

 "근데, 싫대. 이제와서 왜 그러냐고 난리야."

 "..."

 

 더 이상 이어질 말이 없는지 다시 정적이 이어지자 이주는 방금까지 자신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무언가를 다시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 전남편 왜 그러냐?"

 연지가 맥 빠진 이주를 보며 쏘아붙였다.

 "내가 어제 일 얘기 했었나?"

 "딱 보면 모르겠어? 무슨 일이야?"

 "..."

 "이번엔 뭐냐고."

 "주영이. 유학 보낸대."

 "유학은 갑자기 왜?"

 "내가 아니."

 "하긴. 너한테는 늘 결정권이 없었지. 결혼해서도, 이혼하고 나서도."

 

 이주는 말없이 시선은 아래에 두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난 그래도 좋았어. 내가 결정해서 한 결혼이었고, 결정해서 낳은 아이였으니까. 그러니까 그 뒤에 오는 권력없는 생활같은 거 다 버틸 자신 있었다고."

 "..."

 "근데, 그렇다고 내가 결정해서 한 결혼의 배우자한테 결정해서 낳은 아이의 유학을 그렇게 통보식으로 들을 줄 알았나."

 연지는 문수가 반대하는 출산이었어도 이주 본인의 결정대로 아이를 낳을 수 있었을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이주는 할 말을 끊고는 옆 의자에 걸어둔 외투를 집었다.

 "어디 가?"

 "인쇄소. 샘플 나왔대."

 "갔다 와."

 

 ***

 

 연은 어젯밤의 계선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자신이 알던 계선은, 그렇게 서럽게 울던 여자가 아니라, 아주 잔인하고 악랄했다.

 그는 어지러운 정신을 바로잡으려 얼른 노트북을 열었다.

 

 '어떠한 이해'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을 열자 이미 15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의 글이 있었다.

 연은 언제가, 이 글을 세상에 공개한 뒤 죽음을 선택하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하며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연은 오늘 안에 완성시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정신없이 손님맞이와 글 쓰는 것을 반복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엔터를 탁 치고 입 꼬리가 올라가면, 타이밍 죽이게 알람이 울렸다.

 휴대폰을 보자 벌써 저녁 7시였다.

 

 아마도 연은, 7시부터 교대하는 아르바이트생을 알아보기 위해 알람을 맞췄으리라.

 그리고 계선이 들어오자 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셨어요?"

 "네. 고생했어요. 퇴근하세요."

 오늘 하루는 꽤나 완벽했다고 생각하며 기분 좋게 카운터를 나섰다.

 "아, 저기. 혹시 이 근처에 인쇄할 수 있는 곳이 있나요?"

 "인쇄? 어떤 거요?"

 "노트북에 쓴 글을 좀 인쇄하고 싶어서요."

 "아, 프린트요?"

 "네."

 "문구점가면 해줄 거예요."

 

 ***

 

 이주는 샘플로 나온 자신의 책을 보며 기분이 좀 나아진 듯 작은 미소를 짓곤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제목은 '어떠한 이해'였다.

 

 앞을 보자 닫히고 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보며 이주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뛰어들었다.

 "어, 어..!"

 원래 같으면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었을 테지만 오늘은 상황이 좀 달랐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연이 묵직한 종이다발을 들고 서있었다.

 

 이주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들자 속도 조절을 실패하며 연과 부딪혀 팡! 소리와 함께 연이 들고 있던 종이가 날리고, 문이 닫혔다.

 체감상으로는 꽤나 길었던 정적 끝에 이주가 입을 열었다.

 "..미안합니다."

 연은 몸을 바들바들 떨었지만 참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같이 주워주세요."

 

 이주와 연이 같이 쪼그려 앉아 글이 박힌 A4용지를 한 장씩 줍기 시작하는데, 어라? 이주가 주운 첫 페이지에는 크고 굵은 글씨로 '어떠한 이해'가 적혀 있었다.

 "..어떠한 이해?"

 연은 그런 이주의 혼잣말이 거슬렸는지 얼른 이주가 들고 있던 종이를 빼앗고 다음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웠다.

 "글 쓰세요?"

 "..."

 

 연은 어째서 요즘 보이는 계선은 자신에게 이렇게나 관심이 많은 걸까 혼자 생각하며 종이를 주웠다. 그러자 계선은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대꾸 없는 연에게 내밀었다.

 '어떠한 이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장 이주였다.

 연은 고개를 들어 이주를 빤히 보았다. 또 이 여자다. 더 이상 자신을 귀찮게 하는 것들에게 시간을 지체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주는 흥분됐다.

 자신이 관심 있게 보던 남자는 글을 쓰고 있었다.

 게다가 '어떠한 이해'라는 제목의 소설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글에 녹인 이해에 관한 고찰과 그가 적은 생각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작가 지망생이에요?"

 "..."

 "제목이 같네요."

 "..."

 "우리 출판사에 투고 한 번 해볼래요?"

 

 연은 꽤나 놀란 눈치였다.

 이전부터 연이 갖고 있던 계획은 자신의 책을 내고 잠드는 것. 곧 죽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빨리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자신이 죽이고 싶어 했던 사람이 연에게 '죽을'기회를 준다는 것이 심히 이상했다.

 그런 생각으로 이주를 빤히 보자 이주는 신나는 듯이 말을 이었다.

 "물론 글이 별로면 보류로 넘기겠지만, 현직 작가한테 피드백 받는 것 자체도 되게 어려운 거예요. 무슨 말인지 이해했죠?"

 "..네."

 "한 번, 읽어봐도 될까요?"

 

 ***

 

 이주가 웃는 얼굴로 종이다발을 손에 든 채 작업실로 들어왔을 땐, 이미 사람 없이 불이 꺼져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얼른 불을 켜곤 연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퇴근했는데?"

 "저녁에 약속 있어?"

 "잘 모르겠네. 있을 수도 있고. 왜?"

 "내가 좀 있다가 PDF 파일 하나 보낼 테니까 읽어 봐. 소설이야."

 "웬 소설?"

 "네가 작가 구하자며?"

 "천하의 장이주가 내 얘길 듣고 온몸으로 실천을 했다고?"

 "마음 변하기 전에 읽기나 해."

 

 ***

 

 연지는 메일을 보내놨다는 이주의 문자에 얼른 다운받아 열어보았다.

 정말로 156페이지 분량의 장편소설이었다. 처음엔 제목이 '어떠한 이해'인 것을 보고 이주 본인의 소설을 잘못 보낸 것일까 생각했지만 그 다음 페이지로 넘기자 완전히 새로운 내용으로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다.

 

 육교 다리 계단을 오르며 앞은 보지도 않고 태블릿PC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글도 안 써봤고, 책도 많이 읽어보지 못한 티가 났지만 내용은 꽤나 신선했고 또 재미도 있었다. 연지는 계단을 올라 다리를 건넜다. 앞에 사람이 오는지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소설에 관심이 갔다. 그렇게 중간지점을 넘어갈 때쯤 툭, 연지의 발에 무언가가 걸렸다.

 

 연지는 시선을 발에 두자 지팡이가 보였다.

 그리고 곧이어 연지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장님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얼른 몸을 비켜주며 앞을 보았다.

 연지는 눈을 깜빡일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본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연지와 부딪힌 그는 시선을 연지가 아닌 다른 곳에 두며 입을 열었다. 그리곤 곧이어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윤이었다.

 

 ***

 

 이주는 한 시간 동안 딴 PDF 파일을 연지에게 보낸 뒤 자신은 종이로 된 연의 소설을 한 장씩 넘기며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문장에 힘도 없고 구성도 어딘가 엉성했다.

 그러나 스토리만큼은 확실히 다음 장으로 얼른 넘기고 싶을 만큼 궁금하게 했다.

 거의 다 읽었을 때쯤 소재의 키워드를 뽑아 보자면, '아동학대', '살인', '가해자', '피해자' 이쯤이었다.

 

 연의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들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어 또 다시 피해자를 만들었다. 이주는 이 속에서 추구하는 어떠한 이해를 알지 못했다. 연이 말하고자 하는 이해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은 피해자이니, 가해자가 되는 것에 대해 이해를 바란 것일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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