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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자유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 : 애런
작품등록일 : 2019.9.28

자유로를 질주하는 네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이야기입니다. 어려운 과정을 뚫고 취업하지만 현실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매일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재단의 이사장이 실종되고 모두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재단내의 파벌 싸움이 격화됩니다. 그래서 네 젊은이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됩니다.

 
이. 봄이면 꽃은 피어난다 4. 팀장
작성일 : 19-10-05 08:27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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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봄이면 꽃은 피어난다

 

 4. 팀장

 

  밤늦은 시간 성훈은 컴퓨터 자판을 미친 듯이 두들기고 있었다.

  합격 전화를 받고 보니 지금 직장에서 하던 프로젝트들이 마음에 걸렸다. 팀원들에게 미안해서 먼저 말을 하지 못했다. 묵묵히 프로젝트들을 마무리 하였다. 조금 전 사직서를 작성해 팀장에게 내밀었다. 팀장이 사직서가 담긴 봉투를 열지도 않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뭐냐?”

  “열어보십시오.”

  봉투를 열어 사직서를 쓱 본 팀장은 사직서를 내려놓고 성훈을 노려보았다.

  “나가겠다고? 이 시국에?”

  “프로젝트는 거의 마무리 했습니다. 최종 보고서만 드리면 됩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게 다가 아니잖아. 올해 우리 실적 완수하려면 프로젝트를 열 개는 더해야 하는데 지금 빠지면 어쩌라는 거야. 미리 얘기를 좀 하던가.”

  팀장의 목소리가 커지자 각자의 모니터만 들여다보던 직원들이 일제히 앞쪽으로 머리를 들었다. 성훈은 미안해서 이야기하지 못한 자신이 후회되었다. 팀장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화가 날 법도 했다. 더 미안한 상황이 돼서 할 말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머리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팀장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그래, 어디로 가는 거야? 설마 경쟁 업체에 스카우트 돼서 가는 건 아니겠지? 성훈 씨 그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을 거야.”

  “사립 재단에 지원했습니다.”

  “응? 사립학교 재단? 그럼 거기서 사무직을 하는 거야?”

  “아니요. 고등학교에 발령 날 겁니다. 학생들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다고 말씀 드린 적 있잖아요. 그 자격증 활용해 보려고 합니다.”

  “아, 교사 자격증 있다고 했었지. 야, 근데 진짜 그 쪽으로 갈지는 몰랐네. 그럼 면접도 보고 합격한 거야?”

  “네, 사실 저번에 연가 썼을 때 면접 보고 왔습니다.”

  “그랬구나. 암튼 축하해야겠네. 유성훈 선생님. 잘 어울리네.”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성훈은 머쓱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친해진 동료들도 꽤 많았는데 막상 떠나려 하니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 자리에 와서 앉으니 근처에 있는 동료들이 몰려왔다. 일일이 인사를 하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 퇴근 시간도 다 되어서 짐 정리를 하였다. 그런데 팀장이 사내 메신저로 프로젝트 보고서를 다시 보내왔다. 수정할 점이 빼곡히 씌어있었다. 동료들이 모두 퇴근하고 밤늦은 시간이 될 때까지 성훈은 보고서 수정에 매달려 있었다. 팀장도 퇴근하지 않고 자리에 있었다. 불 꺼진 사무실에 둘만 남아 자판 소리만 가득했다. 성훈은 화가 나기도 했지만 자신이 하고 있던 프로젝트는 완벽하게 끝내고 싶었다. 마지막 수정을 끝내고 팀장에게 전자결재를 올렸다.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한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완벽해. 성훈씨 수고 많았어. 담당자가 아니면 수정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으니까 이해하고. 떠나는 날까지 야근이네.”

  그동안 팀의 핵심이었던 성훈은 팀장과 단 둘이 야근한 날이 많았다. 철두철미한 워커홀릭이었던 팀장과 인간적인 대화를 나눠 본적이 없었다. 오로지 성과에 매달려 일 년을 보내야 했다. 성훈은 차라리 그렇게 일에 몰두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자신의 삶이 없고 오로지 일만 하는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다. 여자 친구와도 거의 만날 수가 없으니 소원해졌다. 특별히 싸운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게 되었다. 팀장은 결혼도 하지 않고 일만 하는 사람으로 사내에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런 팀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동안 성훈 씨하고 술 한 잔 제대로 한 적이 없었네. 내가 너무 일만 시켰지?”

  사실 성훈은 일만 하는 팀장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실망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떠나는 순간인지라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는 팀장이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아닙니다. 전 재밌었어요. 그동안 저희가 했던 프로젝트들 다 성공했잖아요.”

  “그랬지. 사장님도 성훈 씨를 주목하고 있었는데 아쉬워하실 거야.”

  “사장님이 저를요? 그런 줄 알았으면 더 있을 걸 그랬네요. 진작 좀 말씀해 주시지.”

  “은근히 질투가 나더라고. 내가 가면 성훈 씨만 물어보고. 여자 사장님이라 외모만 본다고 생각했어.”

  “그럴 리가요. 실력을 보신 거겠죠.”

  둘은 평상시 잘 하지 않던 농담까지 하며 웃었다. 사실 성훈은 사표 집어 던지고 나갈 생각도 했었다. 영화에서처럼 사표를 던지고 박스 하나 들고 휙 돌아서서 나가면 직원들이 모두 박수치는 분위기를 상상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 현실에서는 그렇게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나저나 요즘 애들 상대하기 힘들 텐데. 내 사촌 여동생도 교사인데 요즘 들어 진짜 힘들어졌다고 하더라고. 명퇴 신청도 엄청 늘었고.”

  팀장이 진심으로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이야기하였다. 성훈도 막상 합격 소식을 듣고 사표를 썼지만 실제적으로 이제부터 하루 종일 학생들을 주로 상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막막했다. 문제 학생들을 상대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잘할 자신 있습니다. 저 성훈이잖아요.”

  성훈은 가슴을 치면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마음속의 불안감을 팀장에게까지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 그래야 성훈 씨지. 자신감 빼면 시체잖아.”

  “네. 가서 애들 확 휘어잡고 최고의 학교를 만들어야죠.”

  “그래, 말 안 들어도 애들 때리지는 말고. 요즘 교사가 체벌 했다가 신고 들어가서 한 번에 옷을 벗는 세상이 됐잖아. 이제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저도 애들 절대로 안 때릴 생각이에요. 말로 문제를 해결해야죠.”

  “오케이. 그럼 마지막 날인데 술 한 잔 하고 갈까?”

  “아닙니다. 시간도 많이 늦었고 집에 가야죠. 내일 출근하니까요.”

  성훈은 팀장이 진심으로 술을 먹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냥 집에 가는 편이 현명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은 마음도 가득했다.

  정중히 팀장의 제안을 거절한 성훈은 박스를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막상 짐을 챙기니 조금씩 집에 가져가서 지금은 거의 없었다. 일 년 동안 근무한 사무실의 불을 끄려고 하니 조금 울컥했다. 성훈은 그런 기분을 숨기고 팀장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성훈의 차 앞에서 팀장은 악수를 요청했다.

  “잘 지내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네, 팀장님도 잘 지내시구요. 꼭 찾아뵐게요.”

  의례적인 말이었지만 말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일반 회사의 마지막 날을 팀장과 같이 야근해서 좋았다. 다신 돌아올 수 없는 날이었다. 헤어지는데 조금 울컥하였다. 성훈은 박스를 든 채로 눈물을 주르르 흘렀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이제 드디어 이 곳을 나가는구나. 입사 초기 희망에 부풀었던 마음은 과중한 업무로 금방 무너졌다. 연봉은 높았지만 돈을 쓸 시간이 없었다. 휴가도 제대로 갈 수가 없었다. 적어도 교사는 자기를 계발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많다고 했다. 성훈은 자신의 차를 타고 자유로로 나왔다. 밤이 늦어서 차가 거의 없었다. 일산에서 서울로 매일 출퇴근하는 길은 최근 많이 막혔었는데 내일부터는 반대로 가는 거라 거의 막힘없이 뚫려 있을 거였다.

  “마순아, 내일부터는 뻥 뚫린 길을 달려보자. 석양을 보며 퇴근하고.”

  성훈은 혼잣말을 하며 즐거운 상상을 하였다.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한 마음도 존재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마티즈가 굉음을 내며 자유로를 내달렸다. 성훈의 기쁜 마음처럼 오늘따라 차도 잘 달려 주었다. 모든 것이 좋았다. 이제 행복한 인생의 시작이다. 성훈은 자신이 대견했다. 서른을 앞두고 새로운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지금의 순간들은 영원할 거라 생각했다.

 

 
작가의 말
 

 합격하고 직장을 퇴사하는 성훈. 그의 앞날에 밝은 빛만 가득하길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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