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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완벽한 군주는 없다
작가 : 투형
작품등록일 : 2019.9.11

게임 속 세계에 추락한 남매.
각자 다른 종족의 총사령관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들은 과연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나의 밤은 그대들의 낮보다 추악하다(4)
작성일 : 19-10-04 20:45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5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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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다마다요.”

 대가리를 빡세게 굴려라, 백한솔.

 어째서 네 종족이 힘을 합치지 않는가.

 그것을 왜 당연히 여기는가.

 모든 의심엔 이유가 있다. 반대로 이유 없이는 의심도 없다.

 생각해라.

 지금 시아라는 아크의 공세를 받아내기 위해 방패를 들었다. 그러나 가녀린 팔뚝으로는 제대로 막아내지 못해 이리저리 상처가 늘고, 늘어나는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늘어난다.

 당장에 과다출혈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 속에서 동맹을 마다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멸망과 비교될 만한 무언가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나?

 ‘어쩌면.’

 이미 동맹을 맺은 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동맹을 한 번 맺어보았기에 우리가 동맹을 맺을 수 없다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어제 있었던 게임이 떠올랐다.

 

 “나야말로 나한테 정공법을 쓴다는 게 좀 이해가 안 되는데. 차라리 니를 포섭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어?”

 

 어제 나는 나연이를 괴롭히기 위해 자림과 동맹을 맺었지만, 녀석은 대비책으로 근처의 니를 척살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자원을 흡수했다.

 그 이유가 단순히 플레이가 깔끔해서였던 점도 있겠지만 배신이 걱정되어 함부로 동맹을 맺지 않았던 점이 더 컸다.

 ‘그런가. 배신인가.’

 시아라는 벵갈, 자림 그리고 니와 동맹을 이미 맺은 적이 있었다. 네 종족은 서로의 장점으로 서로의 단점을 커버했을 테니 아무리 아크의 수가 많다고 해도 다 같이 들어 올린 방패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방패는 이미 누군가의 조작으로 인해 손잡이가 녹슬어버린 상태였다.

 “우리가 힘을 합칠 수 없는 것도... 배신 때문이지요.”

 아무리 튼튼한 방패여도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면 무용지물이요, 도리어 믿었던 만큼 배신감은 더 크게 다가오기에 방패에 대한 신뢰도는 한 없이 추락했을 것이다.

 “...”

 나는 잠시 숨을 죽여 저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 예측이 틀렸다면 누군가 부정하려 들 터. 나의 잘못된 지식을 누군가가 꾸짖을 것이다.

 허나 숨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저들의 침묵이 나의 가설을 입증해주는 꼴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 양 혓바닥을 놀렸다.

 “우리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뿐입니다. 이대로 홀로 아크와 붙다가 전장에서 죽느냐, 아니면 배신을 당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동맹을 맺던가. 둘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시아라들이여. 생각해봅시다. 과연 어떤 선택이 우리 시아라에게 있어서 가장 의미 있는 최후인지. 우리에겐 더 이상 늦출 시간조차 남지 않습니다.”

 대략적인 상황이 파악되자 나는 적극적으로 동맹을 지지했다. 지지해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을 안다. 하나 안다고 해서 포기한다면 시아라는 여기서 끝이다.

 묘수를 던져야한다.

 아크에게서 불어오는 창을 뒤엎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묘수가.

 과연 있을까?

 ‘최선책은 항복 선언이겠지.’

 진짜로 항복하게 되면 패배로 간주하여 최초의 딜레마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겠지만 항복하는 척만 하는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항복 선언을 하게 되면 합의를 봐야 하므로 이를 빌미로 나연이와 대면할 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리하면 전쟁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것은 일도 아니므로 우리가 원하는 만큼 시간을 버는 것이 가능했다.

 하나 항복 선언은 결코 쉬운 말이 아니었다.

 전쟁에서 크게 패배하고 있는 네 종족 중에서 가장 아크를 증오하는 종족이 바로 시아라였다.

 보다시피 시아라는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종족이다. 모든 종족에게서 사랑받는다는 설정을 모티브로 따왔기 때문에 미색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나 역시 거울에 비쳐진 지금의 내 모습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음욕이 솟지 않던가.

 그건 아크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크는 유일하게 노예제도가 존재하는 종족이었고, 그 노예는 아크로만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아크 사이에서 시아라는 최고급 노예에 속했고, 노예 사냥꾼에게 있어서 최고의 돈벌이였기에 시아라 사냥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아크가 한없이 유리한 상태였다. 항복하기 위해서는 아크에게 그에 상응하는 전리품을 바쳐야 하는데 아크는 그 전리품으로 필시 시아라들을 요구할 것이며, 그것은 시아라들에게 있어 최고의 굴욕이기에 시아라의 지도자인 나로서는 항복 선언은커녕 의견조차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러하면 차선책은 종족연합의 재결성이구나.’

 장로들은 우리가 동맹을 맺지 않을 거라 말한다. 예전에 당한 배신 때문에. 그 배신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야기였다.

 결국 내가 지휘하게 되면 배신마저 이용할 텐데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다만 내가 지휘하기까지 무수한 시간이 필요했다.

 난감할 따름이다.

 나는 엄연히 여왕이지만 그것은 정치적인 관점에서 볼 때 허울뿐인 직책이다. 내 안건을 성공시키려면 ‘염원의 장막’을 통해 다른 장로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거기서 나는 할애할 시간이 필요했으며, 그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다음으로 장로들을 설득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세 종족을 설득해야 한다. 배신이라면 그들도 알고 있으니 그 위험성을 고려해서 쉽게 동맹을 맺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서 나는 할애할 시간이 필요했으며, 그 시간은 없다고 보는 편이 나았다.

 마지막으로 모든 설득 끝에 연합을 세운다 하더라도 연합의 수장이 내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내가 맡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각 수장이 과연 그 뜻에 따를지도 의문일뿐더러, 그로 인해 분열의 씨앗을 낳을 가능성을 고려해 ‘시아라의 셀레네가 수장을 맡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설득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의지를 완벽하게 억눌러야 할 텐데. 거기서 나는 할애할 시간이 필요했으며, 그 시간은 아예 없다.

 시간 곱하기 시간 곱하기 시간.

 장로들을 설득하고 내가 연합의 수장으로 전쟁을 이끌기까지 그 시간의 간격이 무수하다. 최소한 2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위태위태한 와중에 2년은 너무 길다. 내 생각에 시아라는 최소 석 달 안에 멸망한다. 그렇다면 나는 21개월을 늘려야 되는데 늘릴 방법이 내 주변에 전혀 없었다.

 그래, 내 주변에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의지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구나.’

 현재 가장 어마어마한 전력을 가진 ‘그’ 아크의 연합군 총사령관이 바로 내 여동생이지 않은가.

 나연이라면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대체로 짐작할 것이고, 우리에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내가 일을 벌이기 전까지 총사령관의 지위를 이용해 아크를 방해해 내게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겠지.

 아마 1년은 벌지 않을까.

 그동안 나는 계획에 필요한 2년을 1년으로 단축하는 수밖에 없었다.

 ‘말은 쉽지.’

 유비가 제갈량을 초빙하기 위해 삼고초려 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한 일화다. 그 유비도 제갈량을 위해 세 번이나 움직였는데, 나는 어떠할까.

 잘게 찢어진 네 종족을 어떻게 하나로 이어붙일 수 있을까?

 이어 붙일 수 있다면 세 번씩이나 직접 찾아갈 시간은 될까?

 제대로 된 설득을 하려면 서면이 아니라 대면함으로써 사태의 심각성을 상기시켜야 하는데, 각 수장을 한 번씩만 만나려고 해도 일 년이 걸린다.

 두세 번씩 왔다 갔다 한다?

 불가능하지.

 우리의 시간은 매우 한정적이기에 첫 대면에서 상대를 단번에 설득해내지 않으면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나는 함부로 대답할 수 없었다.

 단지 살고자 발버둥 칠뿐이었다.

 “...결국 이번 회의에도 마땅한 해결책은 없나 보군요. 좋습니다. 어차피 저희에게 남은 길이 멸망의 길이라 하더라도 달께서 우릴 인도할지니, 우리는 그저 따를 뿐입니다.”

 누군가가 불꽃에 손을 집어넣자 차가운 냉기를 내뿜더니 불꽃이 아예 사그라져 버렸다. 불을 끈 장본인은 데스벨이었다.

 “오늘 정기회의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만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데스벨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장로는 내게 작별 인사를 고하고 신전을 떠났다.

 나는 여전히 신전에 남아있었다. 이유는 별다르지 않다. 내가 거주하는 곳이 곧 신전이기 때문이었다. 시아라에게 있어 셀레네는 신이나 다름없으므로.

 여왕이자 여신. 그리고 지도자.

 맡은 역할은 무수하지만 정작 셀레네가 해낼 수 있는 역할엔 한계가 있었다.

 여왕으로서의 셀레네에게는 육장로의 존재가 너무 버거웠다. 뭐라도 의례를 통과시키려고 하면 아까처럼 염원의 장막을 통해 비밀투표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들은 하나의 단체로서 확고한 의지가 있으니 아무리 셀레네의 말이 절대적이라도 해도 그들의 입지를 무시할 수 없었다.

 신으로서의 셀레네로 행하기엔 그에 따른 규율이 내 자유를 억압하고 있었다. 셀레네는 신성한 존재이며 시아라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니 신전 밖으로는 절대로 나갈 수 없는 지랄 맞은 규칙이 있었다.

 게다가 시아라 중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선 사전에 장로 중 한 명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며, 일과시간에는 항상 왕좌에 앉아 아무 의미 없이 시간을 죽치고 있어야만 했다. 신이라는 작자가 신도에게 일일이 허락받는다니. 그건 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도자.

 이건 지도자가 아니었다.

 지도자라 함은 자신이 이끄는 무리에게 위엄을 안겨줘야 하는데 정작 지도자로서의 셀레네는 그저 허울 좋은 병풍에 불과했다. 모두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복종하지만 동시에 장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복종한다.

 지도자의 권위를 오롯이 셀레네가 쥐지 않고 육장로와 공평하게 나누어진 형태.

 덕분에 내가 쥐고 있는 건 일곱 조각 중에서 단 한 조각뿐이지 않은가.

 그러니 사단이 이 꼴로 났지.

 나는 통탄하였고, 동시에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런 모습을 보고 데스벨이 내게 말을 걸었다.

 “최근 들어 한숨이 잦으신 것 같습니다, 셀레네시여.”

 “...과인도 평범한 시아라다. 가끔 한숨을 푹 쉴 때도 있는 법이니라.”

 “스스로를 격하하지 마시옵소서. 셀레네께서는 시아라의 여왕이니 여왕의 한숨은 저 멀리 퍼져 백성들에게까지 닿게 될 겁니다. 이에 민감한 백성들은 여왕의 기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껴 절로 불안감에 차오를 텐데 한숨 한 번으로 민심이 기우는 격입니다.

 하여 어렸을 적부터 선생이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일과시간에는 절대 한숨을 내뱉지 말라고.”

 이제는, 한숨을 쉴 권리마저 앗아가는구나.

 내게 있어 자유는 모두가 눈을 뜬 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잠든 낮에 있구나.

 그런 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구에서 나의 밤은 온전히 나의 것이었는데, 시아라가 되고 나서 나의 밤은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

 더럽혀졌구나.

 나의 밤은 그대들의 낮보다 추악하구나.

 그럼 나는 어찌하면 좋을까. 낮으로 도망칠까? 영영 낮과 함께 살아 시아라의 무리에서 벗어날까?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나 홀로 살아남아 아무도 모르게 숨만 쉬며 살아가는 인생이 어쩌면 나을지도 모른다.

 내가 셀레네이기 전에, 백한솔이 아니었다면.

 응당 그리했을 것이다.

 “과인이 묻노라. 셀레네란 무엇인가?”

 “...이번엔 쇤네입니까.”

 오늘 이른 노을부터 줄곧 시아라들을 불러다 대화를 나눴다. 굳이 포장하자면 격식을 갖춘 토론이었고, 사실 잡담이었다. 그런 잡담 속에서 내가 똑바로 노려본 것은 셀레네로서의 나 자신이었다.

 가지지 않은 것을 두고 버리겠다는 소리를 할 수 없으니.

 이제야 나는 내가 셀레네임을 받아들였기에, 셀레네의 존재를 부정할 권리 역시 손에 넣은 것이다.

 “그리 질색하지 말라. 어차피 그대도 내 곁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느냐.”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가 쉬고 있다고 생각하시진 마시옵소서. 쇤네는 언제 어디서나 셀레네를 보필하기 위해서 바로 옆에 있을 뿐, 그것은 오히려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옵니다.”

 “그럼 과인을 좀 도와봐라. 셀레네란 결국 무엇인가?”

 나는 묘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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