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려고?"

　설마 라는 듯 물었다.

　"깨끗이 쓸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내가 반대로 물었다. 먼지를 열심히 털어내고 입에 넣었다. 역시 흙이 살짝 씹히네. 그 모습을 보고 교관은 말했지.

　"자네 돈 없나?"

　200전이 있지만 1즈믄 170전을 모아야하니 함부로 쓸 수가 없다. 내가 돈을 쓰는 만큼 더 모아야 란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입은 치즈를 먹고 있었으니까. 교관은 생각에 잠기더니 나에게 다가와서 내게 뜻밖에 말을 했다.

　"그걸 네게 주마 나머지 대금은 외상으로 둬."

　내가 튀면 어쩌려고? 그런 나의 의문을 아는 듯 금방 답했다.

　"만약 네가 돈을 모두 갚는다면 내가 '배부른 전투'를 주지."

　나는 고개는 물론 허리를 숙여 고마움을 표현했다.

　"감사합니다."

　｢계약을 맺었습니다. 당신이 돈을 모두 갚는다면 '배부른 전투'를 익힐 수 있습니다. 만약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패널티없이 외상값에 따라 범죄자가 됩니다.｣

　｢이 계약은 최초의 계약입니다. 그러나 계약을 완료하지 않으면 경험치를 얻을 수 없습니다. 계약이란 지켜졌을 때 비로소 의미 있기 때문입니다.｣

　배부른 전투란 전사 계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스킬명이다. 마법사의 서클과 쌍벽을 이룬다고 해야 하나. 왜냐하면 포만도가 80%이상일 때 최대 생명력 2배, 전투상태라면 포만도가 30%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유지된다.

　이곳은 격렬한 전투나 몇 일간 식사가 힘든 경우가 있어서 포만도가 느리게 줄어든다. 포만감도 느낄 수 있고 배고프면 신경 쓰여서 전투력도 떨어진다. 아사 그 자체는 없지만 한 달넘게 식사를 안 한다면 정말 배고파서, 정신이 없어서 전투가 불가능하다.

　능력치도 바닥을 기겠지, 그렇게 음식이 최우선은 아니지만 이 스킬 때문에 전사계열은 가방에 항상 음식이 들어있다.

　가격이 1즈믄이나 해서 전사가 되자마자 익힐 수는 없다. 만약 스킬북 3개대신 이 하나만 선택한다면 모를까. 이거 최초로 익힌다면 경험치 1000은 줄 것 같은데.

　내가 돈을 버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더 빠를 수도 있지만 노력해볼만하지.

　내가 돌아 왔다.

　토끼에게 다가가 앞으로 숙이고 오른발을 내밀며 아래로 휘둘렀다. 토끼의 목을 노렸으나 몸통에 명중.

　｢토끼에게 일격을 가했습니다. 피해3 전투에 들어갑니다. 로그아웃불가｣

　오오미. 드디어 때렸다. 몸을 뒤로 빼면서 쓰러지지 않게 오른발을 뒤로 물리며 무게중심을 잡는다. 그 사이 토끼가 달려들었기에 재빨리 휘둘렀다.

　｢카운터!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17피해.｣

　작대기가 허공을 가르며 반대방향으로 날아간다.

　｢손에 무리가 왔습니다. 생명력 3감소｣

　무기는 놓쳤지만 상관없지. 토끼의 밑으로 발을 집어넣고 족구를 할 때 느낌으로 띄웠다. 무거워서 내 가슴 높이 정도지만 충분하다.

　"뒤지거라."

　배구의 스파이크로 내리 꽂았다.

　｢손목에 무리가 왔습니다. 생명력14감소. 주의 생명력이 낮을시 부상을 다할 수 있습니다.]

　토끼는 일어나지 않았다.｣

　｢최초로 동물을 맨손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800-초반의 도구사용 페널티 200 총 600획득. 경험치 650/700｣

　맨손으로 라고? 나는 분명 무기를 사용......

　what the fack

　나는 진짜 뭐 같은 짓을 했다. 나는 무려 무기를 장착하지 않고 휘두르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그래서 도구 취급을 받았다. 장착해야지.

　｢이름:바람 나무 작대기

　능력:공격력2.000~8.000

　녹색속성 1단계 속성령100

　깃털 같은 가벼움

　설명: 현재 능력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이거 속성무기였나. 어쩐지 과장보태서 연필만큼 가볍더라. 2즈믄이면 나름 적당한 가격이다. 레벨월드엔 강화가 없지만 속성석은 있다.

　모든 장비에 속성석을 박을수 있는데 다름 게임처럼 속성공격력이 추가되는 방식은 아니다.

　속성석 1단계를 박으면 속성력이 100생기고 능력이 생긴다.

　2단계는 현재 속성력이 200상승하며 최대 속성력이800이 된다.

　3단계는 300상승하며 2단계의 2.5배인 무려 2000이 된다.

　속성 장비는 3타잎으로 나뉜다.

　장비자체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혼합형은 속성공격을 할 수 있다든가 이 무기처럼 다른 방식으로 강화시켜준다.

　스킬형은 속성력을 소모해 속성스킬을 쓸 수 있게 해준다.

　전투스킬이나 아니면 버프스킬로 설정에 따라 두분류로 나뉜다.

　이유인즉 혼합형은 패시브여서 속성력을 쓰지 않는다면 전투스킬은 스킬에 따라 속성력을 소모하며 버프스킬은 지속시간에 따라 소모된다.

　버프스킬을 걸고 전투스킬을 쓰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속성력은 특유의 속성필드나 속성이 담긴 것으로만 충전이 가능해서 가난하거나 귀찮은걸 싫어하는 사람은 혼합형도 나쁘지 않다.

　녹색은 독과 바람과 나무속성을 모두 갖고 있어서 어딜 가도 거의 충전이 가능하다. 벌써부터 손에 넣은 것은 행운이다.

　물론 황색은 땅이있고 빛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회복되니 지존이라 불리지만 목속성으로 회복을 쓸 수 있기에 최고로 친다.

　물론 나야 녹색이 아니라 황색이든 흑색이든 적색이든 청색이든 좋다. 황색으로 '빛나는'혼합형은 그냥 간지용이니 애매하지만 쓰기 나름이니.

　다시 다른 토끼를 발견하고 휘둘렀다. 이번엔 장착도 했다. 그냥 들고 다니면 착용무기로 취급하지 않아 죽으면 그대로 잃는다. 혹은 무기를 놓쳐도 장착했으면 3초가량은 능력치가 적용된다.

　덤으로 이 경우 상관없지만 그냥 철검에 경우 장착을 안 하면 거의 똑같은 철검의 위력만 발휘한다. 잠시 정신을 팔았더니 토끼가 내 작대기를 피하고 오히려 물었다.

　토끼가 꽉 물고 있어서 안 빠진다. 그래서 양손으로 작대기를 들어 토끼를 올린 뒤 그대로 패대기쳤다.

　｢토끼에게 일격을 가했습니다. 피해3 전투에 들어갑니다. 로그아웃불가｣

　그리고 다시 공중으로 들어서. 허잇짜, 허잇짜, 쿵덕 쿵덕, 에헤라 디야. 드디어 토끼가 내 막대를 놓았다. 그리고 나는 짧은 거리를 단숨에 대쉬하여 축구공으로 슛을 넣듯이 찼다.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갔습니다. 생명력7감소｣

　｢토끼를 누구도 하지 않은 특이한 방식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경험치 140획득. 레벨8 90/800｣

　후후후. 나는 또다시 토끼에게 접근해서 작대기를 내밀었다. 찌르듯 내밀자 1의 대미지도 줄 수 없었지만 전투는 시작되었다. 토끼가 작대기를 물자 그대로 뛰었다. 그리고 밟았다. 작대기를 수직으로 놓아 토끼를 놓치지 않게 하고 열심히 밟았다.

　｢토끼를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경험치 100획득. 190/800｣

　｢잔인함 스탯이 생겼습니다.｣

　｢최초로 잔인함 스탯을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이 잔인함의 선두주자입니다. 특수상황 경험치 획득보류.｣

　잔인함이라고? 뭐더라 이게. 확인해보면 되겠지.

　｢이름:잔인함

　잔인한 행동을 하였을 때 생기는 스탯.

　이 스탯이 허용하는 범위이상으로 잔인한 행동을 하면 악성향이 증가한다.

　이 스탯은 악행을 듣거나 악성향이 상승할 때마다 자동으로 상승한다.｣

　아 일종의 제어장치구나 악성향이 생기면 곤란하니까 자제해야하나. 악성향이냐 쉬운 사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번엔 평범하게 무기를 휘둘러 잡았다. 그리고 경험치를 1도 얻을 수 없었다. 그야 레벨이 난 8이고 토끼는 3이니까.

　열심히 더 사냥하고 토끼를 10마리 잡았을 때 경험치 10을 획득하였다. 만약 나보다 레벨이 높으면 20마리를 잡을 때 또다시 경험치 10을 얻겠지만 토끼는 100마리를 잡아야 얻는다. 그다음에는 1000마리.

　그럼에도 나는 열심히 토끼를 잡는다. 왜냐 나에게는 빚이 있다. 정줄을 놓고 열심히 모으다 보니 토끼고기 7개와 가죽 3개 그리고 토끼 간 1개와 토끼발1개. 그리고 아이템을 처음으로 주운 경험치도 얻어서 지금 경험치가 303이다.

　해가 지고 있어서 나는 마을로 돌아갔다. 이제 저녁이 되면 여우가 나온다. 레벨이 7인데 생명력만 찍은 나로선 무리다.

　덤으로 경험치도 안준다. 뭐 처음 잡아서 10은 얻을 테고 10마리를 잡아서 10얻으면 20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다.

　그렇게 애매해서 나는 마을로 가는 거지, 여우가 무서워서 가는 건 아니다. 마을에 가서 나는 상점을 찾았다.

　｢처음으로 거래를 하였습니다. 경험치 100획득+첫수입100 경험치503/800｣

　｢거래 스킬을 익히시겠습니까? 스킬 포인트 1소모.｣

　오 내가 얻은 돈은 한꺼번에 팔았기에 100전이다. 토끼발은 행운을 증가시켜주지만 나야 스탯이 없고 어차피 1증가라 파는 게 더 이익이다.

　거래스킬은 상인계열이 될 생각이 없는 나는 당연히 거절했다. 그리고 나는 촌장을 찾았다. 촌장에게 부탁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일거리를 달라고?"

　"네"

　"그리고 수당을 달란말인가"

　"그렇습니다"

　"우리 마을에 딱히 크게 부탁할건 없네"

　퀘스트의 기미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레벨월드는 퀘스트는 등록된 것이 전부가 아니라 퀘스트를 만들 수도 있다.

　"마을을 청소 하겠습니다."

　라는 한마디부터 시작하여 내가 지금 빚을 졌고 외상을 갚아야한다고 했다. 내가 교관에게 갚아야 할것을 말하자 촌장은 표정이 너그러워 졌다.

　"좋네, 자네가 마을을 깨끗이 닦는다면 200전을 주지."

　뭣이라? 그게 정말입니까? 그런 눈빛을 꺼내자 촌장은 다시 말했다.

　"아 물론 돈으로 주는 게 아니라 내가 교관에게 말해서 그만큼 깎아주지 교관의 월급은 마을에서 나오니 주민들도 인정해주겠지."

　그럼 그렇지. 괜히 그렇게 주겠어. 나는 빗자루를 챙겨들고 마을 청소를 시작했다. 해가 지고 있기에 서둘어야 했다.

　쓱쓱, 싹싹.

　“......”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건가. 해지면 쓸기도 더 힘들어진다. 서둘렀으나 해가 지고 난 뒤에 나는 비로소 청소를 끝냈다.

　｢최초로 마을 하나를 청소하였습니다. 경험치 300획득 레벨9 경험치3/900｣

　｢청소스킬을 습득 하겠습니까? 현재 스킬을 만들면 숙련도를 받습니다.｣

　｢당신이 만약 청소부나 집사등으로 전직시 추가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좋아, 앞으로 700전이다. 나는 밤이 되었기에 사냥을 하러가기 미묘했다. '빛나는'이라도 붙어있다면 시야확보라도 되겠지만, 밤에 싸우는건 무리 무리

　보통 유저라면 이럴 때 로그아웃을 한다. 아니, 내가 눈을 뜬 시간은 정오. 해가 진 지금 학생들은 벌써 학교에 갔을 것이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고. 그러나 나는 한국의 수많은 게임페인처럼 로그아웃은 불가능하며 게임을 계속해야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그렇다. 나는 여관으로 향해서 주인께 부탁했다.

　"청소시켜달라고?"

　"네 보수는 적어도 됩니다."

　"그러면 내가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할 테니 일단 이 여관식탁과 방을 닦아줄래?"

　"아뇨 이 여관 안을 전부 닦을테니 보수도 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그러면 내가 30전을 줄게 어때 하겠나?"

　"네, 걸레는 어디 있죠?"

　그리고 다시 시작된 나의 걸레질은 하늘이 보라색에서 파란색이 되고 남색이 되고 검은 색이 되고 다시 하늘색으로 변 할 때까지 이어졌다.

　｢여관 하나를 통째로 청소하였습니다. 경험치 30획득 33/900｣

　마을보다 여관은 경험치량이 적고 스킬물음도 안 나오네. 큰 경험을 먼저 할수록 경험치량은 많이 얻지만 반대로 그다음부터는 경험치가 적은 편이다.

　여관 주인은 나에게 차 한 잔을 건네며 잠시 쉬었다 가라고 했다.

　｢처음으로 차를 접했습니다. 이차의 효능은 모릅니다. 경험치100획득. 133/900｣

　차를 모두 마시고 나는 수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더 수련장을 청소했다. 20전을 받았다. 필드로 나갈까 했지만 경험치도 주지 않았기에 각 집들을 방문했다. 그리고 주어지는 심부름.

　｢처음으로 빨래를 하였습니다. 경험치 100획득. 233/900｣

　｢빨래스킬을 익히시겠습니까? 스킬 포인트1소모｣

　｢처음으로 장작패기를 완료하였습니다. 경험치 100획득. 333/900｣

　｢장작패기스킬을 익히시겠습니까? 스킬 포인트 1소모｣

　｢처음으로 우물에서 물을 길러봤습니다. 경험치 24획득. 357/900｣

　｢처음으로 아기를 업어봤습니다. 경험치 60획득. 417/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