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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월계수의 기억
작가 : 나호
작품등록일 : 2019.9.23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정통 판타지.

 
6화 잃어버리다(6)
작성일 : 19-10-04 10:15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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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당한 일이군요."

 

 시자크는 에르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젠을 포함한 하인들과 시자크는 숲에 난 불을 보고 바로 끄기 시작했다. 사람 하나하나가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들고 온 양동이를 제외하고도 물은 한참이나 부족했다. 근처에 있는 그랜들리만 호수에 몇 번 왔다갔다 해서야 겨우 끌 수 있었다. 다행히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화재의 원인이 되는 것이었다. 에녹스도 설명하면서 속으로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몇 번씩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그 일을 직접 겪었고 해결했다. 옆에 있던 엘이 증인이 되어주어서 그들은 에녹스의 말을 믿을 수 있었다. 황당한 눈빛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진지하고 매서운 눈빛을 하고 있는 시자크는 아마 에녹스의 말을 믿어주었을 것이다. 아니면 아직도 검은 망토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나.

 

 에르젠이 시자크의 눈빛을 살피더니 에녹스와 나머지 하인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밤이 깊었군요."

 "그렇네요. 일단 들어가죠."

 "도련님, 전 주인님과 할 얘기가 있어 좀 나중에 들어가겠습니다."

 

 에녹스는 시자크를 돌아보았다. 턱을 쓰다듬으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그의 모습에 에녹스는 말을 걸 수 없었다. 그는 에르젠에게 빨리 들어와야 한다고 당부한 뒤 하인들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갔다.

 

 에녹스가 보이지 않자 에르젠이 시자크에게로 몸을 돌렸다. 시자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에르젠. 어떻게 생각하나."

 "흔치 않은 일이지요. 슈뮤즈라니. 더군다나 죽은 후에 흔적이 없다면 마법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이 아닙니까. 슈뮤즈를 만들어낼 정도의 압도적인 마나를 가진 마법사라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없지요. 엘디브 국왕 폐하께서도 슈뮤즈를 만들어낼 정도의 마나를 가지지는 않으실 겁니다."

 

 마나는 사람의 체내에 있는 근본적인 힘을 말한다. 그것을 쓰는 것을 마법이라 하며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자를 마법사라 부른다. 하지만 인간에게만 마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나는 본래 신들의 힘이고, 그들이 만들어낸 이 대륙의 모든 것들은 모두 마나를 지니고있다. 대지도, 바다도, 이 대륙 자체도.

 

 슈뮤즈는 그런 마나로 이루어진 생명체였다. 모든 생명체는 마나로 이루어져있지만 슈뮤즈는 조금 달랐다. 다른 것들이 마나를 포함한 다른 물질들로 이루어졌다면 슈뮤즈는 오직 마나로만 이루어져있다. 때문에 마나의 순도가 굉장히 높고 굉장히 많은 양의 마나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슈뮤즈는 보통 마나가 풍부한 곳에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그런 순도가 높은 마나를 직접 사용해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옛 시대의 마법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지금 이 시대, 배운 자들만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에 그런 수준의 마나를 지닌 마법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지금 시대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마법사와 사제 정도밖에 없었다. 옛 시대에는 누구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슈뮤즈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내는 방법은 간단하고도 어려웠다. 그 슈뮤즈를 없애고 나오는 것을 확인해보면 된다. 없애고 나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이고, 흔적이 남으면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다.

 

 에르젠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주위에서는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필시, 슈뮤즈를 만든 사람의 마법은 보통의 것이 아님에는 분명합니다."

 

 시자크는 생각에 잠긴 태도였다. 마치 세상과의 연을 끊은 현자의 모습과도 같았다. 에르젠은 개의치 않고 그의 주인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이런 상황에 많이 놓여본 듯한 침착한 태도였다.

 

 이윽고 시자크는 생각을 마쳤다.

 

 "에르젠. 아침에 영지를 방문한 자를 기억하나? 내 말은, 그가 누구인지를 말이다."

 "물론이지요. 주인님께서 왕실의 직속 기사단인 하이렐리안에 지내셨을 때 함께 지냈던 후배기사이지 않습니까. 이름은... 켈른이라고 했던가요."

 "그래. 켈른 피아델리아. 그런데 그 녀석, 전과 달라져있었어. 성격도 음험하게 바뀌었고 기분 나쁜 느낌이 풀풀 풍겼지."

 "그건 저도 눈치챘습니다. 예전과 달라져버렸지요."

 "그랬겠지. 그리고..."

 

 시자크가 뜸을 들이자 에르젠이 대신 말을 마쳤다.

 

 "불꽃에도 그 자와 비슷한 느낌이 났지요."

 "..."

 

 둘 사이에 잠시 정적이 일었다. 켈른이 악해졌다는 것은 알았어도 그 이유가 뭔지, 또 그 불꽃과 무슨 연관이 있었는지는 둘 다 알 영문이 없었다.

 

 켈른은 약 십구 년 전에 시자크가 왕실의 하이렐리안 기사단에 지냈을 때 알던 후배였다. 그때는 선배인 그를 잘 따르고 친하게 지냈었는데 지금은 어째서 그렇게 변하였을까. 그가 자신을 원망한다는 것은 이해했다. 한참 전성기였을 그의 오른팔이 잘린 것은 자신의 자만때문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악하고 기분 나쁜 기운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이렐리안 기사단에 편지를 보내볼까요?"

 

 에르젠이 말했다.

 

 "아니. 국왕이 바뀐 시점에서 그들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어. 현재의 왕은 말 그대로 폭군이지. 그 성향에 영향을 받았을 왕실 기사단이 이 문제를 현명하게 판단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군."

 

 시자크가 단호하게 말했다. 현재 그들과는 인연을 거의 끊은 상태였다. 일 년전만 했어도 가끔씩 편지는 주고 받았는데도 말이다. 그래, 모든 것은 왕이 바뀐 탓이지.

 

 "에르젠, 부탁이 하나 있다."

 

 시자크가 보통 귀족들은 하지 않는 정중한 말투를 사용했다.

 

 "명령하십시오."

 "북동쪽의 에그누스 독립지역에 있는 소피뉴아 기사단에 가서 내 전언을 전해다오."

 

 에르젠이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국왕 폐하께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으며 왕실 기사단과 거의 동등한 위치에 있는 기사단... 그들에게 말입니까?"

 

 소피뉴아 기사단은 왕실에 직접 간섭을 받지 않았다. 에그누스 독립지역은 그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 그대로 독립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특징때문에 그곳을 '기사들의 나라'라고 부르기도 했다.

 

 시자크가 말했다.

 

 "자네도 알지 않나? 그곳의 기사단장말이네."

 "아, 분명히... 넴피니스였지요. 그러고보니 청년 시절의 주인님과 친우셨지 않습니까."

 "그렇지. 오랫동안 연락은 하지 않았지만... 이제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군."

 "전하실 말씀은 무엇이지요?"

 

 시자크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내 아들 에녹스 프라이넨스가 그쪽으로 갈테니 기사단의 입단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전해라."

 "도련님을요? 하지만 그쪽에서 거절하면 어쩌지요? 물론 두 분이 친우셨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거의 이십 년도 더 된 일이 아닙니까. 과연 그 분께서 부탁을 들어주실까요."

 

 시자크가 살짝 미소지었다.

 

 "그는 반드시 부탁을 들어줄 것이다. 그런 녀석이니까."

 

 그리고 그는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에르젠. 영지에 돌아오지 마라."

 

 에르젠은 고개를 들어올려 에르젠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에 엷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서글프고도 쓸쓸한 미소였다. 방금 나온 그의 부탁은 마지막이 될 것이며 가장 중요한 부탁이 될 것이다.

 에르젠은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

 

 새벽의 여명이 날아들어왔지만 저택의 이층 부근의 한 방에는 아직 불빛이 꺼지지 않았었다. 어둠속에서 환하게 빛이 나는 방안에는 시자크가 있었다. 그는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불안했다. 십구 년 전에 실종된 켈른이 찾아온 것이나 아까의 슈뮤즈가 에녹스를 공격한 것이나. 혹시 그의 지난 과오때문에 켈른이 복수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에녹스를 데려가겠다는 것일까?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은 없었다. 그 무엇도 아니라면 혹시 이 죽음의 신이 다스리는 10월때문인 것일까? 속박과 죽음의 신인 슈란이 지배하는 10월달에는 아무 이유없이 사람이 죽는다고들 한다. 무언가 말도 안되는 이유나, 생각지도 못한 이유가 죽음을 초래한다고들 한다. 자신의 죄가 자신을 죽인다는 말도 있다.

 

 불안감에 몸이 떨렸다. 무엇이 불안을 초래하는가.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아니, 에녹스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일 것이다.

 

 시자크는 서랍을 열어 양피지를 하나 꺼내고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깃 달린 펜을 손에 쥐었다. 잉크 묻은 펜촉을 양피지에 가져다댔다.

 

 손이 떨렸지만 한 자, 한 자씩 차분히 글을 내려썼다. 이윽고 양피지를 어느 정도 채웠을 즈음에 그는 펜을 거두어들었다. 쓸 내용은 모두 썼다. 이제 나중에 그가 이것을 볼 일만이 남았지만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시자크는 빌었다.

 양피지를 반으로 접고 다시 펜을 들었다. 양피지 위에 수신자의 이름을 쓸 차례였다. 이번에도 손이 떨렸지만 역시 차분히 글자를 내려썼다. 수신자의 이름이 적혀졌다. 그곳엔 이렇게 써있었다.

 

 '에녹스에게'

 

 

 -계속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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