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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12
작성일 : 19-10-04 07:34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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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 모르게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인기척에 교실 문을 바라보자 존 선생님이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침은 기름칠 한 거처럼 술술 잘 넘어갔다.

  나는 긴장하지 않은 사람처럼, 두렵지 않은 사람처럼 눈을 부릅떴다. 눈은 금세 피로가 물려왔고, 눈물 한 방울이 내 뺨을 타고 흘렀다.

  눈물은 열기를 받아 금세 따뜻해졌다.

 

  나는 결국 정학을 당했다.

  정학이라는 건 내 인생과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단어, 내 인생에서는 영원히 함께하지 않을 단어, 나와는 매치가 되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 했다.

  그런 내가 삼일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닌 이주의 정학을 당해버렸다.

  장난을 심하게 치는 학생들은 겨우 일주일 정학인데 나는 장난도 아니고, 친구들을 위해 희생했는데도 이주의 정학을 당해버렸다.

  나는 정학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엄마는 절대 알게 해서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물거품이 돼버렸다.

 

  사실은 많이 억울했다.

 

  존 선생님이 내 편지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너무 억울했다.

  편지를 발견했더라면 억울함이 눈 녹듯 사라질 텐데 그게 아니라서 너무 억울했다.

 

  익명의 누군가가 존 선생님께 말했다.

  내겐 익명의 누군가가 아니었다. 나는 그 익명의 누군가라는 존재를 바로 알아차려버렸다. 익명의 누군가라는 말을 듣기 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존재는 바로 양치기 소년이었다.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으면 안 되는데 나는 그 소년의 말을 믿어버렸고, 늑대에게 죽임당한 불쌍한 양이 돼버렸다. 아마 가장 처음으로 잡아먹힌 양이 내가 아닐까 싶다.

 

  나는 손에 큼지막한 돌을 들고 교실로 걸어갔다.

  주먹에 힘을 더 세게 줄수록 돌이 내 살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얼마못가 피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핏방울은 복도를 붉게 물들지 않았다.

 

  복도를 거니는 내내 내 기분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학생들이 더 크게 떠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에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분노뿐이었다.

  그 분노는 사그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음이 더 커질수록 그 소음 크기에 맞게 분노도 더욱 커졌고, 내 안의 공포와 두려움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어쩌면 그 공포와 분노는 이미 무의 세계에서 잡아먹혀버렸을지도 모른다.

 

  그의 뒤통수가 보였다.

  하지만 아직 잡아먹히지 않은 겁쟁이라는 감정이 내게 남아있는지 내 손에 쥔 큼지막한 돌을 뒤통수에 내던지지 못했다. 그만한 용기는 내게 없었다.

 

  난 내 존재를 발견하지 못 한 그를 뒤따랐고, 마침내 그를 잡을 수가 있었다.

  큼지막한 돌을 그 녀석 책상에 있는 힘껏 올려놓으며 말했다. “패트릭 뎀시.” 패트릭 녀석은 매우 놀란 표정이었다.

  표정으로 봐선 내 말 보다 행동에 놀란 거 같다.

  난 패트릭이 어떤 표정을 짓던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네가 결국 배신을 하는 구나, 시발. 난…… 너희 죄 다 짊고 가려고 했는데, 하루만 참지. 이렇게 배신을 하는 구나.”

 

  패트릭 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만 꿀꺽 삼켰다.

  나는 패트릭과 더 말했다간 돌로 저 녀석의 머리를 내려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가방을 챙기지도 못하고 교실을 빠져 나왔다.

  가방은 손도 타지 않은 채로 내 자리 밑에 외로이 걸려있다.

 

  지미에게도 아무 말 없이 학교를 빠져 나왔다.

  이제 이주 동안은 학교는 내게 그냥 낡은 건물에 미치지 않을 것이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의 절반은 원망이었다. 이 세상을 원망했다.

  모든 세상을 욕했다. 차마 큰 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나는 있는 말 없는 말 심한 욕은 다 해버렸다.

  평소에 욕을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내게 시발이라는 단어는 별로 크지 않은 욕이었다.

  그래서 시발이라는 단어는 속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별로 심하지 않는 욕을 하면 내 속이 풀리지 않을 게 뻔했으니까.

  내 고추나 빨아라, 망할 헤이빌드.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 없는 엄마가 걱정되기보다 무서워졌다. 심적인 무서움은 없었다. 외적인 무서움이 강했다. 엄마는 정말 살만 남은 시체 꼴이 돼버렸다.

  불과 하루 만에 저런 모습이 돼버렸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끔찍했다.

 

  “엄마…….”

 

  엄마는 내 부름에 초점 없는 눈으로 날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았다.

  허공에 뭐가 있는 건지 작은 날파리라도 있어서 그 날파리를 뚫어져라 보는 건가 싶어 엄마의 시선을 따라갔지만, 엄마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먼지 한 톨도 없었다.

 

  엄마는 딱 이런 모습이었다.

 

  엄마는 엄마만의 무의 세계를 창조했고 영혼이 그 세계 안에 갇혀버린 사람 같았다.

 

  나는 그런 엄마 옆에 있기 싫었다.

  그 무의 세계에 또 다시 갇혀 영영 빠져나오지 못 할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난 곧장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계단이 많이 낡았다.

 

  계단에서 들리는 삐걱 거리는 소리는 못처럼 천천히 조금씩 깊게 내 살을 파고들었다.

  난 그 소리가 매우 거슬렸다. 하지만 그 소리를 계속 들어야만 했다. 아빠가 있으면 고쳐줄 수 있는데 나는 못질 망치질 같은 건 전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계단을 한 번에 두 칸씩 올랐다. 일곱 걸음 끝에 계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내 방에 도착하자마자 난 그대로 누워버렸다. 앞으로 이주 동안은 이런 생활을 반복해야 된다.

  좋지도 싫지도 않았다. 그저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누워있었다.

  몇 시간을 누워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오랜 시간을 누워있었다. 내 몸을 감싸던 죄책감은 사라지고 황홀함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 황홀함은 잠깐, 그 순간뿐이었다.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직감했다. 분명 나를 찾아 온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고. 아마 양을 잡아먹으러 온 늑대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은 들어맞았다. 아무도 내 생각을 부정하거나 비웃으려 하지 않았다.

 

  난 문을 열기 망설였다. 혹여나 늑대에게 잡아먹혀 양가죽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미안해. 뎁…….”

 

  패트릭이었다.

  패트릭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미안하단 말을 내뱉었다. 나는 이상하게 저 말이 가식처럼 들렸다.

  늑대가 양을 잡아먹기 위해, 늑대가 빨간 망토 입은 소녀를 잡아먹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들렸다.

 

  “패트릭, 너는 내 인생 최악의 사람이자 실수야. 시발, 너랑 친구로 지냈던 게 내 인생 최악의 일이야. 오늘 같은 최악의 날에 네 얼굴 보는 거조차 너무 역겨우니까 제발 좀 꺼져! 아니, 내 인생에서 좀 사라져!”

 

  패트릭을 향해 소리쳤다.

 

  패트릭은 내 앞에 서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사실 내가 내뱉은 말처럼 패트릭을 최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패트릭에 대한 원망이 모두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미안하다는 말 밖에 못 하겠어…….”

 

  패트릭이 말했다.

  목울대가 심하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정말 진심으로 미안해.”

 

  패트릭 녀석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지만, 딱히 느끼고 싶지 않았던 감정이었다.

 

  “아버지 일은 유감이야.”

 

  그 순간 나는 화가 났다.

 

  “유감인 거 아는 사람이 왜 날 배신했니?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 너는 네 그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날 벼랑 끝으로 밀어 넣었어. 역겨운 놈. 내 눈앞에서 꺼져!”

 

  내 말에 패트릭은 내 얼굴 하나 똑바로 쳐다보지 못 하고 고개를 푹 숙인채로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

 

  유감이라고 위로 섞인 말을 해줬을 뿐인데 왜 화가 났나요? 라고 내게 묻는다면 난 노코멘트라고 대답할 생각이다.

  그리고 난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몰라요. 그 순간 짜증이 솟구쳤어요. 엄마가 아빠라는 단어만 들으면 눈물을 흘리는데 엄마가 들었을까봐 그랬나 봐요’라고 변명을 할 것이다.

  원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게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마 패트릭 녀석에 대한 원망이 너무 많이 쌓여 그 원망이란 감정에 무뎌졌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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