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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놈이 온다!
작가 : 알케이
작품등록일 : 2019.10.3

“ 이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두 가지가 있지.
내 마음과 네 마음. 내 거든 네 거든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더라. “
- 본문 중에서

 
# 2. 그 여자의 시선 (1)
작성일 : 19-10-03 22:16     조회 : 70     추천 : 0     분량 : 7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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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야기 구조입니다.

 앞 부분에 조연처럼 등장했던 나왔던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 인물이 되는가 하면 인물과 인물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입니다.

 또한 앞 부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나중에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를 짜임새 있게 엮었습니다.

 또한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나누어서 진행되며 중간에 교차되기도 하는 구성을 통해 마치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극적 구성을 더하였습니다.

 따라서 항상 회차별 제목을 꼭 확인해 주세요!!!!!

 ======================================================================================================

 

 

 “선배님,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도진경은 현장을 떠나는 선배들마다 일일이 인사를 하고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힐부터 벗었다.

 “아, 힘들다.”

 “언니 고생하셨어요. 여기 언니가 좋아하는 아이스 라떼.”

 “고마워-”

 뒷자리에 앉은 코디 진희가 살갑게 건넨 커피를 마시자 피곤이 한발자국 물러난 것 같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는 진희에게 불평 아닌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진희야, 이 바닥에서 연기하는 것 보다 더 힘든 게 뭔지 아니?”

 “글쎄요?”

 “불필요한 관심 받는 거야. 난 제일 이해할 수 없는 게 죽을 만큼 힘내고 있는 사람에게 힘내라고 하는 거야. 힘든 사람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게 더 위로가 되는 건데. 오늘도 몇 번이나 그 위로에 억지 웃음을 지었는지…”

 커피를 마시며 불평과 함께 도진경은 자신도 모르게 속을 털어놨다.

 “그거야 언니가 헤어져서 힘들어 할까 봐 그런 거 아니겠어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니까. 내 마음 알아주는 건 진희 밖에 없구나.”

 진희의 맞장구에 칭찬을 하자 진희가 샐쭉하게 웃었다.

 “진경아.”

 그 때 운전을 하던 안홍구가 언제나처럼 진중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날 불렀다.

 “그냥 네가 착한 사람이라 위로해 준다고 편하게 생각해. 모른 척 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아니, 뭐 스트레스라기 보다는 그냥…”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 없는 홍구가 한 얘기인데다 언제나처럼 부드럽지만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는 목소리에 진경은 말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안홍구라는 매니저는 말 수가 적은 게 매니저한테 좋은 건가 싶다가도 지금처럼 어쩌다 한 번씩 하는 얘기는 이상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도진경 스스로도 신기했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려 발신자를 보니 효진이었다.

 “내 싸랑, 도진경. 지금 뭐해~?”

 코멩멩이 소리를 내는 걸 보니 한 잔 마시고 싶은 모양이다.

 “촬영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지. 언니는? 술 마셔?”

 “어떻게 알았어? 귀신이네. 안 올래? 와서 외로운 언니 위로 좀 해주라.”

 “벌써 많이 마신 거 아니야?”

 “아니. 이제 막 시작했어. 얼른 와, 맛있는 거 해줄게.”

 진경은 잠시 주저하며 안홍구를 보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오빠, 효진 언니가 잠깐 보자는데 거기 데려다 줄 수 있어?”

 “너 내일도 촬영 있는데 괜찮겠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홍구가 되물었다.

 “많이 마실 건 아니니까. 이 바닥 생활 몇 년인데 설마 관리도 안 하겠어?”

 도진경의 얘기에 안홍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굵고 짧은 대답이 들려왔다.

 “그래, 알았어.”

 그 얘기에 진경은 다시 전화기를 귀에 대고는 효진에게 말했다.

 “지금 갈게.”

 

 

 

 “어서 와.”

 벨을 누르기가 무섭게 효진이 반가운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한 때는 Top급은 아니어도 조연으로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았는데 결혼을 한 후 두문불출 하더니 2년만엔가 이혼을 하고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연기도 하지 않고 폐인처럼 지내다가 요즘 들어 다시 간간히 아침 드라마에 출연하는 사연을 가진 언니.

 효진을 보면 확실히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 진경은 늘 생각했다.

 “집 좀 치우고 살아라. 이게 뭐야?”

 그리 크지 않은 집에 들어서자 마루 곳곳에 널부러져 있는 온갖 것들을 보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게 됐다. 예전에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면서 알게 된 효진과는 한 번 진하게 술을 마시고는 둘도 없이 찬해진 사이가 되었는데 그 때부터 이 집에 올 때마다 이렇게 잔소리를 한마디씩 하게 됐다.

 원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원래는.

 사람이란 ‘원래부터’ 그런 사람은 없다. 배우고 경험하고 체험한 것들이 그리고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그 사람을 만들고 결국에는 그 사람 자체가 된다. 그러다 때로는 자의든 타의든 엇나가기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기도 한다.

 “잔소리 하지 말고 앉아. 마침 나가사키 짬뽕 만들고 있었으니까.”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워낙 작은 집이라 부엌이라고 딱히 부르기는 그렇지만 가스레인지 위에서는 무언가가 끓고 있었다.

 “요즘 연기는 어때?”

 “뭐 특별할 게 있겠어? 언니가 더 잘 알면서.”

 “하긴 그렇지.”

 대답을 하며 부엌으로 간 효진은 끓고 있는 나가사키 짬뽕을 한 숟갈 떠서 맛을 보더니 불을 끄고는 식탁으로 가져왔다.

 “방금 전에 TV에서 그 놈 봤거든. 네 생각에 내가 다 울화가 치밀어서 말이지, 안 마실 수가 없더라고.”

 얼마 전 헤어진 그 남자 얘기였다.

 “앞으로도 자주 TV에서 볼 텐데, 그 때마다 술 마시려고?”

 진경은 자신과 효진의 잔에 술을 따르며 질문 아닌 질문을 했다.

 “그렇게 말이다. 이 일을 어찌 해야 할꼬? 그나저나 넌 좀 어때?”

 사람과 사람이 헤어졌는데 어떠냐는 질문처럼 당황스러운 것은 없다. 그저 참는 거고 그냥 버티는 거다. 생각이 나고 보고 싶어도 그냥 그렇게 버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노력 중이지.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되나?”

 원샷으로 술잔을 비우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하긴, 이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두 가지가 있지.”

 “그게 뭔데?”

 효진의 철학자 같은 얘기에 궁금해서 물었다.

 “내 마음과 네 마음. 내 거든 네 거든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더라.”

 진경은 순간 머리가 살짝 ‘띵’하고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맞는 얘기다. 생각하지 말자고, 보고 싶어하지 말자고 아무리 다짐하고 결심해도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생각이 나는 걸 보면 내 마음도 다른 사람의 마음처럼 통제할 수 없는 걸 보면 정확하게 맞는 말이다.

 

 

 도진경이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이자 요즘 인기 있는 아나운서인 오지영의 생일 파티에서였다.

 그 때는 아나운서가 된지 얼마 안 됐었을 땐데도 다양한 사람들이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모였고 사람들은 가라오케에서 신나게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그런데 그 사이로 말 없이 앉아 혼자 이따금씩 술만 들이키던 남자가 있었다. 마치 남들이 얼마나 시끄럽게 하든 본인과는 하등 상관없다는 듯한 분위기로 그저 남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저 사람 누구야?”

 진경은 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턱으로 살짝 그를 가리키며 지영이에게 물었다.

 “왜, 관심 있어?”

 짐짓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지영이가 물었다.

 “아니, 그냥 남들 다 시끄럽게 노는데 혼자 너무 분위기 잡고 있는 거 같아서.”

 “작곡가야.”

 “작곡가?”

 “프로듀서라고는 하는데 인지도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 이렇다 할 곡은 없나 봐. 쉽게 말하면 무명인 거지.”

 지영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관심 있으면 말해. 확실히 다리 놔줄게. 여배우와 무명의 작곡가, 그림 나온다, 얘.”

 혼자 말하면 깔깔 웃는 지영의 웃음소리 뒤로 여전히 미동 없이 사람들을 지켜보는 그의 모습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얼마 후 뜻 밖의 장소에서 진경은 그와 재회했다. 가로수 길에서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차로 이동하려는데 그가 말을 걸어온 것이다.

 “저, 안녕하세요.”

 누군지 언뜻 기억나지 않아서 온 머리 속을 뒤집어 보았지만 여전히 기억에 없었다. 팬이었나?

 “오지영 씨 생일 파티에서 봤었는데. 박준서라고.”

 진경은 그 때서야 그가 바로 남들이 어떻게 놀든 상관없이 혼자 분위기 잡고 있었던 작곡가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 때는 어두운 곳에서 봐서 잘 몰랐는데 밝은 곳에서 보니 눈도 크고 인상도 서글서글한 게 훈남 스타일이었다. 허름한 트레이닝 복을 빼곤.

 “아, 네. 안녕하세요.”

 진경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제 작업실이 이 근처여서요. 편의점 가다가 촬영하는 거 보고 인사라도 드리려고요.”

 “진경아, 우리 빨리 이동해야 하는데.”

 그가 말을 건네는 틈 사이로 홍구가 끼어들었다. 다음 스케줄 때문에 마음이 급한 모양이었다.

 “죄송해요. 다음 스케줄 때문에. 나중에 또 봬요.”

 그렇게 짧은 인사를 하고는 헤어진 후 얼마 뒤 어느 카페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 두 사람은 우연히 다시 만났다.

 “어, 또 뵙네요?”

 인터뷰를 마치고 카페를 나가려는데 창가 쪽에 앉아 있는 박준서를 진경이 발견하고는 먼저 말을 건넸다.

 “그러게요. 여긴 어쩐 일로…?”

 준서도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잡지 인터뷰가 있어서요. 준서 씨는 어쩐 일로?”

 “아, 전 여기 가끔 오거든요. 곡이 잘 안 풀리거나 할 때.”

 “아하. 그런데 이거 어쩌죠? 차라도 한 잔 같이 하면 좋을 텐데 제가 이번에도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요. 정말 미안해요.”

 “별말씀을요. 바쁘실 텐데. 나중에 시간 되면 한 번 봬요.”

 그렇게 인사를 하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준서는 다시 자리에 앉아 누군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학창시절에 너랑 친했다던데, 정말이야?]

 [그냥 친한 척 한 거지 뭐. 그래도 걔가 공부는 잘했으니까]

 [ㅎㅎ. 그렇군. 아무튼 덕분에 계획은 착착 진행 중-]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니까 마음 놓지 말고. 소스는 계속 알려줄게]

 [그래. 고마워. 잘 되면 한턱 크게 쏠게!]

 

 이후 두 사람은 우연처럼, 아니 정말 우연한 만남이 몇 번 더 이어졌다. 서울 시내의 다른 촬영현장에서도, 소속사 직원들과 술을 마실 때도, 촬영 중 밥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도 몇 번을 마주쳤다.

 그렇게 몇 번의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고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 새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우연이 인연이 된 것이다.

 그는 진경의 얘기를 한 없이 잘 들어주었다. 어린 나이에 인기를 얻은 여배우로써 느끼는 고충들, 다른 사람의 시선들에 대한 스트레스 같은 것들에 대한 얘기를 언제나 자기 얘기처럼 들어주었다.

 그렇게 연애를 한지 6개월쯤 되었을까, 사고가 터졌다. 어느 신문사의 연예부 기자에 의해 데이트 하는 장면이 사진에 찍혀 기사가 난 것이다.

 “야, 도진경. 너 어떻게 된 거야?”

 진경은 그 기사를 효진 언니의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 소속사에서도 전화가 오고 각종 뉴스가 진경의 연애기사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었다. 소속사에서는 늘 하던 방식대로 ‘예쁘게 봐주세요’ 같은 보도자료를 내는 것으로 대처했다.

 그런데 그 기사 이후 이상하게도 그는 인기를 얻었다. ‘여배우 도진경의 남자’로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하나 둘씩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기 시작했고 작곡과 프로듀싱 의뢰도 늘어나더니 히트 곡을 연달아 만들어냈다.

 

 [다 내 덕인 거 알지? 잊지 말고 보답해! 내가 그 때 기자 섭외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당연하지. 내가 이 은혜를 어떻게 잊겠냐. 뭘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요즘 신상 핸드백이 새로 나왔다던데, 조금 비싸서 망설이는 게 있거든]

 지영은 빙긋 웃으며 박준서에게 계속 문자를 보냈다.

 [얼만데? 지영이가 부탁이면 내가 사줘야지]

 [농담이고. 잘생기고 괜찮은 가수 있으면 소개시켜 줘. 나도 가수랑 연애 좀 해보자]

 [하하. 그래 알았어. 내가 정말 괜찮은 놈으로 잘 찾아 볼게]

 [그나저나 다음 작전 알지? 적당한 때 빠져 나오는 거. 진짜로 걔랑 사랑에 빠지면 안 되!!!!]

 [그거야 당연하지. 어차피 내 스타일도 아닌데]

 “오지영 씨, 지금 뭐해? 잠깐만 와 봐.”

 그 때 부장이 자신을 부르자 지영은 곧바로 대답하고는 문자를 마무리했다.

 “네, 지금 갑니다. 잠시만요!”

 [지금 부장이 불러서 가봐야 해. 나중에 다시 얘기해]

 “부르셨어요, 부장님.”

 “응, 다름 아니라 내일 아침 라디오 뉴스 좀 해야겠다. 원래 하기로 한 애가 갑자기 몸이 아파서 병가를 냈거든. 가능하지?”

 “그럼요.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지영은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합니다.

 “다행이네. 지영 씨는 그런 적극적인 모습이 참 보기 좋아.”

 “감사합니다.”

 얘기를 마치고 돌아서는 지영의 표정은 대답과는 달리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필이면 아침에 라디오를. 대체 누가 펑크 낸 거야?’

 그렇게 도진경과 박준서의 열애 기사고 나고 박준서가 유명해진 후 다시 6개월쯤 지났을까. 어느 날 박준서는 뜬금없는 고백을 했다.

 “미안하다.”

 사뭇 진지한 얼굴과 불안한 눈빛으로 이별을 얘기한 것이다.

 마침 날씨도 쌀쌀했던 데다 느린 노래를 틀어 놓아 차 안의 공기가 무거웠는데 그의 얘기가 더해져 어색함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그의 얘기를 듣고 난 그 무겁고도 어색한 분위기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그 사람도 재촉하지 않고 그저 창 밖에 시선을 두고 있을 뿐이었다. 진경도 그의 시선을 따라 창 밖을 바라봤지만 오가는 사람은 없고 어둠만 한 가득이었다.

 “……왜?”

 그 때 진경이 물을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다른 말은, 그 동안 살아오면서 배우고 익히며 사용했던 수 많은 말들 중에 생각나는 것은 오로지 이 단어 밖에 없었다.

 “글쎄, 거기에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겠니.”

 준서는 천천히 입을 떼며 말을 하더니 한 박자 쉬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너를 보면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아.”

 가슴에 뭔가 쿵하고 내려 앉는 것 같았다.

 그 이상한 무게감에 짓눌려 두 손은 핸들 위에 올려 놓고 시선은 정면을 응시한 채 그의 얘기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도저히 그를 제대로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작전 종료]

 [수고했어, 오빠. 기분이 어때?]

 [뭔가 좀 시원 섭섭하고 그러네]

 [혹시 진짜로 좋아한 거 아니지?]

 [설마. 그건 아닌데 그래도 1년이나 데이트 같은 걸 하고 다니다 헤어지니 좀 기분이 묘하긴 하네]

 [걱정하지마. 앞으로 오빠한테 더 괜찮은 여자들이 줄을 설 테니까]

 [그래, 모두 네 덕이다. 이 은혜는 잊지 않으마]

 

 진경과 헤어지며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준서는 지영과 문자를 주고 받고는 시동을 켰다.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졌고 불과 두어 달 정도 지났을까 그가 어떤 모델하고 연애를 한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 때 내가 도시락 싸 들고 말렸어야 했는데.”

 효진이 마른 오징어를 입에 문 채로 말했다. 그녀가 만든 나가사키 짬뽕은 아직 식탁 위에서 모락모락 김을 쏟아내고 있었다.

 “다 지난 일인데 뭐.”

 “그런데 아직도 미련이 남냐?”

 “미련은 무슨. 그래도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그런 거지. 언니 말대로 내 마음이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으니까 그런 거지.”

 “자, 한 잔해. 쭉 마시자고.”

 효진과 잔을 부딪치고는 한 번에 비워냈다. 내 마음도 그에 대한 감정도 이렇게 비워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진경은 생각했다.

 “잠깐만, 지금 몇 시지? 11시 밖에 안 됐네.”

 “시간은 왜?”

 시간을 확인한 효진은 갑자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너 나랑 재미있는데 안 갈래?”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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