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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작가 : 시롱
작품등록일 : 2019.9.18

사랑받고 싶은 여자 이주가 어린아이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부모로 보이는 정신병이 발현된 남자 연을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벌어지는 외로운 로맨스릴러.

 
3화
작성일 : 19-10-03 17:59     조회 : 176     추천 : 0     분량 : 5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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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주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얼른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다시 열리자 보이는 연은 여전히 당황한 눈빛으로 이주를 빤히 볼뿐이었다.

 "그럼.."

 이주는 도저히 연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일단 또 다시 문이 닫힐까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연은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겨우 이틀 지난 지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여자와 계속해서 마주친 것일까.

 아마도 연은 그 동안의 삶에서 이렇다 할 인간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었으리라.

 

 이주는 일층으로 내려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찾아온 정적을 견딜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오랜만에 찾아온 '관심'이라는 것에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대학생이에요?"

 "..."

 "아니면 취준생?"

 "..."

 "아! 어제 왜 혼자 가셨어요? 아버지 놔두고."

 "..."

 "아버지가 아닌가?"

 

 연은 한편으론 무서웠다. 계선의 모습을 한 이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저 아세요?"

 "알죠. 어제 봤잖아요."

 "그것 말고."

 "..이름이 연이라는 거?"

 "어제 처음 본 게 확실해요?"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어요?"

 적어도 현재 계선의 표정은 거짓이 아니라는 것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연과 나란히 서 있는 계선과는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이유가 없지 않은가.

 

 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연은 재빨리 나섰다.

 이주는 분명 연이 자신에게 일말의 감정도 없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지만 어제부터 느닷없이 사랑을 하라는 연지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연이라는 저 남자는 보기에 어리고, 안정적인 직업 하나 없어 보이지만 자꾸만 눈길이 갔다. 이주의 생각에 연과 자신은 어딘가 닮아 있을 것 같았다.

 

 ***

 

 연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와 카운터에 서 있던 서윤에게로 향했다.

 "어. 왔어요? 거봐! 훨씬 깔끔하네."

 서윤은 수염을 기르던 연에게 손님들이 보기에 깔끔한 분위기가 낫지 않겠냐며 면도를 권유했다. 연은 아직 면도하는 게 서툰 탓에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며 수염을 밀었다.

 "그럼 나는 가볼게요. 수고해."

 "네."

 

 서윤이 문으로 발길을 돌리자 연은 중요한 말이 생각난 듯 얼른 서윤을 불렀다.

 "점장님!"

 "네?"

 "그, 손님 가실 때,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이거. 해야하나요?"

 서윤은 그런 별 것 아닌 질문을 묻는 연이 꼭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을 때 해요. 뭐, 하면 좋지."

 "알겠습니다."

 

 연은 어저께 계선이 라이터를 사가며 한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 계선이 담배를 사가고, 내 일을 방해했던 여자였다니..

 

 ***

 

 "아! 수염!"

 차를 타고 인쇄소에 가던 이주는 오늘 마주친 연의 모습이 무언가 달랐지만 알지 못해 답답했다.

 그러나 곧 답을 찾아 기쁜 듯이 표정을 번뜩였다.

 "수염 없으니까 훨씬 깔끔하네. 더 어려보이고."

 하다 문득, 더 어려보이면 자신과의 나이 차가 더 날 것이라는 생각에 깔끔하긴 하지만 그 전에 얼굴도 괜찮다는 결론을 지었다.

 

 그러다 문득, 왜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궁금하기만 했던 자신의 감정이 하루아침에 이렇게까지 변한 걸까 의문이 들었다.

 어젯밤 외로운 밤을 보내며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도, 그저 사랑 보다는 평생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사랑은 눈을 가려버린다고도 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주를 변하게 했을까.

 어쩌면 사랑 받고 싶은 것을 넘어서서 사랑을 주고 싶다고 생각이 든 것은 아닐까?

 

 ***

 

 연지가 한 아파트 12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보인 건 양 옆으로 마주보고 있는 현관문이었다. 연지가 곧장 1202호로 향한 것을 보면, 이미 몇 번 와본 것이리라.

 

 그녀가 초인종 버튼을 누르자 곧이어 음성이 들렸다. 남성의 목소리였다.

 "누구세요?"

 분명 집 안에서는 모니터를 통해 현관 밖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게다가 지금 이 음성은 연지가 그동안 수없이 들어왔던 목소리가 확실하다.

 하지만 왜 남성은 연지를 보고서도 누구냐는 물음을 던진 것일까.

 

 연지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야. 연지."

 "..."

 더 이상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연지는 그 정적이 불안했는지 말을 이어가려 애썼다.

 "잘 지냈어?"

 "..."

 "4개월 만이네?"

 "..왜 왔어?"

 "내가 왜 왔겠어."

 "왜 왔냐고."

 "그야.."

 "왜 왔냐고!!"

 "결혼하려고 왔지. 하윤아."

 

 ***

 

 이주가 레스토랑 입구에 서서 심호흡을 두세 번 반복하고는 눈을 세게 뜨며 안으로 향했다.

 최근 SNS에 많이 올라오는 식당이어서 그런지 테이블은 모두 만석이었다.

 "엄마!"

 초등학생 남자아이의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역시나 그곳에는 문수와 주영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을 보니 아직 음식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메뉴를 시키지 않았을 리는 없었다. 문수가 그 정도로 이주가 먹는 메뉴를 신경 쓰는 남편은 절대 아니었다.

 

 그녀는 곧장 주영의 옆 의자를 꺼내 앉았다. 앉자마자 이야기를 꺼낸 건 역시 문수였다.

 "늦었네."

 "출간 앞두고 있어서 인쇄소 들리느라."

 "책 썼어?"

 "그럼. 써야지. 작가인데."

 "엄마. 내 친구들 엄마 중에서도 엄마 팬인 아줌마들 있다?"

 "정말?"

 이주는 아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어느정도인지 알려준 주영의 친구 부모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음식은 곧 나올 거야."

 "응."

 "책 나오면 살게."

 "뭣하러 사. 내가 주면되지."

 "그래도 되고."

 "..."

 대화가 단절되자 이주는 화제를 주영에게로 돌렸다.

 "엄마 보고 싶었어?"

 "그럼!"

 

 주영이 이주의 볼에 뽀뽀를 하자 이주는 미소를 짓곤 주영의 양 손을 잡고 흔들며 주영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려 애썼다. 그러다 주영의 팔꿈치에 난 긁힌 것 같은 상처를 보고는 표정을 굳히곤 문수를 보며 물었다.

 "이거 왜 그래?"

 "장난감 들고 뛰어가다가 넘어졌어."

 이주는 주영을 날카롭게 쏘아봤다.

 "네가 애야?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돼서는 장난감 들고 뛰어다니다 다치고."

 "..."

 "조심해. 엄마 속상하잖아."

 

 그럼에도 주영은 말이 없었다.

 "엄마가 너무 화냈어?"

 "..아니. 조심할게."

 이주가 풀이 죽은 주영을 보며 너무 심한 건 아닌지 자책하는 그때 문수가 말을 이었다.

 "흔히들 그래. 남자애면 더더욱. 뭘 그런 것 가지고 유난이야?"

 "유난?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아들이니까 더 귀하지."

 "나는 뭐 막대해?"

 "아니면 만나고 싶을 때 만나게 해주든가."

 "..."

 

 문수가 입을 닫았다. 이주는 그가 더 할 말이 있다는 것을, 겨우 이런 사소한 대화를 나누자고 부른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주영이와 함께 식사까지 마치고 싶다는 생각에 더 이상의 말을 멈췄다.

 

 ***

 

 편의점 카운터에 앉아 노트북으로 글을 쓰던 연이 딸랑 소리가 나자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돌렸다. 계선이었다.

 "어서 오세요."

 "나한테까지 그렇게 인사할 것 없어요."

 연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편의점 안 시계를 쳐다보자 저녁 7시였다. 밤 타임 알바생이 틀림없다.

 "그럼 어떻게.."

 "혹시 나이가 어떻게 돼요?"

 "스물 셋이요."

 "저도 그런데! 그냥 말 놓을까요? 편하게."

 "아뇨."

 

 실은 연은 반말에 익숙해져 있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 부모님 외에는 어떠한 교류도 없었는데, 줄곧 존댓말을 써온 것이다.

 계선은 민망한 얼굴을 한 채 말을 이었다.

 "네. 어쨌든 제 이름은 채유정이에요."

 "네. 그럼 전 퇴근하겠습니다."

 

 ***

 

 "주영이 유학 보내려고 해."

 식사를 거의 다 마친 문수가 이주에게 말했다.

 이주의 스테이크는 반이나 남았지만 문수는 늘 이래왔다.

 "..뭘 보내?"

 "유학."

 이주는 곧장 고개를 돌려 주영을 봤다. 주영은 어딘가 들떠 있었다.

 "주영아. 너도 정말 원하는 거야?"

 "응. 가고 싶어."

 

 이주는 아들이 자신만의 의견을 내보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 동안은 늘 아빠의 선택이 곧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럼 엄마는.."

 "엄마도 자주 오면 되잖아."

 현실적으로 가능한 문제이긴 했다. 그러나 이주가 비행기 티켓을 한 달로 끊는다고 해서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주영을 만날 날이 몇이나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 영국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중학생 때까지는 엄마가 있겠대. 너도 알잖아. 우리 엄마 유학파 출신인 거."

 

 이주의 문제는 단순이 아들을 볼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것뿐만은 아니었다.

 '아들'의 문제를 '엄마'와 상의 없이 통보하듯 전달하는 것 자체가 정말이었다.

 "내가, 주영이 엄마였던 적은 있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도.."

 문수는 말을 멈췄다. 그 의미가 무엇일지는 짐작도 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 엄마는 내 엄마야."

 

 ***

 

 퇴근을 마친 연은 곧장 아파트 단지 내부에 있는 놀이터로 향했다.

 밖은 나가고 싶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는 연에게는 저녁 시간대에 사람 빠진 놀이터가 최선이었다.

 

 연은 휴대폰과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단지에 들어서고, 놀이터에 거의 다 와갈 때쯤 놀이터 구석 벤치에 계선이 앉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은 실망하며 얼른 발길을 돌리는데, 멈칫,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다시 몸을 놀이터 방향으로 돌리곤 계선을 보았다.

 

 계선이 슬픈 얼굴로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연에게는 아주 어렸을 적을 제외하곤 계선이 저리 애달프게 우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계선이, 자신의 어머니가, 왜 저렇게 슬피 우는 것일까 궁금했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자신의 '부모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 무섭지 않았다.

 현재 연 앞에서 울고 있는 계선은 너무나 작아보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연을 화나게 했다.

 연은 고개 숙인 계선 앞에 선 채로 입을 열었다.

 "왜 울어요?"

 계선이 고개를 들어 연을 보자 순간의 공포감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말을 이었다.

 "왜 우냐고."

 "..."

 "도대체, 뭣땜에 울어요? 또 맞았어요?"

 연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또한, 자신도 계선처럼 울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그게.."

 "이제와서 그렇게 슬프게 울어버리면, 나보고 어쩌라고."

 

 계선은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연을 올려다 보았다.

 연은 그 순간, 자신 앞에 서 있는 계선이 '진짜' 계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아, 그게.."

 "..."

 "제가, 사람 잘못 봤어요."

 

 연은 괜한 짓을 했다며 얼른 눈물을 닦고 뒤를 돌았다. 그때,

 "..연이씨?"

 연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길래 내 이름을 아는건데?

 연은 천천히 몸을 계선 쪽으로 돌렸다. 이미 계선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맞아요? 편의점 알바생."

 

 연은 아마도, 자신 앞에 서 있는 그녀는 내가 짐작하는 그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를 죽여버려야 겠다고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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