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빨이 아니라 머리에 나는 ‘이’ 말이다. 그 사건은 소진이가 학교 친구한테 ‘이’를 옮겨온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학교를 마치면 늘 나와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았던 소진이는 나와 붙어다니면서 그 ‘이’가 내게로 옮겨왔고, 또 그 ‘이’가 다른 동생들 한테까지도 옮겨 사건은 더 터지게 되었다.
“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본더러 머리가 너무 간지러워 벅벅 긁기도 했던 우리는 단체로 약국에 가서 사온 이 약을 머리에 감았고, 참 빛으로 머리를 빗으면서 이를 죽이기도 했다. 그동안 옮겨가는 과정이 많았는지 ‘이’는 생각보다 줄지 않았고, 머리에서 알까지 낳아 일명 ‘쇠가리’라는 것까지 생겨 ‘이’를 없애기에는 더더욱 힘들었다. 머리를 긁으면 긁을수록 ‘이’와 ‘쇠가리’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가까이 붙어 있으면 ‘이’가 옮긴다는 소리 덕에 우리 모두가 모두를 피해 다녔다.
미애원에서는 매월 4째 주 토요일 마다 금강선원에 간다. 가기 싫어도 억지도 가야 했던 건 당연지사다. 이번엔 금강선원에서 캠프를 한다는 말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다행인건지는 잘 몰라도 1박 2일로 캠프를 간 거라 살짝 안심했다. 이번 캠프 역시 물놀이 시간은 꼭 있었다. 저번 미애원 여름 캠프 때 물에 빠진 기억에 물 공포증이 생겨 버렸던 나는 더더욱 물에 들어가지 않았고 들어가라고 한들 들어가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우리가 물놀이를 꼭 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 때문이다. 금강선원에서 캠프를 가기 전, 보육 교사는 물놀이 할 때 바다에 ‘이’ 다 빼고 오라며 협박을 했고, 여러 언니들 역시 다 동의했다.
그 바다에 머리를 담그며 감듯이 ‘이’를 빼썬 나는 언니가 그걸 보고는 그렇게 해서 이가 빠지겠냐며 표정은 찡그리면서도 이를 빼는 걸 도와줬다. 그 덕에 ‘이’는 다 없어졌고, 그 바다에는 ‘이’와 ‘쇠가리’가 두둥실 떠 다녔다고 한다. 그 뒤론, 머리 관리를 더 꼼꼼하게 관리하게 됐고, 머리가 축축하면 ‘이’가 생긴다는 사실 덕에 머리는 꼭 말리고 잔다. 그리고 더 이상 ‘이’는 생기지 않았고 언니가 한 번만 더 이 생기면 그땐 집에서 쫓겨 보낸다는 말을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