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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독애(毒愛)
작가 : 묵연
작품등록일 : 2019.9.29

[GL]

"오랜만이네요."

5년간 감감 무소식이던 소꿈동생 겸 친구인 백우진이 돌아왔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문하에게 다가오는 우진과, 그런 우진에게 문하는 남다른 느낌을 받는다. 둘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독같은 사랑으로.

 
무엇을 바라?
작성일 : 19-10-03 16:26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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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햇살이 눈을 찔러 뒤척이는 문하에게 그림자가 생겼다. 그대로 달아나버린 잠을 헤치고 연 시야에는 제 얼굴만 한 손이 있었다. 그 뒤에는 반쯤 탈의한 채로 제 그림자가 되어준 우진이 있었다.

  “잘 잤어요?”

  부드러운 눈웃음이 인사했다. 대답은 하지 않고, 우진의 볼을 늘릴 수 없을 때까지 늘리며 우진의 반응을 지켜봤다. 잠에서 깼을 때 제 옆에 누군가 있는 건 합숙을 제외하고 오랜만이었다. 신우를 포함한 만났던 이들도 눈을 뜨면 없었다. 그게 생소해 흐물거리는 발음으로 놔달라고 하는 우진이 묘했다.

  “언제 일어났어?”

  화끈거리는 뺨을 매만지며 우진도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우진은 모르겠지. 그는 거짓말을 할 때면 꼭 어딘가를 매만졌다. 못 미더운 눈으로 바라보자 손사래를 친 우진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뒤쫒아 나가려고 했으나 허리가 아려왔다. 우진은 물음표를 띄우며 몸을 일으키다가 말고 쓰러진 문하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요?”

  천진난만한 얼굴로 저를 보는 우진이 얄미웠다.

  “허리가 아파서.”

  “왜요?”

  왜라니. 너 때문이잖아. 이용하라고 한 건 우진이었으면서 정작 이용당한 사람은 문하인 것 같았다. 발길질을 여러 번 하였으나 우진에게는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체력을 더 소비한 허리가 아파지자 이불을 뒤집어쓴 문하였다.

  “아침 준비할게요.”

  어딘가 상쾌해 보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우진이 나가자 그제야 문하는 이불 바깥으로 나왔다. 비록 저보다 세 살밖에 어린 우진이지만, 확실히 체력의 다름을 실감한 문하는 괜히 우진이 나간 애꿎은 문을 노려봤다. 지난밤, 새벽까지 했던 행동들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우진이 저를 애타게 찾으며 상냥하게 대해줬다는 것밖엔.

  “밥 다 차렸는데.”

  문하의 상태를 살피던 우진이 두 팔을 내밀었다.

  “안아줄까요?”

  어디 해보라는 식으로 팔에 기대자 우진은 휘둥그레 문하를 쳐다보다가 재촉하는 눈빛에 손쉽게 안아 들었다. 원만하게 식탁 의자에 앉힌 우진은 제 식기를 챙겼다.

  오늘은 문하와 우진의 식기가 모두 놓여있었다. 설거지하기가 귀찮아 여분을 사둔 보람이 있었다.

  “오늘은 먹네.”

  한술 뜨던 우진은 멋쩍게 웃었다.

  “체력을 좀 써서요.”

  지금 자기 체력 좋다고 놀리는 건가? 물론, 체력이 없는 자기 탓도 있었으나 맛있게 먹는 우진이 괘씸했다.

  자연스레 설거지까지 마친 우진은 더 있다가는 친구가 성을 낼 거라고 스스로 독촉하며 문하의 집을 떠났다. 우진을 배웅하고 소파에 앉은 문하는 순간 어젯밤 눈물진 우진이 떠올랐다. 마지막 남은 희망을 붙잡듯 애걸복걸하며 저를 붙들고 우는 우진의 모습은 절승했다. 그런 우진의 모습은 문하만 볼 수 있었다. 그때 문하는 잠깐뿐이었지만, 우진을 농락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그래서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직접 경험해봤던 문하였기 때문에 그리 하지 않으리라 욕망을 내버렸다.

 

  “다녀왔어.”

  “드디어 왔네. 어디서 질질 짜다 왔냐?”

  안쓰럽게 보는 태성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웃음을 보냈다.

  “그 반대야. 울렸지.”

  어이없어하는 태성에게 부드럽게 깔본 우진은 편한 차림으로 갈아입었다.

  “또 네 얼굴에 매료된 사람이 있었냐?”

  잘 못 알아듣는 건지, 그 예외의 경우를 생각하기 싫은 건지 알 수 없는 태성에게 결국 직설적으로 말했다.

  “했어.”

  “뭐?”

  “했다고.”

  어제까지 저를 대용품으로 생각해서 우울했던 우진은 어디 갔냐고 하며 태성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너한테 알려줄 건 없어.”

  부담스러운 시선을 멀리하며 냉정하게 말하자 친구 상이에 뭘 그리 튕기냐며 태성은 정답게 어깨동무를 했다.

  “고백은 했고?”

  우진은 태성의 팔을 쳐냈다.

  “안 한다고 했잖아.”

  답답한 우진에게 욕을 퍼붓고 태성이 나가자 뒷머리를 긁적였다.

 

  우진은 애초에 자기가 다시 문하를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고백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문하는 졸업했다. 시간이 지나 고백이 그저 그땐 그랬었지. 정도로 회상할 추억이 될 무렵 다시 연락하기로 마음먹은 우진이었다. 그러나 시영이 휴대폰을 부숴버리는 바람에 연락하지 못했다. 내심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 우진이었다.

  시영의 집착을 견디다 못해 도망친 우진은 문하의 곁으로 왔다. 문하와 재회했을 때 그 마음을, 다시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잊지 못했다. 여러 사람을 만나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우진은 기억했다.

  우진은 예전과 달라진 문하의 시선을 느꼈다. 문하와 연락이 두절 된 뒤로 많은 일을 겪었고, 그만큼 시간이 흘렀기에 우진은 달라졌다. 차였던 기억 하나로 엉거주춤하게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시선이 바뀌었으니, 어쩌면. 어쩌면 문하가 저를 귀여운 동생이 아니라, 다른 존재로 담아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었다.

  우진이 원하던 방향은 아니었지만, 결국 성공하긴 했다. 우진은 문하가 챙겨줘야 할 동생이 아니었다. 우진은 문하에게 연인처럼 대하고 싶었다. 비록 문하가 제게 상냥하게 대해 주지 못하더라도, 자신은 헌신하고 싶었다. 우진에게 문하란 그런 존재였다.

  문하가 언제부터 그리 큰 존재가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을 따라가며 끝에 도달해도 그때의 우진은 이미 문하를 좋아하고 있었다. 태성과 다른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알면 넌 태생부터 호구라며 놀렸을 것이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문하만 좋으면 되는 것을.

  우진은 시영이 찾아오는 악몽을 종종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었다. 아마 그 원인은 태성일 것이다. 그러나 우진은 태성을 원망하지 못했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게, 태성은 시영을 좋아했다. 우진이 알기론 태성은 저와 알기 전부터 시영을 좋아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태성은 저보다도 가망이 없으며, 안타까웠다. 그사이에 껴 있는 우진도 우진이었지만, 시영은 태성을 제대로 바라본 적도 없었다. 따지고 보면 태성이 더 호구였다. 친구를 짝사랑하는 짝사랑을 응원해 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우진은 의외로 마음이 그리 넓진 않아, 그런 건 눈 뜨고도 못 보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 친구가 짝사랑을 피해 제집에 묵는 데 반대하긴커녕 추천하는 사람이 태성이었다. 호구 새끼.

  시영은 태성이라면 우진이 있는 장소를 알 거로 생각할 것이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시영이 태성에게 매달리면 결국 뭐든 해 주는 태성은 이번에도 이곳을 알려줄 것이다. 도망치기만 해선 안 되고, 확실히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머리론 생각했지만, 도저히 그를 말할 자신이 없었다. 우진은 두려웠다.

  시영이 찾아온다면 문하와 있을 순 없었다. 시영이 문하에게 뭐라 말할지도 모르고, 어떤 행동을 취할 수도 있었다. 그 사태만큼은 막아야 했다. 그때까지만 이 슬픈 행복을 즐기자. 그리 생각한 우진이었다.

 

 *

 

  날이 갈수록 우진은 문하의 집에 묵는 일이 많아졌다. 태성은 제가 아니라 문하에게 집세를 내야 하지 않겠냐며 잔소리했다. 세면대에는 칫솔이 하나 늘어났고, 옷장엔 우진의 옷들이 한구석 차지했다. 같이 하루의 끝을 마치고, 하루의 끝을 맞이하는 일도 이제는 생소하지 않았다. 일상의 일부였다. 관계를 맺은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일방적인 애정이 담긴 애정행각을 할 때도 서로의 의사를 물어봤으나, 이제는 말없이 나누는 둘이었다.

  문하는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건 우진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애정행각을 해도 하지 않은 것처럼, 그저 친한 선후배 사이로 지냈다. 우진과 둘이서만 있을 때면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게 느껴졌다. 이쪽으로 오지 말아달란 것처럼.

 

  “좋은 아침.”

  “오늘도 일찍 일어났네요?”

  반쯤 몸을 일으킨 문하의 허리를 끌어안은 우진은 제 머리칼을 사락거리는 문하의 손길에 가만히 있었다.

  “요즘 눈이 일찍 떠지네.”

  “깨우지 그랬어요.”

  “잘 자길래.”

  언제부턴가 문하는 우진보다 일찍 일어나, 자는 우진을 관찰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롯이 우진을 보기만 했으나, 이상하게도 질리지 않았다. 잘생겨서 그런가.

  “깨우면 뭐가 잘못되나요.”

  “체력 관리해야지. 가뜩이나 많이 쓰는데.”

  남이나 제가 하는 말에는 별 신경 안 쓰는 우진이었으나 문하가 하는 말에는 면역이 안 되었는지, 항상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어느샌가 아침 운동은 거의 하지 않고, 새벽 운동만 하는 우진과 식사를 마무리하고 각자 제 할 것들을 했다. 문하는 직장으로 출근했다. 우진은 운동 겸해서 문하의 집을 청소했다. 집세 대신이기도 했다.

  “이따 봐.”

  “이따 봐요.”

  점심시간, 여느 때처럼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들어오다 문하는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못 본 지 오래된 얼굴이었다.

  “김신우.”

  회사 동료들은 자연스레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 일이 한두 번은 아니었다. 매끄러운 눈웃음이 말했다.

  “점심 안 먹었으면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이미 먹었나 보네?”

  최근 문하가 느낀 게 하나 있는데, 그 감정은 신우를 보니 더욱이 확신이 들었다. 신우에게 남은 미련이 조금은 사라졌단 점. 그 사실을 예전만큼은 떨리지 않는 심장이 증명했다.

  “너랑 할 얘기 없어.”

  문하가 단호하게 말하자 신우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요즘 왜 그래? 문자도 씹고.”

  너도 즐기는 거 아니었어? 빈정대는 신우에게 문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아, 새로운 상대라도 생겼나?”

  그런데도 묵묵부답인 문하를 보고, 신우는 꽤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진짜? 너를-.”

  “선배.”

  무언가 말을 하려던 신우의 말을 끊으며 우진이 문하를 불렀다.

  “우진아.”

  “누구예요?”

  신우를 힐끔 쳐다보고 문하에게 물어봤으나, 답은 신우에게서 돌아왔다.

  “김신우. 문하랑 친밀한 사이지.”

  그렇지? 동의를 구하는 웃음을 보내자, 문하는 정색했다. 순간 한결같이 웃던 신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대화에 끼어선, 그러는 넌 누군데?”

  차갑게 미소지은 우진이 화가 났다는 걸 문하는 알아챘다.

  “백우진.”

  척박하게 답한 우진은 문하의 손을 잡곤 사무실 쪽으로 돌아섰다. 여전히 문하에게는 부드러운 손이었다.

  “네가 새 상대냐?”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냥 선후배 사이인데. 그렇죠?”

  “...응.”

  그냥 선후배 사이. 표면상으론 그런 사이가 맞으나 어쩐지 문하는 지칭하는 말이 싫었다. 우진이 이렇게까지 불쾌한 티를 내는 건 처음 보았다.

  “그렇다네요. 더 할 말 없으면 가요.”

  사무실로 들어간 우진과 문하를 신우는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사무실로 들어가기 직전, 우진은 문하의 손을 꼭 붙들었다.

  “괜찮아요? 별일 없었죠?”

  떨리는 우진의 손을 감싸 쥔 문하는 서로의 눈을 맞추었다.

  “괜찮아.”

  일그러지게 웃은 우진은 문하를 제 품에 안았다.

  “제가 안 괜찮네요.”

  우진의 등을 다독이며 상냥하게 물어봤다.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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