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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탐정과 이웃은 원플러스원
작가 : 하루감정
작품등록일 : 2016.9.20

"​1+1, 그딴거 필요없어. 어차피 한 개는 상해."
혼족(나홀로족)탐정과 이웃 간 소소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탐정과 이웃은 원플러스원 Copyright ⓒ 하루감정 All Rights Reserved

 
제1화 스피드 데이트(완)
작성일 : 16-10-04 20:59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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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좋아. 어차피 끝난 일이지만 생각이나 해보자고.”

 

 해바라기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는 양손으로 머리를 탁탁 치며 잡생각을 떨치려고 애썼다. 단일은 턱을 괴지 않은 손으로 빈 꼬치를 부드럽게 굴리며 입맛을 다셨다. 가로등의 불빛을 먹은 검은 머리가 고수에게 연마된 흑요석처럼 반지르르했다.

 

 “형은 서영 씨가 날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으니깐 그런 제안을 했다는 말이지? 뭐, 그럴 수야 있어. 나도 SNS이란 건 하긴 하니까. 그럼 내가 아는 사람 중의 지인인가?”

 

 해바라기는 휴대전화로 SNS 계정에 접속하여 친구로 등록한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아무거나 클릭하여 사진이나 댓글 속에 서영 씨와 관련된 단서가 있는지 훑기 시작했다. 단일은 거꾸로 비친 액정을 보며 꼬치로 테이블의 표면을 리드미컬하게 찍었다. 해바라기는 날렵한 턱을 쓸어내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난 서영 씨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 그런 미인은 절대로 잊을 리 없다고. 프로필 카드를 보고 갑자기 떠올린다 해도 그 정도로 인연이 질긴 사람도 없는 걸. 모르니깐 하는 소리인데 학교부터가 남탕으로 구축된 세계였어.”

 “반대로 생각해볼까?” 단일이 한 손으로 꼬치를 툭, 꺾었다.

 “반대로?” 해바라기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주머니에 양손을 깊이 찔렀다.

 “서영 씨는 네가 자신을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한 거야.”

 단일은 하나 남은 멀쩡한 꼬치로 해바라기를 가리키며 누운 8자를 그렸다. 해바라기가 꼬치의 동선을 따라 눈동자를 굴리며, 심각하게 말했다.

 “......설마 내가 기억하지 못해서 선택하지 않은 걸까? 아아, 도대체 어디서 만났지?”

 “니 중심으로 생각하지 말아봐.” 단일은 남은 꼬치도 툭, 꺾어버리고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서영 씨는 너와 어떤 방식으로 만난 적이 있고, 그걸 네가 눈치 채지 않길 바란 거야.”

 “그 말은 내가 몰라봐주길 바랐다는 거야?” 해바라기의 표정은 처참했다.

 “그러면 너한테만 프로필 카드를 보여주지 않은 이유가 설명 되. 프로필 카드에 적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걸 네가 안다고 착각했다면 말이야.”

 “....사실과 다르다고?”

 “두 번째 스피드 데이트에서는 서영이 먼저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 말했지? 아마 네가 또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 한 거야. 그래서 다시 한 번 프로필 카드를 보여주지 않았어. 만약 네가 친구와 같이 스피드 데이트에 참석하여 후기를 공유했다면 말짱 도루묵이었겠지만.”

 “그러면 세 번째 프로필 카드도 거짓말일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니깐 구태여 사실대로 적을 필요가 없잖아. 하지만 난처한 기색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카드를 주던데...”

 “카드의 내용은 네 번째와 다섯 번째와도 같았어?”“으응.” 해바라기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하기야 잊어버리기엔 내용이 간단했다.

 “그건.......”

 

 단일은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인적 드문 공원을 주시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만 해도 유난히 크게 들렸다. 멀찍이 연인이나 부부로 보이는 커플이 손을 잡고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네 말대로 서영 씨는 2주 간 너와 대화하면서 착각했다는 걸 깨달았어. 하지만 네가 3주차에도 방문할 줄은 예상하지 못 했겠지. 어쩌면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프로필 카드를 조금 수정했을지도.”

 “불길한 예감?” 되묻는 해바라기의 얼굴이 딱했다. 잔뜩 풀이 죽은 눈빛이 안쓰러워서 하마터면 머리를 쓰다듬어줄 뻔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서영 씨도 아마 너를 다시 만나려고 스피드 데이트에 참석했을 거야. 너에게 해야 할 말이 있었을 테니까.” 단일은 서영이 자신에게 한 말과 해바라기에 이제껏 서영에게 들은 말을 교차로 회상하며 팔을 쓸어내렸다. 바람이 찼다.

 “그러면 왜 선택해주지 않은 거야? 연결이 되면 바깥에서도 만날 수 있잖아. 아니면 귀띔이라도 해주지. 10분은 너무 짧다고.”

 

 커플에게만 문자로 제공되는 상대방의 연락처를 염두하고 한 발언이었다. 단일은 전화번호 같은 건 먼저 물어보지 그랬어, 라는 말을 삼켰다. 당연히 선택받을 거라고 믿었나. 단일은 의기양양하게 집에 돌아오던 해바라기가 문자를 못 받자 술을 진창 들이붓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정도로 좋아했다면 이번에는 잡지 그랬어, 라는 말도 기꺼이 삼켰다. 그런 걸 일일이 지적해봐야 소모되는 건 답답한 쪽의 에너지였다. 방금 먹은 핫바가 소화되기도 전에 연료가 고갈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형, 듣고 있어? 뭐해?” 해바라기가 손끝으로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

 “카톡.” 단일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누구랑?” 해바라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5번.”

 “............“ 해바라기는 말없이 테이블에 얼굴을 꾹 박았다. 볼에 눌린 혀가 힘겹게 발음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게다가 오늘은 탈출한다고 말했단 말이야.”

 

 단일은 손가락을 잠시 멈칫하고 휴대전화의 화면을 빠르게 터치했다.

 

 “또 갈 거야?”

 “아니. 거기 직원들이 수상하게 보더라고. 매주 가서 그런가.”

 “다른 데 간다는 소리야?”

 “봐서.” 해바라기는 카톡에 열중하는 단일을 신기하듯이 보았다.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후후.”

 “말끝에 ‘후후’는 왜 붙인 거야?” 단일이 질색했다.

 “후후후....”

 “하아, 좋아! 아까 한 얘기나 잇자. 서영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그것도 딱 10분 동안만. 그래서 네가 데이트가 끝나고 전화번호를 묻기도 전에 사라졌겠지.”

 “으음, 그러고 보니 나보다 늘 먼저 나간 것 같네. 자, 잠깐만 그 말은 너무 심한 거 아냐? 사라졌다니.”

 

 단일은 해바라기의 울상을 거뜬히 무시했다.

 

 “엄밀히 말하면 10분도 아니지.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간단한 워밍업이 오갈 테니깐. 게다가 제한시간을 초과할 정도로 진지한 화제도 아니었을 거야.”

 “....그러면?”

 “누군가 너를 사칭했을 지도 모른다는 경고?”

 “사, 사칭?” 해바라기는 입을 딱 벌렸다.

 “서영 씨는 오래 전에, 인터넷에서 만난 누군가와 사진과 사생활을 공유했어. 하지만 상대가 건네준 건 전혀 다른 사람의 사진이었지. 바로 네 사진 말이야.”

 “얼굴값도 못 받고, 이게 무슨! 당장 SNS에 올려야겠어.”

 “그건 차차 하시고.” 단일은 어렵지 않게 해바라기를 달랬다.“아마 네가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사정을 기억한다고 착각했을 거야. 그래서 프로필 카드를 보여주지 않았겠지. 사실과 다른 카드를 보고 네가 뭐라고 생각할지 두려웠으니까.”“그럼, 왜 내가 사칭당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거야?”

 “....네가 관여하면 자신의 비밀도 드러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을라나.”“하아, 잘생긴 얼굴도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네. 앞으로는 덜 잘생겨보이게 찍어야지.”

 “.........”

 

 단일은 한숨도 쉬지 않고 다시 휴대전화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은 사람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시간순대로 배열되어 있었다.

 

 [모른다고 하네요. 거짓말 같지는 않아요.]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이 놓이네요.]

 [이 녀석의 푸념을 계속 듣는 것보다야 이 정도가 나아요.]

 [그런데 어떻게 눈치 채셨어요?]

 [뭐, 4주차에 빈혈이 있냐고 물었죠? 피어싱은 빈혈이 있거나 저혈압이 있는 사람에겐 좋지 않거든요. 그때 대충 짐작했었죠. 오래 전에 서영 씨가 받은 사진 속 인물은 피어싱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요. 그리고 상대는 빈혈이 심하다고 말했을 거고요.]

 

 게다가 이 녀석은 피어싱을 한 게 더 잘생겨 보인다고 믿으니깐 굳이 옛날 사진을 공유했을 리가 없었다. 단일은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에 집중하는 중생을 보며 몰래 끄덕였다.

 

 [네. 맞아요. 사진을 바꿔치기할 정도였으니 그 말은 진짜였겠죠.]

 [다른 말도 진짜였을 지도요. 사실대로 말하고 싶어서 사진을 바꾼 게 아니었을까요?]

 [과연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이젠 부질없는 일이지만요.]

 

 답장은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서영의 외모 정도면 단연 돋보여 잊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서영도 아는 사실이 아닐까. 어쩌면 해바라기의 말대로 성형한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해바라기에게는 굳이 강조하지 않았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프로필 카드는 분명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와 동일했을 것이다. 완전히 똑같지 않더라도 성함과 직업, 거주지는 변하지 않았다. 스피드 데이트를 주선하는 업체 차원의 신원 확인도 무시하지 못 했거니와, 해바라기처럼 연속적으로 참석하는 사람이 있다는 가능성을 간과하면 안 됐다.

 

 단일은 그녀가 비밀리에 공유한 화제가 고작 외모라고 생각지 않았다. 외모로 차별받은 일에 대한 넋두리? 얼굴이 완전히 달라졌다면 그만큼 소심하고 유난 맞게 행동할 이유가 없었다. 조금만 손을 보아서 고칠 정도였다면 더더욱 그렇고. 게다가 정말 외모가 문제라면 그런 식으로 사진을 공유할 리 없었다. 사진도 아마 거의 찍지 않았겠지.

 

 “먼저 간다.” 단일은 잡념을 거두고 해바라기의 등을 가볍게 친 다음 집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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