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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테일 오브 카르데쉬(A tale of kardes)
작가 : 톤토니
작품등록일 : 2016.9.1

세상을 움직이는 5명의 여제. 그리고 그녀들의 하나 뿐인 남동생 샤미안. 누나들의 과도한 사랑(?)을 참지 못한 샤미안은 결국 집을 나가버리고 마는데... "나 좀 내버려둬 !" 샤미안과 그의 누나들이 펼치는 유쾌하고,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

 
37화. 발란 왕국으로(3)
작성일 : 16-10-04 20:51     조회 : 692     추천 : 1     분량 : 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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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샤미안과 에드윈, 그리고 칼라일은 '차가운 이슬'이라는 이름의 조용한 여관에 숙소를 잡았다. 방은 2개를 잡고 샤미안과 에드윈이 같은 방을 쓰기로 했다.

 

 

 "으아아. 피곤하다."

 

 에드윈이 자신의 짐을 내려놓고는 그대로 침대로 뛰어 들었다.

 

 

 "야. 그 더러운 몸으로 침대에 기어 올라가냐?"

 

 "아 뭐 어떠냐. 어차피 내가 잘 건데."

 

 "에휴. 그럼 나 먼저 씻는다."

 

 "어어."

 

 샤미안은 자신의 짐을 대충 풀어놓고는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솨아아아-

 

 뜨거운 물과 함께 수중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욕실을 가득 채웠다.

 

 

 "후아."

 

 꽤나 장시간의 길을 걸어온지라, 몸 곳곳에 피로가 쌓여있었다. 샤미안은 뜨거운 물을 얼굴로 맞으며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일라티안 제국이라...... 그리고, 심연의 악마.'

 

 

 샤미안은 일전에, 꿈속에서 아버지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분명히 꿈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기억이 생생했다. 아마 어머니께서 해두신 배려가 아닐까 싶다.

 

 

 '중요한건, 심연의 악마가 지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드리오라를 막아야 해.'

 

 눈을 감은 채 물의 뜨거운 온도를 느끼며 샤미안은 깊은 상념에 빠졌다.

 

 

 "왁!"

 

 "으악!"

 

 하지만 샤미안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어깨를 붙잡으며 소리 지르는 에드윈 덕분에, 강제로 상념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야이 개자식아! 이게 뭐하는 짓이야!"

 

 "와하하. 같이 씻자!"

 

 샤미안은 그제야 에드윈의 벌거벗은 몸이 보였다.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근육들이 자리 잡은 균형 잡힌 몸. 배에 선명하게 박힌 식스팩은 남자가 봐도 멋지다. 그리고, 그 밑에 우람하게 자신의 존재를 뽐내는 에드윈의 분신.

 

 샤미안은 자신의 아래를 내려다보고, 에드윈의 아래를 한 번보고는 왠지 모를 패배감에 휩싸였다.

 

 '뭔 놈의 고......아니. 세 번째 다리가 저렇게 커?'

 

 

 샤미안은 갑작스럽게 들어온 에드윈에 대한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 했다.

 

 

 "빨리. 나가라. 뒤지기 싫으면."

 

 샤미안은 분노를 한껏 싫은 목소리로 스산하게 말했다.

 

 절대 자신의 분신보다 에드윈의 분신이 더 커서 화 내는 게 아니다. 절대로.

 오해하지 마라.

 

 

 "아 왜! 같이 씻자. 원래 고ㅊ......읍읍."

 

 "거기까지만 해라. 어디서 그런 추잡스러운 단어를 말하려고......"

 

 "푸하! 야! 뭐가 어때서? 그럼 고ㅊ......읍읍!"

 

 "그만하라고 이 새끼야!"

 

 샤미안은 필터링 하나 없이 마음대로 지껄이려는 에드윈의 입을 틀어막고는 소리 질렀다.

 

 

 

 * * *

 

 

 우여곡절 끝에, 샤워를 마친 샤미안과 에드윈은 각자의 침대에 누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야. 샤미안."

 

 "왜?"

 

 "무섭지 않냐?"

 

 "뜬금없이 뭐가?"

 

 에드윈의 물음에 샤미안이 고개를 에드윈 쪽으로 돌렸다. 에드윈은 여전히 천장을 보며 누운 채 그 답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라티안 제국과 싸우는 것. 솔직히 그렇지 않냐? 수도 앞에 나타난 키메라들만 봐도 그래. 그런 것들이 앞으로 얼마나 튀어나올지 모르잖아. 그리고, 4대천왕이라는 작자들이랑 암흑마왕 드리오라까지. 다크 소울을 사람의 몸에 심어 잠들게 만들거나, 꼭두각시처럼 조종해. 난 두렵다 샤미안."

 

 "너 한번 씩 이렇게 진지할 때 마다 하는 얘기가 '두렵다', '무섭다' 이런 것들 뿐인 건 아냐?"

 

 "하하하. 그랬나?"

 

 "그래 인마. 나도 무서워."

 

 "응?"

 

 샤미안의 말에 천장을 보던 에드윈이 고개를 돌렸다.

 

 

 "나도 무섭다고. 나라고 안 무섭겠냐? 키메라들도 무섭고, 4대천왕이니 드리오라니 이런 놈들도 다 무서워. 그래도 뭐, 싸울 수 있어. 무섭다고 못 싸우는 건 아니니까. 그렇지만, 한 가지. 정말 무서운게 있어."

 

 "뭔데?"

 

 에드윈은 샤미안의 낮고, 진중한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가족."

 

 "가족?"

 

 "그래. 내 누나들이 다치거나, 혹시라도 잘못 된다면......난 참을 수 없을 거야. 그게 제일 두렵다."

 

 

 에드윈은 샤미안의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천장을 보며 말했다.

 

 "나도 그래. 리우 형이 일라티안 제국과 손을 잡았다는 걸 알았을 때,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

 

 "그래.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암흑기지가 활성화되고, 일라티안 제국의 힘이 커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아내서 제거해야 해.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막아야 해."

 

 "그래. 가족을 위해서."

 

 "어. 그래. 가족을 위해서."

 

 

 샤미안과 에드윈은 그 말을 끝으로, 각자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콰아아앙-

 

 하지만 둘은 들려오는 굉음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뭐, 뭐야?"

 

 당황한 에드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샤미안도 자리에서 일어나 곧 바로 자신의 옷을 입었다.

 

 

 "옷 입어 에드윈."

 

 "어어!"

 

 에드윈도 허겁지겁 자신의 옷을 차려입었다. 샤미안은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복도에는 굉음에 놀란 여관의 사람들이 모두 뛰쳐나와 있었다.

 

 

 "하따메! 이 오밤중에 뭔 소리당가?"

 

 "아이고, 무슨 일이래?"

 

 "전쟁이라도 난거 아녀?"

 

 

 샤미안과 에드윈은 사람들의 틈을 뚫고, 카일라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카일라도 자신의 방에서 나와 샤미안과 에드윈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소리였지?"

 

 "글쎄."

 

 

 콰아아아아앙-

 

 이번에는 더 큰 굉음과 함께, 건물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 했다.

 

 

 "따라와. 여기서 빠져 나가자."

 

 "그래!"

 

 "응."

 

 샤미안은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달려갔다. 자신들이 머물고 있던 곳은 여관의 2층.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1층으로 내려가려는 사람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비켜!"

 

 "내가 먼저 내려간다!"

 

 "아아악! 비켜주세요! 아이가 있어요!"

 

 거대한 굉음과, 지진을 연상케 하는 진동에 사람들은 이미 패닉에 빠져 있었다.

 

 

 "안되겠다. 다른 곳으로 가자."

 

 샤미안은 그 모습을 보고, 몸을 돌려 제일 가까이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왜?"

 

 에드윈이 샤미안을 따라오며 의아한 듯 물었다.

 

 

 "2층이니까 창문으로 나가자."

 

 "창문으로?"

 

 "어. 가자. 웬투스 플라잉(Ventus Flying). 웬투스 플라잉. 웬투스 플라잉."

 

 샤미안은 에드윈과 카일라 에게도 바람의 기운을 실어주었다. 세 사람은 곧장 창문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내, 창문으로 빠져 나온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눈앞에 들어온 거대한 산. 아니, 산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대한 괴생명체.

 

 

 "저, 저게 뭐야?"

 

 "......키메라."

 

 당황하는 에드윈의 말에 조용히 대답하는 카일라.

 

 샤미안과 에드윈이 동시에 카일라를 돌아보았다.

 

 

 "키메라라고?"

 

 "저게?"

 

 놀란 샤미안과 에드윈의 표정에 카일라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있을 땐, 아직 완성되지 않았었는데...... 이제 완성 되었나 보네."

 

 "맙소사."

 

 "어떻게 만든......키메라지? 뭐가 저렇게 커? 아니, 애초에 저렇게 큰 몬스터가 있긴 해?"

 

 샤미안은 다시 한 번, 브라오니 마을로 다가오는 키메라를 보았다. 저건, 커도 너무 컸다. 이전에 보았던 빅 마우스 웜의 몸을 가져다 만든 키메라의 10배는 되어 보였다.

 

 

 "바질리스크의 등껍질에, 심해의 지배자 그레이트 화이트 호울(Great White Whale)의 몸. 그리고, 골드 와이번의 머리를 가져다 만든 키메라야."

 

 "세, 세상에...... 전부 전설 속에서나 등장한다는 몬스터잖아? 어디서 그 몬스터들을 잡은 거지? 아니지. 진짜 실제로 존재했단 말이야?"

 

 카일라의 말에 에드윈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입을 쩍 벌렸다.

 

 

 "심연에서 데려왔다고 했어."

 

 "뭐?"

 

 카일라의 말에 샤미안의 고개가 카일라 쪽으로 홱 돌아갔다.

 

 

 "지금 뭐라고 했어?"

 

 "심연."

 

 "...... 저것들이, 심연의 몬스터......?"

 

 

 콰우우우우- 쿠우우우웅-

 

 샤미안은 다시 한 번 '심해'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저런 것들이 지상으로 올라온다면...... 끝이야.'

 

 샤미안은 사뭇 진지한 눈으로 눈앞의 거대한 키메라를 노려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큰 녀석이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거지?"

 

 샤미안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정도 몸집을 가진 키메라라면 진즉에 발견되었을 터. 지금에서야 갑자기 나타났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크 게이트."

 

 "응?"

 

 여전히 가라앉은 목소리의 카일라가 말했다.

 

 

 "다크 게이트. 다크 소울의 기운을 이용해서, 물체든, 생명이든 뭐든 옮겨. 대신 질량의 크기에 비례해서 많은 다크 소울이 소모 돼."

 

 "저 정도 크기의 키메라를 옮겼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 거야."

 

 샤미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카일라의 씁쓸한 목소리가 들렸다.

 

 카일라는 슬픈 눈으로 키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걸 어떻게 하지?"

 

 에드윈이 샤미안을 보며 물었다.

 

 

 "막아야지 뭐."

 

 "무슨 수로?"

 

 "나도 몰라 인마. 내가 무슨 해결사냐? 툭하면 나한테 물어. 너도 생각이란 걸 해."

 

 "머리 쓰는 건 영 내 체질이 아니라서."

 

 "핑계는...... 그건 체질의 문제가 아니라 멍청한 거다."

 

 에드윈과 우스갯소리를 하는 가벼운 말투와는 달리 샤미안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어쩐다......'

 

 

 쿼우우우우-

 

 샤미안이 고민하는 사이에도 거대 키메라는 조금씩 마을을 부수며 다가오고 있었다.

 

 

 콰직- 콰앙-

 

 키메라가 지나온 자리는 무너져 내린 건물, 자욱하게 피어오른 연기, 어둠이 내려앉은 밤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밝게 타오르는 불.

 

 그리고, 그 곳에 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 채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곳은 이미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일단 가자. 사람들부터 구하자."

 

 "그래!"

 

 "......"

 

 샤미안은 에드윈과 카일라에게 깃든 바람의 기운을 조정하여 키메라를 향해 날아가려 했다.

 

 

 "난 됐어! 그냥 달려갈게. 내 마음대로 못 움직이니까 답답하다."

 

 "나도 괜찮아."

 

 에드윈은 가까운 지붕으로 착지하고는, 몸을 풀었다. 그리고 카일라의 다리에는 검은 기운이 어리기 시작했다.

 

 

 "너......"

 

 카일라의 다리에 어린 검은 기운을 본 샤미안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다크 소울 아니야."

 

 카일라는 그런 샤미안을 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크 소울이 아니라고?"

 

 "응."

 

 "......설명은 나중에 들을게."

 

 샤미안은 그 말을 끝으로 키메라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 했다.

 

 에드윈은 지붕과 지붕 사이를 뛰어넘으며 샤미안을 쫓았고, 카일라는 샤미안의 뒤를 날아갔다.

 

 가까이 갈수록 선명하게 보이는 키메라의 모습은 오금이 저릴 만큼, 어마어마했다.

 

 거대한 풍채. 옅은 회색빛의 단단해 보이는 피부, 고래의 배에 새겨진 줄무늬가 온 몸에 그려져있었고, 머리에는 거대한 부리를 가진 금빛으로 빛나는 골드 와이번의 머리가 달려있었다.

 

 몸 곳곳에 새겨진 기이한 문양은 키메라가 움직일 때 마다, 붉은 빛을 내며 반짝였다.

 

 

 "저 붉은색을 내뿜는 모양은 뭐야?"

 

 샤미안은 키메라와의 거리가 100M정도 남았을 때, 멈춰서며 물었다.

 

 

 "나도 정확히 뭔지 몰라. 다만, 키메라를 조정하려고 새긴 문자라고 들었어. 심해에서 올라온 몬스터들은 저런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어."

 

 "그런가......잠깐. 그럼 저것 말고도 심해에서 올라온 몬스터가 더 있다는 말이야?"

 

 "응."

 

 "얼마나?"

 

 "몰라. 많았어."

 

 "전부 저렇게 커?"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어. 내가 본 것 중에서는 저게 제일 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저런 키메라가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일단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빨리 구하자."

 

 "응."

 

 "헥. 헥. 야. 네들 날아가니까 엄청 빠르다."

 

 뒤늦게 도착한 에드윈이 숨 가쁘게 말했다.

 

 

 "멍청한 놈. 사서 고생하네.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구해."

 

 샤미안은 힘들어하는 에드윈을 한심하게 쳐다본 뒤 빠르게 지상으로 내려갔다. 카일라가 그 뒤를 따라 바로 내려갔다.

 

 

 "아씨. 더럽게 힘드네. 그냥 날아올 걸."

 

 인상을 한껏 쓴 에드윈이 투덜거리며 낮은 지붕으로 뛰어 내렸다.

 

 

 

 

 * * *

 

 

 

 "으아아악!"

 

 "사, 살려줘!"

 

 "저, 저게 뭐시당가 대체!"

 

 지상은 이미 아수라장이였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거대한 키메라는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있었다. 한순간에 집을 잃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쪽으로 가세요!"

 

 샤미안은 사람들이 빠르게 대피할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며, 쓰러진 사람들과 부상자들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모모야! 아이고 모모야!"

 

 그 때, 샤미안의 눈에 자신의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주저앉아 울고 있는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샤미은 재빨리 달려가 아주머니를 일으켜 세웠다.

 

 

 "위험해요! 어서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

 

 "아이고! 안 돼! 우리 모모가 아직 저기 있어요! 제발! 제발! 우리 모모좀 구해주세요!"

 

 아주머니는 샤미안의 팔을 붙잡고, 이미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타오르는 작은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발. 제발요. 흑흑흑."

 

 샤미안은 자신의 팔을 붙잡고 흐느끼는 아주머니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

 

 

 퍼석- 콰지지직-

 

 불길이 집어삼킨 집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솔직한 말로, 저 곳에 사람이 있다해도 살아있기는 힘들어 보였다.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하지만 샤미안은 조금이나마, 희망이 있다면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고,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아주머니는 샤미안을 향해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피해 계세요."

 

 샤미안은 아주머니를 뒤로하고, 불길이 타오르는 집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오카케오의(Occaceo) 눈."

 

 샤미안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보자. 보자. 어디 있니?'

 

 

 샤미안은 불길로 뒤덮인 집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명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저은 샤미안은 뒤돌아 아주머니의 곁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어?'

 

 샤미안의 눈에 생명체로 보이는 희미한 기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위태롭게 자신의 존재를 흘리고 있었다.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금세 사라질 것 같은 기운.

 

 

 "아쿠아 월 카이 아쿠아 실드(Aqua wall Kai Aqua Shield)."

 

 샤미안의 몸 주위로 둥근 물의 보호막이 쳐졌다. 그리고 그 위로 더 두터운 물의 장벽이 쳐졌다.

 

 샤미안은 지체하지 않고,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챙그랑-

 

 창문을 깨고 들어온 샤미안은 서둘러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쪽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불길에 녹아내린 식탁, 무너져 내린 천장, 갑작스럽게 솟구쳐 오르는 불길 때문에 쉽게 나아갈 수 없었다.

 

 

 "젠장!"

 

 샤미안은 떨어지는 잔해물을 이리저리 피하며 조금씩 전진했다. 마침내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방에 도착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 방의 문만은 굳게 닫혀있었다. 불길도 이곳까지는 미치지 못한 듯, 사라져 있었다.

 

 '뭐지? 이상한데?'

 

 

 샤미안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샤미안은 물의 기운을 오른손에 잔뜩 머금고 방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러나 샤미안은 방문의 손잡이를 돌릴 수 없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물의 기운이 급격히 요동쳤기 때문이다.

 

 "어? 왜이래?"

 

 

 샤라라라락-

 

 샤미안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물의 기운 때문에 당황하며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물의 기운은 순식간에 얌전해졌다.

 

 '뭐지? 왜 이러는 거지?'

 

 

 퍼석- 우지끈-

 

 그러는 사이에도 집은 빠른 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런, 빨리 나가야 해.'

 

 

 샤미안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샤미안이 다시 한 번 방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리려는 순간.

 

 "으아아앙."

 

 

 자신의 왼편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샤미안은 손잡이에서 손을 떼며 급히 울음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몸을 날렸다.

 

 샤미안의 눈에 4~5살 정도로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불길에 둘러싸인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울고 있었다.

 

 

 "아쿠아 글러브(Aqua Glove)."

 

 샤미안은 물의 기운을 양손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양손으로 어린 소녀를 둘러싸고 있는 불길을 잡아 벌렸다.

 

 

 푸쉬시시-

 

 불과 물이 만나 치열한 소음을 내며 사그라진 틈에 샤미안은 소녀에게로 뛰어 들었다.

 

 샤미안은 어린아이를 안아들고는 곧바로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약간 그슬린 것 외에는 다친 곳이 없어보였다.

 

 

 "으아아앙."

 

 "울지마렴. 엄마에게 데려다 줄게."

 

 샤미안은 자신의 품에 아이를 묻고, 자신을 둘러싼 불길을 향해 뛰어들었다.

 

 

 퍼서석- 쾅!

 

 곧바로 샤미안이 있던 자리가 무너져 내렸다. 무너져 내리던 집을 지탱하던 부분이 무너진 듯, 그와 동시에 집 전체가 급속도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퍼석! 우지끈!

 

 화르르륵-

 

 "아쿠아 월! 아쿠아 월!"

 

 샤미안은 행여나 아이가 다치기라도 할까, 자신의 품에 꼭 감싸 안고는 더욱 두텁게 물의 장벽을 쌓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무너져 내리는 나무의 파편이 샤미안의 몸 곳곳을 상처 입혔고, 매캐한 연기는 자꾸만 시야를 방해했다.

 

 샤미안의 눈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창문이 보였다. 하지만 그 앞은 이미 무너져 내린 천장으로 인해 틀어 막혀 있었다.

 

 '뚫고 나간다.'

 

 

 더 이상 지체했다간 무너져 내리는 건물에 압사할게 뻔 한 상황인지라, 샤미안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샤미안은 물의 기운을 자신의 뒤쪽에 최소한으로 남기고, 앞쪽으로 모조리 집중시켰다.

 

 

 "꼬마야. 꽉잡아."

 

 자신의 품에서 옷을 꽉 잡는 아이의 손이 느껴졌다. 샤미안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몸을 앞으로 숙였다.

 

 

 "간다!"

 

 샤미안이 튕기듯 앞으로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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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준 16-10-20 06:30
 
샤미안은 참으로 인간적인 면모가 깊어요.ㅎㅎ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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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꿈속에서의 재회(1) 2016 / 9 / 23 734 0 7401   
28 28화. 격돌(3) 2016 / 9 / 22 441 0 8015   
27 27화. 격돌(2) 2016 / 9 / 21 705 1 8022   
26 26화. 격돌(1) 2016 / 9 / 20 621 1 7516   
25 25화. 리우의 사정 2016 / 9 / 19 458 0 8012   
24 24화. 황제를 잡아라!(3) 2016 / 9 / 18 529 0 7720   
23 23화. 황제를 잡아라!(2) 2016 / 9 / 17 466 0 7314   
22 22화. 황제를 잡아라!(1) 2016 / 9 / 15 461 0 7230   
21 21화. 카일라 2016 / 9 / 14 473 0 7939   
20 20화. 에드윈 구출(2) 2016 / 9 / 13 683 1 8420   
19 19화. 에드윈 구출(1) (2) 2016 / 9 / 12 838 1 7211   
18 18화. 마르디온의 암운(5) 2016 / 9 / 11 988 0 7343   
17 17화. 마르디온의 암운(4) 2016 / 9 / 10 649 0 7487   
16 16화. 마르디온의 암운(3) 2016 / 9 / 9 614 1 6975   
15 15화. 마르디온의 암운(2) 2016 / 9 / 8 562 0 7220   
14 14화. 마르디온의 암운(1) 2016 / 9 / 7 468 0 6282   
13 13화. 과거의 흔적 2016 / 9 / 6 566 1 7379   
12 12화. 백발노인 (1) 2016 / 9 / 5 492 2 6594   
11 11화. 리리안의 눈물 (2) 2016 / 9 / 4 687 2 5791   
10 10화. 마르디온 왕립 아카데미(4) 2016 / 9 / 3 484 1 6036   
9 9화. 마르디온 왕립 아카데미(3) 2016 / 9 / 2 439 0 6640   
8 8화. 마르디온 왕립 아카데미(2) 2016 / 9 / 2 421 0 8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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