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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왕좌의 조건
작가 : raloralo
작품등록일 : 2016.9.15


아버지가 죽은 후
떠돌이 소금장수로 전락한 우불이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7. 잔인한 선택-1
작성일 : 16-10-04 20:42     조회 : 545     추천 : 0     분량 : 5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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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잔인한 선택1

 

 

  국내성에 들어온 사람이면 누구나 찾아보는 다루카는 민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특이한 것은 국내성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성제의 뜻이었다. 성제는 하늘에 가서도 나라를 돕겠다면서 국내성이 내려다보이는 서쪽언덕에 집을 지으라고 명하였다. 아울러 성제는 집은 검소하게 지을 것이며 보초병을 세우지 말라고 하였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다루카 아래에 있는 후아노이었다. 서쪽에 있는 광장이라고 하여 ‘서쪽광장’이라고도 부르는 후아노은 성제를 기리기 위하여 만든 것이었다. 즉 한나라에 핍박 받는 백성을 구한 성제를 기리기 위하여 만든 광장이 바로 후아노였다. 처음에 후아노는 마당만 하였다. 그런데 갈수록 크기가 커져 우불이 찾아왔을 때는 수천 명을 수용할 만한 크기가 되었다.

 

 

  우불이 다루카로 들어간 것은 새벽이었다. 후아노를 가로 질로 다루카에 온 우불은 문을 열었다. 다루카는 우불이 생각한 것보다 수수했다. 바닥은 수수한 나무바닥이었고 정면에는 성제가 앉을 것으로 추측되는 나무의자가 있었다. 나무의자로 부터 오른 쪽으로 열자 정도 떨어진 곳에는 정육각형 모양의 석판이 걸려 있었으며 그 가운데에는 성제의 전언이 내려오는 ‘가우사’ 1)가 박혀 있었다.

 

  우불은 왕이 알려준 대로 나무의자 앞에 가서 인사하려고 하였다. 우불이 발을 뗄 찰라 문이 열리면서 창을 든 병사들이 들어왔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다루카로 들어온 병사들은 우불을 잡아서 바닥에 꿇렸다. 곧이어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가 들어왔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는 검신이 긴 칼을 메고 있었으며 오른 쪽 눈 밑에는 초승달 모양의 흉터가 그어져 있었는데, 그 느낌이 뱀이 모가지를 쳐든 것을 보는 것 같았다.

 

 

 

  “공자께서는 다루카를 모독했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는 초승달 모양의 흉터를 움직이면서 말했다.

  “다루카를 모독하다니요?”

  우불은 얼빠진 얼굴로 말했다.

  “다루카는 왕명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왕명요?”

  “그렇습니다.”

  “저는 왕의 허락을 받고……”

  “누가 허락했단 말이냐?”

 

 

  우불의 말은 문을 탁 열고 들어오는 사람의 소리에 잘려 버렸다. 그 소리의 주인은 왕이었다. 제가회의를 거느리고 들어온 왕은 제가들에게 안국군을 반역자로 판정하라고 다그칠 때와 같이 이빨을 윽물고 있었다.

 

 

  “내가 그랬단 말이냐!”

  “저번에 왕께서 말씀하셨잖아요. 아버지가 장사를 못 배우게 한다고 하니까 다루카에 가서 도와달라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성제께서 나라를 세운 것은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백성을 구한다는 것은 한나라에게 핍박받는 백성을 구한다는 뜻 뿐 만 아니라 내 몸같이 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조카도 백성의 하나이니 도와줄 거라고 하셨잖아요.

  “네가 왕을 능멸할 생각이구나.”

  “탄신 연에 말씀하셨잖아요.”

  “네가 죽어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우불은 소리를 지르는 왕을 바라보았다. 왕의 그 말은 우불로 하여금 진실을 깨닫게 하였다. 왕이 우불에게 ‘다루카에 가서 도와달라면 어떻겠느냐?’고 말한 것은 도와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불에게 다루카를 모독했다는 죄를 씌우기 위해서 계획적으로 꾸민 일이었다. 우불은 그날 왕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바라보기만 하였다.

 

 

  “다루카를 모독한 것은 그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중죄입니다.”

 

 

  왕의 옆에 서 있는 상루가 나섰다. 상루가 국상에 임명되었을 때 제가들은 아버지 덕에 국상이 되었다고 비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루의 아버지는 음우이기 때문이었다. 음우는 해우2) 가 죽은 후 약화된 소노부를 권력의 중앙에 올려놓은 사람이었다. 제가들은 음우가 소노부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연불3)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음우가 뛰어난 국상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음우는 국상이 된 해 일어난 지진에 신속하게 대처하였으며 위나라의 장수 위지해가 쳐들어 왔을 때는 양맥지공에서 격파하도록 하였다. 음우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회의4)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루는 음우보다 노련하게 제가회의를 운용했다. 상루는 약로가 일우와 소발의 시신을 처리하는 문제로 구석에 몰렸을 때는 목을 저잣거리에 매달아야 한다고 하였고 왕이 안국군을 죽였을 때는 반역자로 판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죽음으로 처결하여 본보기로 삼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상루의 말에 소노부 제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본보기로 삼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일벌백계의 본보기로 삼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본보기로 삼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돌고는 제가들 속에 서 있었다. 우불이 다루카를 모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돌고는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목적을 위해서는 방법을 가리지 않는 왕이 다루카를 이용한 것이다. 제가들에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제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불이 신성한 다루카를 모독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선조들이 피땀으로 건설한 나라를 모독한 것으로 죽음으로도 그 죄를 다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돌고는 간악한 계획에 치를 떨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소제가 그 죄를 받겠습니다.”

  돌고는 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고추가가……?”

  왕은 이마를 찌푸렸다.

  “모든 것은 소제가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잘못입니다. 소제가 죽음으로서 성제에게 지은 죄를 씻겠습니다.”

  “고추가가 대신 죽겠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렇지.”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계루부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지.”

 

 

  사실 왕은 그대로 돌고를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경우 독단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제가들은 각 부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또 하나 묵과할 수 없는 것은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제가들에게는 성제를 도와 한나라를 몰아낸 자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제가들이 안국군을 살해한 것을 비난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제가들은 반역자라 하더라도 나라에 공이 큰 이상 그에 따른 대우는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제가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국상은 어떻게 생각하는 가?”

  왕은 옆에 서 있는 상루에게 말했다.

  “예로부터 부모는 어른이 될 때까지 자식을 책임진다고 하였습니다. 하여 공자의 죄를 대신하겠다는 고추가의 청은 합당한 줄 아옵니다.”

  “합당하다?”

  “그렇습니다.”

  “죄를 대신 받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가?”

  왕은 다시 돌고를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돌고의 대답은 제가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돌고는 계루부의 수장이자 계승자로서 영향력이 막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돌고가 죽는다는 것은 왕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특히 명림어수 5)가 죽은 후 상부로 올라온 소노부를 견제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절노부6)로선 돌고는 꼭 있어야 할 사람이었다. 그러나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쨌거나 돌고는 다루카를 모독한 죄를 받는 사람으로 그를 비호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죽음으로 대신한다는 건 과한 것 같습니다.”

  절노부가7)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과하다니요!”

  소노부 제가가 기다렸다는 듯 외쳤다.

  “다루카를 모독한 죄를 묻는 것입니다. 처결을 가벼이 하시면 백성들이 우습게 생각할 것입니다. 더구나 공자는 계루부입니다. 나라를 운용하는 부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계루부가 다루카를 모욕했다는 것은 죽음으로도 그 죄를 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소노부 제가의 말은 계루부의 입을 다물게 하였다. 제가회의는 계루부와의 소노부의 대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록 계루부가 왕족의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세력이 강대한 소노부를 누를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계루부와 소노부의 대결은 모본왕 때에 정점을 이루었는데 그때 계루부는 왕족의 지위를 굳히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안국군이 반역자로 판정되면서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왕이 계루부를 견제한다는 것이었다. 왕은 왕위를 지키기 위해서 계승자를 제거했으며 그 과정에서 계루부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이었다. 계루부가 돌고를 환영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또 계승자가 처형당한다면 계루부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울러 안국군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규합해서 왕을 견제하겠다는 계획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이 나는 것이었다. 계루부는 같은 상황에 처한 절노부를 살피면서 대책을 궁리하기 시작하였다.

 

 

  “소노부의 말이 맞습니다. 모법을 보여야 할 계루부가 다루카를 모독했다는 것은 죽음으로도 그 죄를 다할 수 없는 것입니다. 죽음으로 다스리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 궁리가 끝나기도 전에 관노부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주석

  1) 성제가 선택한 자 만의 뽑을 수 있다는 화살로 화살을 뽑는 자는 진정한 왕이 될 것이라는 전언이 내려온다.

  2) 모본왕의 이름. 모본왕은 고구려 5대왕으로 신하인 두로에게 살해당했다. 소노부의 지원을 받은 왕으로 계루부에게 의해 축출당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3) 중천왕의 이름.

  4) 고구려의 국상은 제가회의 의장을 겸하였다.

  5) 명림어수는 동천왕 4년에 국상에 임명되었고 중천왕 3년에는 병마사(군사업무)도 관장하게 되었다. 중천왕 7년에 사망하자 소노부의 음우가 국상이 되었다.

  6) 본래 절노부는 하위에 속하는 부였으나 신대왕을 옹립한 명림답부(67-179)가 국상이 된 후에는 왕비족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7) 절노부의 수장을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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