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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Plume
작가 : 별하랑
작품등록일 : 2019.9.10

(오후 11시~00시)"신이 되어야만 해." "싫습니다." 단호히 거절한 소녀를 보며 높은 신은 비웃는다. 어차피 소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살려주세요." 울부짖는 아이.

"너에게 기억을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매혹적인 신은 소녀에게 속닥거렸다.

"자, 어때? 결정은......

네 몫이야."

 
1부- 11회
작성일 : 19-10-02 23:04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7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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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저녁을 먹은 후에도 키미안의 수업은 계속되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수피아 궁으로 가고 싶은 진희의 마음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녹색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며 제 앞에 놓인 서부 지도를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서부는 삭막함 만이 흐르는 텅 빈 땅이며, 그 끝엔 어떻게든 변명하는 이들의 마지막 천국인 재판소가 존재한다. 봐주거나 죄의 무게를 덜어내는 건 기대도 하면 안 된다. 재판하는 이가 리니아 소속이라는 것부터가 기대감을 덜어냈다.

 

  "저희들끼린 재판소를 '검은 영혼의 마지막 대지' 라고 불러요."

  "마지막 대지?"

 

  진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뜻을 알 것 같지만,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들을 처벌하는 곳, 즉, 지옥에도 밟을 수 있는 땅은 존재하지만, 밟을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적다고 보시면 됩니다."

  "에엥? 왜?"

 

  땅에 발이 안 닿는데 어떻게 처벌해.

 

  진희의 물음에 키미안이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들은 불로 이루어진 바다나 깊은 심해, 우주, 새들이 가득한 공중 같은 곳에서 벌을 받거든요. 그리고 살점이 뜯겨나간다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계속 원상복귀 되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고통 받아야 합니다."

  "오우야......"

 

  죄에 합당한 벌을 받는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의 벌은 상상치도 못한 진희가 야식으로 준비된 약과를 집어 들며 괜히 긴장했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무서운 얘기를 나눌 때처럼 말이다.

 

  그런 진희를 보며 아랑곳하지 않고 마저 소름이 돋는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결국 정신세계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버린 진희가 멍하니 벽을 바라보았다.

 

  "진희님."

  "어, 어? 어?"

  "그만할게요. 이제 동부로 넘어갑시다."

  "후우... 그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진희가 동부 지도가 올라오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의 지도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많이 본 것 같죠?"

  "어어......"

  "동부는 신계의 입구입니다. 진희 님이 렌나 님과 함께 신계에 왔을 때 밟아 봤던 땅이에요."

 

  아, 어쩐지.

 

  그때의 풍경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신이 될 줄이라고 상상조차 안 했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니 묘한 감정이 마음을 헤집었다. 신이 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어째서 몇 년은 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

 

  약과를 오물오물 씹으며 눈으로 지도를 하나하나 뜯어보다 추억에 잠긴 것도 잠시, 지도를 치운 키미안이 공부했던 것들을 모두 가지고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키미안, 잘 거야?"

  "네. 자야죠. 내일도 일해야 하니까. 참, 내일 아침에 새로운 직원들 더 만들어야 하니까 오늘은 일찍 주무세요."

  "으응, 그럴게."

 

  주체하지 못한 진희의 입꼬리가 정신 사납게 씰룩거리자 키미안이 한숨을 꾹 삼켰다. 그럼 그렇지. 지금 잘 진희가 아니었다.

 

  "수피아 궁 가시려고 하는 것 같은데, 오늘은 꼭 일찍 주무세요. 내일 제가 데려가 드릴테니까. 내일은 시간이 많이 남아요."

  "아, 진짜? 알았어."

 

  키미안의 말에 바로 안심하고는 빠르게 이불 속으로 뛰어든다. 진희의 마음이 바뀐 걸 확인한 키미안이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문을 닫고 나갔다.

 

  ***

 

  새로운 직원, 잭과 캐롤을 만들자마자 진희에게 주어진 숙제는 키미안의 기준에선 아주 간단했다.

 

  신계에 있는 것들을 절반 이상 외워내는 것.

 

  "끄응......"

 

  머리를 괴고 기이한 소리를 내뿜은 진희가 더 이상은 못 하겠다는 듯 풀썩 엎드린다. 아무리 간단하다 해도 이 넓은 지형에 있는 모든 걸 외운다는 건 억지에 가까웠다. 아니, 하나도 안 간단했다.

 

  '이거 다 외우면 수피아 궁에서 밤새 놀아도 뭐라 안 할게요.' 라는 너무 달콤한 말을 들어버려서 어떻게든 하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서부와 동부, 남부는 외울 별로 없으니 패스, 중앙은 대부분 알고 있기도 하고, 저절로 외워져서 패스, 문제는 북부였다.

 

  절반 이상을 외우더라도 북부에 있는 포털들을 전부 외워야 인정이 된다. 어째 주인을 이리도 안 닮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일의 원흉은 르레이스비다. 애초에 키미안도 르레이스비가 만들었으니 말 다 했다.

 

  하루에 영어 단어 50개 외우는 것도 벅찬데 이걸 외우라는 거지, 지금.

 

  심지어 영어도 아닌 꼬부랑 글씨로 적혀 있는데, 이게 신계에서 쓰는 언어라고 한다. 분명 처음 보는 글씨지만 자동적으로 읽혀지는 게 신기했다.

 

  난생 처음 보는 글씨도 막 뗀 영어처럼 읽어진다고 하면 딱 맞을 것 같았다.

 

  "하... 하울... 하울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엄마의 발음을 따라하듯, 어딘가 어눌한 발음에 혼자 어이없어 웃기도 하면서 묘하게 자존심이 상했다.

 

  필르야티엘 역시 인간으로 살면서 했던 발음과는 너무나도 달라 녹색 눈동자가 흔들린다. 누군가가 발음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무의식 중에 이건 아니라는 게 느껴졌기에 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테르만... 세르데......"

 

  지도 외우기는 뒷전이 된 지 오래다. 진희의 모든 신경은 발음에 가 있었다. 공부를 하다가 포기한 사람이 쉬운 시험에서 낮은 성적을 받았을 때 받는 자존심 상함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아오!"

 

  내가 이 지도를 찢어버리던지, 태워버리던지 해야지.

 

  차라리 원래 발음이나 읽는 법을 몰랐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니까 더 미쳐버릴 것 같다. 누가 그랬지, 모르는 게 때론 약이라고.

 

  한숨만 연거푸 내쉬며 자세가 흐트러진 진희가 지도를 한쪽으로 밀어 넣고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키미안의 허락이 있건, 없건 수피아 궁에 반드시 가리라고.

 

  ***

 

  "캬, 밤공기 좋구나!"

 

  술이 아닌 분위기에 잔뜩 취한 진희가 어린 아이처럼 방방 뛰어다니자, 키미안이 걱정의 눈빛을 보냈다. 신계의 땅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뭐가 생기건 문제 되지 않는 이상 그대로 놔두기에 크고 작은 돌멩이가 널렸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는 다르게 진희는 넘어지는 일 없이 잘만 뛰어다녔다. 달과 태양이 같이 공존하는 주황빛 하늘 아래에 있으면 흥을 참지 못하는 게 진희였다.

 

  이제 몇 분만 더 걸어가면 수피아 궁이라는 게 진희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렴풋이 보이는 수피아 궁의 외부에 들뜬 진희가 아예 냅다 달려가자, 소스라치게 놀란 키미안이 그 뒤를 따라 빠르게 달려갔다.

 

  평범하게 길거리를 거닐던 이들은 갑작스런 신족들의 등장, 그것도 신의 등장에 첫 번째로 놀랐고, 신의 위엄이나 위압감 같은 거 없이 해맑은 표정과 빠른 달리기에 두 번째로 놀랐다.

 

  "오오!"

 

  녹색 눈동자에 담긴 건물의 외형은 꽤나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흔히 생각하는 성의 모양이었지만, 곳곳이 우주빛으로 물들어 있어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거기에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은 높이이기에 진희가 더욱 신나는 충분한 요소가 되어주었다.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안고 오도도 계단을 올라 대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자, 진희의 감정이 더욱 격양되어 흥분에 이르렀다.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성의 내부인데, 계단이 아니라 에스컬레이터로 이루어져 있었고, 조명은 역시나 화려한 샹들리에였다. 길게 쭉 늘어진 상가는 인간계를 떠올리게 해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와... 진짜 나 어떡해, 키미안."

  "뭐가요?"

 

  빠른 발걸음을 따라오느라 살짝 지친 키미안이 숨을 고르며 묻자, 광대가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진희가 그의 손목을 잡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여기서 일주일도 있을 수 있을 거 같아. 아니, 일 년도 있을 수 있어."

  "그건 안 되죠. 일 해야 되는데."

  "그거야... 그렇지."

 

  키미안의 단호한 말에도 풀이 죽는 건 아주 잠깐이었다. 금방 기운을 차린 진희가 엘레베이터를 찾아 그곳으로 달려가자 예상대로 층마다 뭐가 있는 지 모두 적혀있었고, 녹색 눈동자는 PC라는 글자를 찾아 빠르게 움직였다.

 

  "PC방... PC바앙......"

 

  손가락까지 동원해가며 온 신경을 집중한 결과.

 

  "찾았다!"

 

  4층에 자리 잡은 '자미스 PC방' 을 찾을 수 있었다. 버튼을 누르고 엘레베이터가 오길 기다리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키미안이 어깨를 살며시 두드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진희 님."

  "응? 왜?"

  "전 진희 님 노실 동안 도서관에 있어도 될까요?"

  "음......"

 

  엘레베이터 위에 적힌 숫자를 힐끔 바라본 진희가 활짝 웃으며 키미안의 소매를 잡아챘다.

 

  "응, 안 돼!"

  "네?"

 

  띵-!

 

  때마침 울린 경쾌한 엘레베이터 소리에 진희가 씩 미소 지었다.

 

  "게임은 혼자하면 재미 없어."

 

  어렴풋이 알고 있다. 제 주인이 지금 평소보다 더 신나 있다는 것은. 하지만 지금도 느껴졌다.

 

  진희의 감정 속 무언가가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진희 님."

  "응?"

 

  엘레베이터에 올라타며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감탄하던 진희를 불러세운 키미안이 애꿎은 제 목을 매만지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뭐 불편하시거나 그런 건 없으신지......"

  "불편한 거? 있을 리가 없잖아. 지금 내가 불편한 게 있다면 여기가 신계라는 것뿐인데."

 

  태연하게 대답한 진희가 4층에 도착하자마자 빠르게 뛰어갔다. 그에 비해 천천히 여유로이 걸어가던 키미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저건 뭐야.

 

  환한 샹들리에 빛에 길게 늘어진 진희의 그림자로 이상한 것이 일렁인다. 마침 빠르게 달리는 진희 때문인지 불꽃 마냥 이리저리 흔들리는 무언가가 눈에 밟혔다.

 

  그럼 그렇지.

 

  키미안이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

 

  "에구머니나!"

 

  자미스 PC방 직원이 카운터에서 진희를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뜬다. 신이 PC방을 찾았다는 얘기는 이곳에 취직하고 나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

 

  직원이 놀라는 소리에 함께 놀란 진희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이고, 죄송해서 어째. 신이 찾아온다는 건 들어봤어야 말이죠... 어서오세요, 연진희 님."

  "아, 저야말로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진희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를 건네자 직원은 토끼 같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혹시 제가 잘못한 게 더 있을까요?"

  "어머, 죄송해요. 그냥 신기해서요."

  "네? 뭐가요?"

 

  고개를 갸웃거린 진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직원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신이 이렇게 정중하다는 게 신기해서 이 아줌마가 너무 흥분했네요."

  "아... 그런가요?"

 

  진희가 멋쩍게 웃었다. 녹색 눈동자로 푸근한 미소가 그대로 들어오니 더욱 어색함이 도는 것만 같았다.

 

  수인이 있다는 사실은 들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눈 마주치기 힘들기도 했다.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외모에 푸근한 몸, 토끼처럼 동그란 눈동자와 살짝 튀어나온 앞이빨,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 위로 보이는 토끼 귀가 모든 걸 증명하는 듯했다.

 

  "그럼요. 신이 고작 직원한테 정중하게 대한다는 건 듣지도 보지도 못 했어요."

  "고작 직원이라뇨."

 

  얼른 컴퓨터에 앉으려던 진희가 직원을 똑바로 마주보고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고작 직원이 아니에요! 정말 중요하신 분이죠! PC방의 천사가 아닙니까!"

  "처... 천사요?"

 

  당황한 직원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진희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요...! 어... 직원분...?"

  "자미스라고 불러주세요."

 

  자미스의 눈가가 곱게 접히며 주름이 진다. 분명 처음 보큰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친숙한 느낌이 들어 밝게 웃은 진희가 바로 앞에 있는 자리에 착석했다.

 

  "고마워요, 자미스."

  "고마울 일을 했었나요? 아무튼, 필요한 거 있으시면 부르세요, 신 님."

 

  대답 대신 가벼이 고개를 끄덕인 진희가 익숙하게 옆을 돌아보며 입을 벌리려다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 키미안!"

 

  이 놈의 자식은 어디로 간 거야.

 

  ***

 

  "......? 키미안 님이 왜 여기 계세요."

  "어어?"

  "진희 님이랑 같이 수피아 가신다고 하셨잖아요."

 

  집무실에 갑자기 쳐들어온 키미안을 보며 하웰이 당황스러움을 드러낸다. 지금이라면 잘 놀고 있을 진희의 곁에 있는 게 정상이었다.

 

  "아니, 뭐 좀 찾아야 될 게 있어서."

  "그런 게 있으면 저희 시키시지......"

  "으응, 아니야. 괜찮아."

 

  담담하게 대답한 키미안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오래된 서류들을 뒤지고 있을 그때.

 

  '야, 키미안. 죽을래, 진짜.'

 

  "아."

 

  르레이스비에게서 건네 받았던 반지에서 살며시 빛이 뿜어져나옴과 동시에, 진희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금방 갈게요.'

  '10초 안으로 튀어와라.'

  '네? 그건 좀 무린데.'

 

  키미안이 머쓱거리며 웃자, 살벌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잠잠하게 울려퍼졌다.

 

  '어, 그래. 천천히 와. 알았지? 몇 시간이 걸려도 상관 없어, 나는. 천천히 와야 돼? 일찍 오면 가만 안 둔다.'

  '네......?'

 

  진희의 감정에 그대로 영향을 받은 직원들이 모두 소스라치게 놀라며 키미안을 응시했다.

 

  "키미안 님... 얼른 뛰어가세요......"

  "살면서 진희 님 저렇게 화난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전 그냥 이 자리에서 소멸하는 거 권장할게요."

 

  한 마음으로 입을 모아 진심을 담은 말을 하나씩 툭툭 던진 직원들이 다음날 키미안을 보지 못 할까, 걱정하며 다시 일에 집중했다.

 

  자신이 저지른 짓을 다시금 되짚은 키미안 역시 겉으로만 웃으며 커다란 거처를 달려나갔다.

 

  ***

 

  "자, 여기. 이거 맞죠?"

  "네, 자미스. 고마워요."

 

  이게 얼마만에 라면이야.

 

  이 익숙한 냄새, 익숙한 생김새, 익숙한 느낌에 익숙한 기름기까지!

 

  행복함에 젖어든 진희가 한 손에 쥐고 있던 마나를 풀어 놓으며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다시 한 번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입으로 직행하려던 진희의 손이 누군가의 외침에 멈췄다.

 

  "진희 님!"

  "... ..."

 

  빨리 달려오긴 했는지, 이리저리 엉망진창으로 흩날려 있는 금발이 유독 눈에 밟혔다. 그래, 빨리 오려고 노력한 것은 인정한다.

 

  "왔으면 내 옆에 앉아."

  "네? 네......"

 

  화가 풀린 것은 분명하지만, 묘하게 아직도 화나 있는 것 같아 뻘쭘하게 옆에 앉은 키미안이 눈치를 살피다 이제야 라면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게 뭐예요?"

  "이걸 모른단 말이야?"

 

  키미안의 질문에 오히려 역으로 질문한 진희가 황당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잠시, 이내 애잔하게 키미안을 바라보며 한탄하기 시작했다.

 

  "라면... 라면을 모르다니... 라면의 맛을 모르는 네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온다, 정말로."

  "네......?"

  "한 번 먹어볼래?"

 

  먹기 좋게 조금만 집은 젓가락을 키미안에게 들이 밀었지만, 키미안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신계의 음식만 먹어 온 키미안은 모르기에 문화 충격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붉은 국물에 둥둥 뜬 기름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 키미안이, 마치 뇌를 풀어 둔 것만 같은 면발을 보며 살포시 눈을 감았다.

 

  한 명은 행복하게 먹고 있고, 한 명은 충격을 받아 시야를 가리는 것을 선택했다. 오늘 신족을, 그것도 신과 천관을 맞이한 자미스가 둘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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