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거리는 가로등 하나만이 그 공원을 비춰주었다.
하진은 공원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오늘따라 무척 선명하게 보였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빛날 수 있는 거지?'
달의 빛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나도 모르게 그 달에 빠져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
먹구름이 슬며시 다가와 제 빛을 잃은 달은 그만 어둠 속으로 숨고 말았다.
하진은 잠시 경직 돼 있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는 생각에 벤치에서 일어나 엉덩이 쪽 부분에 묻은 먼지들을 툭툭 털어냈다.
그러다 열쇠를 찾지 못 한 것을 생각해 다시 벤치에 털썩 앉았다.
하진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본지 몇 분이 지났을까. 하진의 콧등 쪽으로 빗방울 하나가 톡 떨어졌다.
그것이 시발점이었는지 갑작스레 비가 퍼부었다.
“일기예보에는 비 온다는 소리 없었는데!!!”
하진은 황급히 벤치에서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며 비 피할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늘 가던 정자가 떠올라 그때 그 장소가 있던 곳을 애써 생각해내며 발이 움직이는대로 뛰어갔다.
다행히 정자는 예전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역시 예전과 같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예전부터 쭉 나만의 비밀장소이자 나의 안식처였던 이 정자는 나무에 가려져 있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다란 점이 내가 늘 오던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진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바로 정자 안으로 뛰어들어가 숨을 돌렸다.
그러다 책 넘기는 소리에 땅을 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어느 젊은 남성이 책에 푹 빠져 누가 온지도 모르고 읽고 있었다. 하진 또 한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에 살며시 앞에 있던 의자에 앉아 그가 읽고 있던 책의 제목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