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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완벽한 군주는 없다
작가 : 투형
작품등록일 : 2019.9.11

게임 속 세계에 추락한 남매.
각자 다른 종족의 총사령관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들은 과연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나의 밤은 그대들의 낮보다 추악하다(2)
작성일 : 19-10-02 20:09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5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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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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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전까지 우리는 유니원을 즐기고 있었다. 가볍게 한 판 한다는 것이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나버려서 저녁 때를 한참 지나고 말았다. 그런데도 우린 아직 조금 전에 했던 게임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다.

 

 “왜 하필 자림이었어? 본진에서 가장 가까운 종족은 벵갈이었잖아?”

 “너 어차피 화력으로 쓸어버릴 거 뻔히 아는데 벵갈은 상성 상 불리하잖아. 걔네랑 손잡아서 콩고물 떨어질 게 없어.”

 “전전 판에는 상성 상 불리하니까 날 속일 수 있을 거라고 벵갈이랑 동맹 맺었잖아.”

 “야, 어떻게 한 번 쓴 전략을 연속으로 쓰냐.”

 “그러니까, 나 하나 엿 먹이려고 일부로 번거롭게 자림과 협력했다?”

 “그 정도 빅엿은 돼야 네가 혼란에 빠지지.”

 “성격 진짜 뒤틀렸네.”

 “아, 칭찬 고마워.”

 

 유니원을 하다 보면 다들 기발한 전략이나 효율적인 전술이 중요하다고 떠들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유닛은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명령대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제대로 명령을 내리지 못하면 그들은 기껏해야 반격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그런 게임에서 대화로 명령을 내리고 화면 몇 개로 전황을 파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직접 보이는 시야가 좁으니 머릿속에 그려나가는 시야는 그 몇 배는 돼야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평정심을 유지했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상대의 멘탈을 공격하는 전법이 유니원에서는 굉장히 효과적일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1초 정도 당황함으로써 나는 그 1초를 번다. 그런 소소한 이득이 점차 쌓여간다. 마치 주먹만 한 크기의 눈덩이가 점점 굴러다가 거대한 눈덩이로 불어나는 것처럼.

 물론 이런 방식이야 게임에서만 한정되는 전법이지 명령체계가 무수하게 나눠진 현실에선 효과가 크지 않았다.

 만약 유니원이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인 게임이었다면 나는 나연이와 절대 게임을 같이할 생각이 없다.

 무조건 질 테니까.

 

 “나야말로 나한테 정공법을 쓴다는 게 좀 이해가 안 되는데. 차라리 니를 포섭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어?”

 “낫겠지. 아마 나았을 거야. 그런데 그게 마음에 안 드는 걸 어떡해?”

 “배신 때문에?”

 

 동맹을 맺을 수 있을 정도로 인공지능이 뛰어나지만, 그 말은 반대로 동맹에게 배신을 치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만약 내가 자림과 동맹을 맺었을 때 내가 한없이 약한 세력에 속했거나, 반대로 한없이 강한 세력에 속했다면 자림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배신하게 된다.

 그것은 흐름이었다.

 삼국지에서 조조의 힘이 너무 커지게 되니 유비와 손권이 서로 힘을 합치지 않았는가. 그런 연유에서 볼 수 있듯 전쟁은 불균형 속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구석이 있어서 자연스레 균형을 맞추려 든다.

 

 “걔들까지 신경 써가면서 안팎으로 적에게 둘러싸인 것보단 그냥 걔네 자원을 흡수해서 강대국으로 키우는 게 훨씬 간편하잖아?”

 “하지만 그건 너무 정도(定道)에 치우친 방식이지. 나중에 내가 묘수 몇 번 박아주면 이도 저도 못하고 패배할 게 뻔한데.”

 “호오, 그러세요? 그래서 그놈의 묘수는 몇 번 박아서 겨우 이기셨나?”

 “...”

 

 없다. 묘수라고 할 만한 것들이 모두 통하질 않아서 내가 둔 것은 정석이 되었다. 그만큼 나연이의 성벽은 아득하게 높았으며 견고했다.

 

 “게다가 사도(私道)는 오빠의 영역이잖아. 내가 잘못하는 영역이고. 상대방의 영역에서 싸워주는 멍청한 지휘관은 아니야, 나는.”

 “정도도 안 된다. 사도도 안 된다. 나한테 완전히 발렸네.”

 “그러든가. 현실에서 발랐으면 됐지. 어떻게 하나뿐인 오빠한테 생업까지 발라주겠어?”

 “아, 예.”

 

 사실 우리 둘 다 지는 걸 죽도로 싫어해서 나연이가 말은 그렇게 해도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다. 이 정도로 골려 먹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슬슬 배고프네. 저녁이나 먹자.”

 

 나는 식사 준비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 했다. 나연이가 날 막아서기 전까지는.

 

 “어허, 한 번 이기고 내뺄 생각이야?”

 “야... 나한테 개 털리고 나서 하는 말이 고작 한 판 더라고? 아서라, 오라버니 배고파 뒤질 것 같다. 너한테는 아니겠지만 나는 이게 첫 끼거든?”

 “오빤 항상 저녁이 첫 끼잖아.”

 

 맞는 말이었다. 나는 어렸을 적에 암을 치료하기 위해 항암제를 복용하다 결국 광과민증이라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광과민증은 햇빛에 노출되면 살점이 타들어가는 고통과 함께 부종과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낮에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해 일상생활 대부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학력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만 딴 상태인 고졸로 끝나버렸다.

 물론 아쉬움은 쥐뿔도 없었다.

 집안에 여유가 꽤 있는 편이라 해가 지는 시간대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는 온전히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직업을 고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게임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별다른 고민 없이 프로게이머가 되었다.

 프로게이머의 장점은 장소가 자유롭다는 것이었다. 대회는 실질적으로 게임 속에서 이루어지므로 집안에서라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으며, 설사 본인이 직접 참가해야만 하는 대회라도 나는 예외로 부쳤다.

 세계 최고가 빠지는 대회는 재미없지 않겠는가.

 예전에 직접 대회장에 오지 않으면 불참으로 처리한다는 규정 때문에 불참할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알아챈 게임 팬들이 내 불참을 반대한다는 글을 SNS에 올린 탓에 겨우 참가할 수 있었다. 엄청났지. 실검에 하루종일 1순위에 올라가 있을 정도로 나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세계 대회나 국가대표선발전 같은 중요한 대회도 집에서 참가할 수 있었다.

 다만 대회전에 관계자가 우리 집에 찾아와 조사 및 감시하는 건 기본이었고, 단체전일 경우엔 원활한 소통을 하지 못하는 것이 페널티로 적용되었다. 물론 그런 사소한 점들은 내게 아무런 불이익을 선사하지 못했다. 그만큼 나는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래,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서 고작 들고 온 게 네가 먹을 안줏거리가 전부인 놈아. 그 안줏거리마저 한 입 주고 끝났는데 내가 배가 안 고플 수가 있겠냐?”

 “아, 한 판만 합시다. 겁나 쩨쩨하게 구네.”

 “으휴, 내가 너 때문에 또 체중이 준다.”

 

 배고픈 건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한 판 더 하지 않으면 밥 먹을 때까지 시종일관 괴롭힐 것 같아 한 판 더 하기로 했다.

 나는 다시 헬멧을 뒤집어썼다. 그러자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시야가 완전히 바뀐 상태로 변했다.

 나는 천막으로 된 대기실에 있었고 나연이 역시 접속하자마자 내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유니원에서는 플레이어가 선택한 종족의 캐릭터가 나오는데 나는 시아라를 선택했기 때문에 시아라가 되어있었고, 나연이가 아크로 되어있는 걸 보니 전 판과 똑같은 매치업이 될듯했다.

 캐릭터는 본인의 취향대로 꾸밀 수 있지만, 기본적인 설정은 다음과 같다. 아크는 아크국가연합군의 총사령관이고, 시아라는 셀레네라고 불리는 여왕이다. 커스터마이징은 선택의 폭이 넓어 세세한 부분을 뜯어고칠 수 있으나 종족의 특징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맵이 랜덤으로 설정된 상태에서 나연이가 준비를 누르자 나는 게임 시작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우리 사이의 정 가운데에 커다란 숫자 5가 나타나고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나는 차분히 지난 전략들을 되새기며 게임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숫자가 1을 넘기고 로딩이 되기 전, 시야가 어두컴컴해지자 곧 밝아질 것을 생각하고 속에서 명령을 내릴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명령은 3분이 지나도록 내릴 수 없었다.

 

 “뭐야.”

 

 보통은 10초도 걸리지 않는 로딩이 3분씩이나 걸렸다. 혹시 서버에 렉이 걸렸나 싶어 끝까지 기다렸다.

 4분, 7분, 10분.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초조해지고 머리가 조금씩 아파졌다. 그 고통이 돌고 돌아 구역질까지 몰려오자 나는 게임을 중단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상현실게임에 접속시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헬멧은 이런 일에 대비해 비상종료시스템이 존재했다.

 나는 양손에 깎지를 잡은 채 머리 뒤에 두고 있는 힘껏 앞으로 꺾었다. 그러면 곧장 헬멧에서 신호를 보내 강제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야 하는데.

 그리되지 않았다.

 

 “어째서?”

 

 강제로 종료되었다는 음성도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크읏.”

 

 너무 눈이 부셔서 팔로 빛을 가렸다. 그러나 지금 내 몸은 시아라여서 가는 팔로는 전부 가리지 못하고 그 틈새에서 빛이 흘러들어왔다.

 눈이 빛에 적응하자 익숙한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작... 된 건가?”

 

 주변을 둘러보자 나는 왕좌에 앉아 있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바닥이 대리석으로 된 신전에 달빛을 충분히 쬐기 위해 천장은 뻥 뚫려있었다. 늘 보았던 풍경. 여기는 게임을 시작할 때 나오는 장소였다.

 

 ‘...왜 안 나오지?’

 

 평소처럼 제스쳐를 취했지만 실시간으로 전장을 비추는 화면이 나타나지 않는다. 내 명령에 맞춰 전달할 시아라도 거의 없다.

 항상 오게 되는 공간이지만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셀레네시여.”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퍼뜩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귀에 귀걸이를 주렁주렁 단 시아라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 무슨 일로 부르지?”

 

 멍청하긴. 내가 생각해도 굉장히 멍청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게임 속에서 NPC가 나를 부르는 일은 없었다. 기껏해야 부관 NPC가 상황을 설명하거나 경고를 날릴 뿐. 넌지시 내 직책만 부르는 일은 전혀 없었다.

 하나 그녀는 달랐다.

 

 “무언가에 당황하신 것 같아 쇤네가 걱정되어 무례하게나마 셀레네를 불러보았습니다. 무슨 안 좋은 걱정이라도 떠올리셨는지요?”

 “...”

 

 유니원을 수천 번이나 플레이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버그인가? 가능성이 없진 않다. 버그라는 게 개발자도 모르게 생기므로 모든 게임에는 반드시 버그가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다만 이것을 어떤 버그라고 규정하기도 어려웠다.

 

 “셀레네시여?”

 

 그녀가 대답을 재촉하자 나는 저도 모르게 그만 셀레네가 된 것처럼 대답했다.

 

 “걱정은 하나이나, 그 걱정이 영원하구나. 우리 시아라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걱정했노라.”

 

 흉내는 어렵지 않았다. 예전에 자주 보았던 연극에서 나오는 왕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 냈다. 그러자 시아라는 미심쩍은 눈초리로 쳐다보더니 시선을 내 두 눈에 고정한 채로 입을 열었다.

 

 “쇤네가 사사로운 걱정으로 셀레네의 상념을 깨트리게 하여 송구하옵니다.”

 

 그리고는 내게 얼굴을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거기서 대화는 끝나고 말았다.

 

 ‘대화를... 했다고?’

 

 짧은 대화였다. 짧은 대화였으나 진짜 살아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아니, 아마 살아있을 것이다. 내 직감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이 여자는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데다가 심지어 감정까지 갖추고 있다.

 완벽한 인공지능. 혹은 지성을 갖춘 생명체.

 그제야 나는 눈치챌 수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게임 속 세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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